퀵바

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86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06 22:05
조회
43
추천
1
글자
12쪽

43화. 우산녀의 정체

DUMMY

머리통에 불이 붙어 불을 끄듯 양손으로 머리를 털며 도망치는 고딩 1과 고딩 2는 불붙은 머리에 포경수술이 더해져 도망치는 모습을 하윤은 두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우산녀가 뒤집힌 하윤의 투명 우산을 들고 다가왔다.


주저앉아 있는 하윤은 이제야 차가운 빗물이 옷에 스며들어 체온이 낮아지는 걸 느꼈다.


일어서려고 하지만 차가운 빗물과 몸이 얼어붙은 듯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윤은 넘어진 상태에서 투명 우산을 들고 앞에 서는 우산녀를 올려다봤다.


그런데 진눈깨비가 하윤의 눈동자를 때리며 시야를 방해했다.


그 순간 하윤의 머릿속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한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


‘뭐지? 별 그대 도민준인가? 존나 멋있다’


하윤이 멍한 눈으로 상상을 하고 있는데,


우산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해??”


어느덧 우산녀의 손이 하윤 얼굴에 와 있었고,


정신을 차린 하윤은 우산녀의 손을 잡았다.


우산녀의 손은 한동안 잊지 못할 만큼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작고 마른 하윤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주는 우산녀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게 보였다.


“괜찮아? 혹시 어디 다쳤니?”


하윤은 키가 큰 우산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네. 괜찮···.”


말하는데,


다리가 저리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시 주저앉는 하윤의 팔을 우산녀는 재빨리 잡아 세워줬다.


“너. 정말 괜찮아?”


하윤은 우산녀의 팔을 잡고,


다리를 한발씩 들었다 올리며 굳어버린 다리 근육을 풀었다.


“네, 괜찮아요.”


“춥겠다.”


우산녀가 말을 하고,


하윤의 투명 우산을 털어 건네줬다.


하윤의 눈에 이제야 모자를 쓴 우산녀의 얼굴이 눈앞에 들어왔다.


시크한 표정을 하고,


쌍꺼플 없는 큰 눈과 여자 눈썹이라고 하기엔 많이 짙은 눈썹.


우산녀의 눈동자 안에 하윤이 들어 있는 걸 보고 어린 하윤의 가슴이 쉴 새 없이 뛰기 시작했다.


숨이 가빠오는 하윤은 헉헉거리며 하얀 입김과 함께 말했다.


“허, 허. 가, 가 감사합니다. 언니.”


볼이 빨개진 하윤의 말에 우산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쌍꺼플 없는 큰 눈이 깜빡거린다.


그 순간 진눈깨비가 함박눈으로 바뀌며 펑펑 쏟아졌다.


하늘에서 하얀 솜사탕을 뿌리는 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 안으로 떨어지는 함박눈이 하얗게 빛을 내며 떨어졌다.


손바닥을 펴 함박눈을 확인하던 우산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앞으로 이쪽으로 다니지 마. 저 새끼들 여기서 맨날 죽치고 있는 고딩들이야.”


“네, 언니. 정말 감사합니다.”


하윤은 우산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대답했다.


“앞쪽, 큰길로 가라.”


말을 하고,


우산녀는 부서져 버린 커다란 우산을 옆구리에 끼고 함박눈 맞으며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언니! 이름···.”


하윤의 입에서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100m를 쉬지 않고 달린 듯 숨이 가빠오고,


온탕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몸에서 열이 났다.


그리고,


심장은 고장 난 듯 불규칙적으로 뛰었다.


세상은 함박눈으로 온통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 하윤은 학원 주변에서 우산녀를 다시 만나길 기대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하윤 주위에는 우산녀 언니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


언니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찾을 수 없었다.


하윤은 우산녀를 기억하기 위해 눈에 박혀있는 우산녀의 얼굴을 습관처럼 그려봤다.


하윤의 겨울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3월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하윤은 집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 거리의 상신 여고로 등교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개학을 맞이해 버스 안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버스 안은 상신 여고 전 정류장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작은 키에 커다란 가방을 맨 하윤은 버스 앞쪽에 의자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 남자들은 버스 뒤를 장악해 떠들어 댔다.


버스 안이 남자 고딩들의 휘파람 소리와 환호로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버스 안 사람들은 남자 고딩들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봤다.


하윤도 머리를 움직이며 창밖을 바라봤다.


버스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를 보고 환호하는 것이었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를 운전하는 사람은 헬멧을 썼지만 딱 봐도 여자다.


뒷자리에는 키 작은 여자가 헬멧을 쓰고 앉아 있었다.


여자 두 명이 멋지게 스쿠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운전하는 키가 커 보이는 여자와 뒤에 탄 작은 여자가 버스 안 남 고딩들을 힐끗 한번씩 바라볼 때면 남 고딩들의 소리가 더욱 커졌다.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가 시선을 다 즐긴 듯 속도를 내며 앞으로 사라지자,


남 고딩들의 아쉬운 탄식이 버스 안을 가득 채우며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하윤의 시선에서도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가 사라져갔다.


하윤은 손잡이를 꼭 쥐고 졸린 눈을 살며시 감아본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버스가 정차했다.


남자 고딩들이 창문을 열고 창밖에 대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어? 사고 났나 봐?”


“야, 죽은 거 아니야?”


“와!! 씨발. 개 멋있게 죽었다.”


“머리 움직이는데?”


“어? 진짜 움직인다.”


하윤도 졸린 눈을 떠 버스 창밖을 바라봤다.



속도를 올려 버스 앞으로 먼저 갔던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가 신호등 앞에 넘어져 있고,


여자 두 명도 함께 넘어져 있었다.


놀란 하윤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사고 현장을 바라봤고,


여자 두 명은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헬멧을 쓴 키가 큰 여자의 머리만 살짝 움직일 뿐 움직임이 없었다.


하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버스가 출발했다.




하윤은 버스에서 내려 상신 여고 교문을 향해 언덕을 힘겹게 걸어 올라가는데.


스쿠터 소리가 멀리서 가까이 다가온다.


하윤은 고개를 돌려 언덕 아래쪽을 돌아봤다.


버스에서 봤던,


그리고 사고 났던,


그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가 천천히 하윤 앞을 지나서 언덕으로 올라갔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스쿠터를 운전하는 헬멧을 쓴 키가 큰 여자와 뒷자리에 키 작은 여자는 멀쩡하게 앉아 있었다.


스쿠터는 교문이 보이는 지점에서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하윤은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스쿠터가 들어간 골목에 서서 골목 안을 바라봤다.


골목에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를 세우고,


키 작은 여자가 헬멧을 벗어 스쿠터에 올려놓았다.


운전했던 키가 큰 여자가 헬멧을 벗자,


헬멧 안에서 긴 머리가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은 골목 입구에 서 있는 하윤을 힐끗 보더니,


신경 쓰지 않고 서로의 옷을 털어주며 낄낄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윤의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시크한 표정의 쌍꺼플 없는 큰 눈,


짙은 눈썹 ‘그 우산 언니다.’


우산 언니가 긴 머리 묶고,


키 작은 친구는 계속 낄낄거리며 골목을 나와 하윤을 무심히 지나쳐 언덕을 올라갔다.


하윤은 우산 언니의 뒤를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랬다.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가 신호등에 걸려 멈춰서자.


뒷자리에 앉아 있던 키 작은 여자가 장난을 쳤고,


스쿠터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때마침 버스가 신호등에 걸려 옆에 정차했고,


버스 안을 가득 태운 남학생들의 관심에 창피해서 죽은 척했다는 대화를 낄낄거리며 했다.


뒤따르던 하윤은 우산 언니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장 트랙을 펜싱부 여학생들이 뛰어서 돌고 있다.


그 안에 우산 언니도 사뿐사뿐 가볍게 뛰고 있었다.


체육관에서 펜싱 칼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고,


펜싱복을 입은 우산 언니가 찌르기를 하며 소리 지르자,


체육관 안은 우산 언니의 기합 소리로 가득 찬다.


온몸이 땀 범벅이 된 채 계단을 오르내리며 체력 훈련하는 우산 언니를 하윤은 멀리서 바라봤다.


‘펜싱부 도나희’


언니가 아니라 같은 학년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하윤의 마음속에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싹이 돋아나고···.


하윤은 골목 안에 세워 둔 나희 스쿠터를 바라본다.


또래 친구들이 나희의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 여기저기에 스티커를 붙여놨다.


큰 키에 항상 시크한 표정으로 운동하는 나희는 중성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시크한 얼굴에 미소를 띨 때마다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희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희는 친구들의 관심에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은 질투라도 하는 듯 스쿠터에 스티커를 붙이면 떼어내고,


다시 붙이고를 반복한 자국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하윤은 분홍색 스쿠터에 분홍색 하트 스티커를 붙이면 떼어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스티커를 붙인다.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붙어 있는 하윤의 분홍색 하트 스티커,


하윤만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직 나희와 대화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용기를 내서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때 정말 고마웠다고, 넌 나에게 생명의 은인이라고···.’


언덕 중간에서 나희 스쿠터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하윤.


나희 주변을 맴돌기만 했던 하윤은 부모님의 결정으로 갑작스럽게 캐나다로 이민을 하게 되었다.


떠나는 날짜가 결정되고,


학교에 나가지 않던 하윤은 떠나기 전 편지와 선물을 준비했다.


하윤이 나희에게 선물을 주며 인사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갔을 때,


나희는 부산에서 열리는 펜싱 대회에 참가해 학교에 없었다.


나희는 하윤이 캐나다로 떠나기 전날 펜싱 대회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온다는 사실을 하윤은 알게 되었다.


하윤은 후회 없이 나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떠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용기가 솟아올랐다.


하윤은 떠나기 전날 학교 앞에서 펜싱부 버스를 기다렸고,


펜싱부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희는 없었다.


버스 문이 닫히고, 버스가 돌아갔다.


학생들 사이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펜싱 대회가 끝나고 1학년을 괴롭히던 2, 3학년 선배들에게 1학년 도나희가 대들었고,


펜싱부 1학년 도나희와 김소민이 숙소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작은 손으로 편지와 선물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든 하윤은 마음이 아려왔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 밤.


하윤은 창밖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사라진 나희를 걱정하며 꼭 다시 만나기를 기도했다.


‘도나희. 꼭 다시 만나자’


그리고,


하윤은 한국에 돌아왔다.


하윤은 나희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생각처럼 도나희를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희의 흔적과 기억은 사라져갔고,


하윤을 구해준 진호가 마음 한구석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하윤은 진호와 친구로 지내면서 정이 많이 쌓였다.




어제 밤.


술에 취한 나희와 소민이 들어와 마당 조명 이야기를 하고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윤은 마당 조명을 끄고, 진호집 2층 거실 벽걸이 TV에서 나오는 지진 관련 뉴스 속보를 보고 있었다.


하윤은 2층 베란다에 나가,


어둠 속 마당 구석에 세워져 있는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를 바라봤다.


하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조용히 철계단을 내려와 마당 구석에 세워져 있는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로 다가갔다.



어둠 속 스쿠터는 고등학교 때 봤던 도나희의 그 스쿠터가 분명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친구의 첫사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6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8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6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30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3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7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3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9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2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4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