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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05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13 22:05
조회
39
추천
1
글자
11쪽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DUMMY

방송을 듣지 못하고 잠들어 있던 카이스트 연구원 1, 2를 강 팀장이 흔들며 깨우고,


활기찬 모습의 진호는 강 팀장 배낭까지 어깨에 메고 탑승구를 향해 앞장선다.


“강 팀장님.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야, 너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진호는 대답 대신 강 팀장을 바라보며 씨이익 웃고,


탑승구로 향하는데···.


조금 전 여자친구를 위로해 주던 해병대 군인이 엉엉 울고 있고,


이번엔 여자친구가 해병대 군인을 위로해 주고 있다.


진호는 해병대 연인 앞을 지나간다.



***



사랑 소극장 무대 위에서는 ‘내 친구의 첫사랑’ 마지막 연습이 한창이다.


무대 위 배우들은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주인공 규혁도 여주인공과 눈 맞추며 대사를 쏟아내는데,


윗옷 팔이 살짝 짧아 동네 바보처럼 보인다.


양준태 연출은 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하는 로뎅 자세로 텅 빈 객석 맨 앞자리 중앙에 앉아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객석 뒤 오퍼실에는 경주가 조명과 음악 콘솔 만지며 조절하고,


경주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나희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전봇대처럼 키가 큰 남자주인공 규혁이 의자 다리처럼 깡마른 여자주인공의 눈을 보며


첫사랑을 고백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자.


여자주인공이 ‘나에게도 이제 사랑이 시작되는구나’ 하며 미친 듯 소리치며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씬이 끝난다.


무대 조명이 모두 꺼지고···.


잠시 후 무대 중앙과 피아노에 주황색 핀 조명이 원을 그리며 비춘다.


다음 씬은 나희의 아이디어인,


관객 중에서 미리 신청받아 첫사랑을 고백하는 씬이다.


하지만,


관객이 없는 관계로 조명이 바뀌며 고백하는 씬은 그냥 넘어간다.


무대 뒤에서 규혁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나와 중앙에 서서


‘사랑 그대로의 사랑’ 멜로디에 맞춰 가사를 읽는 씬이 시작하는데···.


생각하는 로뎅 양준태는 불현듯 무언가 생각이 났나 보다.


말을 하지 않아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규혁아. 잠깐.”


양준태 연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대 뒤 오퍼실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도나희! 나희야!”


양준태의 중저음 목소리가 소극장 안에 울려 퍼진다.


경주는 옆에서 졸고 있는 나희의 옆구리를 툭툭 찌르며 턱으로 무대를 가리킨다.


나희는 입가에 흘러내린 침 닦아내며 물끄러미 무대를 바라본다.


준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손을 허공에 휙휙 저으며 사인을 보낸다.


나희가 사인을 해석해 보면,


사인의 내용은 이렇다.


‘도나희 빨리 내 옆으로 와 빨리’


나희가 정신을 차리고,


오퍼실에서 나와 재빨리 객석 계단을 내려가 준태 옆에 앉는다.


무대 위 규혁은 나희와 준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배우들도 무대 뒤 검은 커튼 사이로 ‘무슨 일인가?’ 하며 객석에 앉아있는 준태와 나희를 바라본다.


준태가 느릿느릿 다리를 바꿔 꼬며 말한다.


“내일이 첫 공연인데. 이 씬 그냥 넘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끼리라도 고백하는 장면 연습 한번 해보자. 어때?”


준태의 물음에 나희와 규혁이 ‘설마??’ 하며 눈을 마주친다.


준태는 이어서 말한다.


“나희가 무대 올라가서 피아노 연주하고. 규혁이가 편지 내용을 고백하는 것처럼 느낌 살려서 읽어봐.”


나희는 못마땅한 얼굴로 준태를 보며 말한다.


“연출님, 이거 꼭 해야 해요?”


준태의 대답은 짧고 강력했다.


“어!!”


준태가 입을 꽉 다물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나희를 바라보자,


나희는 ‘아이···.’ 툴툴대며 무대 위로 올라간다.


나희의 동선을 따라 커튼 뒤 배우들의 눈이 움직이고,


오퍼실 경주의 눈도 나희를 따라 움직인다.


나희는 무대 가운데에 서 있는 규혁 앞을 지나 오른쪽 구석에 놓여있는 피아노에 가서 앉는다.


나희가 피아노 뚜껑을 열자,


준태가 이번에는 오퍼실에 있는 경주에게 손을 휙휙휙 저으며 사인 보낸다.


사인 내용은 ‘경주야 조명 뭔지 알지? 시작’


경주의 손이 콘솔을 조절하자,


피아노에 앉아있는 나희와 무대 가운데 서 있는 규혁에게 핀 조명 떨어진다.


분위기 좋은 빛 감이 무대 위를 감돈다.


커튼 사이로 목을 빼고 바라보는 배우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오퍼실 경주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대를 바라본다.


이렇게 해서 관객이 생긴 상황이다.


나희는 콧바람을 뱉더니 냉랭한 말투로 말한다.


“뭐 쳐요?”


준태의 몸이 꿈틀거리며 다시 생각하는 로뎅 자세를 만든다.


“거기 악보 있잖아. 사랑 그대로의 사랑. 자, 자. 규혁이 준비하고 시작들 해봐.”


규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


나희는 ‘에이 진짜 못 해 먹겠네’ 하며 건성건성 연주를 시작한다.


규혁은 객석을 바라보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준태가 규혁의 대사를 끊으며 무대를 향해 말한다.


“스톱, 스톱. 규혁아 잠깐. 피아노 연주하고, 편지 읽는 거 하고 감정이 따로 놀잖아.”


말을 하다가 답답한지 준태는 무대 위에 폴짝 뛰어올라가 규혁의 팔을 잡고 말한다.


“그러지 말고, 규혁이가 피아노 옆에 가서 나희 눈을 바라보면서 해봐. 잠깐만.”


준태는 규혁을 피아노 옆에 세우고,


나희의 어깨를 살짝 돌려 규혁의 눈을 바라보도록 자세를 잡아준다.


이럴 땐 참 다정하다.


나희는 준태가 왜 이 씬에 집착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준태는 규혁과 나희 사이에 서서 말한다.


“자, 규혁아. 나희 눈을 바라보고 감정을 듬뿍 실어봐. 나희 너도, 규혁이 감정 좀 살리도록 애타는 눈빛으로. 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바라봐 봐.”


준태가 눈을 지그시 뒤집어 까며 나희에게 애타는 눈빛을 설명하는데,


애타는 눈빛이 아니고 눈에 모래가 가득 들어간 사람의 눈처럼 보인다.


나희는 고개 돌리며 조용히 ‘아이 진짜’하고,


고개를 바로 잡아 규혁을 바라본다.


규혁도 불편한 표정으로 나희와 눈을 마주친다.


준태는 나희가 앉아있는 피아노 의자 끝에 걸터앉아 생각하는 로뎅 자세를 만들어 나희와 규혁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다시 한번 해보자. 자, 느낌만 보는 거니까. 한 번에 끝내자. 나희는 연주 시작.”


나희의 피아노 연주 시작되자,


규혁의 무덤덤한 표정이 급 행복한 미소로 바뀌며


나희 눈에 대고 사랑의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준태의 시선이 규혁 눈에서 나희 눈으로 이동한다.


규혁의 표정과 달리 무표정한 얼굴로 연주하는 나희를 보며 ‘이런 감정이 아닌데’ 고개를 갸웃거린다.


준태의 표정을 읽은 나희의 얼굴이 갑자기 행복한 표정 돌변하면서 규혁을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듯 준태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나희는 준태의 눈치를 보면서 ‘제발 한 번에 끝내자’ 자신을 응원한다.


피아노 연주를 하던 나희의 왼손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규혁의 손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잡는다.


규혁도 나희의 손짓에 반응하듯 얼굴을 나희 얼굴에 들이밀며 입김을 볼에 뿜어내며 읽는다.


행복한 미소의 나희.


나희의 향기를 흡입하는 듯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규혁.


구경하는 배우들이 조용히 말한다.


“저건 좀 오버 아닌가?”


“쟤들 둘이 매일 다투더니 정분난 거 아녀?”


“사내 연애는 둘 중 하나는 그만둬야 하는데?”


“어어 저러다 무대 위에서 뭔 일 벌어지것는디.”


“야, 야, 야. 입 닿는다. 입다.”


“쟤들 키스한 거 아녀?


오퍼실 경주도 말한다.


“어, 어, 어, 어. 나희 언니 행복해 보여요오.”


관객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고···.


준태의 시선이 나희와 규혁에게 오갈 것 없이 눈앞에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나희와 규혁이 얼굴을 맞대고 애타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준 연기가 흡족한 듯 박수와 함께 마무리한다.


“짝! 짝! 됐어, 오케이.”


준태도 규혁과 나희의 눈빛이 너무 강렬해 빨리 자르지 못했다.


준태의 말이 끝나자,


모세가 홍해 바다를 갈랐듯 나희와 규혁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등을 돌리며 ‘쩍’ 갈라진다.


“니들 둘이 눈빛이···.”


준태가 말하는데,


두 사람 각자의 길로 사라진다.


데면데면한 표정으로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는 준태.


나희는 씩씩대며 오퍼실로 걸어 올라가고,


규혁은 검은 커튼 사이를 뚫고 분장실로 들어간다.


나희가 오퍼실에 들어와 경주 옆에 앉아 혼잣말한다.


“아씨, 진짜. 졸라 짜증 나네.”


경주가 느릿느릿 조용히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왜요오 언니. 언니 아이디어라면서 요오. 여기서 보니까. 느낌 좋은데 요오.”


나희와 규혁의 사이를 알지 못하고,


오늘도 의상 때문에 다퉜던 걸 알지 못하는 경주를 나희가 빤히 보며 말한다.


“좋구나. 좋으면 됐지 뭐. 다행이다.”


경주는 치아 교정기가 보이도록 미소 지으며 말한다.


“네에. 이렇게 고백받는다면 감동일 것 같아 요오. 언니 아이디어 너무 좋아요오.”


“그래. 고맙다 경주야.”


어느새 객석에 앉아있는 준태가 헛기침을 크게 하고 손을 휘휘휙 흔들며 사인한다.


“허 험!!”


오퍼실 경주가 준태를 보며 ‘풋’하고 웃으며 콘솔을 만진다.


나희는 기가 빨린 듯 지친 눈을 지그시 감는다.


조명이 모두 꺼지며 무대가 어두워지고,


음악이 시작되자,


무대 뒤에서 여자주인공이 걸어 나온다.


무대 위에 조명 빛이 뿌려지고 마지막 공연 연습이 이어진다.



***



드레스룸 전신 거울을 향해 LED 전등이 빛을 비추고 있다.


전신 거울 앞에서 하윤이 퀵서비스로 온 협찬 의상을 입어 본다.


노란색 정장 투피스를 입고 머리를 묶어보는 하윤,


아직 잠에 취해 눈꺼풀이 무거워 보인다.


흰색 블라우스에 아이보리색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돌아본다.


옆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며 미소 지어 본다.


옷걸이에 내일 촬영할 의상을 깔끔하게 걸어 놓고,


드레스룸 조명을 끈다.


잠옷 차림의 하윤이 노트북을 들고 거실에 나와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


여자 PD가 보내준 큐시트를 보며 혼잣말로 “역시 내일도 비가 내리는구나.”하고 확인한다.


휴대전화로 여자 PD와 촬영 감독에게 큐시트 확인 메시지를 보내고,


방송인들이 이용하는 24시간 샵에 새벽 2시 예약한다.


비가 내리는 창밖은 아직 밝다.


하윤은 내일 촬영을 위해 방으로 들어간다.


침대 위 안대를 손에 들고 암막 커튼을 쳐 방안을 어둡게 만든다.


어두워진 방 안 침대 위에서 하윤은 휴대전화 화면을 켠다.


진호와의 카톡 대화 창을 화면에 띄워 답장 남긴다.


1 피곤해서 누웠는데 잠들었어


1 어쩔 수 없잖아. 괜찮아


1 내일 새벽 촬영이라 지금 자려고 해


1 몸조심하고 또 연락하자


휴대전화 화면이 꺼지자,



하윤의 방은 암흑처럼 깜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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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6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8 1 11쪽
»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1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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