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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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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90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2.01 22:05
조회
39
추천
1
글자
11쪽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DUMMY

하윤은 어쩔 수 없이 의자에 분홍색 헬멧을 올려놓고,


자리에 서서 대본을 보며 긴장을 풀어본다.


스튜디오 안은 인트로 촬영 리허설 최종 점검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본 촬영 전 최종 리허설을 준비하는 출연자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서서 카메라를 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일기 예보 세트 앞에 하윤과 도연은 손을 앞으로 모으고 3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던 여자 PD의 사인에 1, 2, 3 번 카메라에 빨간색 녹화 불이 켜진다.


스튜디오 위에서는 카메라가 달려있는 지미집이 동선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고,


반원을 그리며 스튜디오 바닥에 깔려 있는 레일 위에 4번 카메라도 레일을 따라 이동한다.


하윤은 3번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시작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4번 카메라와 지미집 카메라가 하윤을 비춘다.


스튜디오 조명이 미소가 아름다운 하윤을 향해 밝게 비춘다.



***



첫 공연이 끝난 사랑 소극장 무대 위는 모든 조명이 꺼진 상태로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피아노를 비치는 핀 조명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마치 고장 난 가로등 불처럼 피아노를 향해 깜박인다.


양준태는 오퍼실에 생각하는 로뎅 자세로 앉아 왼손은 턱을 괴고,


오른손은 조명 콘솔 위 핀 조명 스위치를 ’딸깍딸깍’ 만지고 있다.


시선은 텅 빈 무대 위에 꽂혀 움직이지 않는다.


고뇌에 찬 깊은 한숨 소리가 비에 젖은 채 옆에 서 있는 나희와 경주를 긴장하게 만든다.


콘솔을 만지던 양준태의 오른손이 멈추자,


무대 위에 핀 조명이 분위기 좋게 피아노를 비춘다.


나희가 무대위를 바라보면 주황색 핀 조명을 입고 있는 피아노의 느낌이 좋아 보인다.


입에 지퍼를 채운 듯 꾹 닫고 있던 양준태의 입이 서서히 열린다.


“오늘 첫 공연인데. 니들 뭐하는 거야? 한놈은 공연 다 끝나니까 스쿠터를 타고 나타나고. 한놈은 화장실에서 똥 싸다가 나타나고. 오늘 니들한테 정말 실망했다. 홍보는 했는지 안했는지 관객은 꼴랑 5명. 그중 내 지인이 4명이다. 슬픈 얘기지만 경주가 남자 친구하고 안 헤어졌으면 오늘 관객은 제로다. 영 명. 빵 명이라는 거지.”


나희와 경주는 손을 앞으로 모아 다소곳이 고개를 푹 숙이며 동시에 말한다.


“죄송합니다.”


“연출님, 죄송합니다아.”


양준태 ‘아니야 아니야 그 정도로는 안돼’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콘솔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톡’소리내며 친다.


“니들 혹시 여기서 취미 생활하는 거야?”


나희와 경주는 다시 한번 고개 숙인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도리도리질하던 양준태의 머리가 멈추더니 끄덕끄덕으로 바뀐다.


“그래그래, 죄송하지. 야, 도나희?”


고개 숙이고 있던 나희가 양준태를 바라본다.


“네?”


“니 의견을 따라서 공연 수정도 하고, 홍보도 했는데. 왜? 관객은 없는 걸까?”


양준태는 나희의 눈을 바라보며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나희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차, 차. 많아질···.”


양준태는 나희의 말을 무 자르듯 싹둑 자르며 목소리 높인다.


“차, 차. 많이. 차, 차. 라고?”


나희는 말없이 고개 숙인다.


양준태는 ‘허험’ 헛기침하며 목소리 가다듬고 톤 낮춘다.


“나희 너. 내 월세 보증금 이 공연에 다 넣은 거 알지? 이번 공연 망하면 나는 오갈데도 없다.”


양준태의 찌질한 말에도 나희는 오늘 큰 잘못했다는 걸 알기에 일단 받아 주기로 한다.


“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옆에 서 있는 경주가 말을 보탠다.


“연출님,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아.”


노력하겠다는 나희와 경주 말에 양준태는 몸을 돌려 나희와 경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두 사람 모두 빗물에 얼굴과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양준태는 몇 가닥 남지 않은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한다.


“나희야, 경주야. 노력은 모든 사람이 다 한다. 중요한 건 잘해야 하는 거야. 살아남는 건 잘하는 사람이지.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야.”


나희는 속으로 ‘오오’ 하며 양준태의 말이 참 멋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경주는 쉬지 않고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나희는 양준태의 말에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양준태는 오늘 잔소리는 여기서 끝이라는 걸 알리듯 손바닥을 마주쳐 박수를 한번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래, 지나간 일은 지나갔으니까 묻어 버리고. 앞으로 힘내서 잘해 보자.”


나희와 경주가 긴장한 자세를 풀며 동시에 대답한다.


“네.”


“네에.”


“자. 그럼 무대 정리하고, 저녁 공연 준비하자.”


양준태가 말을 끝내고 느린 걸음으로 오퍼실을 나가려는데.


나희가 앞을 가로막는다.


“뭐야? 할 말 있어?”


나희는 젖은 얼굴을 손으로 쓱쓱 문질러 닦아내고 말한다.


“네, 연출님. 저녁 공연은 저 혼자 준비할테니까. 오늘은 경주 먼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나희는 눈을 크게 깜빡이며 양준태에게 사인을 보낸다.


‘밖에서 경주 남친이 기다리잖아요’ 라고.


경주는 매달리듯 나희의 팔을 잡고 말한다.


“언니, 저 괜찮아요오.”


양준태는 나희의 사인을 받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눈 깜빡이더니,


방금 전 남자친구와 격정적인 키스하던 경주의 모습을 떠올린다.


손가락을 바깥쪽을 향해 흔들며 갑자기 호탕하게 웃는다.


“하! 하! 하! 하! 그래그래. 경주야, 넌 오늘 여기서 퇴근해.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도록.”


경주는 잠시 이성을 잃었던 자신이 부끄러운 듯 하얀 얼굴이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다.


느린 말투에 말까지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저, 저. 지, 지, 진짜 괜찮은데요오.”


양준태는 손에 묻은 물이라도 털어 내듯 손을 털며 빨리 가라고 손짓하고 오퍼실 나간다.


“가, 가. 빨리 퇴근해.”


나희는 조명 콘솔을 만져 무대 위 조명을 모두 켜고,


빨갛게 달아오른 경주의 얼굴을 바라보고 ‘내숭쟁이’ 하며 묘한 표정짓는다.


경주는 나희의 시선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한다.


“언니이. 저 진짜 괜찮거든요오.”


나희는 양준태를 똑같이 흉내를 내며 빠르게 손을 털고 오퍼실을 나간다.


“가, 가. 빨리 퇴근해.”


경주는 치아 교정기가 다 보이도록 활짝 웃으며 나희 뒤를 총총걸음으로 따라간다.


소품 정리를 위해 무대로 성큼성큼 걸어 가는 나희의 옷깃을 경주가 살짝 잡아 세운다.


“언니, 그럼 소품 정리는 도와주고 갈게요오.”


나희는 멈춰 서서 뒤에 있는 경주를 향해 엉덩이를 뒤로 밀며 장난스럽게 밀어붙인다.


“가, 가, 가. 난 소지섭이 기다리면 일 때려치우고 간다.”


“언니이···.”


나희는 뒤돌아 경주를 바라본다.


“단발머리 소지섭은 어디 있어?”


경주는 치아교정기를 환하게 보이며 말한다.


“요 앞. 커피숍에요오.”


“야, 그럼 빨리 가서. 좀 전에 하던 키스 씬, 연결해서 붙여야지.”


나희는 키스하듯 입을 쭉 내밀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경주는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어머, 어머어. 무슨 키스 씬 요오?”


나희는 경주의 등을 밀어 출입문 앞까지 밀어낸다.


“이런 짐승, 다 봤어.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가. 그리고 오늘 스쿠터 고마웠다.”


극장 방음문이 열리고,


경주는 힘없이 밖으로 밀려 나간다.


“언니, 고마워요오. 내일 일찍 올게요오. 내일 봐요오.”


“데이트 잘해. 그리고 데이트할 시간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하고.”


“언니이···.”


나희는 경주에게 손을 흔들고 갈색 방음문을 닫는다.



***



조명 불빛들이 넓은 보도국 스튜디오 안을 밝게 비춘다.


본 촬영을 준비하는 출연자와 스텝들이 긴장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다.


여자 PD는 긴장한 표정으로 5대의 모니터를 보며 ‘큐’ 사인한다.


1, 2, 3, 4번 카메라와 지미 집 카메라에 빨간 불이 켜지며 녹화가 시작된다.


뉴스 스튜디오에 나란히 서 있는 남자 아나운서와 여자 아나운서가 멘트를 시작한다.


뉴스 스튜디오 오른쪽 일기예보 세트 앞에 하윤과 긴장한 표정의 도연은 3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하윤은 최종 리허설처럼 하면 된다는 여자 PD의 말을 생각하며 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4번 카메라와 지미집 카메라가 뉴스 스튜디오에서 일기예보 세트 앞으로 이동하고,


여자 PD는 손을 들어 ‘큐’ 사인한다.


3번 카메라와 레일 위 4번 카메라 지미집 카메라가 동시에 하윤과 도연을 비춘다.


도연이 먼저 멘트를 하고,


하윤은 밝은 미소와 깨끗한 음색으로 마무리 멘트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정확하게 전해 드리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자 PD는 모니터 화면 속 미소 띤 하윤이 멘트를 끝내자,


“컷” 외친다.


스튜디오 위 조정실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간부들 중 40대 중반의 남자 CP가 여자 PD에게 무전을 한다.


“오케이. 수고했어.”


여자 PD는 무전을 듣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친다.


“오케이 입니다. 오늘 수고하셨어요.”


스튜디오 안은 일제히 긴장감이 사라지고 여기저기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외친다.


하윤도 긴장을 풀고 스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데,


최근 인기가 상승중인 걸 보여주는 듯 젊은 스텝들이 우르르 달려와 하윤을 둘러싸고 사인과 사진찍기를 요청한다.


스텝들에게 둘러싸인 하윤을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도연은 스튜디오를 먼저 빠져 나간다.


하윤은 밝은 미소로 사인을 하고 스텝들과 함께 사진 찍는다.


이런 상황이 조금은 얼떨떨하다.


역시 잠실 구장 시구가 대중들에게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듯하다.


스튜디오 위 조정실에 앉아 있는 간부들도 스텝들에게 둘러싸인 하윤을 보며 하윤의 인기를 실감한다.


멀리 모니터 앞에서 지켜보는 여자 PD는 흐뭇한 얼굴로 하윤을 보고 있다.


스텝들 하나 둘 돌아가고,


하윤은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고 지치지만 내색하지 않고 밝은 미소를 유지하며 분홍색 헬멧을 손에 들고 보도국 스튜디오를 빠져나간다.



***



나희는 사랑 소극장 무대 위에서 소품 정리 중이다.


경주가 해야 할 일까지 혼자서 준비하는 중이라 마음이 급하다.


관객은 없었지만 객석을 청소하며 ‘콜록콜록’ 기침한다.


배우들의 저녁 도시락이 도착하자,


분장실에 있는 배우들에게 가져다주기 위해 무대 뒤 검은색 커튼을 열고 분장실로 들어간다.


저녁 도시락을 반기는 배우들과 달리 규혁은 분장실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고 있다.


자신의 턱 선을 쓸어 만지며 감탄하더니. 나희에게 딴지건다.


“야, 기획. 관객이 너무 없지 않아?”


나희는 대꾸하기도 귀찮은 듯 빠르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홍보에 대한 고민은 하는 거야?”


“네. 죄송합니다.”


나희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도시락 봉투에서 김밥 한 줄을 꺼내 분장실을 빠져나간다.


규혁과 배우들은 예상하지 못한 나희 반응에 ‘뭐야? 뭐지?’ 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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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6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8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6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30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3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40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7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3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9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2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4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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