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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77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4.18 22:05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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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0화. 오늘부터 1일

DUMMY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고, 진호는 뒤뚱거리며 뒷걸음치다가 벌러덩 넘어져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알몸으로 바닥에 누운 진호는 창피함에 죽고 싶었다.


“아이고.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나희는 알몸으로 누워 있는 진호의 몸을 넘어가 현관문을 열어 줬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강아지 마루의 분홍색 이불을 진호 알몸에 던져서 덮어줬다


태어나서 도나희에게 이보다 값지고 감동적인 선물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진호가 마루의 이불로 알몸을 돌돌 말자.


자기의 이불을 빼앗긴 마루가 달려와 이불을 물고 놔주지 않았다.


진호는 슬픈 눈으로 마루를 내려다봤다.


말은 하지 않지만 ‘마루야 미안해 제발 나 좀 살려줘라’ 눈빛이었다.


마루는 진호와 눈이 마주치자, 인심 쓰듯 입에 물고 있던 자기 이불을 놔줬다.


진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마치 굼벵이 같았다.


친구들에게 알몸을 보여주다니.


사랑하는 여자 친구 하윤 앞에서 알몸으로 달리다니.


진호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



샤워를 마친 진호는 트레이닝복을 깔끔하게 입고 동공이 풀린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방금 전 치욕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떠나질 않았다.


영화 맨 인 블랙에서 봤던 기억을 삭제하는 펜을 구하고 싶었다.


1층에 내려가 빛기억을 삭제하는 빛을 뿌리고 싶었다.


앞으로 하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왜 하윤과 나희 사이를 의심했을까?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진호는 아직 젖어 있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괴로워했다.


이때 2층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차! 현관문을 잠그지 않았다.


조금 전부터 갑자기 대인기피증이 생긴 진호는 소파에 등받이를 향해 몸을 돌려 얼굴을 묻었다.


하윤이면 어쩌지?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


“진호야?”


휘파람을 불며 엄지척 했던 절친 민준이다. 아니 민준이 새끼였다.


2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민준은 거실을 향해 머리를 삐죽 내밀었다.


2층 진호의 집 구조는 1층 나희 집과 비슷했다.


“진호야?”


진호를 부르며 슬금슬금 거실로 향하는데, 진호는 소파 등받이에 얼굴을 묻고 민준 방향을 등지고 누워 있었다.


하얀 알몸으로 뛰어다녔던 진호는 트레이닝복을 깔끔하게 입고 있었다.


민준의 시선은 진호의 엉덩이로 갔다.


진호의 뒷모습을 보고 탐스러운 복숭아가 떠올랐던 민준은 알몸 상태의 진호 엉덩이 골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웃음을 꾹 참고 말했다.


“진호야. 너 괜찮아?”


진호는 당연히 괜찮지 않을 것이었다. 민준은 예의상 위로의 말을 던졌다.


진호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민준은 진호에게 다가가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민준은 어떤 위로의 말을 해 줘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이마를 긁으며 생각했다.


진호는 알몸으로 곧 서른이 되는 친구들 앞에 서 있었다.


민준은 친구인 진호가 독특한 성적 취향이 있을 거로 의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진호의 행동은 참으로 기이했다.


진호가 그렇게 싫어하는 나희의 방안에서 알몸으로 서 있었다.


그것도 딸꾹질하면서.


진호가 이불을 두르고 1층 현관문을 빠져나가자.


놀란 하윤은 눈물을 흘렸고, 나희는 하윤을 위로 했다.


하윤은 소파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진 듯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나희와 소민은 하윤 옆에 앉아 진호를 욕하기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발작으로 진호의 알몸 달리기를 옹호했다.


알몸 상태로 집 밖으로 나가 대학로를 달리지 않는 게 다행이라며.


민준은 주방 식탁에 앉아 그 모습을 쭉 지켜봤다.


처음 진호의 알몸을 보고 민준은 꿈인 줄 알았다.


진호가 현관문에 부딪쳐 뒤로 벌러덩 눕는 모습을 보고 현실임을 깨달았다.


진호는 왜 알몸으로 1층에 나타났을까? 생각해봤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친구들의 위로를 받던 하윤은 카카오 택시를 불렀고 가방을 챙겨 말없이 1층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나희와 소민은 하윤을 따라 나갔고, 나희와 소민이 돌아오지 않자 민준은 어슬렁거리며 마당으로 나갔다.


소민은 평상에 앉아 있었고 나희는 소민 앞에 서서 전자 담배를 입에 물고 1층 현관 앞에 서 있는 민준을 향해 연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앞에 앉아 있는 소민과 자기를 번갈아 바라봤다.


“오늘부터 1일?”


나희는 손가락 하나를 펴 들고 말했다.


“민준이 너 소민이 울리면 나한테 죽어.”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주먹을 쥐어 보여줬다.


소민은 뒤돌아 민준을 바라봤고, 민준은 해맑게 미소 지었다.


얼굴에는 미소를 지었지만 주먹 쥔 나희가 진짜 죽일까 봐 살짝 걱정도 됐다.


소민에게 잘하면 된다.


민준은 어젯밤 소민의 방에서 잤다. 술에 취해 실수한 것은 아니다.


노래방에서 민준은 소민의 손을 잡고 노래했다.


통통한 소민의 손은 참 따뜻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소민의 볼이 귀엽게 보였다.


노래하면서 소민의 눈을 마주쳤다.


초롱초롱 빛나는 소민의 눈 속에 민준의 모습이 보였다.


심장이 울컥하며 울렁거렸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노래방 안은 멜로디만 흘러나왔다.


소민도 노래를 멈추고 민준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소민의 얼굴이 민준에게 다가왔다. 민준은 두 눈을 감았다.


소민의 입술이 민준의 입술에 다가왔다. 부드러웠다.


빨개진 소민의 볼이 민준의 볼에 다가왔고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어? 어? 어?”


술에 취해 소파 구석에 앉아 있던 진호는 입맞춤하는 소민과 민준을 보며 소리쳤다.


민준은 진호의 외침에 눈을 떠 소민을 바라봤다.


그제야 소민의 얼굴이 다가온 것이 아니고 자기 얼굴이 소민의 얼굴에 다가간 것을 알았다.


진호는 그 외침을 끝으로 소파 옆으로 쓰러졌다.


하윤은 나희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고, 나희는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눈감고 있었다.


노래 멜로디는 계속 흘러나왔고, 민준은 소민의 빨간 볼을 두 손으로 잡고 찐한 키스했다.


소민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소민아 우리 사귈까?”


민준이 눈감고 있는 소민에게 먼저 고백했다.


소민은 눈을 서서히 뜨며 대답했다.


“음.”


소민은 민준의 눈에 자기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멸치처럼 깡마른 민준은 통통한 소민을 품 안에 꼭 끌어안고 노래를 마쳤다.


그리고 소민의 방 침대에서 소민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단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 일찍 남자의 괴성을 듣고 잠에서 깰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어제는 모두 술에 취했다. 민준도 마찬가지였다.


숙취가 남아 있던 민준은 어젯밤 일들이 꿈처럼 다가왔다.


소민의 방 밖에서 들려온 괴성을 듣고 처음엔 꿈이라 착각했다.


괴성을 따라 방문을 열었고, 알몸으로 서 있는 진호를 본 것이다.


그랬던 진호가 지금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을 돌린 채 소파에 누워 있다.


이유가 궁금했다.


도대체 왜 알몸으로 1층 집안을 달려야만 했는지.


그것도 여자들만 있는 집안을.


진호가 사랑하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하윤이 있는 곳에서 어떤 자신감이었는지 모든 게 궁금했다.


민준은 진호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진호야? 진호야? 자는 거야? 너 괜찮아?”


“미안. 나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 좀 나가 줄래.”


진호는 몸을 꿈틀하며 말하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더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민준은 진호에게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진호의 상태를 궁금해하는 나희와 소민에게 민준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민준은 위로의 손짓으로 진호의 어깨를 토닥토닥하며 말했다.


“어. 그래.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힘내라. 괜찮아지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아! 그리고 트레이닝 복, 참 잘 어울린다.”


민준은 위로를 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호하게 말하고 2층 현관문 열고 나갔다.


머릿속이 복잡한 진호는 이 모든 일이 제발 꿈이길 바랐다.



***



수요일 공연도 매진이었다.


지겹게 내리던 봄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 위에는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소민은 흰색 스피치의 미용을 끝내고 가게를 나가는 스피치 주인에게 인사했다.


가게 안 의자에 앉아 창밖과 소민을 번갈아 보던 민준은 손님이 나가자 재빨리 청소를 시작했다.


의자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려 털들을 빨아냈다.


소민은 그런 민준을 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민주나 내가 할게 내버려 둬.”


“소민이 넌 쉬고 있어. 나 청소 잘해. 진짜야.”


민준은 청소기를 돌리며 대답했다.


하루 사이에 두 사람은 다정한 커플이 되었다.


소민은 민준 손에 들려 있는 청소기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이리 줘. 내가 할게.”


“아니야. 내가 한다니까. 다 했어.”


민준은 청소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 손에 힘줬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옥신각신 중이었다.


이때 민준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민준은 청소기를 끄고 테이블 위 휴대전화기를 바라봤다.


휴대전화 화면에 ‘엄마’가 떠 있었다.


민준은 어제 엄마에게 집에 못 들어간다는 카톡을 보냈었다.


민준 엄마는 웬일인지 카톡을 확인하고 답장하지 않았다.


시각은 오후 4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오후 4시는 민준 엄마가 골프 치고 집에 돌아올 시간이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아들이 아직 집에 오지 않은 것을 알고 전화해본 것이다.


민준은 휴대전화 통화버튼을 누르고 스피커를 귀에 가져다 댔다.


“어. 엄마.”


“아들. 왜 아직 안 들어 왔어?”


엄마는 하나뿐인 아들 민준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아직 진호네 집이야?”


“아니 진호네 집은 아니고. 그냥 대학로에 있어.”


민준은 통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소민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소민은 민준이 엄마와 통화하면서 자기 시선을 피하자. 서운한 표정으로 가게 안을 정리했다.


소민은 가게에 따라온 민준에게 집에 가라고 했다.


그런데 민준은 집에 가지 않고 가게 안을 지켰다.


소민도 그런 민준이 은근 좋았다.


그런데 민준은 엄마와 통화하면서 자기 눈치를 보며 점점 멀리 갔다.


저러다 가게 밖에 나가서 통화할 것 같았다.


소민은 자기의 존재를 말해 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부터 사귀기로 했는데 자기의 존재를 말하는 건 완전 오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기 앞에서 저렇게 눈치까지 보면서 통화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소민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려고 가게 안을 정리했다.


하지만 가게 벽에 붙어 있는 거울에 비치는 소민의 얼굴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준은 소민의 시선을 피해 가게 문 앞을 서성이며 엄마와 통화했다.


“엄마. 놀라지마. 나 진짜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


소민이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작게 만들어 말했다.


“진짜야. 오래 만난 건 아닌데. 너무 좋아. 만나 보면 엄마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민준은 그동안 여자를 사귀면서 먼저 엄마에게 말한 적은 없었다.


엄마가 눈치를 채고 물어볼때까지 아예 이야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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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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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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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5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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