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85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3.25 21:05
조회
27
추천
0
글자
11쪽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DUMMY

진호는 최근 통화 목록에서 하윤을 찾아 통화 버튼 누른다.


신호음이 가자, 집착하는 자신이 못나 보인다.


최대한 침착하게 돌려서 말하려고 머리를 굴린다.


신호음이 이어지고, 하윤의 맑은 목소리가 곧 들릴 것 같다.


침착 하자. 침착 하자.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신호음이 이어지는데, 하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음성사서함으로 돌아가자, 전화 끊는다.


진호는 더욱 불안해진다.


통화 버튼을 다시 누른다.


신호음이 이어지고, 이번에도 하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공연은 끝이 났을 시간이다.


그렇다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혹시 첫사랑과 함께 공연을 본 게 아닐까? 의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이런저런 생각에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불안하게 울리는 신호음은 처음 듣는다.


진호는 나희와 소민이 하윤의 첫사랑과 함께 술 마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희와 소민은 하윤과 하윤의 첫사랑이 잘되길 바란다며 키득거린다.


나희와 소민은 분명 내 편은 아니다.


하윤은 세 번째 전화도 받지 않는다.


진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는데.


민준이 진호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붙잡는다.


“잠깐만, 진호야. 집착하는 것처럼 계속 전화하고 그러지마.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민준의 말에 진호는 다리 떨며 바라본다.


민준은 침착하게 말한다.


“자. 진정하고 생각해봐. 하윤씨 첫사랑을 진호 너는 어떤 존재인지 모르잖아. 근데 방송 예고에 보면 최근에 만났다는 거고? 곧 만나기로 했다는 거잖아? 그럼 최근에 언제 만났냐는거지?”


진호는 덜덜 떨던 다리를 멈추며 민준의 말에 빠져든다.


“이모님. 여기, 콜라 한 병 주세요.”


입이 타는지 콜라를 주문하고 민준에게 말한다.


“맞아. 언제일까? 나 출장 간 사이?”


진호의 말에 민준은 옳거니 하며 무릎을 탁 치며 말한다.


“그래, 시간을 돌려보자. 출장 가는 날 마지막 연락은 언제 했어?”


진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며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본다.


“하윤이랑 함께 집에 갔는데, 갑자기 지진이 발생했지. 그리고 더 갑자기 무인도에 출장을 가게 됐어. 그날은 비가 흩날렸고···.”


혼자 주문을 걸듯 중얼중얼거린다.


“하윤이가 우리 집에서 택시를 타고···. 내가 배 타기 전에···.”


민준은 진호의 눈빛에 점점 빠져들어간다.


홀 서빙 이모님은 콜라 가져다주며 흉측한 표정으로 중얼대는 진호를 보고 미간에 주름잡는다.


테이블 위에 콜라를 올려놓고 혀를 차며 돌아간다.


진호는 빈 잔에 콜라를 따라 마시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민준도 콜라 따라 마시고 진호의 입에 시선을 집중한다.


진호의 입술이 열리며 ‘꺼어억’ 트림이 나온다.


집중했던 민준은 더럽다.


“에이 새끼.”


진호는 탄산의 향이 코끝에 남아 코가 찡한다.


눈에서 눈물도 흐른다.


눈물을 닦아내고 이어서 말한다.


“미안 미안. 내가 섬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톡을 했거든. 근데 하윤이가 나 출장 가는 동안 누굴 만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을 것 같은데.”


민준은 수사하는 형사처럼 눈을 작게 만들며 추측한다.


“그래? 그럼 분명히 출장 가기 전에 만났네.”


민준이 진호에게 콜라 따라주자, 진호는 잔을 들고 생각해 본다.


“아니야, 아니야. 그럴 시간이 없었어. 없어.”


민준은 김빠진다는 듯 말한다.


“니가 24시간 지켜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확신을 해.”


진호는 아니라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콜라를 원샷한다.


“하윤이가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 차라리 잘됐다. 이 기회에 프러포즈 하고, 결혼도 빨리 서둘러야겠다.”


민준은 입안 가득 바람을 넣어 풍선처럼 빵빵하게 불어넣었다 뺀다.


“진호야. 내 생각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이럴 땐 모르는 척, 쿨 하게 하는 모습도 괜찮은 방법 같은데.”


진호는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민준의 눈을 바라보며 손으로 턱을 받쳐든다.


“쿠울??”


민준의 눈은 진호를 향해 반짝 빛을 낸다.


자칭 연애 박사 민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넌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든, 사랑이든, 집착하면서 손에 쥐려고 하면 바로 멀어진다.”


진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 끄덕이더니 살며시 눈을 뜬다.


“집착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음. 내가 계획했던 대로 하란 말이지.”


민준은 소주잔 들며 ‘바로 그거야’ 하는 얼굴로 마시고 말한다.


“그래. 마음 넓은 남자. 난 너의 모든 걸 사랑해. 그런 느낌으로 접근 해야지. 쇼 프로는 말 그대로 쇼잖아. 사전에 미리 짜고 녹화했을 수도 있고, 아직 방송을 본 것도 아니고, 방송 보고 웃으면서 하윤씨한테 물어볼 수 있잖아? 쿨 하게?”


진호는 이마를 툭툭 치며 말한다.


“바보, 바보. 내가 너무 앞서갔지?”


민준은 빈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한다.


“그래. 조금만 더 여유를 가져봐. 하윤씨 같은 여자를 집착하면서 사귈 수는 없잖아.”


진호는 민준의 말에 100% 동의가 된다.


역시 민준이는 연애 박사다.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바보처럼 순간 흥분해서 집착했다.


하윤이는 진호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놀랄 것이다.


이제 진호는 세 번이나 전화했던 이유를 어떤 변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지 고민해야 한다.


진호는 소주잔을 들어 민준에게 건배를 청한다.


민준도 흡족한 표정으로 진호의 소주잔에 자기 잔을 부딪친다.


진호는 건배하며 민준에게 말한다.


“고맙다. 민준아!”



***



대학로 거리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네온사인 간판들은 반짝거리며 경쟁하듯 자신의 가게를 알리고 있다.


노란 우산을 든 하윤, 검은색 커다란 우산을 든 나희, 작고 투명한 우산을 든 소민이 나란히 걸어간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하윤을 힐끗힐끗 바라본다.


외모도 외모지만 짧은 숏 팬츠에 긴 다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하윤은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켠다.


진호에게 세 번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공연 보는지 알고 있을 텐데 무슨 일이지? 생각한다.


“공연은 어땠어?”


나희가 묻자. 하윤은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대답한다.


“음, 공연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너무 재미있게 잘 봤어. 고백할 때, 나희 너 피아노 연주도 좋았고. 피아노는 언제 배운 거야? 잘하더라.”


하윤의 말에 소민이 쉰 목소리로 말한다.


“나희가 특별히 잘하는 건 없는데. 뭐든 평타 이상은 하지. 안 그래?”


나희는 소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피식 웃는다.


하윤도 미소 지으며 무심코 말한다.


“펜싱 잘하지 않았어?”


나희는 하윤의 말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 끄덕인다.


소민은 자리에 서서 놀란 눈으로 하윤에게 말한다.


“하윤아, 니가 나희 펜싱한 건 어떻게 알아?”


하윤과 나희는 나란히 걷다가 멈춰 서서 뒤에 있는 소민을 바라본다.


나희도 생각해 보니 소민의 말이 맞다.


중, 고등학교 때 펜싱 선수였던 나희를 하윤이 어떻게 아는 걸까?


중학교는 다르고, 고등학교는 한학기도 마치지 않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고 했는데.


나희도 하윤을 바라본다.


비 내리는 대학로 골목길에 우산을 든 세 사람이 삼각형을 이루며 서로를 바라본다.


하윤은 ‘아차’ 하며 난감한 표정지으며 뭐라고 말하지 고민한다.


‘그냥 말해 버릴까? 나희야 중 3때 학원 뒤 건물에서 고등학생 남자들이 날 위협할 때 구해 준 사람이 바로 너야. 너를 찾아 다녔는데 같은 고등학교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너를 너무 좋아했어. 펜싱 하는 모습을 몰래 지켜봤고. 그때마다 너무 설레었어.’


소민은 당황하는 하윤을 위아래로 스캔하며 바라본다.


나희의 검은색 우산이 하윤의 노란색 우산을 툭 친다.


“야! 너. 오진호한테 들었지?”


“어? 어, 어.”


나희의 말에 하윤은 엉겁결에 동의한다.


정말 다행이다.


이런 분위기에 할 말은 분명 아니었다.


나희는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한다.


“그럴 줄 알았어. 내 욕은 안 해?”


“어? 안 하던데.”


하윤은 대답하며 나희와 발 맞춰 걸어간다.


소민도 짧은 다리로 따라가며 진호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투덜대며 말한다.


“진호는 하윤이 너가 유명해서 지켜 주려고 그러는지. 우리 한테 니 얘기 한마디도 안 하더라. 그래도 함께 사는데. 여자 친구 정도는 사귀는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둘이 비밀 연애 계약서그런 거 쓰고 사귀는 건 아니지?”


하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소민을 향해 우산을 들고 말한다.


“아, 아니야. 사람 만나면서 무슨 계약서를 써.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윤이 말하는데, 옆을 지나가는 30대 남자가 하윤을 바라보며 걷다가 길가에 세워둔 갈비집 바람 풍선에 머리를 박고 넘어진다.


소민은 30대 남자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저런 거 보고도 그래? 너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잖아.”


하윤은 우산으로 얼굴 가린다.


나희는 이런 상황이 그저 재미있다.


하윤은 대화 주제를 바꿔 소민에게 공연 중 첫사랑 여자 친구에게 고백했던 20대 남자 이야기를 꺼낸다.


남자와 여자는 처음 만난 날 서로 비호감이라 말하고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며 헤어졌다.


그런데 우연히 계속 마주쳤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자기 의지가 아닐 수도 있다.


두 연인처럼 몇 번의 우연을 겪었다.


계속되는 우연은 운명이었다.


운명이라는 힘이 사랑을 맺어준 것이다.


소민은 고백남을 생각하며 꺄르르 웃는다.


나희는 소리내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하윤은 자신도 운명의 힘을 믿고 싶다.


세 사람의 대화는 잠시 멈춘다.


말없이 걸어가던 나희는 바닥에 고여있는 빗물을 보며 하윤에게 묻는다.


“도대체 비는 언제까지 오는 거야?”


하윤은 나희를 보며 대답한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기상캐스턴데 날씨를 진짜 몰라?”


소민의 물음에 하윤은 기상캐스터 모드로 변신해 방송하듯 맑고 깨끗한 음성으로 말한다.


“서울 하늘은 봄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데요. 이 봄비는 도대체 언제 그치는 걸까요? 대학로에 나가 있는 도나희씨?”


나희는 우산을 들고 바른 자세로 서서 말한다.


“네. 대학로에 나와 있는 도나흽니다. 봄비가 졸라 지겹게 내리네요. 도대체 언제 그칠까요? 술집에 나가 있는 김소민 씨?”


소민은 우산을 들고 나희의 주위를 맴돌며 쉰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하세요 미모 빼면 시체인 김소민입니다. 오늘도 비가 내려서 한잔했습니다. 옆 테이블에 꽐라가 된 아저씨가 그러는데. 봄비가 곧 그칠 거라고 합니다. 하! 하! 하!”


소민이 말하며 웃자.


하윤과 나희도 따라 웃는다.


“하! 하! 하! 하!”


세 사람은 죽이 척척 잘 맞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골목길이 울리도록 크게 웃는다.


하윤은 나희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나희도 하윤의 눈을 보고 웃는다.


세 사람은 신난 듯 우산을 흔들며 골목을 걸어간다.




내 친구의 첫사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친구의 첫사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1 100화. 그녀들의 속마음 22.05.11 25 1 11쪽
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6 0 11쪽
99 98화. 스트레스 22.05.06 26 0 11쪽
98 97화. 진호의 부탁 22.05.04 25 0 11쪽
97 96화. 외삼촌의 과거 22.05.02 27 0 11쪽
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7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4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4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4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2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1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8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5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74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1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