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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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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8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3.14 22:05
조회
28
추천
1
글자
12쪽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DUMMY

소민이 미간에 주름을 잡고 짜증내자.


진호는 심호흡 하고 조용히 물어본다.


“무슨 피해를 줘, 그런 게 아니라. 언제 그런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냐는 거지.”


소민은 진호의 말이 기분 나쁘다.


단단히 오해했기 때문이다.


“너 궁금한 거. 니 여친한테 물어봐.”


이때 밖에서 철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호는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암초 도나희다.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에 양손 꽂은 나희가 1층 현관문 열고 들어온다.


현관문 앞에 진호와 소민이 서 있자 깜짝 놀란다.


“니들 문 앞에서 뭐해?”


나희는 진호의 입술을 바라보며 의심의 눈빛으로 다가오며 말한다.


“야, 너 입술 뭐야? 오진호 이 새끼, 너 출장 안 가고 이상한데 간거 아니야?”


진호의 눈앞에 자막 지나간다.


‘이거 봐, 상상하는 거 봐. 도나희는 하윤이랑 절대로 친하게 지내면 안된다. 안되지. 절대 안 돼’


진호가 머리 흔들자,


자막이 부서지면서 사라진다.


진호는 버럭 한다.


“돼지 눈엔 돼지 밖에 안 보인다더니. 아 휴.”


나희는 농담 좀 했다고 화를 내는 진호가 이상하다.


자기 시선에 들어오는 다리부터 가슴까지 스캔하며 올라온다.


도나희는 말랐다.


“돼지? 내가??”


진호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숨 쉬는데,


주머니 속 휴대전화 진동 울린다.


휴대전화 화면 보면 하윤이다.


“나 저녁 안 먹는다. 잘자라.”


깜짝 반기며 나희를 밀치고 2층 계단으로 달려 올라간다.


‘덩! 덩! 덩! 덩! 덩!’ 소리 내며 2층으로 올라가는 진호를 나희와 소민이 현관문 열고 바라본다.


나희는 현관 앞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보며 말한다.


“입술은 닭똥집처럼 뒤집어 까져 가지고. 삐쩍 마른 나보고 돼지라니.”


소민도 거울에 비친 나희를 보며 말한다.


“우리가 지 여친 피해 줄까봐. 그래. 치!”


나희가 거울에 비치는 소민을 보며 말한다.


“여친? 이하윤??”



***



하윤은 방송국 로비 휴게실에 앉아 진호와 통화한다.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진호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윤아. 전화가 자꾸 엇갈렸지?”


“그러게. 출장은 잘 다녀왔어?”


“음. 방금 집에 들어왔어. 하윤아, 나 내일하고 모레 이틀 쉬거든. 시간 어때?”


진호는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하윤을 빨리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전달한다.


하윤은 휴게실 안으로 여러 사람이 들어오자,


휴게실 구석 자리로 이동하며 통화한다.


“내일은 시간이 안 되고, 모레는 스케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은데.”


“내일은 도나희 공연 보는 것 같던데?”


“아, 인스타 봤구나? 응 내일 소민이랑, 나희 공연 보기로 했어.”


진호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어···.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어떻게 도나희랑 소민이랑 친하게 됐어?”


하윤은 진호의 말을 듣고 있는데,


휴게실에 여자 PD와 촬영 감독이 들어오면서 하윤을 향해 손인사 한다.


하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진호와 통화를 이어간다.


“음. 나희랑 소민이. 나 캐나다 이민 가기 전에 잠깐 다녔던 성신여고 친구더라고.”


진호는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말이 없더니,


천천히 대답한다.


“어···. 그, 그래.”


촬영 감독이 음료수를 들고 하윤의 자리로 다가오자,


하윤은 진호와 통화를 마무리한다.


“진호야, 내가 지금 길게 통화 못할 것 같아. 스케줄 보고 연락할게.”


“어? 어. 연락 줘.”


촬영 감독은 계속 통화하라며 손짓하고 음료수를 하윤 테이블 위에 놓고 간다.


“그래 끊어.”


하윤은 전화를 끊고,


음료수를 들고 여자 PD와 촬영 감독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가서 함께 앉는다.


하윤은 밝은 표정으로 두 사람과 대화한다.



***



2층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진호는 휴대전화를 손안에 꼭 쥐고 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하윤이 서 있었던 거실 베란다 창문을 바라본다.


불과 며칠 전 거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환한 미소 짓던 하윤과 키스했다.


그런데 왠지 아득히 먼 옛날일 같다.


진호는 후회가 된다.


며칠 만에 하윤과 짧게 통화를 했는데,


바보처럼 엉뚱한 말만 한 것 같다.


민준이 코치해준 대로 템포 조절이 필요했는데···.


진호는 소파에 앉은 채 거실 안을 둘러본다.


하윤과 함께 마시려고 준비했던 식탁 위 와인과 와인 잔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거실 커튼은 활짝 열린 채 깔끔하게 묶여있다.


TV 리모컨의 위치는 소파 팔걸이에 바르게 놓여 있다.


거실은 깨끗이 청소가 되어있다.


하윤이가 여기에 다녀간 흔적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진호는 지진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하윤을 집에 혼자 두고 나가는 게 아니었다.


이것도 후회가 된다.


하윤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진호는 왠지 마음속에 헛헛함이 밀려온다.


진호는 소파에서 일어서서 샤워하기 위해 움직인다.


집 앞 가로등 불빛이 2층 거실 안으로 빛을 뿌린다.


샤워기 물줄기 소리가 조용한 거실 안을 채운다.


샤워를 마친 진호는 혹시 하윤에게 연락이 왔을까 하는 마음에 휴대전화를 켜본다.


그 어디에서도 연락이 없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


진호는 자칭 연애 박사인 친구 민준에게 전화한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는데,


민준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인도에 있나 서울에 있나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네”


아래층에 나희와 소민이 있지만,


대화 상대는 아닌 것 같다.


방안 침대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이불을 턱까지 끌어 올린다.


무인도에서 2인용 라꾸라꾸 침대에 강 팀장과 살을 대고 불편하게 잤던 터라,


너무 편안하다.


내 침대가 이렇게 편안했구나? 생각하는데,


무인도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전화도 안 터지는 섬에서 갈매기들의 공격으로 입술을 다치고,


밥도, 잠도, 화장실도, 샤워도,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온다.


수면의 문이 열린다.


이때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수면의 문고리를 잡고 고민하던 진호는 하윤을 떠올리며 수면의 문을 닫고,


눈물이 굳어 붙어버린 눈을 힘겹게 뜬다.


휴대전화 화면에 ‘민준’이 떠 있다.


“에이 새끼 전화할 때는 안 받고.”


진호는 전화 받는다.


“어. 민준아.”


목이 매여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리자,


민준은 조금 당황한 듯 머뭇거리며 말한다.


“여보세요? 진호야? 나희야? 너 진호지?”


허스키한 목소리의 대명사 여자 엄태구인 도나희로 잠깐 착각한 것이다.


진호는 목소리를 다듬고 말한다.


“야. 그런 모욕적인 말하지 마라.”


“미안. 목소리가 많이 비슷해서. 너 왜 그래? 울었어?”


진호는 졸음이 쏟아져오고 스르르 눈감으며 말한다.


“아니. 자려고 누웠어.”


피곤에 찌든 진호와 달리 민준은 뭐가 좋은지 들뜬 목소리다.


“전화했던데? 그냥 한 거야? 나 휴가 내 말아?”


진호는 몸이 침대 속으로 녹아내릴 것 같다.


“야. 나 잘 거니까.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자. 응.”


“오케이. 잘자.”


민준이 말하자.


진호의 귀에서 휴대전화가 떨어져 나가 베개 옆으로 간다.


코를 새근새근 골며 잔다.



***



하윤은 오피스텔 거실 창가 투명의자에 앉아 도시의 야경을 보며 영상통화한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엄마에게 나희와 소민을 만나 친구가 됐다는 이야기한다.


“내일 저녁엔 친구랑 연극 볼 거야.”


하윤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엄마는 반가워한다.


“친구가 생겼다니, 잘됐다. 하윤이 니가 어릴 때부터 너무 작고 약해서 친구를 못 사귀고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항상 걱정했잖아. 아빠 일도 있었지만, 캐나다 이민 결정하게 된 거 너도 오십 프로는 작용했어. 아니 키가 갑자기 그렇게 크고 건강해질지 누가 알았겠어.”


하윤은 옛날 이야기에 빠져버린 엄마를 보며 웃고만 있다.


하윤의 엄마 이야기처럼 하윤은 작고 약했다.


과식하면 바로 체하고,


조금 피곤하면 열이 났다.


학교처럼 병원에 다녔다.


그러다 보니 친한 친구도 없었다.


하윤의 엄마의 시선이 식탁 위에 분홍색 헬멧으로 간다.


“하윤이 너 바이크 타니? 아님 남친 꺼야?”


하윤도 엄마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 촬영에 늦어서 한번 탔어.”


엄마는 진호에 대해 묻는다.


“그래. 남자 친구는 출장 다녀왔니?”


하윤은 휴대전화 화면 속 엄마를 보고 대답한다.


“응. 오늘 왔어.”


“함께 찍은 사진 있으면 언제든 보내 줘. 하나뿐인 딸이 만난다는 남자 친구 얼굴이 궁금하네.”


엄마의 농담에 하윤은 고민하는 듯 표정이 굳어간다.


“어···. 그래.”


“딸, 엄마 한테. 뭐 할 말 있어?”


“아, 아니. 왜?”


“표정이 딱 할 말 있는 것 같은데?”


하윤은 밝은 표정 짓고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그래? 그럼 그만 통화하고, 빨리 자.”


“그래야겠다. 엄마 끊어.”


하윤 전화 끊고 식탁 위 분홍색 헬멧을 바라본다.


비를 맞고 대학로에서 상암동까지 스쿠터를 타고 달렸던 나희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도 모르게 볼이 살짝 올라가며 미소가 만들어진다.


방으로 걸어가 침대 위에 눕는다.


불 끄기 전 휴대전화 카톡 어플 열어 진호에게 카톡 남긴다.


1 나 이제 자려고 내일 연락할게



방 조명을 끈다.


창밖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거실 창을 통해 비친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더니, 방 조명을 켠다.


휴대전화 화면에 인스타 어플을 띄워 소민의 인스타 본다.


최신 업데이트 사진은 유기견센터 강아지들의 사진이다.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는 사진들 보면,


강아지 산책시키는 키 큰 여자의 엉거주춤하는 뒷모습 사진을 본다.


나희를 아는 사람만 나희라는 걸 알 수 있는 사진이다.


하윤은 미소 지으며 눈 감는다.



***



서울의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며칠 동안 봄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1층 현관문이 열리고,


청바지에 베이지색 야상 점퍼를 걸친 나희가 우산을 들고 나온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마당 화단에 피어난 라일락 꽃 향기를 담아 나희 코끝에 전달한다.


나희는 화단에 다가가 보랏빛 라일락 꽃의 꽃망울을 손으로 만져 본다.


진한 라일락 꽃 향기가 몸속 깊이 들어온다.


꽃 향기를 느끼며 생각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후 웬일인지 공연이 매진됐다. 오늘도 힘내자.’


2층 거실 소파에 누워 1층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진호는 1층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베란다에 나와 나희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갈매기들의 공격받아 뒤집어 까졌던 입술은 조금 진정이 됐지만 상처자국이 선명하다.


무인도 출장을 다녀온 후 진호의 완벽한 이상형이자, 여자 친구인 하윤과 왠지 모를 거리감이 생겼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진호는 밤새 고민했고,


진호의 심증의 눈이 악마의 꼬리를 요사스럽게 흔들고 있는 도나희와 김소민에게서 멈췄다.


무인도 출장을 간 사이 하윤은 나희와 소민과 친구가 되어 있었다.


‘혹시 도나희와 김소민이 하윤이와 나 사이를 훼방 놓으려고 장난친 거 아니야?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아니야. 도나희와 김소민은 언제든지 훼방 놓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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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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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6화. 외삼촌의 과거 22.05.02 26 0 11쪽
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6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3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3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1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74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0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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