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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3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4.27 22:05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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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DUMMY

오선희는 경주를 보며 눈꼬리를 길게 올리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나희는 매표소 안에서 정신없이 예매를 확인했고, 경주는 매표소 밖에서 관객들을 안내했다.


경주는 오선희와 소민을 보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소민의 애견 미용실에서 경주를 처음 만났을 때 차갑게 대했던 일이 떠올라 미안 했다.


나희가 원숭이 탈을 쓰고 초딩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모습에 화가 났었다.


괜히 처음 보는 나희와 함께 일하는 경주에게도 차가운 모습을 보여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경주는 신기한 눈으로 선희와 눈을 마주치며 치아교정기가 보이도록 씩 웃었다.


소민은 민준 생각에 경주의 인사에 답하지 못했다.


너무 신경 쓰인다.


마마보이처럼 엄마에게 칭얼대는 민준이 너무 짜증 난다.


미안 하지만 오늘은 사과하고 싶지 않다.


오늘이 1일인데. 1일부터 꼬여간다.


이러다가 2일이 올지 모르겠다.


1일로 끝나는 게 아닌지 불안함이 밀려왔다.


남자를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소민아 넌 이 공연 봤어?”


민준의 생각에 빠져 있던 소민에게 선희가 말했다.


“어? 어···.”


소민은 봤다고 해야 할지 안 봤다고 해야 할지 고민했다.


지금까지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을 네 번 봤다.


오늘 보면 다섯 번째다.


“어···. 보긴 봤는데. 재밌어.”


소민은 애둘러 말했다.


“어머 나 때문에 또 보는 거야?”


놀라는 듯 말하는 선희에게 소민은 말했다.


“아 괜찮아. 손님도 없고. 내가 언제 너처럼 유명한 사람하고 함께 공연을 보겠어.”


사실 어제도 선희처럼 유명한 하윤과 공연을 봤다.


소민은 선희의 기분을 맞추는 말했다.


“김소민 넌 옛날부터 진짜 의리 있었어. 고맙다.”


선희는 매표소를 향해 줄어가는 관객들을 따라 걸으며 소민을 치켜세웠다.


내가 의리 하나는 끝나지.


소민은 선희의 말에 얼굴이 밝아졌다.


선희는 매표소가 가까워오자 매표소 안에 있는 나희를 떠올렸다.


나희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졌다.


소민의 가게에서 10년 만에 나희를 만났다.


나희는 긴 머리가 짧아진 것 빼고 10년 모습 그대로였다.


자기 마음과 다르게 나희에게 차갑게 대했다.


바로 후회가 밀려왔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소민의 가게를 나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앞을 가로막아 제대로 운전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펜싱선수 오선희를 강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선희는 마음 여린 여자다.


선희와 나희는 중학교 때부터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나희는 선희를 무조건 믿어 주고 도와줬다.


고등학교 1학년 부산에서 전국대회가 열렸었다.


나희와 선희는 개인전에서 선배들을 꺾고 우승했다.


특히 선희는 전국 1위인 같은 학교 선배를 꺾고 우승했다.


우승의 기쁨은 잠시였다.


단체전을 준비하던 선희에게는 학교 선배들의 괴롭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튿날 단체전 경기를 앞두고 선배들은 선희를 선배들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선배들은 선희에게 기합을 줬고, 선희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쓰러졌다 일어섰기를 반복하다가 새벽이 되었다.


새벽 4시 선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코치님이 찾아왔을 거로 생각한 선희는 노크 소리가 반가웠다.


드디어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코치가 선희를 찾고 있을 거로 생각한 선배들은 방 불을 끄고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다.


몇 번 더 문을 두드리더니 소리가 멈췄다.


선배들은 안심하듯 깊은 숨을 내쉬었고, 선희는 바닥에 굵은 눈물을 떨어트렸다.


그때 거친 소리와 함께 방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방문 앞에는 나희가 매서운 눈빛으로 서서 바닥에 엎드려 있는 선희를 내려다봤다.


긴 머리는 돌돌 말아 짧게 묶었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뛰어들어와 주먹을 날릴 태세였다.


나희 뒤에는 작고 통통한 소민이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잠에 빠져 있다가 끌려온 느낌이었다.


선배들은 어이없다는 듯 나희를 쳐다봤고, 나희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선희 넌 나가.”


선희는 나희의 말을 듣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쓰러져 있는 선희를 소민이 선배들 방에서 끌어냈다.


선희는 방에 돌아오면서 선배들 방에서 들리는 여자들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악다구니를 쓰는 나희의 목소리가 호텔 복도에 울려 퍼졌다.


선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웃던 나희가 악을 쓰며 화내는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나희의 매서운 눈빛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희는 소민과 함께 숙소인 부산의 호텔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코치와 선생님들은 처음에는 화를 잔뜩 냈지만,


경기 성적도 좋았고 선배 학부모들 요청으로 쉬쉬하기 바빴다.


선희는 나희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엉망이 된 선배들에게 사과받았다.


나희와 소민은 3일이 지나고 나서야 학교에 나타났다.


건너서 들은 소문에는 나희와 소민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겼다고 한다.


TV 뉴스에서 해운대 해수욕장이 나왔는데 비키니를 입은 나희와 소민이 캔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왔다고 했다.


이건 그냥 소문일 뿐이다.


하지만 선희는 그날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했다.


언젠가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너희 둘 그날 어디로 간 거니? 3일 동안 뭘 하고 있었니?


진짜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입고 여고생 신분으로 캔맥주를 마시면서 해수욕을 즐겼는지?


학교에서는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나희와 소민에게 정학처분이 내려졌다.


둘은 펜싱부가 운동하고 있는 학교체육관에 펜싱칼을 내던지고 선배들에게 뻑큐를 날리고 펜싱을 그만뒀다.


그 후로 선희는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학교에 가는 날이 줄었다.


나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버렸다.


선희는 무슨 이유인지 나희가 자신을 피해 다니는 걸 느꼈다.


선희는 나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왔다.


선희에게 나희는 고맙고 사랑하는 친구이다.


도나희는 오선희의 첫사랑이다.


선희는 다음 주에 씨름선수 출신인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중학생 선희는 나희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었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위해주는 사람은 도나희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희는 최고로 멋있는 아이였으니까.


조립식 패널 위에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작은 매표소는 포스터가 잔뜩 붙어 있어 매표소 안이 보이지 않았다.


매표소 안 나희는 매표소 유리에 잔뜩 붙어 있는 포스터들 틈 사이로 선희가 다가오는 걸 봤다.


나희는 마음속으로 항상 선희를 응원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희가 자랑스러웠다.


선희가 금메달을 따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고, 선희는 금메달을 땄다.


그것도 두 개나. 정말 최고였다.


TV로 경기를 보던 나희는 선희 만큼이나 눈물 흘리며 기뻐했다.


나희는 자기가 선희를 피해 다녔기 때문에 금메달을 땄을 거로 생각했다.


나희와 선희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친구였다.


선희는 차가운 말투와 달리 가슴 따뜻한 아이였다.


쉽게 상처받고 가슴 아파하는 여린 아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부산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대회에 참가했다.


나희는 선희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희와 선희는 서로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나희는 전국 1위인 학교 선배를 꺾고 우승한 선희가 대견스러웠다.


선희는 이튿날 열리는 단체전을 준비했고, 단체전에 참가하지 않는 나희는 소민과 숙소인 호텔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희는 저녁 시간 세상 모르고 깊은 잠이 들었다.


자기의 경기가 끝나자 몸에 긴장이 풀려서였다.


꿈속에서 헤매고 있던 나희를 깨운 건 옆 침대에서 자던 소민의 잠꼬대였다.


잠자던 소민은 “싫어 싫어 싫어”를 외쳐 댔다.


도대체 뭐가 싫은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단단히 싫었던 모양이었다.


잠에서 깬 나희는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


새벽 3시 48분이었다.


옆방을 쓰고 있는 선희는 자기 전에 항상 나희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런데 나희의 휴대전화에 선희의 카톡은 없었다.


무슨 일이지? 나희는 선희가 피곤했나? 생각하면서 왠지 모를 불안함이 밀려왔다.


방을 나가 옆방 벨 눌렀다. 제발 선희가 피곤해서 자고 있길 바랐다.


선희와 함께 방을 쓰던 1년 선배는 눈을 비비며 문을 열어줬다.


선희의 침대는 비어 있었다.


1년 선배는 선희가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도 모른 채 잠자고 있었다.


선배도 나희처럼 긴장이 풀려서 깊은 잠이 든 것이었다.


잠에 취해 비몽사몽인 1년 선배에게 선희의 위치를 묻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었다.


선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확실해졌다.


나희는 선희를 찾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긴 머리를 돌돌 말아 질끈 묶고, 자고 있는 소민을 깨웠다.


소민은 잠에 취해 몽유병 환자처럼 나희를 따라 나서며 말했다.


“나 편의점 다녀올 때 선희 선배언니들 방으로 들어가던데.”


“그 말을 왜 이제 얘기해!!”


나희는 버럭 화를 냈다.


소민의 몽유병이 한 번에 치유되는 외침이었다.


“아 깜짝이야! 너 돼지처럼 쿨쿨 자고 있었잖아. 자고 있는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해?”


소민도 질 수 없는 듯 특유의 쉰 목소리가 갈라지며 나왔다.


“어떤 선배 방이야?”


나희는 소민에게 묻는 순간, 선희가 누구 방에 있을지 감이 왔다.


경기에서 선희에게 패해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배 방이었다.


나희는 호텔 방문을 열고 선배방을 향해 호텔 복도를 달려갔다.


소민은 졸린 눈을 비비며 총총걸음으로 나희 뒤를 따라갔다.


나희는 선배 방문을 두드렸다. 마음 같아서는 박차고 들어가고 싶었다.


선배 방 안은 인기척이 없었다.


나희는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뒤돌아 소민을 내려다보며 긴 숨을 몰아쉬었다.


소민은 선희가 들어간 방이 분명한데 표정으로 나희를 올려다봤다.


나희는 분명 선희가 선배 방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배가 선희를 괴롭힐 거란 생각을 했야 했다.


선희를 지켜줘야 했다. 선배 방 앞에 서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왔다.


나희는 입술을 굳게 닫고 선배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선배들은 이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선희는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트레이닝복은 땀에 젖어 축 처져 있었다.


나희는 선희의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어 괴성을 질렀다.


그날은 도나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흥분한 날이었다.


나희는 이성을 잃고 선배들과 싸웠다.


두 주먹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언제 빠졌는지 모를 머리카락이 가득했다.


심야의 싸움은 소민이 데려온 펜싱부원들이 도착하면서 끝이 났다.


나희는 코에서 흘러내리는 액체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코에서 붉은 코피가 흘러내렸다.


선배 한 명은 실신해 있었고, 두 명은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방구석에 웅크린 채 나희를 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단체전을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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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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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4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3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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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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