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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6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5.02 22:05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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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6화. 외삼촌의 과거

DUMMY

사랑 소극장 무대 위에서는 남자 주인공 규혁과 깡마른 여자 주인공의 사랑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규혁과 여자 주인공의 연기에 집중했다.


객석 가운데 선희와 소민도 무대를 향해 집중하고 있었다.


선희는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 멘트에 나희가 떠올랐다.


나희는 객석 맨 뒤 벽 쪽에 있는 오퍼실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오퍼실 조명과 음향은 경주가 맡아서 한다.


경주는 컷이 넘어갈 때마다 조명과 음향을 정확히 맞춰서 조절했다.


느린 말투와 행동 때문에 걱정했는데 오퍼실 콘솔 조절만큼은 재빠르게 했다.


나희는 공연 중 관객이 첫사랑에게 고백을 하는 씬을 준비하기 위해 오퍼실을 나왔다.


오늘은 고백하는 사람을 위해 나희가 연주하며 노래를 해야 했다.


나희는 무대를 향해 몸을 낮춰 살금살금 객석 계단을 내려갔다.


무대를 향해 켜진 조명 사이로 객석 가운데에서 공연을 보던 선희와 눈이 마주쳤다.


나희는 눈꼬리를 올리며 방끗 웃어 보였다.


선희가 나희의 미소를 보는지 안 보는지 알 수 없었다.


선희는 나희의 미소를 보고 미소로 답했다.


하지만 나희는 선희의 답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어둠을 헤치고 무대 피아노를 향해 걸어갔다.


무대 오른쪽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 의자에 나희가 앉았다.


선희는 나희와 눈을 마주치고 난 후부터 나희를 계속 응시했다.


오늘 첫사랑 고백에 필요한 피아노 연주 곡은 ‘사랑 그대로의 사랑’ 이다.


나희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첫사랑 고백 씬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희는 무대 오른쪽에 앉아 있는 나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주인공 규혁과 깡마른 여자 주인공이 퇴장하며 무대 조명이 모두 꺼졌다.


나희는 긴장하며 악보를 넘겼다.


무대 조명이 모두 꺼지고 극장 안은 조용해졌다.


주인공 규혁이 서 있는 무대 중앙과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있는 나희를 향해 주황색 핀 조명 두 개가 원을 그렸다.


첫사랑 고백 씬이 시작됐다.


관객들의 시선은 규혁과 나희에게 향했다.


선희는 핀 조명 아래 피아노 의자에 분위기 있게 앉아 있는 나희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희는 운동도 노래도 피아노 연주도 모든 걸 다 잘하는 친구다.


나희가 무얼 할지 기대가 됐다.


객석 맨 앞 줄에 앉아 있는 경주 남자 친구 승준은 첫 공연에서 첫 고백을 했다.


승준은 핀 조명을 보자 그날의 떨림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고백하는 사람은 맨 앞줄에 앉아 있는데 오늘은 누가 고백을 할까?


승준은 옆 사람들을 쳐다봤다.


무대 위 규혁은 손에 든 쪽지를 보며 말했다.


“여러분 이 시간을 많이 기다렸죠? 오늘도 첫사랑에게 고백하고 싶은 남자가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관객들은 규혁의 시선을 따라 궁금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고백남을 찾았다.


“자. 오늘은 특별한 사람이 고백을 한다고 합니다.”


규혁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도했다.


나희도 규혁의 말에 객석 앞줄을 바라봤다.


객석 앞줄에는 남녀 커플들이 앉아 있었다.


시선을 이동하는데 앞줄 맨 끝자리에 경주 남자 친구 승준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앉아 있었다.


나희는 생각했다.


‘뭐 야? 단발머리 소지섭, 쟤 오늘 또 고백하나?’


경주는 남자 친구 승준을 단발머리 소지섭이라고 불렀다.


키는 소지섭 허리쯤 닿을 것 같고 머리가 큰 건지 어깨가 좁은 건지 알 수 없는 비율을 가진 승준을 말이다.


승준은 나희와 눈을 마주치자 자기 아니라고 손을 흔들었다.


소민은 누군데 이렇게 뜸을 들이나 하며 앞줄을 바라봤다.


규혁은 앞줄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기상캐스터 김수현씨가 오늘 첫사랑 연인에게 고백을 한다고 합니다.”


관객들은 누구지? 누구지? 하며 어둠 속에서 김수현이 누군지 고개를 돌리며 찾았다.


객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기상캐스터 김수현은 벌떡 일어서서 객석으로 올라갔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수현의 여자 친구는 예상하지 못한 듯 멍한 눈으로 무대 위에 김수현을 바라봤다.


수현은 여자 친구를 향해 윙크했다.


수현의 여자 친구는 입 모양으로 왜 말 안 했어? 만들어 보였다.


관객들은 잘생긴 수현이 핀 조명 아래 서서 얼굴을 비추자, 이제야 김수현이 누군지 알겠다는 반응으로 웅성거렸다.


선희와 소민도 무대 위 수현에게 시선을 옮겼다.


소민은 고백하려는 수현을 보자 민준이 떠올랐다.


혹시 민준에게 연락이 없나 생각하며 가방 속 무음으로 설정해 놓은 휴대전화 화면을 켜봤다.


민준에게 카톡도 부재중 전화도 없었다.


소민은 사귄 지 하루 된 남자 친구에게 너무 심하게 행동한 것 같아 후회가 밀려왔다.


나희는 무대 위에 당당하게 서 있는 김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피아노 위에 손을 올렸다.


오늘 고백남은 양준태 연출이 직접 규혁에게 알려 준다고 했다.


그래서 나희와 경주는 오늘 고백남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양준태는 나희에게 오늘 고백하는 사람이 유영석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라이브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 고백남이 기상캐스터 김수현이다.


오퍼실 경주는 무대 위 잘생긴 김수현을 보며 느린 말투로 혼잣말했다.


“우와 진짜 잘생겼다아.”


“저 얼굴이 잘생긴 거야?”


경주 옆에서 중저음의 양준태 목소리가 들렸다.


경주의 시선이 목소리를 따라 옆을 바라보자.


양준태는 언제 옆에 와 앉아 있었는지 경주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경주의 엉덩이가 의자 위에서 들썩거렸다.


“아우 깜짝이야! 연출님 놀랐잖아요오.”


양준태 연출은 신비한 능력이라도 있는 듯 공연장 안에서는 귀신처럼 이동했다.


소리도 없이 쓱쓱.


양준태는 놀란 경주를 신경 쓰지 않고 객석에 앉아 있는 선희와 무대 위 수현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니 저 남자 애가 잘생겼냐고?”


경주는 김수현을 보며 대답했다.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말 잘생겼는데요오.”


“내가 쟤 업어서 키웠는데 잘생긴 건 모르겠다.”


양준태는 김수현을 아는 것처럼 말했다.


“연출님 아는 분이세요?”


경주의 질문에 양준태는 대머리 위에 살짝 가리고 있는 옆머리를 넘기며 말했다.


“쟤 내 조카야.”


경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예에? 설마요오. 연출님 양씨 잖아요. 저분은 김 씨고.”


양준태는 경주의 눈을 보며 말했다.


“우리 누나 아들이야. 매형이 김 씨 거든.”


경주는 양준태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연출님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키가 작고 등이 굽어진 대머리 아저씨에게 저렇게 키가 크고 잘생긴 조카가 있다고? 그리고 집도 가족도 없어 보이는데 누나가 있다고? 경주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희의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공연장 안 관객들 시선이 일제히 피아노 연주를 하는 나희에게 이동했다.


감미로운 멜로디가 시작되자, 무대 위 김수현은 여자 친구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수현은 여자 친구와 7년을 사귀었다. 수현의 여자 친구는 수현의 첫사랑이다.


여자 친구는 내심 수현이 프러포즈 해 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7년을 사귀었는데 결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를 믿고 기다려준 여자 친구에게 어떤 식으로 프러포즈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후배 하윤의 SNS를 보고 공연 내 친구의 첫사랑을 찾아봤다.


공연에 대해 찾아보다가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공연 중 첫사랑에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연출이 외삼촌 양준태라는 것이었다.


양준태 외삼촌은 외할아버지가 끔찍하게 사랑했던 아들이다.


수현의 외가는 압구정에서 아니 강남권에서 알아주는 알부자다.


외할아버지는 외삼촌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기 사업을 물려 받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외삼촌은 연극 연출을 하겠다며 대학로로 향했다.


아버지의 뜻을 어긴 아들과 아들을 이해해주지 못 하는 아버지가 되어 서로 인연을 끊었다.


수현도 외삼촌과는 연락하지 못했다.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준비했던 수현은 외삼촌 공연에서 프러포즈를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직 노총각인 외삼촌은 껄껄대며 축하해줬다.


그리고 지금 7년을 함께한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나희는 사랑 그대로의 사랑 노래에 감정을 담아 불렀다.


공연장 안은 나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울려 퍼졌다.


관객들의 시선은 고백하는 수현보다 노래하는 나희에게 더 쏠렸다.


선희도 노래하는 나희 모습에 깊이 빠져 있었다.


나희는 중학교 2학년 때 선희에게 축가를 불러 주겠다며 약속했다.


그날은 선희가 나희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날이었다.


이모 결혼식에 갔던 선희는 축가로 불려 진 노래에 완전히 꽂혔었다.


축가는 기적이라는 노래였고, 지금도 선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중학교 2학년 때 운동을 끝내고 학교 운동장에서 나희에게 기적 노래를 들려줬다.


그날은 선희와 나희가 연습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선희는 죽을힘을 다해 연습해도 나희를 이길 수 없었다.


선희의 온몸은 피 멍이 들어 있었고, 나희는 선희의 피 멍을 보고 연습경기 내내 방어만 했다.


화가 난 코치는 선희와 나희에게 기합을 줬고, 기합 받는 상황에서도 나희는 선희를 도와줬다.


선희는 나희에게 고백할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그 타이밍이 바로 그날이었다.


나희와 함께 기적 노래를 듣고 선희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희는 함께 사는 진호의 연락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선희에게 결혼하면 축가로 기적 노래를 불러 주겠다고 약속했다.


선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문을 향해 달려가는 나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선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도나희 바보. 오선희 너는 더 바보.


선희는 과거 나희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눈앞에 피아노 연주하며 노래하는 나희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


선희는 결혼식 축가를 해주겠다는 나희 연락을 받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너무 놀랍고 고마웠다.


선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희의 피아노 연주가 멈추자, 관객들은 박수 치며 눈물을 닦아냈다.


7년을 함께한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던 수현이 엉엉 울었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도 울고 관객들도 울었다. 공연장은 눈물 바다가 되었다.


오퍼실에서 조카의 고백을 듣던 양준태도 눈물을 닦아냈다.


노래를 끝낸 나희는 객석 중앙에 앉아 있는 선희를 바라봤다.


선희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희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여줬다.


나희는 미소로 답하고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와 오퍼실로 걸어올라갔다.


눈물을 흘리는 건 주인공 규혁도 마찬가지였다.


규혁은 손수건을 꺼내 수현에게 건넸고 수현은 손수건을 받자마자 코를 풀었다.


“정말 감동적인 프러포즈였습니다. 다시 한번 박수 부탁드립니다.”


규혁은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수현에게 자리로 돌아가라는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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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화. 그녀들의 속마음 22.05.11 25 1 11쪽
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6 0 11쪽
99 98화. 스트레스 22.05.06 26 0 11쪽
98 97화. 진호의 부탁 22.05.04 25 0 11쪽
» 96화. 외삼촌의 과거 22.05.02 27 0 11쪽
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7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4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4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2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1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5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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