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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84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4.01 22:05
조회
30
추천
1
글자
11쪽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DUMMY

소민은 하윤을 보며 씩 웃었다.


얼굴은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저녁노을 빛이 되어 있었다.


얼굴색과 경쟁하는 빨간 국물을 쉬지 않고 떠먹었다.


목마르면 물을 마시면 좋으련만, 매운 국물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소민은 수저를 놓고 소주 잔을 든 하윤과 건배하며 말했다.


“하윤아, 근데 진호랑은 어떻게 사귀게 된 거야?”


옆에 앉아 있는 나희도 궁금한 표정으로 하윤을 바라봤다.


“음···.”


하윤은 콧소리를 내더니 소주잔을 한 번에 비우고 코를 찡긋거렸다.


“일 년 전쯤. 서울에 지진이 발생했던 거 기억하지?”


기억에 필름을 돌려 지진이 일어났던 청계천 야외 생방송 촬영날에서 멈췄다.


흔들리던 빌딩에서 유리 파편이 날아왔고, 구경하던 여학생들을 대피시킨 하윤은 바닥에 쓰러졌다.


유리 파편들이 하윤을 향해 떨어지는데.


진호가 달려와 하윤을 구해줬다.


진호는 뜨거운 눈빛으로 하윤을 바라봤다.



***



술에 취한 진호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민준을 바라봤다.


진호보다 더 취한 민준은 수다스럽게 떠들어 대다가 갈증이 날 때마다 생맥주를 홀짝거렸다.


진호는 민준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부재중 전화를 보고 당연히 전화가 올 거로 생각했는데, 하윤에게 아직 연락이 없다.


진호는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 껐다 반복해봤다.


배터리는 75% 남아 있고, 계단처럼 늘어선 수신 표시는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카톡 앱을 열었다. 다시 닫아 본다.


하윤은 진호가 있는 대학로 어딘가에 도나희와 함께 있는 게 분명했다.


바로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


갈매기들에게 물려 불어터진 입술에 감각이 없었다.


그것은 술에 취했다는 증거였다.


진호의 마음을 알지 못 하는 민준은 계속 떠들어 댔다.


“진호야. 지훈이 알지? 이지훈. 걔 주식으로 대박났데, 적금 깨서 코스닥 바이오 주를 몽땅 샀는데···.”


민준은 혀가 꼬여가며 말했다.


진호는 주식으로 대박이 났다는 이지훈을 알지 못했다.


진호가 알고 있는 이지훈은 쌍꺼풀이 진한 탤런트 겸 가수 이지훈뿐이다.


“야. 신의 수익률 아니냐? 지훈이 걔가 그러는데···.”


진호는 민준의 말을 잘랐다.


“민준아. 너 외롭냐?”


술 취한 민준은 말을 멈추고 자기가 말이 많아졌다는 걸 느꼈다.


진호는 말없이 생맥주를 마셨다.


불어터진 입술 때문에 조심스럽게 마시더니 이제는 입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민준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호가 사랑하는 여자 친구 하윤에게서 연락이 없어서이다.


진호는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벌써 몇 시간째 풍 맞은 사람처럼 팔다리를 떨고 있다.


그리고 손톱을 안주 삼아 물어뜯고 있다.


맹장염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또 휴대전화는 무슨 죄인가? 쉬지 않고 화면을 껐다 켰다 반복하고 있었다.


불안한 심리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진호를 구출하기 위해 이런저런 말하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예쁜 여자를 만나는 남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민준은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동안 여자의 얼굴과 몸매에 빠져 그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연락이 안 되면 불안 했고, 누구를 만난다고 하면 불안 했고,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하면 미치고 폴짝 뛰었다.


지금 가장 핫한 기상캐스터 이하윤을 만나는 진호는 오죽할까?


이해를 넘어 감정이 이입되는 중이다.


민준은 진호가 질문한 외롭냐는 말에 대답하고 싶었다.


진짜 외로워 많이 외로워.


하지만 민준은 부정과 긍정과 질문을 함께 했다.


“어?? 왜? 어. 그렇게 보이는구나. 어떻게 알았어?”


자기보다 짠한 처지에 있는 진호의 짠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쉬지 않고 떨던 진호의 다리가 멈추면서 말했다.


“그냥, 그래 보여.”


민준은 ‘너 말 잘했다’ 하며 나희 이야기를 꺼냈다.


“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희 있잖아···.”


민준의 입에서 도나희 이름이 나오자,


‘또 나희야?’ 진호는 자동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호는 그동안 민준이 만났던 여자들을 모두 봤다.


하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모두 미모의 여성들이었다.


조금은 도도해 보이고, 가끔 예의 없는 행동을 했지만,


도나희보다는 백 배 아니 천 배는 괜찮은 여자들이었다.


민준은 알지 못 하지만 최근 민준과 헤어진 여자 친구 정화는 진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진호는 민준이 몰래 정화를 좋아했다.


오래전 이승철이라는 가수는 어떻게 진호의 마음을 알고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라는 노래를 만들었을까?


진호는 늦은 밤 이승철의 노래를 들으며 속앓이를 했다.


그런데 하윤을 처음 보고 난 후 진호의 마음을 흔들던 정화는 깨끗이 사라졌다.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완벽한 이상형의 여자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잠시나마 진호의 마음을 흔들었던 정화와 도나희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데 왜 민준은 나희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민준의 말을 듣고 있던 진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내가 먼저 확 만나자고 하면 나랑 사귈까? 어떨 것 같냐??”


민준은 생글생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진호는 술 취해 초점을 잃어가는 민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도나희는 너는 맞는 게 하나도 없어. 도대체 뭐가 마음에 드는 거야?”


진호는 생맥주 잔 비우고 민준의 눈에 시선을 고정했다.


민준은 반쯤 남아 있는 생맥주를 입안에 들이 켰다.


생맥주 잔을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터프 함이 아닌 술 취해 팔에 힘이 빠져 놓친 것이었다.


“처음 봤을 때 나희의 슬픈 얼굴에서, 그 뭔 가가 나를 끌어 당겼어. 그리고 야구장에서 봤을 때, 자유 분방한 모습도 좋았고. 야 돈을 떠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당당한 모습도 멋있잖아.”


민준은 나희를 떠올리며 말했다.


눈앞에 시크한 미소를 띈 나희가 떠올랐다.


진호의 콧방귀 섞인 말은 민준 눈앞에 있던 나희의 모습을 쫓아냈다.


“치. 자유분방. 멋? 미치겠다 진짜. 정신 차려, 도나희는 그냥 망나니야.”


민준은 나희 이야기에 유독 날을 세우는 진호가 못마땅했다.


진호와 나희는 어릴 때부터 친남매처럼 자랐다고 했다.


공부만 했다는 진호와 공부만 빼고 다 했다는 나희.


같은 집 1, 2층에 살면서 무슨 이유로 이렇게 앙숙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진호는 민준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다.


나희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물을 수록 진호는 더욱 칼날을 날카롭게 갈아 세우며 말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생맥주 잔을 들어 바닥에 남아 한 모금쯤 남아 있는 맥주를 들이 키며 말했다.


“야! 보통 여자들은 우리 나이 되면, 사랑보다는 물욕에 눈을 뜨잖아? 나희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좋아.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여자 중에 내가 어디 사는지 직업이 뭔지 안 물어보는 여자는 처음 봤어.”


민준은 은근히 나희 편을 들었다. 솔직히 나희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직업은 뭐예요? 연봉은 얼마예요? 어디 사세요?


하나 같이 똑같은 질문들을 했다.


SM제약에 다닙니다. 7천 좀 넘 구요. 도곡동 타워팰리습니다.


민준의 대답에 여자들의 눈빛은 점점 바뀌어갔다.


하지만 나희는 직업이나 연봉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진호는 민준이 많이 취했다고 생각했다.


민준이 도나희의 장점이라고 떠들어 대는 것에 대한 답을 알려 줬다.


“당연히 물어볼 수가 없지. 걔는 말해도 모르니까. 함께 살고 있는 내가 무슨 일하고 직장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여자가 남자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어졌으니까, 물욕은 당연한 거 아니야.”


나희를 무시하는 진호의 말에 민준은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생맥주 잔을 들어 입안에 비워 보는데 비어 있었다.


민준은 빈 생맥주 잔을 들고 말했다.


“야!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돼?”


“그래도 최소한 너랑 좀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 하고 도나희 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잖아?”


진호는 말하고 민준의 시선을 피하며 비 내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이, 답답한 놈.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을 수 있지만, 민준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 말하면 알아듣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여자들 만나 보니까. 이상형, 완벽한 여자, 그런 거 다 필요 없더라.”


혀 꼬인 민준이 세상 모든 여자를 만나 본 것처럼 말했다.


진호는 대꾸하지 않았다.


하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부재중 전화를 봤으면 연락했을 텐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


집착하고 싶지 않지만, 이 정도는 집착은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


대학로는 진호 집 근처이고 하윤은 진호가 대학로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연은 세 시간 전에 끝이 났다. 부재중 전화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세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못 보는 상황이 있을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진호의 마음은 의심과 걱정이라는 두 갈래의 길로 나뉘고 있었다.


민준이 테이블 위 벨을 누르자, “띵동” 소리가 가게 안을 울렸다.


벨 소리에 직원은 미어캣처럼 민준 테이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민준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생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불안 함에 빠져 있는 진호의 생각을 모두 읽고 있다는 듯 말했다.


“진호 너. 솔직히 불안 하지?”


두 갈래 길에서 서성이던 진호의 마음속에 송곳이 박혔다.


뜨끔하긴 했지만 티 내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집착하고 의심하는 남자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국물 떡볶이 안에서 떡을 꺼내 입에 물고 있는 민준을 보고 딴청 부리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불안 하다니? 뭐가 불안 해?”


“맨날 예쁜 여자 몸매 좋은 여자 찾다가 덜컥 만나니까 불안 하잖아?”


민준이는 친구가 맞다. 자식 다 알면서 떠보는 것이다.


자존심이 상해 왔다. 하지만 진호가 알고 있는 하윤은 다른 여자와 달랐다.


정말 착하고, 진호만을 생각하는 천사 같은 여자다.


민준은 진호의 표정을 보고 얼굴에 다 쓰여 있다는 듯 실실거리며 이어서 말했다.


“따지고 보면, 진호 니가 누굴 제대로 만나 보기나 했냐? 하윤 씨가 첫사랑이나 마찬가진데. 공연 끝난 지, 세 시간이 넘었는데 아무 연락도 없고. 불안불안하지. 그치??”


젠장 속마음을 다 들켜 버렸다. 속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라왔다.


진호는 자기답지 않게 버럭했다.


“아니야, 인마. 하윤이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니까.”


“그럼 왜 그렇게 초조하게 떨고 있는데? 하윤씨한테 연락이 안 오니까. 불안한 거 아니야?


민준은 말을 끝내고 진호의 손으로 시선을 이동했다.


진호는 민준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기 손을 바라봤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런 거야?


민준은 진호의 마음을 읽은 것이 아니라 행동을 읽은 것이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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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화. 그녀들의 속마음 22.05.11 25 1 11쪽
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5 0 11쪽
99 98화. 스트레스 22.05.06 25 0 11쪽
98 97화. 진호의 부탁 22.05.04 24 0 11쪽
97 96화. 외삼촌의 과거 22.05.02 26 0 11쪽
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6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3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3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1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8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74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0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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