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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92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4.15 22:05
조회
23
추천
1
글자
11쪽

89화. 달려라 오진호

DUMMY

하윤은 첫사랑이 바람처럼 사라져서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람을 찾는 방법은 SNS였을 것이다. 도나희는 SNS를 하지 않는다.


왜 하윤의 첫사랑이 남자일 거라고만 생각을 했을까?


여고시절 친구가 첫사랑일 수도 있는데.


상신여고 출신 중에 도나희가 첫사랑인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진호의 심증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심증의 끝인 물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노래방에서 하윤은 박혜경의 고백을 노래했다.


진호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었다.


노래가 끝난 하윤이 몸의 균형을 잃자, 앞에 있던 진호는 하윤을 부축했다.


모두 “어, 어, 어, 어.” 하며 큰 키의 하윤을 쓰러지는 걸 걱정했다.


하윤은 진호 품에 안겼고, 진호는 오랜만에 하윤을 품에 안았다.


행복했다. 꿈만 같았다.


하윤의 커다란 눈 속에 촉촉하게 눈물이 고여 있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이 폭발해 흘렸던 눈물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아름다웠다.


진호는 하윤의 라일락향 향수를 폐 속 깊이 들이마셨다.


동공이 풀린 하윤은 흐려진 초점을 잡기 위해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진호는 하윤의 눈에 눈을 맞췄다.


그때였다.


몸을 일으킨 하윤은 진호를 있는 힘껏 옆으로 패대기를 쳤다.


“뭐야 이 새끼는.”


도나희 이후로 처음 듣는 새끼 소리였다.


술 취한 진호는 하윤의 힘에 방향대로 노래방 바닥에 쓰러졌다.


“에구, 에구, 에구.”


입에서 왜 이런 소리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모양은 확실히 빠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진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멍하니 하윤을 바라봤다.


하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파에서 엉거주춤 일어서 있던 도나희에게 다가가 품에 안겼다.


나희는 하윤을 품에 안고 소파에 함께 앉았다.


그리고 하윤은 나희 품에 안겨 눈감았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처럼 편안하게 잠들었다.


술 취한 진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입을 떡 벌린 채 지켜봤다.


이런 상황에 민준과 소민은 우왕좌왕하며 돌발 행동을 시작했다.


민준은 캔 맥주를 들고 와 바닥에 앉아 진호 입에 가져다 댔다.


진호가 하윤과 나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큰 소리로 건배를 청했다.


소민은 이런 상황을 못 본 것처럼 노래방 기계의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이승철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다행히 진호가 좋아하는 노래였다.


진호는 황당해하면서 민준이 주는 캔맥주를 마시며 소민에게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세 사람은 어깨동무하고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를 열창했다.


진호가 몸을 돌려 소파를 보려고 할 때마다 민준과 소민은 막아섰다.


뭔가 어색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진호의 기억은 사라졌다.


숙취가 가시지 않은 진호는 사라진 기억을 짜내 봤다.


끊어져 버린 기억은 2층 계단을 올라오는 부분에서 연결됐다.


쉬지 않고 내리던 봄비는 그쳤다.


민준의 부축을 받아 물기가 남아 있는 2층 계단을 올라왔다.


민준은 2층 현관문 열어 진호를 집안에 밀어 넣고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진호는 이렇게 혼자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비틀거리며 흐릿한 눈으로 마당을 내려다봤다.


마당 위 평상에 하윤이 나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었다.


민준은 소민을 부축해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바로 1층 현관문소리가 나는 걸 보면 민준은 소민을 부축해주는 것이었다.


술에 취한 하윤은 손으로 마당 구석을 가리켰다.


나희는 많이 취했는지 고개만 끄떡거렸다.


하윤이 가리키는 건 마당 구석에 세워져 있는 도나희의 비너스 스쿠터였다.


민준이 다시 마당에 나왔다. 나희와 민준이 하윤을 부축해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1층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워 있던 진호는 비너스 스쿠터를 가리켰던 하윤을 떠올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모습은 마치 오뚝이가 일어서는 것처럼 빨랐다.


진호의 머릿속에 자기 침대 바로 아래에 있는 1층 나희의 침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침대 위에 도나희는 옆으로 누워 하윤을 감싸 안았다.


하윤은 행복한 얼굴로 나희를 바라봤다.


나희는 하윤의 위로 몸을 올려 누워 있는 하윤을 내려다봤다.


하윤은 큰 눈을 깜빡이며 나희 눈에 눈을 맞췄다.


나희의 입술이 서서히 하윤의 입술에 포개졌다.


두 사람의 손은 서로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손길을 느끼는 두 사람은 열정적이고 격정적으로 몸을 꿈틀거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


진호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방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했다.


알코올이 남아 있어 다리가 말을 잘 듣지 않지만 정신을 다잡으며 달렸다.


2층 현관문을 열고 철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철 계단을 내려오는 진호의 발이 너무 빨라 보이지 않았다.


철 계단 소리는 실로폰을 빠르게 치는 소리가 났다.


1층 현관문 비밀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현관문을 화들짝 열어 재치고 1층 거실을 지나 주방 옆 도나희의 방문으로 향했다.


저 방안에 도나희와 하윤이 포개져 있을 것이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려니 심장이 오그라들며 멈출 것 같았다.


방문 손잡이는 잡는 순간 손잡이를 잡은 손이 떨렸다.


망설여졌다.


그동안 하윤이 했던 말들과 행동을 종합해 보면 하윤의 첫사랑은 도나희가 확실했다.


남자로서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오진호는 완벽한 이상형을 만났다.


그녀는 현존할 수 없는 완벽한 여자 이하윤이다.


그런데 그 완벽한 여자의 첫사랑이.


오진호의 절친이자 오진호가 세상에서 가장 지질하고 한심하게 생각하는 도나희라니.


그것도 여자.


이럴 수는 없다. 이건 꿈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나희의 방문 손잡이를 잡고 떨고 있던 진호의 손이 멈췄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안방 문이 잠겨 있지 않길 바라며 손잡이를 돌렸다.


손잡이는 자연스럽게 돌아갔고 방문은 조용히 열렸다.


문 앞에서 침대 위를 바라본 진호는 심장이 굳어 버리고 허파로 더 이상 호흡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심증이 물증을 만나 사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었다.


피가 거꾸로 흐르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입에서는 뽀드득 이빨 갈리는 소리를 냈다.


턱에 너무 힘을 줘 앞니가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진호는 배신감에 몸을 떨며 침대 위 얇은 이불의 들썩거림을 봤다.


흰색과 분홍색이 적당히 섞인 이불의 움직임은 파도를 연상시켰다.


잔잔하던 파도가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호는 그 파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눈앞에 상상이 됐다.


애교 섞인 도나희의 목소리가 이불 밖으로 작게 새어 나왔다.


진호는 그 소리를 듣고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진호의 목구멍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괴성은 방안을 나와 동네에 울려 퍼졌다.


온 동네의 개들은 처음 듣는 괴성에 불안해 떨며 짖어 대기 시작했다.


진호의 비명은 성북동의 아침 알림 역할을 했다.


소리치며 침대 위 파도를 만들고 있는 이불을 힘껏 걷어냈다.


이불을 걷어내자, 파도 속의 정체가 드러났다.


침대 위에 나희는 마루를 품에 안고 장난치고 있었다.


나희는 진호의 비명 소리에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진호를 노려봤다.


놀란 건 나희뿐만이 아니었다.


마루가 진호를 향해 짖어 댔다.


“왈왈”거렸지만 ‘야이 개새···.’ 였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던 진호는 딸꾹질을 시작했다.


고막을 막고 있던 나희의 두 눈은 진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했다.


진호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나희는 짜증을 섞어 말했다.


“야! 너 이 새끼. 너 미쳤어?”


진호의 머릿속은 변명거리를 찾기 위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딸꾹질이 나온 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헙! 흡. 그게···. 흡, 헙!”


말할 시간을 벌어줬다.


“어머! 으아악!!”


변명거리를 찾던 진호의 등 뒤에서 여자의 소스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비명 소리는 낯익은 목소리였다.


청아한 목소리의 하윤이 비명을 지르면 나올 것 같은 목소리였다.


진호는 몸을 돌려 뒤를 바라봤다.


거실 화장실 앞에 하윤이 수건으로 머리를 두르고 서 있었다.


역시 하윤의 목소리가 맞았다. 하윤은 샤워를 마치고 나온 것 같았다.


화장기 없는 하윤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빛을 뿌렸다.


진호는 하윤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하윤은 진호의 미소를 거절하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진호야. 너···.”


얼굴을 가린 하윤은 더 이상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윤의 반응에 진호의 입에서 딸꾹질이 멈췄다.


“에이! 미친 새끼!”


이번에는 침대에 있던 나희가 소리쳤다.


진호는 고개를 돌려 나희를 바라봤다.


나희는 어느새 진호 뒤에 서서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진호의 어깨를 밀쳤다.


그리고 발로 엉덩이를 찼다.


“빨리 안나가.”


몸속에 알코올 기운이 남아 있던 진호는 나희의 손과 발의 감촉을 피부로 느꼈다.


뭐지? 이 감촉은?


이때 화장실 앞에 서 있던 하윤 뒤로 소민의 방문이 열렸고,


소민의 방에서 소민과 민준이 고개를 내밀었다.


눈에 잠이 가득해 보이던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진호는 세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 왜 이러는 거지? 몸을 움직여 나희 방 벽에 서 있는 전신거울로 시선을 옮겼다.


허걱. 순식간에 알코올 기운이 온몸에서 빠져나갔다.


알몸이었다.


진호는 알몸으로 나희 방안에 서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태고에 첫 인간처럼. 아담처럼.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던 진호는 옷이 젖어 있었다.


샤워하기 위해 옷을 벗었지만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하윤의 첫사랑이 나희 일 거라는 생각에 빠져 옷을 벗고 있었던 걸 깜박한 것이었다.


“으악! 으악! 으아아악!!!”


파도 치던 이불을 걷어낼 때보다 더 강한 괴성이 진호의 목을 타고 나왔다.


이제야 친구들의 반응을 알아차렸다.


진호는 먼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도나희의 발이 날아와 엉덩이를 다시 한번 찼다.


“야! 다른 데를 먼저 가려야지. 얼굴은 왜 가려.”


나희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진호는 나희 말에 바로 동의했다.


중요 부위를 가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희의 방을 나와 화장실 앞을 지날 때 입틀막을 한 하윤은 몸을 피하며 비명 질렀다.


“어머! 어머!”


진호는 달렸다. 미친 듯이 달렸다. 창피함에 눈물이 나왔다.


화장실 앞을 지나 소민의 방문을 지날 때 소민의 눈은 진호의 손 위치를 향해 레이저를 쐈고,


머리에 새집을 지은 민준은 엄지를 들어 보이며 휘파람을 불었다.


진호는 눈물을 흩날리며 달렸다.


1층 거실 안이 이렇게 넓었나? 축구장을 달리는 듯했다.


아니 축구장 보다 더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1층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일단 여기만 빠져나가면 된다. 진호는 있는 힘껏 현관문을 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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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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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4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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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1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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