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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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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39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3.28 22:05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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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DUMMY

하윤과 나희와 소민은 어느덧 빨간색 ‘반디’ 간판 앞에 도착했다.


반디는 나희와 소민의 단골 술집이자, 술집 사장인 연극배우 옥경과도 친분이 두텁다.


하윤은 진호와 정식으로 사귀기로 하고 단골집을 추천받아 처음 진호와 함께 온 술집이다.


‘반디’는 나희를 다시 만난 곳 이기도 하다.


캐나다에 이민을 갔던 하윤은 한국으로 돌아와 나희를 애타게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하긴 나희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이름과 고등학교 때 펜싱 선수였다는 게 다였다.


청계광장에서 생방송 중 지진이 발생했고 자신을 구해 준 진호와 친구처럼 지냈다.


한국에 친구가 없던 하윤은 가끔 인적 없는 곳을 찾아 진호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했고,


하윤의 승용차 안에서도 가끔 만났다.


진호는 착하고 하윤을 위로해줬다.


하윤도 진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쉽게 사귀지 못했다.


진호는 꾸준히 구애를 했고 하윤은 진호와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다.


서로 바쁘지만 시간을 내어 차 안에서 몰래 데이트도 즐겼다.


하윤의 마음속에 진호가 자리를 잡을 때였다.


대학로에 왔던 하윤은 진호의 집 근처 단골 술집인 이곳 ‘반디’에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렇게 찾고 싶었던 첫사랑 나희를 만나게 됐다.


하윤은 믿을 수 없었다.


첫사랑 나희는 현재 남자 친구 진호와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나희와 진호는 친구도 아닌 가족도 아닌 가까운 사촌? 관계 같았다.


그날 이후 하윤은 혼란스럽다.


나희는 ‘반디’ 사장인 옥경에게 이모라 부른다.


나희가 앞장서서 ‘반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외친다.


“이모!”


소민과 하윤도 나희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가게 안 네 개의 테이블과 스탠드 바는 비가 내려서인지 텅 비어 있다.


스탠드 바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의 옥경은 나희를 바라본다.


“나희 왔니?”


뒤이어 하윤이 들어오자, 옥경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하윤을 본다.


진호의 여자 친구인 미모의 기상캐스터 아가씨가, 왜 나희와 함께 들어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게 문이 닫힐 때까지 진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진호가 나희와 어울려 술 마실 애도 아니고, 특히 여자 친구를 나희와 소민에게 맡길 일은 더욱 없다.


의아한 표정의 옥경은 하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혼잣말하듯 작게 말한다.


“어? 하윤씨네. 진호···. 는?”


옥경에게 다가오는 나희가 대답한다.


“오늘은 우리끼리 왔어요.”


소민은 옥경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이모, 안녕하세요.”


하윤도 맑은 목소리로 고개 숙이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저 또 왔어요.”


“어···. 그래요. 또 보네.”


소민과 하윤은 구석 자리 테이블에 자리 잡고 나란히 앉는다.


나희는 옥경에게 다가와 꼭 끌어안으며 말한다.


“이모, 나 왔어요.”


옥경은 하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묻는다.


“나희야. 진호 여자 친구가 어떻게 니들이랑 같이 왔어?”


나희는 스탠드 바 위에 놓여 있는 메뉴판을 들며 말한다.


“진호 여친, 아니 하윤이가 알고 보니까. 저희랑 친구더라구요.”


“우리하고 같은 고등학교 다녔 대요.”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소민이 말했다.


옥경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혼잣말한다.


“이야. 진짜 세상 참 좁다.”


나희는 메뉴판을 들고 테이블에 가서 소민의 옆자리에 앉는다.


메뉴판을 하윤이 볼 수 있게 펼쳐 놓는다.


하윤은 멍한 눈으로 스탠드 바 의자에 앉아 있는 옥경을 보며 말한다.


“세상 좁은 것 같아요. 그쵸?”


옥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그래. 진짜 세상 좁다. 그럼 이렇게 셋이 친구가 된 거야?”


“네!”


“예.”


“그렇게 됐어요.”


세 사람 한 명씩 대답한다.


옥경의 눈앞에 진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진호도 아는 거지?”


“그럼요.”


소민이 대답했다.


옥경은 진호가 이 사실을 알고 좋아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남매같은 나희와 진호는 상극이다.


나희는 진호를 얕잡아보고, 진호는 나희를 항상 무시한다.


그런데 진호가 너무 좋아서 애지중지 아끼는 미모의 여자 친구가 나희와 소민의 친구라니.


참 세상일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옥경은 다정하게 메뉴를 고르는 세 사람을 보면서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다.


메뉴판을 보던 하윤은 나희와 소민 볼 수 있게 메뉴판을 돌리며 말한다.


“난 안주 하나 골랐어, 나희랑 소민이 뭐 좋아해?”


“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소민이랑 하윤이 마음대로 골라봐.”


메뉴판을 보던 나희가 말하자. 소민은 나희를 보며 입 실룩거린다.


“쏜다고? 참. 쏘기는 지가 언제부터 그랬다고.”


소민의 말을 들은 옥경은 본능적으로 동의하는 추임새로 말한다.


“그렇지, 나희가 그런 애는 아니지?”


“이모??”


나희는 아랫입술 깨물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옥경을 바라본다.


하윤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옥경은 바 의자에서 내려와 테이블로 다가오며 말한다.


“아이고. 나도 모르게 진심이 튀어나와 버렸네. 호! 호! 호!”


말하고 호탕하게 웃는 옥경을 보고 소민도 웃는다.


웃을 일이기 때문이다.


나희는 만취해서 실수로 계산한 일은 있어도 자신이 먼저 계산하겠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희는 진지한 얼굴로 옥경과 소민을 보며 말한다.


“진짠데. 공연 매진 기념으로 내가 쏜다.”



***



빗줄기가 굵어지는 대학로 거리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진호는 호프집 창가에 앉아 차가운 생맥주 잔을 들고 창밖에 우산을 든 다정한 연인을 바라보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팔에 팔짱을 끼우고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가져다 기댄다.


진호는 하윤과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갔던 생각이 떠오른다.


하윤은 진호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


불과 며칠 전 일이었다.


취기가 올라온 민준은 생맥주를 마시고 마른 오징어 다리를 찢어 입에 넣고 회장님 이야기한다.


“내가 아무리 게임을 못해도, 매번 져주는 거 눈치 못 채나?”


타워 펠리스에 사는 민준은 같은 라인 팬트 하우스에 사는 회사 회장님의 부름을 받아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상대해준다.


민준은 회장님과의 게임이 불편하지만 거절할 수 없다.


왜 그 나이에 스타에 빠져서, 민준을 괴롭게 하는지 미칠 지경이다.


낙천적인 민준의 스트레스 원인이다.


앞에 앉아 있는 진호는 민준의 하소연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준다.


건성으로 맞장구를 친다.


“어···. 그러니까.”


진호의 머릿속에는 온통 하윤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외동딸 생일선물이라고.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사다가, 우리 아버지 차 주차 자리에 떡하니 세워 놨다. 포인트는 똥 색이라는 거.”


민준은 목이 타는지 생맥주 잔을 들이 킨다.


민준의 생맥주 잔을 바라보며 진호가 말한다.


“어···. 황금색이라고 하지 않았어?”


“황금색이 똥 색이지 뭐야?”


민준은 생맥주 잔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음···. 그렇지. 니말이 맞다.”


진호는 바로 동의한다.


재산이 30조가 넘는 SM제약 회장님 때문에 민준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회장님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민준이 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호프집 종업원은 민준이 주문한 안주를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놓는다.


빨간색 국물 떡볶이가 매콤한 향을 뿌린다.


민준은 수저를 들어 빨간 국물을 떠서 입안에 넣는다.


“캬아. 좋다.”


갈매기들의 공격받아 입술이 뒤집어 까진 진호는 입맛을 다신다.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국물 떡볶이를 주문하다니.


마른 오징어 다리를 입에 넣고 쪽쪽 빨아 본다.



***



술집 ‘반디’의 손님은 나희 테이블뿐이다.


사장 옥경은 연극배우로 영화나 드라마의 단역으로 출연한다.


출연할 때마다 가게 문을 닫기 일쑤고, 가끔 가게를 봐줬던 나희마저 지금은 공연 때문에 바쁘다.


들쭉날쭉 문을 여는 술집에 손님이 없는 건 당연하다.


돈 없는 연극 후배들이 찾아와 외상으로 술 마시고,


대학로 우울함의 대명사인 대학로 뭉크 양준태 연출이 무료 급식소를 찾아오듯 자주 온다.


옥경은 안주를 나희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맛있게 들 먹어”


매운 닭발과 국물 닭발이 매콤한 향과 함께 뜨거운 김을 뿜어낸다.


“네에.”


세 사람은 배고픈 아기가 밥을 기다린 것처럼 안주가 올려지자 동시에 대답하고 좋아서 몸을 흔든다.


나희, 하윤, 소민은 투명 비닐 장갑을 손에 끼우고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킨다.


나희는 소주병의 온도를 체크하는지 차가운 소주병을 볼에 댄다.


차갑다.


매운 닭발에는 차가운 소주가 진리다.


나희는 소주병의 온도가 마음에 드는지 미소 지으며 뚜껑을 돌려 딴다.


하윤과 소민은 경쟁하듯 잔을 들어 올린다.


나희는 하윤과 소민의 잔을 가득 채워주고, 자기 잔도 채운다.


잔을 들고 외친다.


“첫 잔은 무조건 원샷.”


나희의 음주 철학이다.


하윤과 소민도 소주잔을 부딪치며 건배한다.


“건배!”


“짠!!”


나희가 먼저 원샷 하고 닭발 국물을 떠 먹는다.


입에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소리가 나온다.


“캬아~”


소민도 원샷 하고 닭발을 잡아 한입에 넣고 오물오물거린다.


하윤도 잔을 비우고 닭발을 입에 넣는다.


너무 매워 입안은 얼얼하고 귓속은 찌릿찌릿 하다.


입을 벌려 혀를 내밀고 입안 가득 찬 매운맛을 입 밖으로 불어낸다.


침샘이 폭발해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하윤은 청순한 이미지와 달리 털털하다.


내숭이 없다.


나희는 하윤의 소주잔을 채워주며 말한다.


“많이 맵지?”


잔을 들고 있는 하윤의 얼굴은 어느새 붉게 변해 있다.


알코올 기운이 아닌 매운 기운 때문이다.


하윤의 이마에 땀방울 맺힌다.


나희는 그런 하윤의 모습을 귀엽게 바라본다.


소민은 달밝은 이렇게 먹는 거라는 시범을 보이듯 입안에 닭밝을 넣고 뼈 통에 입을 대고 닭발 뼈를 뱉어 낸다.


마치 기관총을 발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민의 발사가 끝나자. 나희가 뼈 통을 이어받아 뼈를 뱉어 낸다.


전문가의 입질을 보여준다.


하윤도 나희와 소민을 따라 해보지만 잘되지 않자.


나희와 소민은 웃으며 건배한다.


술자리는 그렇게 이어지고, 테이블 위 소주병은 점점 늘어갔다.


조금은 어색한 벽이 세워져 있던 세 사람의 벽을 소주와 닭발이 서서히 낮추고 있었다.


옥경은 스탠드 바 의자에 앉아 아이들처럼 웃고 떠드는 세 사람을 바라본다.


밝게 웃는 나희의 보습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던 나희는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상처만 받았다.


실망하고 절망하던 중 양준태 연출의 꼬임에 넘어가 연극 기획을 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배우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자신도 배우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울해하고 술만 마시던 나희가 밝게 웃는다.


실패만 겪던 나희는 공연 기획을 했고, 오늘 처음으로 매진을 시켰다.


진호의 여자 친구 이하윤 덕분이라지만, 그래도 축하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옥경은 해맑게 웃는 나희를 보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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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화. 그녀들의 속마음 22.05.11 25 1 11쪽
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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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7화. 진호의 부탁 22.05.04 24 0 11쪽
97 96화. 외삼촌의 과거 22.05.02 26 0 11쪽
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3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6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4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3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3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29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29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6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0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5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3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8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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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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