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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4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4.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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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DUMMY

하윤은 도나희와 친구가 되어 있었고, 진호에게 말하지 않고 쇼 프로 촬영도 했다.


왠지 자기를 피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노래방에서는 반짝이 의상에 대머리 가발을 쓰고 이빨에 김을 붙이고 놀고 있었다.


진호는 하윤의 그런 모습에 충격 받았다.


그리고 술에 취해 자기를 바닥에 패대기 쳤다.


나희에게 안겨 행복한 표정 짓던 하윤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진호는 도나희를 하윤의 첫사랑으로 오해해 알몸인지도 모르고 1층으로 달려 내려갔었다.


도나희, 하윤, 민준, 소민, 마루(강아지)가 진호의 알몸을 봤다.


알몸으로 1층 거실을 뛰어다녔던 진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겁하며 비명을 지르던 하윤의 목소리가 귓속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개망신이었다.


진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했다.


진호가 꿈꿨던 프러포즈는 멀리 바다를 건너가고 있었다.


앞으로 하윤을 어떻게 볼지. 아니 어떻게 하윤에게 연락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윤과의 지난 1년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1년 동안 진호는 모든 걸 하윤과 공유했고 하윤은 진호의 일상이었다.


그랬는데, 이렇게 끝이라니.


라일락 꽃을 바라보던 진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숨을 쉬고 싶은데 허파에 공기가 가득 찼는지 호흡이 안 됐다.


가슴이 왜 이리 먹먹한 지.


하윤의 생각에 슬픔이 몰려왔다.


진호는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일이 진호가 연구하는 지진 때문이었다.


운명적으로 하윤을 만난 것도 하윤과 멀어지게 된 것도.


파란 서쪽 하늘을 붉은 노을이 붉게 물들이며 퍼져갔다.


젠장 오늘따라 노을은 왜 이렇게도 아름다운지.


파란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다가오는 노을을 바라보는 진호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진호는 두 눈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



하윤은 방송국 기상캐스터 사무실에 앉아 큐시트를 확인 중이었다.


저녁 9시 뉴스에 방송될 일기예보 큐시트다.


하윤은 큐시트에 집중하고 싶지만 이른 아침 진호가 알몸으로 소동 부렸던 모습이 떠올라 쉽게 집중할 수 없었다.


왜 알몸으로 1층에 내려와 나희의 방에 들어간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진호는 분명 내가 나희 방에서 자는 걸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진호는 예의 바르고 다정한 남자였다.


그런데 왜? 나희와 내가 잠들어 있을 방에 알몸으로 들어와 괴성을 질렀을까?


무인도에 출장을 다녀온 후 스트레스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었다.


하윤은 진호의 그런 행동을 잊고 싶었다.


하윤은 어제 진호와 민준이 노래방에 나타나기 전까지 너무 행복했다.


나희와 소민은 하윤이 생각했던 것보다 하윤과 마음이 잘 맞았다.


처음으로 과음을 했고 항상 긴장하면 지냈던 날들에 대해 복수라도 하듯 자유롭게 놀았다.


바람만 불어도 웃음이 나왔던 10대 시절 같았다.


그리고 나희와 함께 나희 침대에서 잠들었다.


온몸에 숙취가 남아 있었지만 좋았다.


진호가 알몸으로 괴성을 지르기 전까지는.


행복함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윤은 진호와 나희를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감정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때 선배 박도연이 7시 뉴스 일기예보를 진행하고 기상캐스터 사무실로 들어왔다.


박도연은 사무실 안쪽 책상에 앉아 메인 뉴스인 9시 뉴스 일기예보 큐시트를 보고 있는 하윤을 바라봤다.


그동안 9시 뉴스 진행자는 박도연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윤이 진행한다.


하윤이 입사한 이후 박도연은 방송국에서 서서히 입지가 좁아져갔다.


방송국 사장님과 친분이 있는 아버지에게 부탁해 보도국에서 처음 제작한 인트로 촬영에 기상캐스터 대표로 촬영했다.


도연의 아버지는 기상캐스터는 도연 단독으로 출연하는 걸 부탁했다.


하지만 인기가 치솟는 하윤의 출연을 막기 힘들었다.


박도연은 어쩔 수 없이 하윤과 함께 기상캐스터 대표로 출연했다.


하윤의 인기가 실감되자 도연은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박도연은 책상에 앉아 큐시트를 보고 있는 하윤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숨을 내뱉았다.


선배가 들어오는데 이제 아는 체도 안 하는구나.


인기 좀 있다고 싸가지없는 본성을 들어낸다고 생각했다.


도연은 하윤의 자리를 향해 걸어왔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하윤은 도연이 다가오는 걸 알지 못했다.


“야! 이하윤. 넌 이제 선배도 안 보이니?”


도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생각에 잠겨 있던 하윤을 깨웠다.


하윤은 등 뒤에 입을 비틀고 서 있는 도연을 보고 일어서서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잠깐 딴생각 좀 한다고 몰랐어요.”


하윤은 계속되는 도연의 괴롭힘에도 항상 의연한 자세로 대했다.


도연은 그런 하윤이 더 싫었다.


“너 그 가식적인 가면, 이제 좀 벗지 그래?”


도연은 왼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아냥거렸고, 성형으로 다져진 팽팽한 얼굴에 어색한 표정이 만들어졌다.


하윤은 독이 잔뜩 오른 도연에게 고개 숙이며 말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이런 실수 안 하겠습니다.”


“야. 너 조심해. 내가 전에 말했지. 인기는 한순간이라고.”


도연은 하윤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며 이어서 말했다.


“인기에 취해서 둥둥 떠다니다가 바닥으로 꼬라 박는 거 한순간이야.”


하윤은 도연의 말을 받아 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오늘은 도연이 오해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진호와 나희 생각에 빠져 사무실에 들어와 자기 자리까지 걸어오는 도연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항상 트집을 잡으려고 하나만 걸리길 바라는 도연에게 딱 걸린 것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윤은 다시 한번 도연에게 고개 숙였다.


도연의 눈에는 하윤의 이런 모습도 가식으로 보였다.


계속 사과하는데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앞으로 조심해라.”


도연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 자기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하윤은 도연이 책상에 앉을 때까지 지켜 서서 바라보다가 도연이 자리에 앉자 힘없이 의자 앉았다.


하윤은 긴 한숨을 내쉬었고, 책상 위 큐시트 종이가 한숨에 펄럭거렸다.


이때 큐시트 아래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 진동 벨이 울렸다.


순간 하윤의 머릿속에 두 사람이 떠올랐다.


나흰가? 아님 진호?


큐시트 종이를 들고 휴대전화 화면을 내려다봤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수현선배’가 떠 있었다.


오늘 쉬는 날인 기상캐스터 남자 선배였다.


쉬는 날 저녁에 무슨 일이지?


하윤은 휴대전화를 받으며 의식적으로 수현선배 자리인 창가 쪽 수현선배의 빈자리를 바라봤다.


“네 수현 선배님.”


기상캐스터 답지 않은 얇은 목소리가 휴대전화 스피커로 나왔다.


“어. 하윤씨. 오늘 9시 뉴스지?”


수현 선배는 얇은 목소리를 콤플렉스로 생각한다.


하윤은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밝게 대답했다.


“네 선배님.”


하윤의 목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안에 울리자, 자리에 앉아 있던 도연이 하윤을 향해 고개를 들어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윤씨 어제 대학로에서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봤잖아?”


하윤은 도연의 시선을 의식하며 목소리를 낮춘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수현 선배의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목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하윤씨 SNS에서 봤지. 그래서 이 공연 찾아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오늘 쉬는 날이라 여친이랑 보러 왔어. 공연이 매진이라 티켓을 어렵게 구했어.”


수현 선배는 흥분된 듯 얇은 목소리가 갈라지며 이어서 말했다.


“하윤씨 혹시 오선희 선수하고 아는 사이야?”


오선희 선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선희 선수를 말하는 건가?


오선희 선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수현 선배의 물음은 그런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사적으로 전화도 안 하는 사이인데 갑자기 오선희 선수를 아느냐고 묻는 건 확실한 친분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하윤은 오선희 선수를 사적으로 알지 못한다.


“아니요. 저 오선희 선수 모르는데요. 왜 그러시는데요?”


하윤은 궁금해하면서 대답했다. 너무도 뜬금없기 때문이다.


“아. 그래? 하윤씨 SNS 사진에 알프스 소녀풍 옷 입은 작고 통통한 친구랑 찍은 사진 있잖아?”


수현 선배는 소민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네.”


알프스 소녀 하이디풍의 옷을 고집하는 소민이 떠오르는 하윤은 점점 궁금해졌다.


“여기 공연장 앞인데. 그 친구랑 오선희 선수가 함께 있어서. 혹시 하윤씨도 오선희 선수랑 아는 사이인가해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던 수현 선배의 목소리가 아쉬운 듯 차분해졌다.


하윤은 순간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나희를 보기 위해 펜싱부 훈련을 몰래 훔쳐봤다.


그때 나희와 항상 붙어 다니던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한 명은 작고 통통한 김소민, 한 명은 나희와 비슷한 이미지의 오선희였다.


나희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선희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윤의 기억 속 오선희는 친구들에게 차갑게 대하는 아이였다.


소민과 함께 있다면 여고시절 펜싱부 오선희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국민영웅 오선희일 것이었다.


오선희가 나희의 공연을 보러 간 것이다.


하윤은 수현 선배의 반응이 궁금했다.


“선배님 왜 이렇게 아쉬워하세요?”


하윤의 물음에 수현은 대답했다.


“아니 여친이랑 나랑 오선희 선수 팬이거든. 그래서 혹시 알면, 함께 알고 지내고 싶어서.”


조각 같은 얼굴에 인기 많은 기상캐스터 김수현 선배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니, 수현 선배의 말에 하윤은 웃음이 나왔다.


“그러셨구나. 저랑은 잘 모르는 사이예요.”


하윤씨 하고는 모르는 사이인가 봐, 수현 선배가 옆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휴대전화 스피커를 타고 들려왔다.


옆에 있는 여자 친구의 아쉬운 한숨이 이어서 들렸다.


하윤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공연 중 피아노 연주하던 나희의 모습을 떠올렸다.


도연은 고개를 든 채 밝게 미소 짓는 하윤을 보며 앞니 사이에 아래 입술을 넣어 꽉 깨물었다.



***



사랑 소극장 매표소 앞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했다.


관객들 사이에 귀엽고 애교 많아 보이는 여자와 잘생긴 남자가 휴대전화를 든 채 대화 중이었다.


하윤의 기상캐스터 선배 김수현과 여자 친구다.


어제는 기상캐스터 이하윤이 오늘은 국민 영웅 오선희 선수가 왔다.


매표소를 향해 관객들의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관객들 사이에 오선희는 깔끔한 세미 정장을 입고 조금 높다 싶은 하이힐을 신고 서 있었다.


화려하게 멋을 낸 오선희는 운동선수 이미지보다는 연예인 느낌이 들었다.


오선희 옆에는 어제 하윤 옆에 있었던 작은 키에 통통한 소민이 서 있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풍의 의상을 입고 있는 소민은 민준을 쫓아내 듯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오선희는 관객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조립식 패널에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진 매표소를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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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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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3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3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29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6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0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5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3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8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74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0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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