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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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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37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3.09 22:05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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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DUMMY

여자 PD는 목소리 톤 조절하며 말한다.


“집 앞 한강이면,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방송국에 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


하윤은 벤치에서 일어서서 멀리 보이는 하윤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갈게요.”


여자 PD의 말을 듣던 하윤이 전화를 끊고 걸음을 멈추더니,


크게 심호흡 하고 오피스텔을 향해 빠르게 달려 간다.



***



술집 반디 스탠드바 의자에 양준태가 생각하는 로뎅자세로 앉아 낮술을 마시고 있다.


왼손은 이마가 벗겨진 머리를 받치고,


오른손은 소주 잔을 들고 와인 잔 돌리듯 남아 있는 소주를 돌리고 있다.


안주 접시에는 닭발 뼈만 남아 있다.


옥경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다가와 양준태 옆에 앉아 빈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잔이 채워지자,


원샷 하고, 옥경에게 소주잔을 내민다.


옥경은 망설이다가 다시 잔을 채워준다.


“야! 천천히 마셔. 무슨 일인데 그래?”


“걱정하지 마요. 술값은 낼게.”


말을 끝내고 다시 원샷한다.


옥경은 소주병을 양준태의 손이 안 닿는 곳에 놓고 말한다.


“야 인마. 술값 때문에 그러냐? 술 마신다고 고민이 해결될 것 같으면, 나는 술독에 빠져서 살아야 돼.”


양준태는 멀어져 버린 소주병을 바라보고 자세 반대로 바꾸며 말한다.


“아, 괴롭다. 괴로워.”


“우리 나이에 안 괴로운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냐? 무슨 일이야? 여자야? 뭐야?”


양준태는 정색하며 멀리 있는 소주병을 잡기 위해 손을 뻗는다.


“내 상황에 뭔 여자야.”


소주병에 팔이 닿지 않자,


옥경에게 달라는 듯 손짓한다.


답답한 표정의 옥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소주병을 건네며 말한다.


“그럼 뭔데 새꺄?? 낮부터 분위기 꽉 잡고 지랄이야? 관객이 없어서 그래?”


양준태는 소주병을 받아 들고, 옥경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본다.


키 작은 대머리 양준태에게 볼 거라고는 눈빛이다.


깊은 눈 속에 검은 눈동자가 빛을 뿜는다.


그윽하고 강렬한 눈빛에 옥경은 움찔한다.


양준태는 옥경을 뚫어져라 보더니,


옥경의 손을 덥석 잡는다.


옥경이 잠시 방심하는 틈을 탄 것이다.


옥경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뿌리치려 하는데,


진지한 얼굴의 양준태는 손에 힘주어 꽉 잡고 안 놓는다.


“누나, 손 빼지 마. 나 이번 공연이 마지막 공연인 것 같아. 지금 흘러가는 꼬라지를 보니까 이번 공연도 망했어. 그럼 집 보증금은 날아가고. 나 빈털터리야. 그래서 누나. 나 이번 공연 끝나면 다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려고···.”


양준태의 깊은 눈에서 눈물 맺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손에 힘이 서서히 빠지자,


옥경은 살며시 손 빼며 괴로워하는 양준태를 빤히 보며 목소리 낮춰서 부른다.


“준태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준태는 옥경에 대답한다.


“네. 누나.”


옥경은 목소리를 더 낮춰 조용히 말한다.


“너 고향, 압구정동 아니야?”


양준태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말한다.


“어? 예. 압구정동이죠.”


황당한 표정의 옥경은 소주병을 양준태 머리에 때릴 듯 들어 올리며 큰 소리로 말한다.


“이 새끼가 너 장난하냐?? 강북에서 망해서 강남 내려간다고? 농사를 져? 압구정동에 논이 있냐? 밭이 있냐?”


옥경의 기세에 양준태는 화들짝 놀라며 소주병 잡는다.


“아니, 아니, 아니! 누나! 기억을 못 하구나. 내 마음의 고향.”


“니 마음의 고향이 어딘데 새꺄. 아, 신사동? 논현동? 청담동?”


양준태는 소주병 받아 들고 말한다.


“아나, 진짜. 충남, 태안. 서해 바다. 드넓은 갯벌. 푸르른 소나무.”


“태안? 태안은 내 고향이지. 왜, 니 고향이야. 소나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양준태는 얼굴을 붉히고 있는 옥경에게 소주를 따라 주며 말한다.


“그러니까. 누나 고향이, 내 고향이고. 누나랑 함께 고향에···. 뭐···. 그런 거지.”


옥경은 소주를 마시고, ‘크으으’ 하며 말한다.


“이 새끼가 어디서 개수작이야. 야, 여기서 이러지 말고. 늦기 전에 아버지한테 싹싹 빌고 들어가. 혹시 아냐, 압구정에 남아도는 아파트라도 한 채 주실지.”


그렇다. 항상 거지꼴을 하고 다니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이다.


압구정동에 빌딩과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부유한 집의 막둥이다.


양준태는 자기 빈 잔에 소주 따라 원샷 하고,


안주 접시에 닭발을 먹었는지 백숙을 먹었는지 알 수 없는 하얀 닭발 뼈를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고양이처럼 뼈를 먹을 생각인가 보다.


“누나. 나 집에서 진작에 호적팠어. 아버지 말씀이 우리 집 피는, 예술인이 나올 수가 없다나 뭐래나? 자기가 무슨 드라큘라야? 뱀파이어야? 뭐야? 피를 보면 아시나?”


옥경은 안쓰러운 눈으로 양준태를 바라본다.


“으이그, 자랑이다. 새끼야. 그 나이에 오갈 데도 없고.”


양준태는 하얀 순백색의 닭발 뼈를 손으로 꺼내며 말한다.


“그래서 말인데. 누나 집에, 혹시···. 빈방은 없지?”


옥경은 일어서서 주방으로 향하며 말한다.


“없어 새꺄. 그리고 너, 그 병까지만 마시고 그만 마셔. 마시고 빨리 나가.”


양준태가 소주병 들어 보면 한잔 정도 나올 만큼 남아 있다.


“누나가 마신 건 빼야 되는 거 아니야?”


주방 커튼 사이로 옥경이 얼굴을 내밀고 소리 지른다.


“당장 나가 새끼야!!”


“에이 진짜 너무 하시네.”


양준태는 생각하는 로뎅 자세를 만들며 눈 감는다.



***



진호와 일행들은 코리아 킹 호 2층 중앙 객실에 잠들어 있다.


진호의 입에서 침이 고로쇠물처럼 흘러 진호 품에 안겨 잠이 든 강 팀장의 머리로 스며든다.


여객선 안 스피커에서 인천항 여객터미널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진호와 일행들은 힘겹게 눈을 뜬다.


진호는 흐르는 침을 닦으며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다고, 내 품에 기대서 잠을 자고 있어’ 품에 안겨 깨어나지 못 하는 강 팀장을 밀쳐 낸다.


강 팀장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정신 차린다.


손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자,


이마를 만지며 말한다.


“피곤해서 그런가? 왜 이마에서 침 냄새가 나지? 진호야 함 맡아봐?”


강 팀장은 진호에게 이마 들이민다.


귀찮은 진호는 강 팀장의 머리에 건성으로 코를 들이댄다.


그런데 ‘훅’ 토할 것 같은 역한 침 냄새가 진호의 코를 찌른다.


삭힌 홍어인가? 진호는 꾹 참고 말한다.


“바, 바다 냄새 같은데요?”


“킁킁. 그래? 뭐야? 자, 내리자.”


진호는 엉거주춤 일어나 가방을 챙기는데,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없다.


주위를 살펴보는데 의자 사이에 휴대전화가 끼어 있다.


안심하고, 휴대전화 화면 켜보면 하윤에게 두 번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진호는 깜짝 반기며 부지런히 챙겨 들고 통화 버튼 누른다.


신호음 소리를 들으며,


하윤의 목소리를 상상한다.


상상만 해도 좋다.


인천에 도착했으니까 이제 육지에 도착했다.


서울은 멀지 않다.


길게 울리던 신호음이 끊기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간다.


하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는데,


역시 받지 않는다.


진호는 전화를 끊으며 혼잣말한다.


“왜 이렇게 엇갈리지. 전화가 되니까. 통화가 안 되네.”


진호는 하윤의 인스타에 들어가 본다.


와인바에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과 #화요일 연극 관람 예정, #연극 내 친구의 첫사랑, #친구 해시태그와 함께 공연예매 사진이 있다.


진호는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지라 보며 무슨 상황인지 궁금한 듯 말한다.


“뭐지? 하윤이가 왜 도나희 공연을 보러 가? 친구?? 친구랑 간다는 거야? 친구라는 거야?”


“오진호!”


앞서가던 강 팀장의 부름에 진호는 휴대전화를 끄고,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내린다.



***



트레이닝복 차림의 나희가 쇼핑백 들고 반디 문 열고 들어온다.


마지막 잔을 꺾어 마시던 양준태는 물끄러미 나희를 바라본다.


나희는 고개를 까딱하고 주방에 있는 옥경을 부른다.


“옥경이 이모, 이모.”


“나희 왔니?”


주방에서 나오는 옥경이 나오자, 나희는 쇼핑백 안에 들어 있는 옷을 보여준다.


“이 색깔 괜찮죠?”


옥경은 쇼핑백 안에서 하늘색 투피스 정장 꺼내 빈 테이블 위에 올려 확인한다.


마음에 든다.


“딱 좋다. 입고 돌려줄게.”


나희는 테이블 의자에 앉으며 말한다.


“마음에 들면 그냥 가지세요, 엄마 그 옷 한번 입고 안 입었던 거에요. 이젠 입을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옥경은 옷 사이즈가 맞는지 몸에 가져다 대며 말한다.


“진짜? 그래도 될까? 딱 맞네.”


양준태가 옆으로 쓰윽 다가와 대화에 끼어든다.


“뭐야? 왠 정장이야?”


나희는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양준태에게 말한다.


“이모, 영화 촬영하는데, 정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져왔는데요.”


나희의 말에 양준태는 버럭 발끈한다.


“아니, 정장 하나 사면 되지. 뭘 빌려 입어.”


옥경은 옆에 서 있는 양준태를 보며 혀 찬다.


“쯔쯔쯔. 야 인마. 잠깐 나오는 단역인데. 출연료 얼마나 한다고, 촬영 할 때마다 옷을사냐?”


“에이, 진짜. 속상하게.”


양준태는 괜히 화를 내고,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가 앉아 마지막 남은 소주를 마신다.


뭔가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옥경은 “뭐야? 취했나?” 하고.


나희는 “왜 화를 내. 그럼 자기가 사주던가” 한다.


옥경은 양준태가 마지막 잔을 마시자,


귀찮은 듯 쫓아낸다.


“야. 마지막 잔 마셨으니까. 빨리 가.”


“아 진짜, 누나 이럴 거야?”


“술 마신다고 없는 관객이 들어오냐? 가 빨리.”


옥경의 말에 엉덩이를 의자에 딱 붙이고 앉아 있던 양준태의 시선이 나희에게 꽂힌다.


왠지 불똥이 나희에게 튈 불길한 분위기다.


나희는 옷도 잘 전달했겠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 가겠습니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데.


“야. 도나희, 이리 와서 앉어봐.”


양준태는 불길했던 분위기를 현실로 만들었다.


나희가 엉거주춤 일어서자,


옥경은 나희를 잡는다.


“가지 마. 너 왜 괜한 애 한테 화풀이 하려고 그래?”


나희가 그대로 자리에 앉자,


양준태는 재촉한다


“빨리 와서 앉어.”


“예.”


나희가 일어서서 양준태 연출 옆에 앉는다.


양준태는 긴 한숨을 내쉬고 생각하는 로뎅 자세를 취한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양준태는 옥경에게 할 말이 없어서 일단 나희를 불렀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입술을 뗀다.


“아···. 음···. 저···. 음···.”


나희는 엉거주춤 일어서며 고민하는 양준태 연출 얼굴 살피며 말한다.


“연출님. 할 이야기 생각나시면 다시 불러 주세요. 저 옥경이 이모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만.”


아이고, 들켰다. 뜨끔하다.


하지만 강하게 말한다.


“앉아.”


나희는 바로 자리에 앉는다.


옥경은 ‘저 꼰대, 왜 저러나’ 하며 본다.


양준태는 생각을 정리하고 말한다.


“나 이번 공연 망하면 갈데 없는 거 알지?”


나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꿈속에서도 들었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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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화. 그녀들의 속마음 22.05.11 25 1 11쪽
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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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6화. 외삼촌의 과거 22.05.02 26 0 11쪽
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7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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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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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2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1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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