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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42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4.11 22:05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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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DUMMY

소민과 통화했다는 소식은 당연히 아버지에게 전달됐을 것이었다.


부모님은 집 나간 딸이 스스로 연락해왔다는 것을 알고 잘됐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전화를 하신 것이다.


소민은 하늘을 보며 부모님 집에 안 간지 몇 년째인지 계산해봤다.


3년? 4년? 이번에는 집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다녀올 생각에 벌써 마음속이 불편해졌다.



***



11번 방을 향해 노래방 통로를 걸어가는 소민은 민준에게 전화한 할 걸 후회했다.


소민은 잠실 야구장에서 민준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한 번도 남자를 사귄 적이 없던 소민의 심장은 돌처럼 차가웠었다.


그런데 민준을 보고 소민의 심장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


알 수 없는 두근거림에 자존심을 포기하고 민준에게 들이댔다.


하지만 민준은 나희에게 마음이 있다.


민준의 마음을 알면서도 왜 이러는지.


오늘도 자기 때문에 분위기를 망친 것 같다.


민준에게 전화만 하지 않았어도. 후회가 밀려왔다.


소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11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희와 하윤은 When we disco 노래하며 춤을 췄고,


나희와 하윤의 의상과 가발을 민준과 진호가 그대로 입고 백댄서가 되어 춤추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춤추던 민준과 진호는 소민을 보고 씩 웃었다.


두 사람 앞니에 김이 붙어 있었다.


소민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참나.”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 선곡 멜로디가 나오자, 진호와 민준 나희는 소파에 앉았다.


소민도 나희 옆자리에 앉았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방 기계 화면을 보고 있던 하윤은 박혜경의 고백을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윤 뒤 소파에는 민준, 진호, 나희, 소민 순서로 앉아 있었다.


민준은 멍한 눈으로 하윤을 보고 있었다.


진호는 노래하는 하윤의 뒷모습을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소민은 민준을 의식하며 하윤을 봤다.


노래 실력도 뛰어나고 여자가 봐도 참 매력적이다.


나희는 몸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너무 신나게 춤춘 것이다.


하윤은 댄스면 댄스 발라드면 발라드 못 하는 게 없다.


선곡한 노래 고백은 진호가 좋아할 만한 노래였다.


나희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진호의 눈을 바라봤다.


진호의 눈에는 행복함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네 사람 모두 하윤의 노래와 뒷모습에 빠져 들고 있었다.


조명 빛은 분위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고백 노래는 하윤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미소 짓는 너를 보며 우리 사이가 어색할까 두려워 아무런 말하지 못한 채 돌아서면 눈물만 흘렸어.”


화면을 보며 노래하던 하윤의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화면 속 남녀의 영상이 사라지고 하윤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나희의 모습이 깨어나 영상 속에 펼쳐졌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또래 보다 작고 약했던 하윤은 고등학교 남학생 세 명에게 위협당했다.


비 내리는 어두운 빌딩 뒷골목에 주저앉아 모든 걸 포기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때 모자를 눌러쓴 여자가 커다란 우산을 들고 나타났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자는 고등학교 남학생 3명을 우산으로 제압했다.


하윤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남학생들은 도망쳤고, 여자는 빗물이 웅덩이를 만들고 있는 곳에 주저앉아 있던 하윤을 부축해 일으켰다.


쌍꺼풀 없는 큰 눈에 키가 컸다. 이렇게 따뜻한 손은 처음 잡아봤다.


하윤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언니 고마워요.”


여자는 시크한 미소와 함께 조심히 다니라는 말을 남기고 가로등을 등지고 사라졌다.


어린 하윤은 그 언니를 찾기 위해 학원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후회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입학하는 날이었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빨간색 스쿠터를 타고 나타난 언니를 만났다.


그 언니는, 언니가 아닌 동갑 친구였다.


이름은 도나희 학교 펜싱부 유망주였다.


나희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몰려 있었다.


하윤은 그때부터 나희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존재감 없는 왜소한 하윤을 나희는 기억할 리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캐나다 이민을 결정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또래보다 작고 병치레를 해왔던 하윤을 위해서 결정한 일이었다.


하윤은 나희에게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대회에 출전했던 나희는 무슨 이유인지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하윤은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 그렇게 나희와의 인연은 끝났다.


한국에 돌아와 기상캐스터가 되었고, 나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유명한 펜싱 선수가 되어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펜싱 선수 중 도나희는 없었다.


하윤은 혼란스러웠다. 나희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가슴이 아려왔다.


생방송 촬영 중 지진이 발생했고 위기에 빠졌던 하윤을 어떤 남자가 다가와 구해줬다.


그 남자는 진호다.


한국에 친구가 없던 하윤은 동갑인 진호와 친구로 지냈다.


진호는 하윤과 친구보다는 연인으로 발전하길 원했다.


착하고 성실한 진호를 보며 하윤은 고민 끝에 사귀기로 결심했다.


내가 뭐라고 그렇게 좋아하는지. 진호가 기뻐하는 모습을 아직 잊을 수 없다.


하윤은 캐나다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진호와 사귄다는 사실을 말했다.


부모님도 만나 보진 않았지만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아버지가 약간 서운해 하시긴 하셨지만.


나희가 하윤의 마음속에서 잊혀 갈 때쯤이었다.


대학로에 왔던 하윤은 진호와 진호의 단골 술집에 가게 됐다.


거기에서 진호와 함께 살고 있다는 친남매 같은 친구를 만나게 됐다.


그 친구는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키 작은 친구와 술에 취해 가게에 들어왔다.


친구들이 나타나자 진호는 정색했다.


하윤은 그 친구 중 키가 큰 커트 머리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설마.


그 친구는 하윤이 찾아 헤매던 도나희였다.


나희는 기억 속에 긴 머리가 아닌,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하윤이 상상했던 성공한 모습의 나희가 아니었다.


진호는 함께 사는 친구를 항상 무시했다. 그게 도나희였다니.


어릴 때 첫사랑이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와 함께 사는 친구였다.


진호는 나희를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애. 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진호에게 하윤은 실망했다.


하윤은 혼란스러웠다.


첫사랑 도나희와 현재 남자 친구 오진호.


진호에게 집중하고,


나희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어릴 때 기억을 추억으로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짐했는데.


마로니에 공원에서 촬영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하윤을 건달 두 명이 따라왔다.


남자들은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하윤을 위협했다.


그때 어디선가 나희가 나타났다.


중학교 3학년 때와 똑같았다.


다른 게 있었다면 그때는 나희가 하윤을 몰랐고, 지금은 진호의 여자 친구로 알고 있었다.


나희는 붕붕 날아다니며 건달들을 제압했고, 촬영에 늦어 당황하는 하윤을 스쿠터로 상암동까지 태워다 줬다.


이대로 영원히 달렸으면.


나희 뒤에서 허리를 붙잡고 상암동에 가던 하윤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말하고 싶은데 사랑한다고.”


하윤은 뒤를 돌아 소파에 앉아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노래했다.


“아무 말 못 하는 내가 너무 미워 용기를 내야 해 후회하지 않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 날 고백할 거야.”


하윤의 시선은 소파 중앙에 앉아 있는 진호 옆 나희에게 향했다.


도나희 나 어쩌면 좋니.


술에 취한 하윤은 감정이 폭발해 큰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파에 앉아 있던 진호는 하윤이 자기를 바라보며 고백 노래를 부르는 걸로 착각했다.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윤의 큰 눈에 고인 눈물이 검고 커다란 눈동자의 움직임을 가리고 있었다.


진호는 눈물 흘리며 열창하는 하윤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잠시 하윤을 의심했던 걸 후회했다.


쇼 프로 예고에 나왔던 하윤의 첫사랑은 가공한 인물이라 확신했다.


하윤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됐으니 이제 프러포즈 하면 된다.


완벽한 이상형과의 결혼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윤아 사랑해.


진호는 손등으로 쓱 눈물을 닦아냈다.


진호 옆에 앉아 있는 나희도 하윤이 자기가 아닌 진호를 위해 부르는 거로 생각했다.


하윤은 진호를 위해 고백하듯 고백 노래를 열창했다.


큰 눈에서 눈물도 흘렸다.


옆에서 보는데도 감동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옆에서 진호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사람이라면 눈물을 흘리는 게 당연했다.


어리 버리 오징어(오진호)는 운 좋은 놈이다.


하윤은 여자가 봐도 매력 넘치는 여자다.


예쁜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진호는 하윤과 결혼할 것이다.


그럼 2층에 하윤이 들어오는 것인가?


아마 진호는 집을 나갈 것이다. 시원 섭섭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희는 진호와 아옹다옹하지만 진호와 하윤이 잘되길 응원했다.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윤은 박혜경 뺨치는 가창력으로 노래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 하는 게 없는 여자였다.


하윤은 고백도 감동적으로 했다.


나희가 하윤의 큰 눈에 시선을 맞추자, 큰 눈에서 다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진호와 나희의 생각과 다른 사람 두 명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민과 민준이었다.


소민은 하윤의 시선이 진호가 아닌 나희를 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 하윤은 나희에게 고백하며 노래하는 것이었다.


하윤이 나희를 좋아하는 것인가? 언제부터였을까?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하윤의 수상한 행동들이 떠올랐다.


반디에서 처음 나희를 보던 눈빛도 수상했다


술 취한 나희 옷을 갈아 입힐 때도 수상했다.


오늘 공연 보는 걸 나희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도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펜싱부였던 나희를 기억하는 것도···.


설마 고등학교 때부터?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


고등학교 1학년 한 학기도 마치지 않고 이민 갔다고 했다.


나희는 여고시절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학생이었다.


선배부터 친구들까지. 나희에게 선물 공세를 하고 고백했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희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 친구로 선배로 후배로 그냥 대충 넘겼다.


나희와 늘 붙어 다녔던 소민은 고백했던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거기에 하윤은 없었다. 있었다면 나희가 알았을 것이다.


이하윤 넌 도대체 누구니?


소민은 의심스러운 얼굴로 노래하는 하윤과 하윤을 멍하니 바라보는 진호와 하윤을 보며 미소 짓는 나희를 번갈아 봤다.


술에 취한 민준은 하윤의 고백 노래에 감동받아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윤이 뒤돌아 진호를 바라보며 애절하게 노래 부를 때 민준은 순간 술이 번쩍 깼다.


하윤의 시선이 진호가 아닌 나희를 향했기 때문이었다.


민준의 예리한 눈빛이 하윤의 눈동자로 향했다.


분명했다. 하윤은 나희를 보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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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3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6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4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3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3 1 11쪽
»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29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6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0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5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3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8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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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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