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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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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52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3.16 22:05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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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76화. 진호의 추리

DUMMY

진호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비상사태다.


진호는 2층 베란다에서 마당 화단 앞에 서서 라일락 꽃을 만지는 나희를 지켜보고 있다.


진호는 굳은 표정으로 철 대문을 열고 출근하려는 나희를 불러 세운다.


“야! 도나희.”


무언가 따질 듯한 진호의 목소리가 마당 안에 울려 퍼진다.


나희는 철 대문 열고 목소리를 따라 2층 베란다를 올려다본다.


상처투성이인 입술을 헤벌쭉 벌리고 진호가 웃고 있다.


나희는 진호를 보고 짧게 대답한다.


“왜??”


진호는 바보처럼 웃으며 말한다.


“혹시···. 돈 안 필요해? 용돈은 있어? 요즘은 돈 얘기를 안 해서. 용돈 필요하면 얘기해라.”


속마음과 전혀 다른 이야기했다.


비굴하다.


하지만 돈 앞에서는 모두가 무릎을 꿇기 마련이다.


특히 백수, 아니 상거지나 다름없는 도나희는···.


나희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간다.


진호는 예상했다는 듯 씨익 웃는다.


나희는 환하게 웃으며 우산을 들어 허공에 원을 그리며 말한다.


“너 미쳤어? 왜 안 하던 말을 다해? 야 인마, 하던 대로해.”


“끼이이익” 소리와 함께 나희는 철 대문 닫고 나간다.


진호는 골목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야! 너 왜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냐.”


진호는 괜히 자존심만 구겼다.


중얼대며 거실 소파에 몸을 던져 앉는다.


“참, 어이 가없네. 도나희가 돈을 싫어해? 내가 뭐, 진짜 주고 싶어서 그래. 도나희 째는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진호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고민에 빠진다.



***



사랑 소극장 무대 위에서 나희는 하얀 스팀을 뿜어내는 다리미로 의상을 다리고 있고 경주는 소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다리미 질을 마친 나희는 의상들을 옷걸이에 걸어 가슴에 끌어안는다.


무대 뒤 검은 커튼을 열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 분장실로 향한다.


분장실에는 먼저 출근한 배우들이 소파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그 중에 나희의 전 남자 친구인 규혁도 앉아 있다.


나희는 배우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분장실 옷걸이에 의상을 하나씩 걸어 놓는다.


규혁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나희를 훑어본다.


헤어진 여자 친구지만 도나희는 청바지 하나만은 정말 잘 어울리는 여자다.


의상을 다 걸고 지나가려는 나희 앞을 규혁의 긴 다리가 막는다.


규혁은 나희를 스캔하며 말한다.


“어이, 기획. 청바지 입고 원숭이 탈 못쓸 텐데. 오늘은 원숭이 탈 쓰고, 홍보 안나 가냐?”


나희는 대꾸 없이 규혁의 다리를 넘어간다.


마음 같아서는 확 밟아 버리고 싶은데 참는다.


규혁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분장실을 나가 무대로 돌아가는 나희 뒤에 대고 말한다.


“말 씹냐? 쟤는 옷 다리는 거 말고 하는게 없어. 홍보도 하는 둥 마는 둥.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안 그래요?”


앞에 앉아 있는 동료 배우들에게 동의를 구하듯 말하자,


배우들은 규혁의 말에 동의한다는 표현으로 고개 끄덕거린다.


이때 경주가 소품용 조화를 들고 분장실에 들어오며 규혁의 이야기를 듣는다.


경주는 배우들이 나희를 무시하는 투로 빈정대자,


배우들에게 말한다.


“선배님들. 오늘 공연 매진이예요오.”


소파에 앉아 있던 배우들이 놀라며 말한다.


“어??”


“뭔 소리여?”


“매진이라고? 우리 공연이?”


규혁은 두 눈을 치켜 뜨고 경주를 쳐다보며 말한다.


“야! 최경주, 진짜야?”


“네에. 오늘 내일 이틀 매진이예요오.”


경주는 조용히 대답하고 분장실에서 빠져나간다.


분장실 배우들은 웅성거리며 믿지 못하는 표정이고,


규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짓는다.


무대와 연결된 문이 아닌 뒷문과 연결된 분장실 문을 열고 양준태 연출이 들어오며 말한다.


“아니, 공연 매진이라는데. 좋아하지 않고, 왜 다들 못 믿는 분위기야?”


배우들은 일어서서 양준태 연출에게 인사한다.


“오셨어요?”


“매진 좋죠.”


“저희가, 주말에 입소문 많이 냈어요.”


규혁도 빠질 수 없다.


“연출님, 저 진짜 홍보 많이 했어요. 당연히 매진 될 줄 알았습니다.”


양준태는 신이 나서 배우들을 독려한다.


“그래, 그래. 우리 주인공 규혁이가 제일 고생이 많다. 분위기 올라 탔으니까, 열심히들 하자고. 알았지?”


“네.”


“넵.”


양준태는 무대와 연결된 문 쪽을 향해 걸어간다.


배우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진짜 매진이야?’ 믿지 못하는 눈빛으로 말한다.



***



진호는 대학로 커피숍 2층 테라스에 앉아 휴대전화 화면에 하윤의 인스타를 띄워 놓고 사진을 넘겨본다.


기상캐스터 하윤의 인스타 팔로워 수는 점점 늘어나고,


남자들의 응원 댓글도 많아진다.


상처투성이인 입술에 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대고 마시며,


남자들의 댓글을 골라 확인한다.


전에 보이지 않았던 남자 연예인들의 댓글이 보이자,


왠지 신경 쓰인다.


“뭐? 항상 응원한다고? 당신이 왜 항상 응원을 하지? 이 새끼 이거 작업 아니야?”


혼잣말하던 진호는 휴대전화 화면을 끈다.


머리를 흔들며 시선을 하늘로 돌리며 말한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오진호. 너 왜 갑자기 집착하고 그래. 쿨 하자. 쿨 하자.”


하늘은 곧 비가 쏟아질 듯 회색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신을 다잡기 위해 심호흡하는데.


커피숍 앞 주차장에 빨간색 BMW M5 승용차가 다가와 주차한다.


친구 민준의 차다.


승용차에서 내린 민준은 커피숍 건물을 올려다보다가 2층 테라스에 앉아 있는 진호를 발견하고 손짓하며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진호도 손을 들어 인사한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든 민준은 2층으로 올라와 테라스로 다가온다.


민준은 상처투성이가 된 진호의 입술을 바라보고 화들짝 놀라며 의자에 앉는다.


“야, 너 입술 왜 그래?”


진호는 입술 이야기에 표정이 굳어지며 입술을 오른손으로 가린다.


“많이 나은 건데, 보기 흉 하냐?”


민준은 몸을 일으켜 진호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손으로 가려진 입술을 자세히 바라본다.


“왜 그래? 싸웠어?”


진호는 입술을 보여주며 말한다.


“싸운 건 아니고, 일방적으로 당했지.”


“누구한테??”


놀란 민준이 큰 소리로 말하자,


커피숍 손님들의 시선이 민준과 진호에게 쏠린다.


민준은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장점인지 단점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진호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히 말한다.


“갈매기···.”


민준은 더 크게 소리친다.


“뭐? 갈매기파?”


커피숍 2층 손님들은 진호와 민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더욱 집중한다.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진호는 손사래 치며 민준을 진정시킨다.


“야, 야. 조용히 좀 해. 갈매기파가 아니라. 바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 새.”


민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싸이의 ‘나 완전히 새 됐어’ 자세로 양팔 벌리며 말한다.


“나 완전히 새 됐어. 이 새? 끼룩끼룩. 갈매기가 그랬다고?”


2층 손님들은 민준의 행동을 보고 웃음을 터트린다.


진호는 갈매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트라우마가 밀려온다.


“그만, 그만해, 사람들이 보잖아. 입술 얘기는 그만해.”


민준은 자리에 앉아 빨대를 빨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꿀꺽꿀꺽 넘기고 말한다.


“발톱으로 공격한 거야? 많이 아팠겠다.”


진호는 갈매기들의 뾰족한 부리로 공격받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대충 넘긴다.


“어···. 말도 못 하고, 밥도 못 먹고, 죽는 줄 알았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민준은 다시 빨대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목구멍에 넘긴다.


진호는 미간에 힘주며 진지한 표정지으며 말한다.


“민준아. 내가 다시 태어나도 하윤이 같은 여자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지?”


민준은 입에서 빨대를 내려놓고 말한다.


“야. 어려운 게 아니라. 절대 못 만나지.”


민준의 말은 사실이지만, 진호의 마음에 날카로운 송곳이 스크레치를 내며 지나간다.


진호는 꾹 참고 인정하며 말한다.


“어. 그래. 못 만나지. 못 만날 거야. 그치?”


민준은 턱을 흔들며 말한다.


“당연한 걸 물어봐.”


진호는 민준이 못마땅하지만 대화를 이어간다.


“하윤이는 내가 꿈꾸던 완벽한 이상형이거든. 난 하윤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내가 출장 가기 전에 민준이 너한테 얘기했지. 나 진짜 결심했다. 하윤이 한테 프러포즈 하려고.

하윤이 하고 결혼하고 싶다.”


민준은 조약돌 만한 작은 손으로 “짝 짝 짝” 큰 박수 소리를 내고 엄치 손가락을 들며 말한다.


“그래, 잘 생각했어. 현실적으로 더 뜨기 전에 지금 잡아야지.”


진호는 자칭 연애 박사인 민준의 말에 동의한다.


“그치? 지금도 좀 부담스러운데. 더 뜨면 남자 연예인들도 꼬이고 그러겠지?”


“연예인 뿐이겠냐? 재벌3세 뭐, 그런 사람들도 꼬이겠지.”


“만약에, 혹시 거절하면···.”


“야. 하윤씨가 지금 너한테 푹 빠져 있잖아. 거절 못 하지. 지금이 딱 타이밍이야.”


진호는 커피잔을 들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한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프러포즈하고 다음달쯤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러 가려고.”


“인도네시아로? 오시라고 하지 그래?”


민준의 말에 커피를 마시던 진호가 잔을 내려놓고 말한다.


“우리가 가야지. 인도네시아 가서 부모님에게 인사들이고, 캐나다에 가서 하윤이 부모님 만나 뵙고. 가을. 10월쯤 결혼하려고.”


“오오. 스케줄 잘 짰어. 구체적이야. 좋다 좋아.”


진호는 미간에 힘을 주며 주름을 잡고 말한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환하게 웃던 민준은 궁금한 표정으로 진호를 본다.


“문제라니? 무슨?”


진호는 커피잔을 들고 미지근한 커피를 꿀꺽꿀꺽 들이 마신다.


독한 술을 마신 듯 “크으” 하며 말한다.


“하윤이랑, 도나희랑, 김소민이 친구래.”


민준은 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눈만 깜박거린다.


도대체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친구가 되지?


진호는 민준의 반응을 예상한 듯 말이어서 한다.


“민준이 너도 뭔가 불길한 기운이 들지 않냐?”


“불길한 건 모르겠고. 완전 신기한데. 에이, 진호야. 차라리 잘됐다. 니 편이 두 명 더 생긴 거잖아.”


민준의 표정이 밝아지고, 진호는 목구멍에 고구마가 걸려있는 듯 답답함을 느낀다.


“야. 누가 누구 편이야? 도나희랑 김소민은 내 편이 아니야. 걔 네들은 그냥···. 무조건 내 반대편이야.”


“에이 설마. 근데 어쩌다가 셋이 친구가 됐데?”


민준의 질문은 진호도 궁금한 부분이다.


진호는 아직 정확한 스토리를 알지 못한다.


하윤의 인스타를 보고 알게 됐고,


소민에게 언뜻 들은 이야기가 전부다.


세 사람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추리해봤다.


진호의 눈이 서서히 가늘어지며 말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진 발생한날 하윤이 혼자 우리 집에 남아 있었잖아. 다음날 아침에 마당에서 세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아마 도나희가 하윤이한테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했을 거야. 그러다가 학교 이야기가 나왔고, ‘어머 얘 그럼 우리 친구잖아’ 이렇게 된 것 같아.”


확신에 찬 진호의 눈빛을 보던 민준은 진호의 확신을 깨는 말을 한다.


“야! 나희가 ‘어머 얘’ 이런 말은 안 하잖아. 에이.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떻게 친구가 됐는데?”


진호가 버럭 하자.


민준은 황당하다.


“나도 너한테 방금 들었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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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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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7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4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4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2 1 11쪽
83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0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5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74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1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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