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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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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75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4.04 22:05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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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4화. 연애 코치

DUMMY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그리고 조금은 뻔뻔하게 말했다.


“누가 연락을 기다린다고 그래. 연락 안 기다려.”


민준은 말없이 광대뼈 근처를 실룩거렸다. 진호는 민준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믿지 않는다는 걸. 자식 진짜 모르는 척 좀 해주지.


생각하는데 휴대전화 화면에 이하윤 이름 뜨면서 벨 소리 울렸다.


드디어 왔다.


진호는 월척을 낚아채는 낚시꾼처럼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민준도 진호 휴대전화에 떴던 하윤의 이름을 확인했다.


숨죽이며 진호 옆자리로 건너가 앉았다.


휴대전화에 귀를 가져다 대며 통화를 엿들을 자세 취했다.


진호는 “헛헛험” 헛기침하더니 숨 고르기를 했다.


마음 넓은 남자의 여유로운 목소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드디어 통화 버튼을 누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하윤아.”


공연이 끝나고 세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온 전화였다.


맑고 깨끗한 음색의 하윤의 목소리가 진호의 귓속을 파고들어 마음속까지 울릴 것이었다.


반가워 눈시울도 붉어졌다.


진호는 마음을 다잡고 하윤의 얼굴을 떠올리며 휴대전화 스피커에 청각을 집중했다.


“지노야. 오디야?”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아닌 줄 담배 두 갑은 피워야 나오는 탁하고 쉰 목소리였다.


낯익은 목소리에서 알코올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진호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잠깐 떼고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눈앞에 낯익은 목소리 주인공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소민이다.


소민이가 왜 하윤이 전화로 전화를 한 거지?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시작했다. 불안한 기운이 밀려왔다.


진호는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말했다.


“어. 소민아. 니가 왜···.”


‘야! 김소민 니가 왜 하윤이 전화로 전화를 해’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진호는 본능적으로 전화기 넘어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윤의 웃음소리다.


여자가 웃자, 왠 남자도 따라 웃었다. 달팽이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남자의 웃음소리는 다름 아닌 여자 엄태구 도나희였다.


집중해서 엿듣는데, 라마처럼 ‘푸푸’ 거리던 소민이 말했다.


“푸! 푸! 어. 어. 지노야. 내가 왜 전화했지?”


소민이는 취했다. 그냥 취한 정도를 넘어선 것 같았다.


민준은 소민의 목소리가 들리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기 얼굴을 진호 얼굴에 바짝 붙였다.


화를 꾹 참고 있는 진호와 달리 민준은 입술을 실룩거렸다


“소민아. 잘 생각해 보렴.”


‘야. 장난치냐? 너 정신 안 차려? 니가 왜 하윤이 전화로 전화했는데?’를 순화해서 말했다.


“푸! 푸! 모르겠다. 지노야. 끊어.”


진호는 눈알이 빠져나와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다급한 진호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마치 모스부호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야! 야! 야! 야! 야! 김 소민. 왜 끊어?? 어디야?? 하윤이는??”


진호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


고막을 울려대는 진호의 목소리에 민준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뗐다 했다.


귓속에 모기떼가 날아다니는 것을 느꼈다.


술집 손님들은 단체로 미어캣 모드가 되어 진호 테이블을 바라봤다.


진호의 외침에 하윤의 휴대전화는 침묵했다.


끊긴 건가? 진호는 휴대전화 화면을 봤다. 통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애타는 진호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비웃는 웃음소리가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도나희와 김소민의 낄낄거리는 소리였다.


아, 또 당했다.


옆에서 엿듣던 민준도 킥킥대며 건너편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호프집 직원이 한 손에 생맥주 두 잔을 들고 와 진호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갔다.


갈매기에 공격받아 불어터진 아랫입술을 앞니로 앙 물고 있던 진호는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귓속에서 도나희와 김소민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렸다.


승리를 자축하는 하이 파이브 하며 웃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진호가 사랑하는 하윤이 있다는 것이다.


하윤 앞에서만은 완벽해 보이고 싶었던 진호는 목구멍으로 타오르는 분노의 불꽃을 생맥주를 들이 부어서 끄고 있었다.


황금빛 생맥주가 잔을 빠져나와 진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나희와 소민은 하이 파이브 하며 낄낄낄 웃었다.


하윤의 연락을 기다리는 진호의 간절한 마음을 나희는 잘 알고 있었다.


진호는 항상 나희 손바닥 안에 들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빈 안주 접시와 빈 소주병 5개가 놓여 있다.


소민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두 손을 가져다 댔다.


얼굴은 뜨거운 찻잔을 만지는 것처럼 뜨거웠다.


나희는 빈 소주병들을 차례대로 들어 봤다.


모두 깨끗하게 비어 있다. 아쉬운 얼굴로 술 냉장고로 시선을 옮기는데.


술 냉장고 옆에 있는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하윤이 나왔다.


하윤은 취기가 올라온 듯 화장실 문턱을 내려오면서 비틀거렸다.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신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이 안 났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하윤은 정신을 다잡으며 테이블로 걸어갔다.


웃음기가 남아 있는 나희와 소민의 눈빛에 걱정스러움이 비쳤다.


내가 지금 똑바로 걷고 있는 거 맞지. 똑바로 걷기 위해 몸의 균형을 잡아봤다.


하지만 알코올 기운은 하윤의 몸을 지배하며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흐느적거렸다.


하윤은 나희 옆자리에 앉았다.


나희의 몸에 살짝 기댔다. 자기 의지는 아니었다.


나희는 예상이라도 한 듯 몸에 힘을 주며 하윤의 무게를 안전하게 받아줬다.


입을 꼭 닫고 싶은데 술에 취하니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입을 헤벌쭉 벌리며 나희를 바라봤다.


나희의 눈빛은 너 괜찮아? 였고, 표정은 미소를 띄었다.


테이블 위에 자기 휴대전화를 보고 진호와의 통화가 궁금해졌다.


나희가 진호에게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다.


하윤은 진호에게 부재중 전화가 세 번이나 와 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술자리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이렇게 셋이서 계속 술 마시고 흐트러지고 싶었다.


기상캐스터를 하면서 점점 인기가 올라갔다.


그만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항상 행동에 조심하며 살았다.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다녔다.


복에 겨운 소리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하윤은 인기에 목마른 사람은 아니다.


오늘은 긴장의 끈을 놓고 편하게 놀고 싶었던 욕구가 이성을 이긴 날이다.


진호에게 연락을 안 해도 내일 연락하면 이해할 거라는 생각과 함께 진호를 지워 버렸다.


지워 버렸던 진호를 나희가 되살려 냈다.


하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켜고 진호 전화번호를 누르려 다가 옆자리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는 소민과 눈이 마주쳤다.


진호의 이름이 무엇으로 저장되어 있는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하트가 달려 있는지. 애칭은 쓰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윤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나희도 소민과 똑같이 궁금한 얼굴이었다.


휴대전화 통화 목록에 빨간색 부재중 전화에는 ‘진호’ 라고 쓰여 있었다.


소민은 기대와 달랐는지 실망한 눈빛이었다.


나희는 소민의 표정만 보고도 휴대전화 화면을 본 것처럼 알아차렸다.


하윤은 실망한 눈빛의 소민에게 휴대전화를 내밀며 진호에게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속마음은 셋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소민과 나희에게 결정권을 주고 싶었다.


진호를 부르든. 진호를 안심시키든.


휴대전화를 받아 든 소민은 장난기가 발동해 진호에게 전화했다.


웃음을 참고 있던 나희가 웃음을 터트리자.


하윤도 당황해하는 진호를 생각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으면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까지 나희와 소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진호는 매우 당황한 듯했다. 참 착하다.


하지만···. 하윤은 혼란스럽다.


하윤은 나희 옆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어 보며 건너편에 앉아 있는 소민에게 물었다.


“진호가 뭐래?”


취기가 올라온 소민은 양손으로 빨간 얼굴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말도 못했어. 지노. 화났나 봐.”


걱정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목소리에 웃음기가 새어 나왔다.


“하윤아. 너가 빨리 전화해 봐.”


옆에 앉아 있는 나희가 말했다.


이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느냐? 진호를 부르느냐? 결정권은 하윤에게 돌아왔다.


‘진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이어졌다.


“여보세요??”


술에 취해 혀가 꼬여가는 진호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진호야. 미안 연락이 늦었지?”


하윤은 취한 걸 감추기라도 하는듯 정신을 다잡고 말했다.


하지만 진호와 똑같이 혀가 꼬여 있었다.


진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어! 하윤아. 하윤아.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 있지. 괜찮아. 괜찮아.”


반복해서 말하는 진호의 상태는 자기보다 더 취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윤은 진호를 만나면서 혀가 꼬이도록 취한 걸 본 적이 없었다.


하윤과 마찬가지로 진호도 오늘 과음을 한 것이었다.


“오늘 술 많이 마셨나 봐? 어디야?”


하윤이 걱정할 말은 아니었다.


목소리를 가다듬는 진호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옆에서 누군가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진호는 저음의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민준이라고 친구 있잖아. 그 친구랑 대학로에서 한잔하고 있었어.”


진호의 말이 끝나자. 옆에서 작은 소리로 ‘어디냐고 물어봐’가 들렸다.


“아. 하윤이 너도 나희랑 소민이랑 함께 술 좀 마신 것 같은데? 어디야? 대학로야?”


진호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잘했어’ 소리가 따라왔다.


민준이라는 친구가 옆에서 진호를 코치해주는 듯 보였다.


“응. 나희랑 소민이랑 그때 왔던 반디에서 소주 마셨 어. 그럼 민준이라는 친구랑 둘이 있는 거야?”


하윤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호 혼자 집에 있다면 집 근처인 반디로 나오라고 해야 할 분위기였는데, 친구와 있다니 다행이었다.


하윤의 입에서 민준의 이름이 나오자,


건너편에 앉아 있는 소민이 하윤 옆에 앉아 귀를 들이밀고 통화를 엿들었다.


순간 이동한 것인지 눈 깜짝할 사이에 왔다.


소민의 빨간 얼굴에서 나오는 열기가 하윤의 볼에 전달됐다.


하윤은 소민이 진호 친구 민준에게 관심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 반디구나. 나도 거기 가려고 했었는데. 아쉽네. 오늘은 셋이 즐겁게 잘 놀고. 적당히 마시고 내일 연락하자.”


떨리는 진호의 목소리에서 진호의 속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진호는 이렇게 쿨 하지 못하다.


친구의 코치를 받아 마음에도 없는 말하고 있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윤의 귀에 거칠어지는 소민의 숨소리가 들렸다.


나희는 머리를 뒤로 빼고 하윤과 소민을 바라봤다.


검은색 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하윤의 볼과 소민의 볼이 겹쳐져 있었다.


큰 빵 사이에 검게 타버린 패티가 끼어 있는 것처럼 기이해 보였다.


나희는 소민의 얼굴을 진호 얼굴로 바꿔봤다. 하윤이 완전히 아깝다.


‘진호는 참 복도 많은 새끼다’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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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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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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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8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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