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5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3.30 22:05
조회
30
추천
0
글자
12쪽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DUMMY

연극 ‘내 친구의 첫사랑’ 관람을 한 하윤의 사진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이하윤씨 오늘 대학로에서 연극 봤구나? 우와, 인기 대단하다.”


창가에 앉아 있는 남자 기상캐스터 목소리가 조용했던 방송국 기상캐스터 사무실 안을 울렸다.


“내 친구의 첫사랑? 이 공연 재미있나?”


남자 기상캐스터 대각선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하윤의 선배이자 하윤을 괴롭히는 기상캐스터 박도연은 남자 기상캐스터 말에 하윤의 SNS 봤다.


사진 속 하윤은 숏 팬츠에 청 자켓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연극 내 친구의 첫사랑 #친구들 #대감동 #오늘 너무 행복. 해시태그가 달려있었다.


하윤 옆에는 또래로 보이는 짧은 커트머리에 보이시 한 여자(나희)가 웃고 있고,


반대쪽에는 키가 작고 통통한 펌을 한 단발머리 여자(소민)가 미소 짓고 있었다.


하윤의 팔로우들은 응원하는 댓글 달며 연극 내 친구의 첫사랑에 관심을 가졌다.


못 보던 사이 연예인들도 하윤과 팔로우를 하고 있었다.


쇼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연예인들이었다.


도연은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방송국 기상캐스터 넘버원이었던 도연은 하윤의 입사 후 하윤에게 서서히 밀리고 있는 중이었다.


한가하게 공연이나 보러 다니고.


니 인기도 언젠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어. 혀를 찼다.



***



공연이 끝나고 텅 빈 분장실 소파에 민규혁이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다.


규혁은 오늘 공연을 보러 온 하윤의 미모에 반해 하윤의 SNS에 팔로우 신청했다.


나희와 사귀었던 규혁은 하윤이 나희 친구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나희에게 친한 친구라고는 나희 집 2층에 사는 남매 같은 친구 오진호가 전부였다.


가끔 소민이라는 친구 이야기도 했지만, 강남으로 이사를 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부라고 했었다.


나희에게는 규혁뿐이었다.


나희는 항상 규혁만을 기다리고 따라다녔다.


변명 같지만 어느 순간 그런 나희가 부담스럽고 숨이 막혀왔다.


나희와 헤어지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나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오디션에 상대역으로 만났다.


참 기가 막혔다.


그리고 지금 공연하는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기획으로 다시 만났다.


오디션은 한번 보면 끝이지만 공연은 매일 마주쳐야 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나희를 그만두게 하기 위해 괴롭히고 시비를 걸었다.


웬만하면 그만뒀을 법도 한데 무슨 일인지 꿈쩍하지 않았다.


관객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잘리겠지 했는데.


젠장 매진이다. 내일도 매진이라고 했다.


휴대전화 화면에 공연 예약 사이트를 띄워 예매 버튼을 눌러봤다.


이번 주는 모두 매진이다.


규혁은 분장실 소파에 휴대전화를 던져 버렸다.



***



저녁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끝낸 오선희가 머리에 물기를 남긴 채 락커 룸에 들어왔다.


국가대표 펜싱 선수인 선희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훈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악착같은 근성으로 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날의 감동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선희는 피스트(펜싱 경기가 펼쳐지는 파란색 경기대)에 무릎 꿇고 기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짧은 시간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그때마다 선희 옆에는 도나희가 있었다.


나희를 생각하면 고마운 친구이자, 심장을 펜싱 칼에 찔리는 듯 가슴 아픈 사이였다.


나희는 자신 때문에 펜싱을 그만뒀다.


선희는 마음속 깊이 큰 빗을 지고 있었다.


나희를 찾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희의 단짝 친구이자 펜싱부였던 소민이 대학로에서 애견 미용실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학로는 나희의 집 근처다.


그날은 왜 그랬는지, 무작정 소민의 애견 미용실을 찾아갔다.


소민은 반갑게 인사했지만 바다에서 코끼리를 본 사람처럼 눈빛은 놀란 표정이었다.


소민의 기억에서 선희는 없었던 것이다.


10년 만에 만났지만 어릴 때 그대로였다.


특히 작은 키는 정확히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나희의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조금은 수다스러운 소민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나희의 이야기는 없었다.


근황을 묻는 말에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했다.


소민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사람으로 오해했다.


결혼 소식에 소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불쑥 나타나서 결혼한다는 말을 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나희의 안부를 묻고 싶어 고민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희를 만나게 됐다.


원숭이 탈을 쓰고 공연 홍보하던 두 사람이 초딩들에게 얻어맞고 발에 짓밟히고 안쓰러운 장면이 소민이 가게 앞에서 펼쳐 졌다.


그 원숭이 탈이 다름 아닌 도나희였다.


원숭이 인형 탈 머리를 뽑아내자 나희의 얼굴이 나타났다.


쌍꺼풀 없는 큰 눈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나희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변한 거라고는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는 것이다.


짧은 머리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너무나도 반가웠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나희는 오랜만에 보는 내 보습을 보고 알아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나의 모습도 변했다.


그만큼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희는 곧 나를 알아봤다.


예전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톤과 똑같이 말했다.


“어? 오선희!”


반가워서 눈물이 눈앞을 가로 막았다.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보여주는 건 싫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선희는 화가 났다.


왜 나희가 원숭이 탈을 쓰고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초딩들의 놀림감이 되었는지.


자기 잘못이 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나희가 펜싱을 그만두지 않고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했다면 지금 자신의 영광과 인기는 나희의 것이 되었을지 모른다.


추스르지 않는 감정에 나희에게 차가운 말을 던지고 소민의 가게를 나왔다.


하지만 가게 문이 닫히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왜 이러지. 정말 보고 싶었는데 왜 차갑게 말했지.


그렇다고 가게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나희가 돌리던 공연 전단지가 바람을 타고 길거리를 날아다녔다.


발 밑에 날아온 전단지를 들고 자세히 봤다.


뭘 하고 다니는 거니. 그동안 뭘 한 거니.


연극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 전단지에는 기획 도나희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소민에게 연락이 왔다.


나희가 중학교 때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결혼식 축가를 불러준다는 것이었다.


맞다. 약속했다. 나희는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생 선희는 이모 결혼식에 갔다가 축가로 불려 진 김동률의 ‘기적’ 노래를 듣고 완전히 반했다.


자신의 마음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나희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희와 함께 이어폰을 나눠 끼우고 기적 노래를 들었다.


나희는 친구 진호가 학원 친구들에게 맞았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약속한 것이다.


“내가 너 결혼식 할 때 ‘기적’ 꼭 불러 줄게. 약속!”


김동률 ‘기적’을 꼭 불러주겠다고.


락커 문을 열고 가방을 꺼내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


오랫동안 운동해서인지 훈련하고 있는 시간에는 특별한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김상준’ 카톡 알림이 떠 있다.


김상준은 선희와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다.


씨름 선수 출신으로 남자답고 자상한 남자다.


지금은 자신이 졸업한 체육대학에서 코치를 하고 있다.


선희는 훈련을 끝내고 상준에게 전화를 했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카톡 메시지를 남겼다.


궁금한 표정으로 대화방 열어봤다.


선희씨 내일 보는 공연 유명한 공연인가 봐.


내일 공연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예매하려고 했는데 매진이네 (눈물)


함께 못 가서 정말 아쉽다.



공연은 상준씨와 함께 보고 싶었지만, 훈련 일정 때문에 함께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을 내서 함께 보고 싶었나 보다.


참 착하고 다정한 남자다.


선희는 상준의 메시지를 보고 미소 지으며 대화 창에 글 쓴다.


1 그랬구나 고마워 상준씨.



선희는 락커 문 닫고 가방을 어깨에 맸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내일은 나희의 공연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간다.


선희는 맑은 봄 날씨를 기대해 본다.



***



소주잔을 비운 나희는 매운 닭발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거렸다.


테이블 위에 소주병이 늘어갔다.


나희는 그동안 술에 취해 실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오늘만큼은 취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실현 가능할지 자신을 실험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하윤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하윤은 소민이 말대로 예쁜 애가 착하고 붙임성도 좋다.


내숭없이 털털한 모습은 자신과 비슷했다.


하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가 한국에 온 지 2년됐다고 했다.


그런 애가 닭발을 제대로 먹어 봤겠나 싶었는데. 맛있게 잘 먹는다.


의외다. 술도 잘 마신다.


술 잔이 비어 갈수록 커다란 눈이 더욱 커지고, 웃음소리도 커져갔다.


여자인 나희가 봐도 참 매력적인 여자다.


여자들의 얼굴만 밝히는 진호 새끼가 왜 하윤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윤을 보고 있으면 진호에게는 과분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두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


마음속으로 연애 고자 오진호의 연애를 응원했다.


나희는 하윤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줬다.


하윤은 혀를 반쯤 내밀며 귀여운 표정 지었다.


이러는데 남자들이 안 넘어가냐고.


술을 졸라 따라 주고 싶게 만드는데.


나희는 하윤과 건배했다.


알코올 기운은 목을 지나 얼굴로 향하고 있었다.


하윤은 나희와 건배하고 잔을 비웠다.


나희와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게 꿈만 같았다.


나희는 참 매력적인 친구다.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사람을 잘 챙긴다.


분위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도 있다.


대화의 센스도 넘친다.


무엇보다 나희는 두 번이나 위기에 빠진 하윤을 구해줬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나희가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 하윤은 또래보다 작고 왜소하고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지금 모습을 보면 기억하지 못 하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지난 주 나희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생방송 촬영 왔던 하윤을 상암동 방송국까지 스쿠터로 태워다 줬다.


비 내는 금요일 하윤은 인트로 촬영에 펑크 낼 뻔했지만 나희의 도움을 받았다.


나희는 중학교 3학년 때와 똑같이 시크한 미소를 보여주며 무심히 뒤돌아갔다.


그때마다 나희의 뒷모습은 멋있음을 풍겼다.


중학교 때의 기억은 하윤의 마음속에 열쇠가 채워진 채 봉인되어 있다.


곧 열쇠를 풀고 봉인해제를 할 것이다.


하윤은 서서히 술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괜히 웃음이 나오고, 스트레스 받던 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이 좋다.


그래서 남자 친구 진호도 잊어버렸다.


연락해야지 했던 그 순간을 까맣게 잊은 것이다.


하윤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소민의 빈 잔에 술을 따라줬다.




내 친구의 첫사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친구의 첫사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1 100화. 그녀들의 속마음 22.05.11 25 1 11쪽
100 99화. 내 친구중에 SM제약 회장 딸이 있다고? 22.05.09 26 0 11쪽
99 98화. 스트레스 22.05.06 26 0 11쪽
98 97화. 진호의 부탁 22.05.04 25 0 11쪽
97 96화. 외삼촌의 과거 22.05.02 26 0 11쪽
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4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7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4 1 11쪽
89 88화. 펜싱선수 도나희 22.04.13 34 1 11쪽
88 87화. 둘은 모르고 셋은 안다 22.04.11 30 0 11쪽
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7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2 1 11쪽
» 82화. 기억과 추억사이 22.03.30 31 0 12쪽
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6 0 11쪽
79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5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9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74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1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