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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60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3.21 22:05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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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8화. 불안한 기운

DUMMY

무대 위 공연은 어느새 첫사랑을 고백하는 신이 다가온다.


나희는 관객이 미리 신청해 놓은 피아노 연주곡이 적혀 있는 메모지를 본다.


연인에게 첫사랑을 고백하는 20대 남자가 들려주고 싶은 연주곡은 ‘사랑 그대로의 사랑’ 이다.


오늘 연주자인 나희는 메모지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피아노 연주 준비하러 가요.”


“네, 언니.”


경주는 콘솔 조명 조절하며 말하고,


양준태는 나희가 앉았던 의자에 앉으며 말한다.


“오늘 매진인데, 긴장하지 말고 잘해···.”


“연출님이 제일 긴장하신 것 같은데요.”


나희는 조용히 오퍼실을 나가 공연장 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주인공 규혁은 오늘따라 유난히 오버하며 연기한다.


시선은 당연히 하윤에게 가 있고,


하윤을 의식하며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다.


규혁이 무대 중앙에 서자,


주황색 핀 조명이 무대 중앙에 원을 그리며 떨어진다.


규혁은 객석 중앙에 앉아 있는 하윤에게 윙크하며 미소 짓는다.


하윤은 못 본 건지 못 본 척하는 것인지 무심한 눈빛으로 무대를 보고,


소민은 규혁의 윙크를 보고, 소리 내지 않고 입술을 움직인다.


“저 새끼 저거. 끼 부리는 거 봐. 나희가 백 번 잘 헤어졌지.”


규혁은 하윤의 무심한 눈빛과 하윤 옆에 왜 앉아 있는 나희의 절친 소민의 입 모양을 보고 시선을 객석 앞으로 돌리며 말한다.


“오늘 저희 공연 첫 매진인데요. 많은 관객 앞에서 용기 있게 첫사랑 고백을 신청 하신 분이 계십니다.”


규혁의 시선이 맨 앞줄 가운데 앉아 있는 앳된 20대 초 남자 관객에게 이동한다.


긴장한 20대 초반 남자는 머뭇거리며 객석 뒤를 바라본다.


옆에 앉아있는 여자 친구는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인다.


규혁은 남자에게 손을 뻗으며 말한다.


“입대를 앞둔 스물한 살 청년입니다. 앞으로 나오시죠.”


20대 남자는 일어서서 무대 중앙으로 걸어간다.


남자의 용기에 관객들은 박수로 응원을 보낸다.


하윤과 소민도 박수친다.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의 하이라이트 같은 이 신은 나희의 아이디어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소민은 풋풋한 연인을 부러운 눈으로 본다.


20대 남자가 무대 중앙에 서자,


여자친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눈물이 나서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20대 남자가 마이크를 잡는데,


많이 긴장한 듯 마이크가 덜덜 떨린다.


무대 오른쪽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를 향해 주황색 핀 조명이 분위기 있게 비친다.


피아노 의자에는 연주를 위해 나희가 앉아 있다.


하윤의 시선이 무대 중앙에서 피아노에 앉아 있는 나희에게 고정된다.


‘나희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구나’


하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나희의 모습이다.


오퍼실 경주는 음악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공연장 안에 잔잔한 BGM이 깔리자.


나희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 연주가 시작된다.


20대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객석에 앉아 있는 여자친구를 빤히 바라본다.


마른 침을 삼키고,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어 준비해놓은 편지를 읽는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너가 한 말 기억나니? 나처럼 못생긴 애 처음 봤다고, 앞으로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


여자 친구는 입으로 환하게 웃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온다.


관객들은 박수 치며 웃는다.


소민도 웃으며 옆에 있는 하윤을 본다.


하윤은 아무 반응 없이 피아노 연주하는 나희를 멍하니 보고 있다.


소민은 피아노 연주하는 나희와 하윤을 번갈아 본다.


나희는 열심히 연주하고,


하윤의 큰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소민은 ‘뭐지?’ 하며 볼에 바람을 넣어 얼굴을 복어처럼 만든다.


20대 남자의 고백이 이어질수록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렇게 우연히 다시 만났고. 우연은 이게 끝이겠구나 했는데.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지. 그리고 니가 먼저 사귀자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피아노 연주하는 나희는 한 번씩 객석을 바라본다.


객석에 앉아 있는 하윤의 눈에 비치는 나희의 모습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바로 앞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것처럼 느낀다.


피아노 연주를 하는 나희의 모습은 눈부시다.


하윤은 나희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나희도 밝은 미소로 하윤의 눈을 본다.


하윤의 눈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20대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백의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한다.


“전역할 때까지 기다려 주면···.”


관객들의 시선이 여자친구에게 쏠린다.


눈물 흘리던 여자친구는 소리친다.


“꼭 기다릴게. 걱정하지 말고 건강히 잘 다녀와.”


말없이 울기만 하던 여자친구의 우렁찬 목소리가 극장 안에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친다.


하윤도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박수친다.


소민은 아직도 복어 얼굴을 하고 박수 친다.


20대 남자는 엉엉 울며 무대를 내려와 여자친구 옆에 앉는다.


여자친구는 아이처럼 우는 남자친구를 꼭 끌어안는다.


핀 조명 꺼지고,


무대를 환하게 밝히는 조명 들어오자.


무대 위에는 어느새 배우들이 자리 잡고 연기를 시작한다.


하윤은 피아노 자리 보면 나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



대학로 거리는 퇴근 시간에 맞춰 나온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진호는 ‘고기 굽는 마을’ 가게 안 창가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민준은 진호 앞자리에 앉아 삼겹살을 열심히 굽고 있다.


가게 안은 고기 굽는 연기와 손님들의 소음이 가득하다.


진호 테이블 위에는 삼겹살과 돼지갈비와 채소들로 테이블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민준이 그동안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한 진호를 위해 주문한 것이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과하게 많다.


민준은 삼겹살 정성스럽게 구워 진호 앞에 놔준다.


“먹어봐.”


진호는 상처투성이가 된 입술 때문에 앞니로 삼겹살을 잡아 입 안에 넣는다.


입술이 없는 새처럼···.


갈매기섬의 갈매기들이 생각난다.


민준은 상추에 삼겹살 가득 올려 쌈을 싼다.


소주잔을 들어 원샷하고 쌈을 입 안에 몰아넣고 우걱우걱 씹는다.


껌을 씹듯 입술을 벌리고 이빨로 삼겹살을 씹는 진호는 민준이 부럽다.


진호는 소주병을 들어 민준의 잔을 채우며 말한다.


“천천히 먹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니가 무인도에 출장 다녀온 줄 알겠다.”


민준은 ‘씩’ 웃으며 노랗게 구워진 삼겹살을 주섬주섬 올려 다시 쌈을 싸 입안 가득 밀어 넣는다.


진호를 위해서 주문하게 아니라 민준 자신을 위해 주문한 것 같다.


민준은 다시 소주잔을 비운다.


진호가 민준의 빈 소주잔에 소주병을 가져다 대자,


민준은 입 안에 씹고 있던 고기를 삼키고 소주잔을 들어 받는다.


소주잔을 비우고 민준은 말한다.


“진호야. 만약에 하윤씨가 지금 결혼하기가 부담스럽다든지. 좀 더 만나보고 결정하자던지. 그러면 어쩔 거야? 아니면, 진짜 딴 남자가 있다던가. 잘생기고 잘난 남자 연예인들이 한 둘이 아니잖아. 그리고 진호 너도 솔직히 외모에 더 끌린 거잖아.”


민준 말에 진호는 피식 웃으며 민준에게 조용히 말한다.


“그래, 외모에 끌린 건 맞지. 근데 하윤이는 그런 애 아니야. 그런 여자면 내가 안 만나지.”


민준은 소주잔을 비우고, 수저를 들어 계란탕을 떠서 입에 넣는다.


계란탕이 뜨거운지 혀를 굴리며 말한다.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공부만 죽으라 했으면서 니가 여자를 어떻게 알아? 난 니가 외모만 보는 것 같아서 솔직히 걱정도 되고···.”


진호는 민준의 빈 소주잔을 채워 주며 말한다.


“걱정해줘서 고마운데. 지금은 아니야.”


“그럼 다행이다.”


진호는 민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하윤이는 다른 남자. 절대, 네버, 없어. 하윤이 그 나이에 키스도 제대로 못 하더라. 알았냐?”


가계 안 손님들의 소음으로 진호의 말이 민준에게 안 들린다.


민준은 진호를 빤히 보며 묻는다.


“뭐라는 거야??”


“하윤이 키스도 제대로 못 한다고.”


진호가 자랑하듯 말하자 민준은 놀란 눈으로 대답한다.


“진짜??”


“그래, 인마.”


민준은 ‘예상과 다르네’ 혼잣말하며 소주를 마시고, 집게로 고기를 들어 불 위에 올려놓는다.


진호는 계란탕을 떠먹는데 입술이 따갑다.


“아우, 아우. 따가워.”


옆 테이블 남자 1, 2, 3은 진호와 민준 머리 위에 걸려있는 벽걸이TV 보며 말한다.


“쟤 이하윤 아니야?”


“맞네, 이하윤. 이제 쇼 프로에도 나오네.”


“와. 쟤 진짜 지적이지 않냐?”


진호와 민준도 벽에서 몸 빼며 머리 위에 TV 바라본다.


TV화면에 쇼 프로 예고 방송이 나온다.


펜싱 자세를 보여주는 하윤의 영상과 함께 자막이 흘러나온다.


기상캐스터 이하윤 출연, 첫사랑 고백, 첫사랑과의 운명적 만남, 토요일 7시 방송.


진호는 멍한 눈으로 TV 화면을 바라보고, 민준은 진호와 TV를 번갈아 바라본다.


옆 테이블 남자 1, 2, 3은 술을 마시며 한마디씩 던진다.


“이하윤 같은 여자의 첫사랑은 누굴까?”


“나한테. 이하윤이 ‘오빠가 내 첫사랑이에요.’ 하고 찾아오면, 난 바로 결혼한다.”


“나는 이하윤이 첫사랑하고 잘 되길 응원하고 싶다. 떴다고 사람이 변하면 안 돼. 하윤이 쟤 생각보다 참 순수한 애다. 그치? 안 그래?”


“그래 우리라도 응원해주자.”


“건배!”


민준은 동공의 초점을 잃어가는 진호를 보며 말한다.


“하윤씨가 첫사랑을 만났다고? 너 알고 있었어? 진짜야?”


진호는 무인도 출장을 다녀온 후 하윤과 전화통화가 엇갈렸다.


그냥 바빠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호가 알지 못하는 쇼 프로에 출연했고, 쇼 프로에서 첫사랑을 만났다고 했다.


불안한 기분이 진호의 몸을 감싼다.


민준은 진호가 말이 없자, 진호의 빈 술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한다.


“진호야. 쇼 프로잖아. 이슈를 만들려고 그럴 수 있어? 안 그래?”


진호는 민준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민준은 잔을 들어 건배를 청하며 말한다.


“그래도 출연하는 건 알았을 거 아니야?”


진호는 술잔을 들었다가 힘없이 내려놓는다.


민준은 진호를 보고 묻는다.


“너 하윤씨. 쇼 프로 출연하는 것도 몰랐어?”


진호는 대답하지 않고 소주잔을 들어 원샷 한다.



***



무대 위 공연이 끝나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무대 조명이 모두 꺼지고, 어두워진 공연장 안을 박수소리와 함성이 가득 채운다.


처음으로 매진된 공연은 성공적이다.


오퍼실에서 경주가 조명 콘솔 버튼 올리자, 무대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배우들은 무대 위로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한다.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이어지고, 양준태는 흐뭇한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다.


배우들이 무대 뒤로 퇴장하자, 관객들은 하윤과 소민의 주위로 몰려든다.


퇴장했던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위해 다시 무대 위로 나온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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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경주의 남자친구 22.04.29 23 0 11쪽
95 94화. 궁금한 이야기 3일 22.04.27 26 0 11쪽
94 93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오선희 22.04.25 25 0 11쪽
93 92화. 사람이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22.04.22 23 0 11쪽
92 91화. 미친 인맥 22.04.20 25 0 11쪽
91 90화. 오늘부터 1일 22.04.18 33 0 11쪽
90 89화. 달려라 오진호 22.04.15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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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화. 노래방에서 22.04.08 30 0 12쪽
86 85화. 하윤을 향해 돌격 앞으로 22.04.06 34 0 11쪽
85 84화. 연애 코치 22.04.04 26 0 12쪽
84 83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22.04.01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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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1화. 봄비 내리는 대학로에서 22.03.28 28 0 12쪽
81 80화. 집착은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 22.03.25 27 0 11쪽
80 79화. 어쩌다 보니 친구 22.03.23 25 0 11쪽
» 78화. 불안한 기운 22.03.21 24 0 11쪽
78 77화. 광채 22.03.18 27 0 12쪽
77 76화. 진호의 추리 22.03.16 34 0 12쪽
76 75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22.03.14 28 1 12쪽
75 74화. 공연 매진 22.03.11 26 1 11쪽
74 73화.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는 양준태의 고향은 압구정동 22.03.09 30 1 12쪽
73 72화. 엇갈리는 전화통화 22.03.07 32 1 11쪽
72 71화. 나희의 전화 22.03.0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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