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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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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6.27 1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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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42

작성
24.06.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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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
12쪽

(Ep.30) - 브라우닝 VS 맥도날드

DUMMY

- 1891년 1월 14일.


평화로운 파예트빌의 아침이 끝나고 점심이 찾아올 무렵, 나는 방구석 한쪽에 처박혀 납품용 탄띠식 기관총 설계 도면을 뜯어고치는 중이었다.


‘언제 오는 거야······?’


그런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건 육군성의 편지. 브라우닝과의 한판 대결이 될 기관총 경쟁입찰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콜트를 제외한 다른 경쟁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맥심 기관총을 비교 대상으로 쓴다는 것 정도가 ‘키포인트’가 됐다.


다른 말로 하면 맥심 기관총보다는 성능이 뛰어나거나, 비견될 만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내가 만든 기관총, 정확히 말하면 8번째 설계는 분당 900~950발을 쏟아붓는 강력한 화력을 가졌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 문젯거리가 될 건 없을 것이다.


‘우려되는 건 오히려 다른 부분이지.’


내구성과 신뢰성.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속 사격 능력, 이 세 가지는 내 기관총 설계에 대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나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기에 계속해서 설계를 수정해 가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 그러니 편지가 오기 전까지는 실사격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량 작업을 이어 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만년필을 다시 들어 올리려는 순간, 아놀드가 나를 부르더니 편지 하나를 건네주었고, 나는 편지의 발신인을 확인한 후 그대로 미소 지었다.


“육군성이라, 드디어 올 것이 왔군요, 경쟁 입찰 말입니다······!”


“오오, 이제 기관총을 팔아먹을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인 거냐, 램지?”


“여기서 이긴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우린 이길 겁니다.”


- 1891년 2월 24일. 리치먼드, 버지니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쟁입찰 날이 다가왔다. 상대는 존 브라우닝이 설계한 콜트사의 ‘1891년식 브라우닝 기관총’. 그리고 그 마수에 대항해 맥도날드 제너럴 암즈와 스미스&웨슨이 내놓은 것은 ‘맥도날드 기관총 마크 9’.


수많은 육군 장군과 영관 장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나는 다니엘 웨슨 대신 이 자리에 온 조지프 웨슨의 얼굴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그는 긴장했는지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콜트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니 긴장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이건 분명히 이길 거다. 수랭식은 공랭식을 결코 따라올 수 없으니까!’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자가 단상 위로 올라가 경쟁입찰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나는 바로 옆자리서 존 브라우닝이 나를 묘한 눈빛으로 째려보는 걸 알아챘다. 경쟁자가 패배하기를 원한다는 듯한 뉘앙스가 담긴 그 눈빛. 이에 나 역시 비슷하게 맞받아쳤다.


“잘해봅시다, 브라우닝 씨.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지만요!”


“자, 그럼. 각 기관총의 시험자는 앞으로 나와서 탄띠를 장전해 주세요. 탄띠에는 총 2,000발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시험인 연속사격을 시험자들이 준비되는 대로 시작하겠습니다!”


연속사격. 총열 교환 기능이 없었더라면 수랭식에 비해 당연히 공랭식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수랭식은 총열 교환 같은 거 필요 없이 수백 발을 쏴 재낄 수 있기에, 어쩌면 지속 사격 능력에서 공랭식이 불리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 기본적으로 연사 속도가 2배 이상 차이 난다는 점을 참작하면 실질적인 지속 사격 능력은 비슷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 일단 경합을 감상해 보자고.


“그러면 1차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신호가 울리기 무섭게 각 기관총은 총알을 미친 듯이 표적을 향해 뿜어댔다. 동시에 자리에 참석한 장군들은 맥도날드 기관총의 미친 듯한 연사 속도에 놀란 듯한 표정으로 저게 도대체 뭐냐고 소리쳤다.


“저 미치도록 번쩍이는 섬광은 도대체 뭔가? 아니, 얼마나 빠른 거야?”


“그 전에 저거 총열이 버티긴 하려나 모르겠군. 보아하니 공랭식인 듯한데··· 쯧, 슬슬 달아올라서 빨개지는군.”


대략 1분쯤 지나자, 맥도날드 기관총 총열은 완전히 빨갛게 달아올랐다. 더 이상 정상적인 사격이 불가능한 상황. 이에 사수는 곧바로 총열에 달린 잠금장치 손잡이를 돌려 총열을 빼낸 후 새 총열을 밀어 넣었다.


“뭐야, 지금 총열을 꺼낸 건가?”


“그런 것 같네. 그게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되는데··· 이거 꽤 신기하구먼!”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총열이 갈아 끼워진 맥도날드 기관총은 다시금 미친 듯이 불을 뿜어댔다. 다시 1분이 지나자 역시나 총열이 새빨갛게 과열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2천 발이 모두 소진된 후였다.


물론 그동안 브라우닝 기관총은 여전히 연기를 뿜어내며 총알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브라우닝 기관총은 3분을 더 발광했고, 냉각수가 끓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또한 맥심 기관총 역시 브라우닝 기관총과 비슷한 속도로 총알을 뱉어낸 것으로 보아, 브라우닝 기관총의 성능은 맥심 기관총에 준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기관총 모두 놀랍군. 2천 발을 멈추지 않고 쏘아댔는데 버텨내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완전 물건이로군요······.”


“그나저나 맥심 기관총도 꽤 쓸 만해 보이는군. 그냥 맥심 기관총을 채택하면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장군들이 쑥덕댈 동안 다음 시험을 위한 준비가 끝마쳐졌다. 다음은 500야드 거리에 있는 표적에 100발을 쏴서 집탄성을 확인하는 시험. 머지않아 시작된 시험은 당연히 브라우닝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거 화력이 강하긴 해도 명중률은 그다지 높지 않군. 브라우닝 것에 비해서 탄착군이 30% 정도 더 벌어졌어.”


“이보게. 이 정도면 충분한 거라고. 애초에 기관총이잖나? 오히려 이렇게나 빠른 연사 속도로 이 정도 탄착군을 뽑아낸 거면 설계가 굉장히 잘 된 거네.”


“그렇긴 하지만, 맥심 기관총의 탄착군도 한번 보게. 브라우닝의 것이 좀 더 나아 보이지 않나? 아무리 기관총이라고 하지만 명중률도 꽤 중요한 요소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 이번 건 모래 먼지가 날리는 모하비 사막에서의 사용을 염두에 둔 시험으로, 모래 1파운드를 기관총 작동부에 그대로 들이부은 후 잘 나가나 안 나가나를 시험하는 거였다. 한마디로 무식의 끝판왕.


‘하지만 내 설계는 이것보다 더 무식하지.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고!’


사실 시험 내용은 나와 브라우닝에게 미리 전달되지 않은 사항이었다. 그래서일까, 브라우닝은 자기 기관총에 모래가 흩뿌려지자 표정을 찌푸리며 뭔가 잘못됐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 이거 되긴 되는 건가? 모래를 그대로 끼얹다니··· 저건 그냥 고장 내는 거잖아!”


“아무튼 지켜봅시다. 시험은 시험이니깐요.”


그렇게 시작된 세 번째 시험. 먼저 사격을 시작한 건 브라우닝 기관총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 타다다다당. 철컥. 철컥.


“브라우닝 씨, 기관총이 걸려서 안 나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 어떤 무식한 놈이 이 시험을 구상한 거요? 기계에 모래를 왜 들이붓는데!”


“맥심 기관총도 나가리군요.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남은 건······.”


- 타다다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다다당.


“뭐, 뭐야, 이거··· 무서워······.”


“브, 브라우닝 씨?”


브라우닝 기관총이 정지하자마자 격발을 시작한 맥도날드 기관총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총알을 흩뿌려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존 브라우닝은 할 말이 없다는 듯 뒷목을 잡으며 그대로 퇴장했고, 장군들은 맥도날드 기관총의 ‘터프’한 모습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들었길래 저런 미친 물건이 나오는 거야? 아니, 모래 1파운드를 그대로 부어도 끄떡없다고?”


“이건 누가 봐도 맥도날드의 승리로군. 더 논할 필요도 없다고. 마일스 장군, 자네가 확실히 안목이 있긴 했군.”


“허허, 그런가요, 사령관님.”


“이, 이건 무효요! 아니, 애초에 어떤 미친놈이 기관총을 모래사장에 처박아 두겠냐고요. 예?”


브라우닝이 그대로 뒷목 잡고 떠난 가운데, 콜트 관계자들은 이건 말도 안 된다며 군부에 항의했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미 모든 장군이 맥도날드 기관총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심사 결과를 안 보더라도 뻔히 결정된 사안이로군!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지. 브라우닝 기관총이 650달러인데, 저 미친 물건은 470달러잖나?”


탄띠식을 채택하면서 생산 단가가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기관총은 브라우닝 것에 비해 저렴하다. 100달러 정도 차이라고 해도 대량 생산하면 분명 차이가 있으니깐 말이지.


어찌 됐든 이걸로 나는 브라우닝을 한 차례 이겼다. 덤으로 기관총 납품을 사실상 공인받았다. 엄청난 소득을 얻은 것이다. 다만 동시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브라우닝이 뒷목 잡고 나갔다는 것.


‘아무래도 존 브라우닝 그 사람, 이를 갈고 달려들 것 같은데······.’


이렇게 된 이상 나는 더 따질 것도 없이 존 브라우닝과 공식적인 라이벌 관계가 된 셈이다. 아니, 어쩌면 라이벌을 넘어서 원수지간일 수도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존 브라우닝이 나를 꺾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게 될 거라는 이야기.


‘당연하지만 존 브라우닝에게 밀려선 안 된다. 내 밥그릇은 소중하니까.’


후우, 어쨌든 한시름 놨으니 이제 일거리를 천천히 처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안 그래도 기관총에 매진하느라 슬라이드식 자동권총 설계는 조금 미뤄두고 있던 차였기에.


아마 3월이나 4월부터는 슬라이드식 자동권총 설계를 시작할 듯하다. 이번에는 여유도 충분할 테니, 실물을 여러 번 만들어 가면서 천천히 해도 늦진 않을 테고.


‘대략 1892년에 슬라이드식 자동권총을 내놓는 걸로 생각하면 딱 맞겠군. 좋아, 차근차근 추진해 볼까······.’


- 동일 시각. 대회장 외곽.


“제길! 이게 뭐가 어떻게 된 일이야?”


존 브라우닝은 황당하다는 듯 깡통을 발로 툭툭 찼다. 그는 자신의 설계에 자신감이 있었고, 맥도날드 기관총이 자기 기관총 연사력의 두 배라는 소식을 듣고도 분명 허점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명중률 부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맥도날드 기관총이 자신의 것을 앞질렀다. 총기 설계에 자신이 있었던 그였기에 이는 꽤 큰 충격이었다.


‘자동권총은 그렇다 쳐도, 이건 도대체······.’


최초의 자동권총 타이틀을 가져간 건 하이럼 맥심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 패배는 명백히 실력으로 진 것처럼 보였기에,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맥도날드를 꺾는다. 그래, 맥도날드를 못 꺾으면 굶어 죽는다고 생각하자고.’


존 브라우닝은 심호흡한 후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자동권총 설계도면 복사본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그걸 유심히 쳐다보았다.


‘해머를 추가한 건 확실히 잘한 선택이야. 어쩌면 이게 M1889 자동권총을 능가할 장점이 될지도 모를 테지.’


브라우닝의 자동권총은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세부적인 부분을 조금 더 수정하고 해머 작동 장치가 종종 작동불량을 내는 문제만 해결하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존 브라우닝은 이번 패배는 시작일 뿐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잠시 무릎을 굽힌 건 추진력을 위한 것일 뿐이었기에. 그는 자기 라이벌이 램지 맥도날드임을 확실히 인지하곤 유타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CFC 프라이드 치킨을 양손에 가득 든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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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p.47) - 청일전쟁 (2) +5 24.06.24 1,684 57 11쪽
46 (Ep.46) - 청일전쟁 (1) +7 24.06.24 1,773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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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40) - 볼트액션 경쟁 (2) +8 24.06.12 2,749 120 12쪽
39 (Ep.39) - 볼트액션 경쟁 (1) +5 24.06.11 2,827 1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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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30) - 브라우닝 VS 맥도날드 +11 24.06.02 3,503 128 12쪽
29 (Ep.29) - 협력 보상 +7 24.06.01 3,533 107 12쪽
28 (Ep.28) - 스미스 앤 웨슨 +12 24.05.31 3,603 115 12쪽
27 (Ep.27) - 업그레이드와 협력 +6 24.05.30 3,713 1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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