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할라에서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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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모든 사단과 주요 보급소의 위치를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현재 중부집단군은 모스크바를 둘러싸는 포위망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어떤 사단은 모스크바까지 거리가 고작 10km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한 달 안에 이 위대한 전쟁은 독일 제국의 승리로 끝날 것 이다..'
한스는 최전선 사령부에 임시로 마련된 자신의 집무실에서 힌덴부르크의 초상화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난번 한스가 스탈린의 초상화를 총으로 쏜 이후로 언제나 한스의 집무실에는 힌덴부르크, 비스마르크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힌덴부르크는 한스를 포함한 독일 민족과 국방군의 정신적 지주였다. 한스 또한 6년 전 힌덴부르크가 서거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순간 막중한 책임감과 새 시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한스는 이제 자신이 힌덴부르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난 힌덴부르크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역사를 일구어내고 있다. 저 노친네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전술을 썼을지 궁금하군...시대가 흘러 무기가 발달하면 기존의 위대한 전사들은 시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이지만 노친네는 다를 것 같군...'
한스는 다른 참모들과 힌덴부르크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노친네라고 부르고는 했던 것 이다. 한스는 힌덴부르크가 20년 전 프랑스와 전쟁할때 느꼈던 중압감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독일 민족의 미래가 내 어깨 위에 있군.'
한스는 잔에 슈납스를 따르고는 힌덴부르크를 향해 건배를 하고는 말했다.
"영원한 안식을 취하소서! 50년 뒤 발할라에서 봅시다!"
한스는 종교를 믿지는 않았지만 북유럽 신화에서 위대한 전사들이 영면한 이후에 머무르는 곳이라고 여겨지던 발할라에 관한 신화는 마음에 들었다. 한스는 당연히 자신 또한 죽은 이후에 발할라에 가게 될 것 이라고 생각했다.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현재 전황에 대한 고견을 묻고 싶군..'
그 때, 힌덴부르크가 한스의 앞에 나타났다. 최근에 꿈에서 힌덴부르크, 나폴레옹, 프리드리히 대왕이 번갈아 나타나고는 했다.
'뭐야 꿈이었잖아...'
힌덴부르크는 세계대전 때 모습 그대로였다. 한스는 의기양양하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힌덴부르크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힌덴부르크는 엄숙한 얼굴로 한스의 머리를 때렸다.
퍽!!
"악!! 왜 때리십니까!!"
"이 브레멘 출신 이등병이!!"
"전 이제 원수입니다!"
한스는 자랑스럽게 힌덴부르크에게 원수봉을 자랑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스는 이등병 시절 옷을 입고 피켈하우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한스는 더 이상 쫄지 않았다.
"모스크바를 향한 포위망은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독일 제국은 더 이상 소련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지 않을 것 입니다! 그리고 위대한 독일 제국군은 전 인류를 소련 볼쉐비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했습니다! 독일 제국군이 수호한 인류 문명을 보십시오!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소련인들은 스탈린의 압재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 입니다! 훗날 인류는 독일 제국군을 인류의 수호자이자 해방군으로 여길 것 입니다! 악!!"
퍽!!
한스는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망할 노친네가!!'
힌덴부르크가 외쳤다.
"알자스 로렌이 위협 받고 있다!!!"
"으아악!!!"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그리고 한스의 부관이 와서 급하게 소식을 전달했다.
"뭐라고!!!"
현재 프랑스 민병대가 알자스 로렌 인근에서 시위를 하는 상황이었다. 횃불단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한 이 프랑스 민병대는 검붉은색 유니폼을 입고는 휏불이 그려진 깃발을 휘두르며 시내를 행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알자스 로렌에서조차 시위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히틀러는 절대로 이들의 도발에 넘어가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이들은 알자스 로렌에서 시위를 하며 독일 군인들에게 엿을 멋이고 오물을 던지는 등 온갖 도발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측에서는 이를 모르쇠하고 있었다. 현재 나치당 일부 정치인들은 이들이 알자스로렌에서 독일인을 공격한 것으로 조작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그 어떤 도발에도 넘어가지말고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횃불단은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도 시위에 동원했다. 한스는 횃불단에게 이를 갈았다.
'이 망할 놈들은 6월 봉기때 어린 아이를 방패로 내세운 짓을 똑같이 반복하는군!! 분명 독일군이 어린 아이에게 총을 쐈다느니 상황을 조작하겠지...이 좆 같은 프랑스 예술가 나부랭이 새끼들은 문학과 미술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것 이다...'
한스는 전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예술가들이 고상한척 하기 위하여 문학, 회화 등으로 메세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악가를 제외한 예술가들을 글쟁이, 그림쟁이라고 생각하며 아주 싫어했다. 히틀러는 예술가들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고자 했는데, 한스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페탱 이 노친네랑 샤를 드골 꺾다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처칠 대머리 새끼는 분명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겠지..체임벌린이야 전쟁을 막고 싶어할 것 이다..하지만 신군부가 민병대에 무기를 지원해서 알자스 로렌을 점거하게 한다면?'
한스에게 암호화로 전송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의 신군부가 점차 세력을 장악해가고 있었다. 프랑스가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책임을 구군부에게 돌리는 여론이 점차 형성되고 있었던 것 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정보부에서는 프랑스의 신군부가 공산당과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신군부가 공산당과 손을 잡고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제발 모스크바 점령이 끝날때까지 구군부가 버텨야하는데...신군부가 행정부를 장악하면 끝장이다!'
현재 독일 제국은 프랑수아 드 라 노크, 프랑스 사회당, 드골, 페탱과 물밑에서 접촉을 하고 있었다. 한스는 이에 대한 소식이 궁금했지만 현재 최전선에 있었기에 정확한 정보를 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스는 중국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소련이 무너지고 그 잔당이 중동아시아로 달아난다면 중국이 공산주의의 중심이 되겠군..이 전쟁이 끝나도 공산주의와의 전쟁은 끝이 아니다. 분명 미국, 영국, 프랑스는 독일이 새로운 패권국이 되는 것을 원치 않겠지. 하지만 공산주의와의 전쟁을 위해서 특히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스는 전쟁이 끝나면, 공산주의에 반감이 있는 미국 정치인과 거래를 하기로 결심했다.
한편, 오토는 동료 집행유예 부대원들과 함께 야간 정찰을 가고 있었다. 롬멜은 오토 일행을 집행유예 부대에서 빼주려고 했지만 극심한 장염에 시달리고 있어서 이를 잊어버린 상황이었다. 오토는 스테판, 좀머, 요하네스, 알프레트, 마티아스, 에밀과 함께 어둠 속을 천천히 전진했다.
선두에 있던 오토는 손을 뻗다가 철조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오토는 새소리를 냈고 일행은 모두 정지했다. 오토는 야광 시계로 그 철조망을 비추어보았다.
'이..이건!!'
소련군은 나무 사이에 철조망을 설치해둔 상태였다. 오토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보통 이렇게 철조망을 설치해두면 동전이 들어있는 통조림을 걸어두거나 수류탄 등을 설치해둔다. 오늘은 달빛이 환해서 오토는 이 철조망에 뭐가 설치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얼마 전 오토가 잘 써먹은 발광 지뢰였다. 이 철조망을 세게 건드렸다간 발광지뢰가 작동하여 야광물질에 의해 엄청나게 번쩍거린다. 그리고 소련군은 십중팔구 50m 정도 떨어진 곳에 기관총을 설치해두었을 것 이다.
오토는 뒤따라오던 스테판을 쿡쿡 찔렀다. 이 신호는 맨 뒤에 있던 좀머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렇게 오토와 일행은 중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오토 일행은 모두 팬티에 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으아아...'
만약 오토가 아까 전에 철조망을 더 세게 건드렸다면 바로 기관총에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부대에 복귀한 다음 정찰 결과를 보고했다.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수고했네!!"
오토 일행은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머무는 작은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지난번 임무에 성공한 대가로 통조림과 함께 고체 연료도 하나 받을 수 있었다. 스테판이 투덜거렸다.
"이즈빗 코펠만 있으면 고기 스프 데워먹는건데..."
좀머가 말했다.
"내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지!"
좀머는 버려진 통조림에 흙을 채워넣고는 근처 부대에서 약간의 휘발유를 얻어와서 통조림에 넣었다. 그리고는 땅에 30센치 정도 깊이로 판 다음 깡통을 넣고는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따뜻한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머는 커다란 철제 냄비를 빌려와서 물과 고기, 그 외 조미료를 넣고는 고기 스프를 끓이기 시작했다. 소련군에게서 노획해두었던 메밀도 넣으니 그야말로 냄새가 기가 막혔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오랜만에 맛있는 고기 스프를 먹을 수 있었다. 오토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스프를 싹싹 긁어 먹었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오토 일행은 고기 스프를 먹은 다음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자려고 누웠지만 추워서 잠이 잘 오지 않고 뼈가 시렸다. 그 때, 집행유예 부대 소대장이 와서 외쳤다.
"건물 이동한다!!"
네벨베르퍼 부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네벨베르퍼 부대가 쓰던 더 좋은 건물을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쓰게 된 것 이었다. 네벨베르퍼 부대가 쓰던 이 작은 집은 러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꾸며져 있었다. 이런 집에는 페치카라고 불리는 아궁이가 하나씩 있었다. 아궁이 옆에 침대와 탁자가 있었고, 러시아인들은 이 아궁이 옆에서 겨울을 보냈던 것 이다.
네벨베르퍼 부대가 이 페치카를 이용해서 요리를 했던 흔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녀석들은 건초를 갖고 와서 나름 아늑한 잠자리를 만들어둔 상태였다. 오토 일행은 페치카에 불을 붙이고는 옆에서 몸을 녹이며 건초 더미 위에서 뜨뜻하게 잠을 잤다. 좀머가 외쳤다.
"건초 더미 아궁이 쪽으로 안가게 조심하게!! 건초에 불 붙으면 끝장일세!!"
몇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페치카 옆에 테이블에 앉아서 트럼프 카드로 도박을 하기도 했다. 오토는 집행유예 부대원으로 사는 것도 익숙해지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앞으로 계속 집행유예 부대에 있을 수는 없다!! 늦어도 2주 내에는 반드시 부대에 복귀한다!!'
다음 날, 오토를 포함한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길이 망가진 롤반에 통나무를 까는 작업을 했다. 집행유예 부대에 들어오기 전 오토는 자랑스럽게 티거를 타고 롤반 위를 지나가기만 했지, 이렇게 통나무를 깔아서 롤반을 보강하는 작업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작업은 엄청나게 힘이 들었다.
그렇게 고된 작업을 마치고 전차와 차량들이 롤반을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오토와 전차병 출신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이 광경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트드등 트드드드등 트드등
오토와 동료들은 집행유예 부대 건물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 멀리서는 간헐적으로 포격과 티거의 주포가 불을 뿜는 소리가 들렸다.
퍼엉!! 퍼엉!! 쿠과광!!
스테판이 이를 갈았다.
"독일 제국을 위해 죽어라 싸웠는데 돌아온게 하나도 없군..."
좀머가 말했다.
"스테판 자네는 어머니가 프랑스인이라며? 왜 독일군에 입대했나? 아, 그러고보니 우리 선조들이 130년 전에 같이 모스크바로 원정했을 수도 있겠군!"
스테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집행유예 부대원이 외쳤다.
"겨울이 오기 전에 빨리 모스크바를 점령해야하는데 말일세!"
에밀이 창가를 보다가 말했다.
"비가 옵니다!"
아까부터 먹구름으로 어둑하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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