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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27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31 02:09
조회
205
추천
8
글자
6쪽

100. Ring! Ring!

DUMMY

강만호의 거창한 장례식과 함께 2월이 가고 3월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차가운 공기에 코끝이 아리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회사에 이상한 기류가 돌고 있었다. 청육의 얼굴이던 강만호가 사라져서 일까? 장례가 끝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모두가 예상했던 소문이 들렸다.


[아무래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어제 여직원들 모임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만난 비서실 여직원이 그러는데 강민태 부사장이 퇴임할지도 모른대요.]


이것이 사실이면 강민태 부사장도 강철호와 똑같은 운명을 맞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누가 됐든 가차 없이 쳐내겠다는 경고가 분명하다. 강철주, 정말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강만호가 사라졌으니 강민태는 날개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면 강철민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이번 명예회장님 장례식에서 열심히 일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침에 팀장회의에 갔는데 총무팀장이 우리 정보관리팀이 제일 열심히 했다더군요. 저희 큰아버지를 위해 정말 수고들 많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회사의 기류를 모르지 않을 텐데 강팀장의 얼굴이 이상하리만큼 밝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단절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아무튼 강팀장 덕에 거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며칠 뒤, 소문으로 나돌던 일이 현실이 되면서 강민태 부사장이 용퇴한다는 공지가 떴다.


“결국 이것으로 세대교체가 됐군.”


그토록 강철주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토를 달았던 강민태가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는 게 의아하다. 들리는 얘기로는 민진태 사장이 부임할 때부터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예상한 강민태가 최후 발악을 한 것이라며 명예회장 강만호가 살아있었다면 강철주가 이렇게 쉽게 내치지는 못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피워게임에서 밀린 거네.’


문제는 그동안 강민태 라인에 섰던 일부 임원과 팀장들이다. 잘하면 계열사 임원자리 하나는 차지할 줄 알았던 이들의 기대와 달리 빈손으로 쫓겨니게 된 것이다. 물론 옛날에 강철주 모르게 뒤를 밀어줬던 강철호가 있긴 하지만 그의 회사는 이미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결국 강민태만 바라보고 있던 이들은 풍전등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올해가 마지막이겠네요.”

“그렇죠. 어차피 대부분 직급정년이라 이미 각오했겠죠.”


하지만 이들의 풍전등화 운명에 한편에선 속으로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바로 팀의 2인자들이다. 특히 팀장과 의견 충돌이 잦았던 2인자들에겐 날이 갈수록 찬란한 미래를 기약하는 호재인 것이다.


“한때 그렇게 위세가 당당하더니, 그래서 줄을 잘서야 되는 거예요. 정도씬 회장님 눈에 들었으니 걱정 없겠죠?”

“하지만 강철주 하는 것 보니까 긴장 늦추면 안 되겠어요.”


강민태 퇴진 뒤, 구도가 정해진 회사엔 이상한 광경들이 종종 연출됐다. 생전 찾지도 않던 실무팀 과장들이 강팀장과 면담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표면상으론 업무협의라지만 회장과 가까운 강팀장과 어떻게든 인맥을 형성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다.


“강팀장님 계신가?”

“아뇨. 외출하셨습니다.”

“그러면 들어오시는 대로 나한테 전화 좀 해줘.”

“네. 알겠습니다.”


이런 전화가 잦아지면서 팀원들 책상엔 메모장이 없는 날이 없었고 심지어 강팀장 면담 순번까지 관리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바람에 반나절이면 소진되는 팀장실 생수 때문에 한순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매점을 들락거려야 했고 지난번 사건 이후 거의 말이 없던 미호의 입까지 열리게 만들었다.


“으이그. 꼬락서니들 하고는.”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아첨꾼들을 향한 그녀의 한마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호가 이상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버릇이 도 다시 시작된 것이다. 거의 매일 오후가 되면 자리를 비우더니 어떤 때는 무엇을 하다 오는지 한 시간 넘게 자리를 비우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손에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전과 달리 팀 전체를 신경 쓰다 보니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인 것이다.


[정도씨. 엄마가 상견례 날짜 정해졌냐고 전화했어요.]

[안 그래도 얘기하려던 참이에요.]


하지만 사실은 거짓말이다. 책임감에 사로잡혀 팀에 정신을 쏟다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퇴근하자마자 두 분께 말씀드리고 날짜를 언제로 할지 물었다. 그러나 두 분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었다.


[어제 두 분께 말씀드렸는데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알았어요. 아무튼 저흰 언지든 좋으니까 정도씨네 편한 날로 정하면 돼요.]


아직은 팀원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어 우리의 대화는 늘 메시지로 주고받는다. 그런데 문제가 남아 있다. 결혼 후 선미의 거취 문제다. 청육은 그룹의 면모를 갖춘 대기업이지만 강철주의 남성우월주의 성향이 강해 능력과는 상관없이 기혼여성의 채용마저도 꺼리는 실정이다.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안녕 못하다. 야! 넌 감히 선배가 영전했는데 문안인사도 안 오냐?”

“죄송합니다. 이것저것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핑계는. 그런데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사님께 자문을 구할 일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래? 일단 올라와.”


임원이 된 정선배는 팀장 때와는 확연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다. 임원에겐 개인비서에 넓은 집무실, 고급스런 소파와 목재책상은 회전의자가 지급된다. 이는 임원들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비서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자 선배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임원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제가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진선미하고?”

“네. 그래서 말인데.”

“뭔 얘기하려는지 알아. 그런데 일단 기다려봐. 안 그래도 청육에 사내커플이 많아서 회장님과 협의 중이야.”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이래서 임원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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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1. 유리벽 20.06.01 205 7 5쪽
» 100. Ring! Ring! 20.05.31 206 8 6쪽
99 99. 날개 20.05.31 212 7 4쪽
98 98. 체제 강화 20.05.28 215 6 4쪽
97 97. 예비 사위 20.05.27 220 7 9쪽
96 96. 예비 며느리 20.05.27 243 9 4쪽
95 95. 프러포즈 20.05.25 220 8 4쪽
94 94. 첫 만남 20.05.23 217 7 4쪽
93 93. 나르시즘 20.05.22 224 6 4쪽
92 92. 절묘한 수습 20.05.20 221 6 5쪽
91 91. 스캔들 20.05.17 220 7 5쪽
90 90. 벼랑에서의 탈출 20.05.16 226 6 4쪽
89 89. 술이 웬수 20.05.15 245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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