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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19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12 21:14
조회
225
추천
7
글자
4쪽

87. 권한과 책임과 의무

DUMMY

가을이 시작됐지만 여름이 떠나기 아쉬웠는지 아직 아침 햇살이 따갑다. 하지만 매일 밤 공포로 몰아넣었던 폭염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 선미의 얘기가 생각난다.


‘조직개편이라.’


우린 이미 끝났으니 실무팀 조직개편인가? 아니면 다른 회사처럼 정보관리팀을 계열사로 분리하려는 건가? 갑자기 암울한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래 전 IMF를 전후로 많은 기업들이 자체에 있던 IT부서를 계열사로 분리시키는 게 유행이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강제로 계열사로 쫓겨간 직원들은 많은 복지를 포기해야 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아무래도 예감이 안 좋아.’


무거운 걸음으로 들어선 사무실이 왠지 이별을 앞둔 연인을 대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만 기분이 이런 가? 다른 팀원들은 평소와 같이 월요병에 힘들어하는 눈치다. 팀원들이 이름 아침을 대충 때우는 사이 옆자리에 있던 차도한이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대리님. 축하드립니다.”

“응? 축하라니?”


도한의 뜬금없는 소리는 팀원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니터를 가리키는 도한의 손끝엔 때 아닌 인사발령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고 거기에 ‘진정도’ 라는 이름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붙은 접미사는 ‘과장 대우’, 이런 직책도 있었나? 이때 책상 위의 전화가 아름다운 벨소리를 울린다.


“네. 진정도입니다.”

“발령장 봤어?”

“네. 선배님.”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강팀장이 얘기해 줄 테니까 나중에 술이나 사.”

“알겠습니다.”


이것이 강팀장이 말하던 구심점이었나? 팀원들의 축하인사를 받아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선미와 미호를 보기가 부담스럽다. 웃는 얼굴로 축하를 해주는 선미는 진심이겠지만 미호의 속내는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부모님께 톡으로 소식을 전하는데 팀장회의에 들어갔던 강팀장이 오자마자 방으로 부른다.


“진정도과장.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좀 얼떨떨합니다.”

“그럴 거예요. 원래 난 과장 승진을 상신했었는데 다른 실무팀과 형평성을 고려해야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과장하고 같은 수준의 권한이 주어지는 거니까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이번 발령으로 지원 2과는 주임 차도한이 책임지게 됐다. 그런데 방을 나오는 순간, 문득 생각나는 한 가지, 과원이 많지도 않은데 이렇게 팀을 조각내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선미가 맡은 지원 1과는 과원이 하얀과 한순이 있지만 도한이 맡게 된 지원 2과는 순홍뿐이고 미호가 맡은 운영과도 정남뿐이다. 결국 총원 9명인 팀에 과장 한 명과 대리 둘 그리고 주임이 하나, 팀원보다 간부가 많은 팀이 돼버렸다.


‘혹시 미리 준비하는 건가?’


오늘 같은 날은 당연히 승진 턱을 내야 하지만 선약이 있는 팀원들과 가족행사가 예정된 강팀장 때문에 다음으로 미뤘다. 선미와 자축이라도 할까 했으나 야근이 예정돼 있어 정선배와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는 파격적인 결정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우라는 직책이 있었습니까?”

“그래서 파격적이라는 거야. 이번에 처음 만들었거든. 하지만 권한은 과장하고 똑같아. 그런데 명심할게 있어.”


직장인에게 있어 승진은 자신이 쏟아 부은 노력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다. 과장이 되면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도 있고 연봉이 오르는 것은 물론 법인카드와 직책 수당까지 지급된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없던 권한과 혜택이 주어지는 대신 그만큼 책임도 가중된다.


“그런데 과장이라는 자리가 권한과 책임만 다한다고 되는 게 아냐. 누구든지 내 부하들에게 손대지 못하게 울타리가 돼 줄 의무도 있어. 그 말은 자기 부하들을 가슴속에 둬야지 손바닥 위에 놓지 말라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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