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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02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6.03 15:46
조회
219
추천
7
글자
4쪽

104. 선물

DUMMY

그날 이후 회장과 마주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고 경영자가 일개 과장의 결혼을 챙기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 때문이라면 직위를 앞세워 얼마든지 입막음이 가능하다. 더구나 청년 실업자 150만을 육박하는 시대에 회장 눈밖에 벗어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선미한텐 만약을 위해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왠지 오래전에 겪었던 격동기를 또 다시 겪게 될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변화가 있다면 미호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왜?”

“저. 이번에 결혼 하게 됐어요.”

“아, 그래요? 축하해요.”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더 늦기 전에 가려고요.”


미호가 내미는 청첩장을 보니 다음 주 토요일이다. 그런데 미호가 내민 청첩장에 있는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 미호에게 물어봤으나 결혼식 날 보면 알 것이라며 즉답을 피한다. 미호의 갑작스런 결혼소식에 팀은 물론 본사 전체가 술렁댔다. 그러나 축하보다는 그렇게 도도하던 미호가 결혼하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다.


“남자가 대단한 사람인 가봐.”

“오미호씨 같은 여자를 잡을 정도면 보통 내기가 아니지.”


회사 사람이 아닌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는 소식에 그동안 애간장을 끓였던 총각들은 마치 배신당한 것 같은 눈치다. 심지어 아직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들의 시기는 속도위반을 했을 거란 소문까지 만들어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온갖 이슈를 만들어낸 미호의 결혼식 날, 그동안 갖고 있던 궁금증이 풀렸다.


“어쩐지 이름이 낯설지 않다 했습니다.”


상대는 다름 아닌 미래 컨설팅 조철용, 과연 미호답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2년 넘게 둘이 연애를 하면서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동안 자리를 비운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그 사이 철용은 차장으로 승진해 팀을 맡고 있었다.


“오미호씨가 남자 보는 눈이 있었네요.”

“감사해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기본 미모가 있어서인지 신부화장을 한 미호의 미모가 눈부시다. 그런데 철용의 이름을 보고도 왜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하긴, 당장 약혼식이 코앞인데 잠시 머물다 간 사람을 어찌 기억하겠는가? 미호가 떠나고 홀로 남은 정남은 이미 신입사원 티를 벗고 있었다. 전에는 미호에게 물어보고 하던 일들까지 혼자 척척해내는 것을 보니 그가 성장해 가는 것이 보인다.


“엄마가 정도씨 약혼식때 입을 예복 맞추래요.”

“안 그래도 얘기하려고 했는데 아버지 말씀도 그렇고 저도 예복은 결혼예복만 맞췄으면 좋겠어요. 괜히 돈 쓸 필요 없잖아요.”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요? 나중에 책잡힌다던데.”

“그럴 일 없어요.”


생각 같아선 예물도 하고 싶지 않다. 조금은 서운해 하는 선미를 집에 바래다주고 두 분께 선미와 나눴던 얘기를 전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잘했다고 흡족해 하셨지만 엄마는 여전히 서운한 눈치다. 그런데 약혼 예물 얘기가 나왔을 때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이게 뭐지?’


회장이 준 결혼 선물이다. 그날 선물을 집에 가져다 놓고 왠지 느낌이 이상해 지금까지 뜯어보질 않은 것이다. 포장지를 뜯어보니 널찍한 것이 고급 볼펜 세트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상자를 여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이게 뭐야?’


상자 안엔 하얀빛이 찬란한 부부용 은수저 세트, 그 중 남자용 숟가락을 꺼내 보니 숟가락 손잡이 뒷면에 ‘믿을 信’이 음각돼 있다. 이것은 축하보다는 경고다. 최소한 하루에 한번은 손에 들어야 할 테니 볼 때마다 명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말 소름이 끼친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됐다.


‘그런데 이것을 선미한테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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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 선물 20.06.03 220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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