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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85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23 18:23
조회
216
추천
7
글자
4쪽

94. 첫 만남

DUMMY

그날 이후 잊었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팀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었지만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그러는 사이 다가온 겨울 초입의 쌀쌀한 주말, 평소 같으면 아직 꿀잠을 즐기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 발걸음은 버스 한번만 타면 갈 수 있는 결혼식장을 향하고 있다. 오늘은 인사팀 직원의 결혼식 날이다. 차창 밖을 내다보는데 서른을 넘길 때까지 뭘 했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낀 것을 보니 하늘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축하해.”


신랑과 인사를 나누고 안주머니에서 축의금 봉투를 꺼냈다. 만 원짜리 5장이 든 봉투를 접수대에 건네고 돌아서는데 사내결혼인 만큼 남자직원들은 신랑 측으로 여직원들은 신부 측으로 몰려들었다.


“어? 눈 온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창밖을 보니 제법 송이가 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혼인날 눈이 오면 부부가 잘 산다는 얘기 때문인지 로비에 삼삼오오 모인 하객들의 덕담이 끊이지 않는다. 이때 하객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식장 측의 안내방송이 장내를 울린다.


“잠시 후 식이 거행되겠습니다. 아직 로비에 계시는 하객께서는 속히 식장으로 입장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식장에 들어서는데 화려한 인테리어가 위용을 자랑한다. 이때,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툭 친다.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정선배가 파커를 벗으며 회사사람들을 찾는다.


“저기 있네. 가지.”

“네. 밖에 눈 많이 옵니까?”

“응. 집에서 나올 땐 안 오더니 갑자기 쏟아지네.”


정선배와 같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신랑이 입장했다. 그런데 입구 옆에 모여 있는 여직원들 속에 선미가 있다. 여직원들은 회사 여직원이 결혼하면 전원이 참석하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다른 여직원들의 시선을 의식한 때문인지 눈이 마주쳤는데도 모른 척 한다.


“진과장은 결혼 안 해?”

“해야죠.”

“너무 뜸들이지 마. 그러다 놓쳐.”


정선배의 진심어린 농담에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 사람들이 들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결혼식에 정신이 팔려 듣지 못한 것 같다. 신부 입장이 끝나고 여직원들은 반대쪽에 마련된 탁자에 모여 입방아 찧기에 바쁘다.


“이제 우리 인사팀하고 영업팀은 사돈지간이네. 그런데 둘이 언제부터 저런 거야?”

“그건 잘 모르겠는데 작년 가을인가? 저 친구가 자주 들락거리더라고. 그랬는데 역시나. 아무튼 정팀장 한 잔해.”

“안 돼. 차 갖고 왔어.”

“차를 갖고 왔다고? 밖에 눈이 장난 아닌데 집에 가려면 고생 꽤나 하게 생겼네.”


그 사이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되면서 음식을 나르는 예식장 직원들의 일사불란한 서빙이 시작됐다. 탁자에 음식이 배달되면서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나이프와 포크를 놀려댔고 준비된 소주와 맥주는 금방 동이 났다. 슬쩍 여직원들이 있는 곳을 돌아보니 맥주잔을 든 선미의 모습이 눈에 띤다.


“야! 우리 회사 여직원들 술 잘 마시네.”

“요즘 여자애들 다 그렇지 뭐. 야! 평소엔 몰랐는데 신부 정말 예쁘다.”

“화장발이지. 뭐.”


문득 신부화장을 한 선미가 상상되면서 조금 전 정선배가 던지 말이 생각난다. 그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 피로연이 끝날 때쯤 선미에게 톡을 날렸다. 피로연이 끝나고 모두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세상은 함박눈으로 뒤덮여있었고 도로는 거북이가 된 차량들로 가득했다. 순간, 기가 막힌 묘안이 생각났다.


“선미씨. 눈이 너무 오는데 잠시 우리 집에 가서 눈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가죠. 여기서 가깝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해요?”

“실은 부모님께도 말씀드렸어요. 선미씨하고 사귄다고.”

“그래도 이건 아니죠.”


몇 번을 설득한 끝에 겨우 선미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다행히 산미를 본 두 분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처음에 홀어머니 슬하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던 엄마도 흡족해 하는 표정이다. 좀 즉흥적이긴 했지만 언젠가는 치러야 할 행사를 그렇게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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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체제 강화 20.05.28 214 6 4쪽
97 97. 예비 사위 20.05.27 220 7 9쪽
96 96. 예비 며느리 20.05.27 242 9 4쪽
95 95. 프러포즈 20.05.25 219 8 4쪽
» 94. 첫 만남 20.05.23 217 7 4쪽
93 93. 나르시즘 20.05.22 224 6 4쪽
92 92. 절묘한 수습 20.05.20 221 6 5쪽
91 91. 스캔들 20.05.17 220 7 5쪽
90 90. 벼랑에서의 탈출 20.05.16 226 6 4쪽
89 89. 술이 웬수 20.05.15 244 7 4쪽
88 88. 업그레이드 20.05.14 225 8 4쪽
87 87. 권한과 책임과 의무 20.05.12 225 7 4쪽
86 86. 막연한 기대 20.05.11 225 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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