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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22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4.28 01:32
조회
250
추천
8
글자
4쪽

80. 작전 실패

DUMMY

또 하나의 바람이 지나갔지만 팀은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려야했다. 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적으로 손해를 본 회장과 부사장의 냉랭한 시선에 다른 팀원들까지 덤으로 미운털이 박혀야 했던 것이다. 그나마 재벌가 출신 강팀장이 있어 호된 태풍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그냥 넘어갈 사람들이 아냐.’


옛날에 단 한번 과오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그토록 신뢰했던 손노문을 미련 없이 놓아버렸던 회장이다. 그것도 한 팀을 책임진 수장을 말이다. 몇 번을 생각했지만 신뢰를 넘어 금전적인 손해를 보았는데 팀장도 아닌 대리를 그냥 둘 리 없다.


“아무래도 예감이 안 좋아요.”

“재수가 없었던 거지 오대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수천도 아닌 수억을 손해 본 그들이다. 서민들이 수십만 원 때문에 울고 웃는 판에 수억을 날렸으니 쉽게 잊을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날 미호는 왜 배선을 바꿨을까? 네트워크 장비보다 서버의 전력 소요량이 크다는 것을 몰랐던 걸까? 불이 나지 않는 게 다행이다.


“하지만 수천억씩 가진 사람들이 수억 때문에 그런다면 너무 졸렬한 것 아녜요?”

“그건 정도씨가 아직 몰라서 그래요. 대기업은 자금 계획이 어긋나면 문제가 커요.”


하지만 그냥 기우였을까? 그 일이 있고 나서 보름이 지나가는 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 거리의 가로수들은 푸른 옷을 입기 시작했다. 바람 잘 날이 없다보니 세월 가는 것조차 잊었었나 보다. 이제는 엉덩이에 찬 땀이 느껴질 만큼 날씨가 덥다. 그런데 에어컨은 언제 틀어줄려나?


“이번 여름엔 휴가 갈 수 있겠죠?”


지난해는 프로젝트 때문에 포기했던 여름휴가에 모두가 들떠 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이것은 눈치전쟁의 서막이기도 하다. 눈치전쟁은 에어컨이 가동되면서 슬슬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팀원들은 담당 대리의 처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담당 대리들 역시 과원들의 원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양보로 선심을 살 것인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도한씨하고 순홍씨는 언제 가고 싶어?”

“대리님 결정하시는 것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난 늦게 갈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정해.”


결국 선심을 사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정남은 미호에게 우선권을 양보해야 했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 못한 게 있었다. 선미의 휴가계획이다. 도한과 순홍에게 양보하기 전에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말을 뒤집을 수는 없다.


[휴가 언제로 잡았어요?]

[정도씨는요?]

[전 제일 나중에 가려고 요. 피크 타임엔 어딜 가나 복잡해서요.]

[알았어요. 결정하면 톡해요.]


다행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원과 대리들은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지 말라는 강팀장의 지시다. 청천벽력 같은 변수로 첫 휴가를 선미와 보내려던 기대는 깨졌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강팀장은 속을 긁어댄다.


“휴가 계획서 보니까 진정도대리는 제일 나중으로 잡았던데.”

“피크는 과원들에게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그래요 이대로 시행합시다.”


이제 어쩌지? 휴가 때 혼자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뭔가 허전하고, 그렇다고 직장에서의 첫 휴가를 방글라데시로 때울 수도 없다.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 바로 망연자실인가? 결국 선미는 엄마와 여행가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취직을 했으면서도 부모님 여행 보내드린 적이 없다.


“젊었을 땐 일하느라 못가셨고 나이 들어선 아버지 병수발 드느라 못 가셨거든요.”

“어디 정해놓은 데 있어요?”

“두 분 추억이 담긴 곳으로 가려고요.”

“좋은 생각이네요.”


선미의 의미 있는 휴가계획에 속이 뜨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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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 절묘한 수습 20.05.20 221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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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테스트 20.05.09 235 7 5쪽
84 84. 첫 휴가 (2) 20.05.09 227 6 4쪽
83 83. 첫 휴가 (1) 20.05.04 244 7 4쪽
82 82. 독대(獨對) 20.05.01 233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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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 작전 실패 20.04.28 25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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