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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17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28 19:42
조회
214
추천
6
글자
4쪽

98. 체제 강화

DUMMY

지난해 성탄절 이후 거의 20일간 이어진 장정의 스케줄이 끝나고 남은 것은 양가 상견례와 다음의 일들만 남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인륜지대사를 위한 삶에 투자하다 보니 한동안 회사를 등한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매년 반복돼는 인사철이 돌아왔고 회사엔 온갖 카더라 통신이 날아다녔다.


“이번에 누가 웃을까?”

“이번에도 영업팀이 제일 많지 않을까?”

“글쎄. 작년 실적이 별로던데.”


특히 인사도사라 자처하는 이들의 손엔 예상 승진 대상자 명단까지 쥐어져있었고 마치 그것이 최종안인양 알게 모르게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 예언 중에 정보관리팀은 빠져 있었다. 대부분 근무연수가 모자라 대상자가 없는 데다 지난번 과장 대우 임명으로 해당사항이 없을 거란 이유에서다.


“진과장. 우리 팀은 관련이 없죠?”

“그렇습니다. 아직 대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저녁,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두고 회사가 술렁이더니 모두가 궁금해 하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게도 결과는 도사들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난히 퇴직자가 많았는데 생산직에 근무하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발령장 중간에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한 줄이 끼어있다.


“와! 정보관리팀 경사 났네.”

“역시 금수저 팀장이 있는 데는 다르다니까.”


‘주임 차도한 명 대리’ 주임으로 특진한 뒤 1년 만에 대리다. 그의 배경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 사실을 아는지 차도한도 표정관리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직장인에게 승진만큼 더한 기쁨은 없는 것 같다. 이번 인사로 본사에선 차도한 주임을 비롯한 주임 여섯이 대리로 승진했고 다른 실무팀에선 희비가 교차하는 광경들이 속출했다.


“차대리 축하해.”

“감사합니다. 과장님.”


차대리 승진 축하연은 본사의 많은 눈들을 의식해 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인사 바람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엄청난 태풍이 회사에 휘몰아쳤다. 일은 우리사주를 소유한 직원 대부분이 참여한 주총에서 벌어졌다. 처음엔 순조롭던 회의에 총회꾼이 나타난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한동안 혼란에 휩싸였던 주총은 노련한 영업팀 과장의 재빠른 대처로 사그라졌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은 허리케인급 태풍이다.


“이사 정일도.”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영문으로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인사팀장 정선배가 덤덤한 표정으로 단상을 향해 나갔다. 그 뒤를 이어 영업팀장이 불려나갔고 총무팀장의 진행에 따라 주주들을 향해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정일도 이사는 정보관리팀과 관리본부를 담당하게 될 거래요.”

“관리본부라면 총무, 인사, 자금을 모두 총괄하겠군요.”

“그렇죠. 거기에 우리도 포함된거죠.”


관리본부장에 부임한 뒤 정선배는 각 팀장들의 축하인사를 받았고 휘하에 있게 된 각 팀들을 일일이 찾아 팀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사람은 직책이 만든다고 했던가? 정선배는 팀장이었을 때와는 확실히 달라보인다. 악수를 하는데 긴장감이 도는 것이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지금까지 잘해 주었으니 앞으로도 잘해 주리라 믿습니다.”


정이사의 부임으로 그동안 민진태 사장 관리 하에 있던 보고체계가 정일도 이사로 변경됐다. 이로써 강철주는 민진태 사장과 정일도 이사를 곁에 두면서 감사 강철민 부사장의 견제를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결재 받기가 한결 편해졌네.’


그동안 사장 결재를 받을 때마다 사장실 문을 두드렸지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갈 때마다 임원들이 있었고 가끔은 회장까지 있어 결재를 받는 동안 뒤통수가 따가웠던 것이다.


“결국 본격적인 강철주 체제가 시작되네요.”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정일도 이사 선임은 예상 못했어요.”

“그런데 정도씨, 우리 상견례는 언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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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 Ring! Ring! 20.05.31 205 8 6쪽
99 99. 날개 20.05.31 212 7 4쪽
» 98. 체제 강화 20.05.28 215 6 4쪽
97 97. 예비 사위 20.05.27 220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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