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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11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31 02:08
조회
211
추천
7
글자
4쪽

99. 날개

DUMMY

그렇게 강철주 회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청육의 1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데 박차를 가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강철주 앞에 탄탄대로가 열린 것은 아니다. 비록 경영 일선에선 손을 뗐다고는 하지만 아직 명예회장 강만호가 있다.


“강회장. 이거 내가 좀 봤는데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명예회장님도 내 얘기 듣더니 같은 말씀을 하셨어.”


부사장 강민태는 친형인 명예회장 강만호를 앞세워 강철주가 하려는 일에 늘 토를 달았다. 그 바람에 아직 강민태 라인에 선 임원들의 반대로 추진하려는 일에 제동이 걸리기 일쑤다. 아무리 부사장이라고 해도 아버지가 살아 있는 한 작은 아버지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회장님. 그러면 이번 건도.”

“어쩔 수 없지 뭐. 일단 보류할 수밖에.”


그러나 강민태에게도 거침없이 태클을 거는 이가 있다. 바로 아들 강철민 팀장이다. 아버지 보다 사촌형 강철주와 더 가까운 강철민이 이런 아버지의 태도를 못마땅해 하는 바람에 가끔 부사장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그러면 뻔히 실패할 걸 알고도 가만히 있으라는 거냐?”

“실패할지 성공할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네가 아직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래.”

“돌아가신 엄마한테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결국 화병에 돌아가셨고요.”

“뭐야?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물론 이런 사실은 비서실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전해진 소문에 의하면 부인과 사별한 강민태는 아들을 강제 유학 보낸 뒤 집에 아들 또래의 두 번째 부인을 들였는데 그것 때문에 아버지와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하는 강철민을 안쓰럽게 여긴 큰엄마가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니 강팀장이 회장과 가까울 수박에 없지. 아무튼 재벌들은 어린여자라면 환장을 하는군.’


문득 오래전 우연히 목격한 광경이 떠오른다. 생각해 보니 강철주와 강민태 모두 딸 또래의 여성을 곁에 두고 있다. 물론 강철주와 맞서다 쫓겨난 강철호도 그에 못지않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사랑과 돈, 어느 쪽이 그 여성들을 그들 곁에 있게 만들었을까?


‘아무래도 후자의 비중이 더 크겠지?’


이것도 황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불륜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 계속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육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명예회장 강만호 별세’


공사가 다망했던 2월이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비보에 청육과 계열사 전체가 비통에 잠기고 말았다.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당장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정정했던 강만호가 갑자기 숨을 거둔 것이다.


“아침에 욕실에서 쓰러졌는데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숨을 거뒀대.”


대기업 회장의 죽음에 매스컴이 술렁거렸고 증권가엔 전날 회장 강철주와 대판 싸웠다는 등, 원래 지병이 있었는데 숨긴 것이라는 등 온갖 추측성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만호를 보낼 장례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임원들께선 VIP 조문객들을 맡아주시고 각 팀장들은 총무팀에서 작성한대로 팀원들에게 임무를 부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안내문에 부의금은 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명시해요. 알았죠?”


장례위원장 강민태 부사장 지시 하에 대형 종합병원 영안실에 빈소가 차려지고 본사와 공장에서 차출된 직원들을 중심으로 운구팀과 지원팀이 각자 지정된 위치에 배정돼 조문객들을 안내했다. 역시 대기업 총수의 장례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첫날부터 조문객들이 앞을 다퉈 몰려들었고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강만호가 떠나고 슬픔도 잠시, 아버지의 죽음으로 날개를 달게 된 강철주의 시대가 여명처럼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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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1. 유리벽 20.06.01 205 7 5쪽
100 100. Ring! Ring! 20.05.31 205 8 6쪽
» 99. 날개 20.05.31 212 7 4쪽
98 98. 체제 강화 20.05.28 214 6 4쪽
97 97. 예비 사위 20.05.27 220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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