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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774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20 02:21
조회
220
추천
6
글자
5쪽

92. 절묘한 수습

DUMMY

다음 날, 유가인의 연락을 받고 회장실로 올라갔다. 이미 한번 마주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 보다는 긴장이 덜하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걱정이 앞서서인지 오히려 긴장감은 사라졌다. 다행히 회장은 품의서만 훑어보곤 곧바로 결재를 해줬다.


“견적은 안 받았어?”

“네. 일단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하려고 받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예산 초과하면 어쩌려고?”

“안 그래도 WEBSTAR에 알아봤는데 저희 예산보다 높지 않았습니다.”

“오케이. 알았어.”


아직 소문을 듣지 못했나?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한 걸까? 사무실로 돌아와 강팀장에게 보고를 하고 미호에게 WEBSTAR 견적을 받으라고 전했다. 이틀 뒤, 미호가 WEBSTAR로부터 받은 견적서를 들고 왔다. 그런데 이게 뭐지?


“왜 이렇게 가격이 높죠? 그저께 전화했을 땐 이렇지 않았잖아요.”

“죄송해요. 그날 제가 수량을 잘 못 알려주는 바람에.”

“저런, 일단 WEBSTAR 담당자 불러들여요.”


정말 착오였을까? 견적가는 품의 받은 예산보다 50만원이나 초과했다. 강팀장에게 예기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결재가 끝난 사안을 번복하면 자칫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1억 내에서 해결할 미음으로 WEBSTAR 영업팀장을 불러들였다.


“승진하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진작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견적서 받는데요. 너무 높네요.”


그런데 그는 자신들 고객사라 시중가 보다 10% 감액한 것이라며 네고는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고객 앞에서 표정까지 일그러질 정도면 그의 말이 거짓은 아니다. 큰일이다. 그러나 아직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것은 디스크를 분리하는 것이다. 마침 IGS가 인사데이터베이스와 같은 디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새로 도입할 디스크로 데이터를 옮기면 된다.


“네고가 불가능하니 1대는 빼야겠네요.”

“그렇지만 이왕 교체하는 것 새것으로 하셔야죠.”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미 예산이 정해져서 말이죠.”

“큰일 났네.”


그가 걱정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호한테 연락을 받고 당연히 구입할 것으로 판단, 미국 본사에 선적오더를 낸 것이다. 그런데 1대를 취소하면 본사로부터 반송료를 포함한 패털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그가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바로 리베이트다. 패널티를 부담하면 금전적 손해 외에도 신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례대로 드리죠.”

“그것 참.”

“좀 더 드릴 수도 있고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견적가를 리베이트만큼 감액합시다. 그러면 본사에서도 인정할 테고 WEBTSTAR 입장에선 업계 관례에 의해 처리한 것이 되니까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죠. 안 그렇습니까?”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그는 미처 생각 못했는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견적가에서 700만원이 줄어든 9천 3백에 합의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미호의 변명이 의심스럽다. 시스템을 하루 이틀 관리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숫자를 혼동할 수 있을까?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대놓고 따질 수는 없다.


“WEBSTAR에 전화하던 날 오대리는 분명 장비현황을 보면서 얘기했어요. 그리고 WEBSTAR에도 우리 시스템 현황이 있어서 오대리가 착각했다고 해도 얘기했을 거예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오대리가 왜 그랬을까?”


이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겨우 화가 풀린 선미와 오랜만에 먹는 저녁을 망치기 싫어서다. 다행히 한동안 신경이 쓰였던 유언비어도 사그라지고 있어 분위기 또한 나쁘지 않다.


“아무튼 이래저래 일이 잘 풀리고 나니까 마음이 편하네요.”

“잘했어요.”


그러나저러나 언제 선미를 부모님께 소개하지? 하지만 말 꺼내기가 은근히 두렵다. 이제 겨우 화가 풀렸고 오랜만에 되찾은 분위기에 찬물이라도 끼얹는 날엔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 생각 끝에 좀 더 신중하기로 하고 후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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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 첫 만남 20.05.23 216 7 4쪽
93 93. 나르시즘 20.05.22 224 6 4쪽
» 92. 절묘한 수습 20.05.20 221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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