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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13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14 01:12
조회
225
추천
8
글자
4쪽

88. 업그레이드

DUMMY

진급을 한지 3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어제 부모님과 자축 파티를 하느라 평소보다 출근이 늦었는데도 무덤덤하다. 예전 같으면 조급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무실에 무슨 일 났나? 난데없이 팀원들이 책상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마침 눈이 마주친 선미가 다가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킨다.


“조금 전에 새 책상이 왔어요.”

“새 책상이라니요?”

“과장용 책상이요.”


책상 옆에 협탁이 붙은 팀원용 책상과 달리 과장용 책상엔 별도의 서류함이 붙은 양수 책상과 등받이가 머리까지 올라오는 의자가 지급된다. 거기에 개인용 파티션까지, 확실히 뒤에 장(長) 자가 붙으니 대우가 다르다. 그리고 위치도 지원2과가 아닌 강팀장 방 앞이다. 책상 재배치가 끝나고 자리에 앉자 파티션 너머로 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멋지십니다. 과장님.”

“고마워. 도한씨. 앞으로 지원2과 잘 부탁해.”


갑자기 달라진 환경으로 정신없이 오전을 보냈다. 점심땐 각과 대리들에게 밥을 샀다. 다행히 한때 야심에 찼었던 미호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점심을 먹으면서 강팀장 일정을 확인하고 회식 날짜를 잡기로 했다.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한순이 자금팀에서 지급됐다며 법인카드를 건넨다.


“고마워요. 한순씨.”

“결재한도가 20만원이래요.”

“그러면 20만원 내에선 과장결재로 끝나는 거예요?”

“그렇죠.”


전에는 과원들과 소주 한잔을 해도 자비로 계산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손에 든 법인카드를 보는데 문득 정선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혜택이 주어진 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말, 법인카드가 있다고 해서 남발해선 안 될 것이다.


“팀장님. 팀원들하고 저녁을 먹었으면 하는데 언제가 좋으십니까?”

“이번 주는 언제든 좋아요. 오늘도 괜찮고.”

“그러면 팀원들하고 상의해 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확실히 강팀장은 민주적이다. 옛날 유부돈 같았으면 팀원들 입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다른 실무팀도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직장엔 회식에서 빠질 수 없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부인이 출산을 하거니 집안 어른과 관련된 행사가 아니면 무조건 팀장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게 팀원들 운명이다. 그럼에도 빠지면 그 후에 겪어야 할 따가운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팀장님께선 언제든 좋다고 하시니까 여러분 모두 참석할 수 있는 날로 정하면 돼요.”

“평일인데 약속이 있을 리 있나요? 쇠뿔은 단김에 빼야합니다. 그냥 오늘 하죠. 뭐.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회식한다는 말에 잔뜩 신이난 정남의 제의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저녁에 회식을 갖기로 했다. 간이 회의가 끝나고 각과에서 올라온 결재서류들을 살피는데 언제 나갔다 왔는지 선미가 손에 든 비닐봉지를 말없이 건네고 자리로 돌아간다.


‘뭐지?’


봉지 안엔 숙취제와 알약 몇 알이 들어있다. 이것은 저녁에 집중 공격에 대비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곁에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게 이런 것이었나? 아무튼 기분이 좋다. 더구나 강팁장이 회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에 팀원들 기대가 크다.


“장소는 회사 뒤편에 있는 고깃집으로 정했습니다.”

“아, 그 집. 알아요. 1차는 내가 살 테니까 진과장은 2차 책임져요.”

“알겠습니다.”


강팀장에게 보고를 하고 나오는데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가 벨을 울린다. 회사 주차장 사용이 허용됐다는 총무팀 담당자 전화다. 순간, 이참에 차도 한 대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경거망동하는 것 같아 일단 접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오늘 진급 신고식 때문에 늦어.”

“아이고 우리 과장님 오늘 술독에 빠지시겠네?”

“술 많이 안 먹어.”

“알아.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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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 술이 웬수 20.05.15 245 7 4쪽
» 88. 업그레이드 20.05.14 226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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