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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5,554
추천수 :
91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6.01 01:46
조회
167
추천
6
글자
5쪽

101. 유리벽

DUMMY

정이사와의 면담이 있은 후 십 여일이 지났지만 회사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하긴, 오너 일가의 여성 중 아직까지 단 한 사람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은 강철주 회장이니 평생 철학처럼 지켜온 것을 한 순간에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 회사에 무슨 일 있니?”

“아뇨. 왜요?”

“네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아, 선미때문에요.”

“선미가 왜?”


얘기를 듣고 난 부모님은 여자도 일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 맞는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가사와 일을 같이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여기엔 가부장적 사고가 숨겨 있었다. 엄마는 아들이 며느리가 차린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여자는 한 가지만 해야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다간 죽도 밥도 안 돼.”


거기에 하루라도 빨리 손주를 보고 싶은 두 분이다. 갈수록 태산, 아무래도 선미는 회사를 다니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두 분의 조급함은 상견례 날짜까지 잡히게 했다. 어차피 할 결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 주 토요일 12시에 용인에서 보자고 전해.”

“용인이요? 서울이 아니고요?”

“응. 용인에 아버지 친구가 하는 한식집이 있어. 처음엔 서울에서 만날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중간에서 만나는 게 서로 편할 것 같아서 그렇게 정했어.”


처음에 엄마는 그냥 서울에 있는 호텔을 원했으나 우리 편하자고 서울까지 오게 하는 건 결례라는 아버지 말씀에 엄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역시 연륜은 따라갈 수 없는 것일까? 아버지의 깊은 배려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음날,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출근했지만 게시판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생각 같아선 정이사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괜히 귀찮게 할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아버지께서 다음 주 토요일 12시에 용인에서 뵙자고 하세요.”

“용인에서요? 서울이 아니고요?”


설명을 듣고 난 선미도 아버지의 깊은 배려를 고마워하며 곧바로 엄마에게 전했다. 그런 선미를 보니 기분이 좋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얘기를 듣는 동안 선미도 거기까진 생각 못했는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얘기가 끝났을 때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실은 저도 아깝긴 해요. 하지만 평생 혼자 살 생각을 하니 그게 더 두려워요. 그리고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엄마가 많이 아파요.”


평생 과수원 일에 매달렸던 선미의 엄마는 수년 전 몸에 이상을 느끼고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병원을 찾았다. 당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이 채 안 되는 때였고 그리움 때문에 생긴 우울증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검사결과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모든 신경이 아버지한테 쏠려 있다 보니 정작 본인의 몸은 챙기지 못한 거예요. 병원에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래요. 그래서 말이 없었던 거예요. 말을 많이 하면 숨이 차거든요.”

“그랬군요. 난 그것도 모르고.”


갑자기 속이 울컥한다. 순간, 난 부모님 생각을 얼마나 했을까 하는 마음에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워진다. 선미가 신입사원 월급으로 엄마의 병원비를 보탤 때 난 집에서 게임에 빠져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부모님 심정을 생각하니 후회막급이다.


“이제부터 잘하면 돼요. 우리 그렇게 살아요.”

“선미씨 보기 정말 부끄럽네요.”


며칠 뒤, 기다리던 정이사 전화를 받았다. 역시 유리벽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그동안 임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으나 강만호 회장의 고지식함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정이사가 있어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것인데 솔직히 실망이 크다.


“됐어요. 어차피 안 될 일이었어요.”

“미안해요. 좋은 소식 못 줘서.”

“정도씨가 왜 미안해요? 오히려 잘 됐어요. 안 그랬으면 저 많이 갈등했을 거예요.”


말은 저렇게 해도 서운함은 쉽게 지우지 못할 것이다. 순간, 한 여자의 희생을 사랑으로 보상할 줄 아는 남자만이 결혼자격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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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아버지의 비밀 20.06.01 175 7 8쪽
» 101. 유리벽 20.06.01 168 6 5쪽
100 100. Ring! Ring! 20.05.31 172 7 6쪽
99 99. 날개 20.05.31 178 6 4쪽
98 98. 체제 강화 20.05.28 181 5 4쪽
97 97. 예비 사위 20.05.27 181 6 9쪽
96 96. 예비 며느리 20.05.27 199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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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나르시즘 20.05.22 190 5 4쪽
92 92. 절묘한 수습 20.05.20 182 5 5쪽
91 91. 스캔들 20.05.17 186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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