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21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25 01:59
조회
219
추천
8
글자
4쪽

95. 프러포즈

DUMMY

비록 정식 인사는 아니었지만 선미가 집에 다녀가고 난 뒤 엄마의 극성이 끊이질 않는다. 여자는 기다리다 지치면 한 순간에 멀어진다느니, 그런 여자는 늑대들의 먹잇감이라느니 하면서 당장 밀어붙이라고 난리다.


“너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한다.”

“알았어. 때 되면 정식으로 얘기 할 거야.”

“그 때가 언젠데? 그 애는 무슨 말 없어?”

“없어.”

“아버진 안 그러셨는데 넌 왜 그 모양이니?”

“아버지가 뭘 어쩌셨는데?”

“응? 아냐. 아무튼 남한테 빼앗기기 전에 빨리 잡아.”


선미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하긴 엄마 말도 틀린 게 아니다. 이미 준비는 됐고 교제한지 2년이나 지났으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더구나 기억할 수는 없지만 팀원들 앞에서 선언까지 하지 않았는가? 마침 크리스마스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그 날을 D-Day로 잡아야겠다.


[크리스마스에 어디 갈까요?]

[우리 처음 데이트했던 포차촌 어때요? 거긴 너무 추운가요?]

[아뇨. 좋아요. 그날 속에 든든히 껴입고 와요.]

[정도씨도요.]


어? 왠지 기분이 좋은데?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 때문이다. 이것은 그만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집에 데려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때가 됐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하지? 남들 다하는 진부한 것은 안 된다.


‘좀 특별하면서도 감동을 줘야 할 텐데.’


반지를 아이스크림 속에 감출까? 아니면 장갑 속에 반지를 넣어 선물로 줘? 하루 종일 생각했지만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일단 반지부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무실을 나와 귀금속 전문점으로 향했다.


“하트장식 안에 ‘J♥J’라고 양각해주세요.”


사흘 뒤, 주문한 반지는 찾았지만 아직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그냥 남들처럼 하고 끝낼까 했다가도 그동안 고민한 것이 아까워 그럴 수가 없다. 나이 서른셋씩이나 된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누가 들으면 웃을 일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무심코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리고 드디어 D-Day,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고민했던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낄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오전부터 꾸물거리던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쏟아낼 것처럼 무거워 보인다.


“오늘 별일 없으면 일찍 퇴근해요.”


일찍 이라고 해봐야 칼퇴근이다. 정보관리팀은 지원업무 특성 때문에 정시에 퇴근한 적이 없다. 강팀장은 이미 퇴근했고 마침 불금과 겹친 크리스마스인데다 급여까지 받은 최고의 날, 이런 날이 아니면 언제 선심을 쓰겠는가?


[저 먼저 가 있을게요.]

[네. 저도 금방 갈게요.]


선미와 하얀을 남기고 사무실에서 나와 포차촌으로 향했다. 그런데 인적이 붐비는 거리를 지나 도착한 포차촌이 이상하다. 예전에 있던 포장마차는 사라지고 화려한 전구로 장식된 푸드트럭들이 그 자릴 채우고 있었고 그 옆엔 손에 음식을 든 커플들이 입김을 뿜어내며 자신들만의 속삭임에 빠져있다. 다행히 처음 데이트했던 벤치가 비어있어 선미가 오기 전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됐죠?]

[네.]


그리고 몇 분 뒤, 입구에 선미가 도착한 선미가 손을 흔들고 다가오려는 순간 누군지 모르는 여성이 다가가 장미꽃다발을 배달하곤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다가온 선미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며 떨리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선미씨. 사랑합니다. 저의 반을 당신께 드립니다.”


순간, 바람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릎을 꿇고 케이스 안에 ‘J♥J’가 선명하게 양각된 은반지 두 개를 선미 앞에 내밀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하던 선미의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커플들의 입에서 환호가 터졌다.


“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피스 108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감사의 인사 +3 20.06.06 232 2 2쪽
108 108. 결혼 20.06.05 250 8 8쪽
107 107. 카운트다운 20.06.05 195 7 4쪽
106 106. 그날의 역사 +1 20.06.05 217 6 7쪽
105 105. 好事多魔(호사다마) +1 20.06.04 204 7 4쪽
104 104. 선물 20.06.03 220 7 4쪽
103 103. 그것 때문에? 20.06.02 212 8 6쪽
102 102. 아버지의 비밀 20.06.01 210 8 8쪽
101 101. 유리벽 20.06.01 205 7 5쪽
100 100. Ring! Ring! 20.05.31 205 8 6쪽
99 99. 날개 20.05.31 212 7 4쪽
98 98. 체제 강화 20.05.28 215 6 4쪽
97 97. 예비 사위 20.05.27 220 7 9쪽
96 96. 예비 며느리 20.05.27 243 9 4쪽
» 95. 프러포즈 20.05.25 220 8 4쪽
94 94. 첫 만남 20.05.23 217 7 4쪽
93 93. 나르시즘 20.05.22 224 6 4쪽
92 92. 절묘한 수습 20.05.20 221 6 5쪽
91 91. 스캔들 20.05.17 220 7 5쪽
90 90. 벼랑에서의 탈출 20.05.16 226 6 4쪽
89 89. 술이 웬수 20.05.15 245 7 4쪽
88 88. 업그레이드 20.05.14 226 8 4쪽
87 87. 권한과 책임과 의무 20.05.12 226 7 4쪽
86 86. 막연한 기대 20.05.11 226 6 4쪽
85 85. 테스트 20.05.09 235 7 5쪽
84 84. 첫 휴가 (2) 20.05.09 227 6 4쪽
83 83. 첫 휴가 (1) 20.05.04 244 7 4쪽
82 82. 독대(獨對) 20.05.01 233 6 6쪽
81 81. 한마디의 위력 20.04.29 252 6 4쪽
80 80. 작전 실패 20.04.28 250 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