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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31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5.17 23:58
조회
220
추천
7
글자
5쪽

91. 스캔들

DUMMY

“휴우!”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지상으로 올라온 기분이다. 엄마도 우리와 본관이 다르다는 갓에 내심 안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선미는 여전히 눈길을 주지 않는다. 엄마 말대로 풀리길 기다려보자. 진급한 이후 실무에서 일부 손을 떼다 보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그 덕에 가끔씩 친구들과 메시지를 교환하며 연락을 주고받는다. 물론 다른 속내도 있다. 결혼식 때를 위한 것이다.


“과장님. 지난주에 말씀하신 것 모두 끝났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대리님. 요즘 시스템 문제없죠?”

“서버는 문제없는데 디스크가 문제예요.”

“남은 공간이 얼마나 돼요?”

“현재 27%~30% 입니다.”

“그러면 각 디스크별로 분석해서 보고서 올려요.”



그런데 오대리가 분석한 결과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하긴, 청육에 정보관리팀이 발족된 뒤 한 차례 증설이 있었을 뿐이다. 물론 그 당시 주전노는 뒷돈을 챙겼고 그 돈으로 부인 차를 사줬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아무래도 교체해야 할 것 같아요. 이대로 두면 두 달 안에 풀로 찰 겁니다.”

“어쩔 수 없네요. 일단 보고부터 하죠.”


서버 교체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구매 건이다. 대충 계산해 봐도 1억 가까이 되는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갑자기 오래전에 지나간 시간의 한 조각이 생각난다. 손과장과 유팀장의 날선 신경전 속에 한쪽은 네고에 집중했고 한 쪽은 리베이트에 집중했었다.


“예상 가격이 1억 정도 된다고요?”

“그렇습니다. 지난번 서버 교체할 때는 디스크가 여유가 있어서 제외했었습니다.”

“그런데 옛날에 있던 팀장이 리베이트를 엄청 챙겼다던데 사실이에요?”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당시 밑에 있었던 손노문과장하고 자주 충돌했었죠.”

“결국 손노문 그 사람도 유사한 일로 쫓겨났다면서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번 것은 비용이 크지 않으니까 교체 합시다.”


그런데 방에서 나오는 순간 느낌이 이상하다. 강팀장은 그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미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그 사건을 말이다. 어쩌면 이것도 테스트일지 모른다. 지난번 것은 신뢰도 테스트고 이번 것은 정직성 테스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리베이트 제의하는 업체는 상대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웬일인지 오랜만에 스마트폰에서 톡소리가 들린다.


[정도씨 소문 들었어요?]

[무슨 소문이요?]

[정도씨 오막이래요.]


오막? 이게 뭐지? 선미는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오막은 여직원들 사이에 오가는 은어인데 부모가 오너와 막역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2세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선미가 보낸 메시지를 읽어보니 고속승진이 문제였다. 청육에서 ‘과장대우’는 사상초유의 직책이고 있지도 않은 직책까지 만들어 승진시키는 것을 보면 분명 엄청난 배경이 있을 거란 추측이 만들어낸 소문이다.


[어이가 없네요. 오너하곤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그건 그렇고 지난번 사고 친 것 때문에 나 죽을 맛이에요. 어떤 애는 언제 결혼하느냐고 놀리기까지 해요.]

[미안해요. 내가 다 책임질게요.]

[몰라요.]


큰일이다. 이미 돌고 있는 소문이라면 회장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러다가 지은 죄도 없이 눈밖에 벗어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놓고 부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소문 때문일까? 팀원들과 점심을 먹는데 왠지 서먹서먹하다.


“정남씨. 요즘도 양 많은 게 우선인가?”

“당연하죠. 전 맛보다 양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과장님 우리 회사엔 구내식당 안 만듭니까?”

“글쎄. 있으면 좋을 텐데. 참. 오대리님. 디스크 교체 건은 팀장님 허락 맡았으니까 추진하세요.”


겨우 분위기를 전환시키긴 했지만 개운치가 않다. 오후에 미호가 가져온 품의서를 강팀장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강팀장이 자주 방을 비운다. 어떤 날은 오전에 결재를 마치고 오후 늦게 돌아오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과장 승진 신고식이후 방을 비우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한순씨. 혹시 팀장님 나가실 때 말씀 없었어요?”

“네. 그냥 외출하신다고만 하셨어요.”


하지만 팀원들에겐 휴식 같은 시간이다. 한참 뒤, 3시가 훨씬 지나서 돌아온 강팀장이 책상에 앉자 사무실은 사찰이 무색할 정도로 고요 속에 묻혔다. 그런데 강팀장 방에 생수를 놓고 나오는 한순이 오후에 갖다놓았던 품의서가 든 결재판을 내려놓는다. 강팀장이 회장님 결재까지 직접 맡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장 결재를 끝내고 회장실로 가려고 했으나 부재중이라 유가인에게 연락해 줄 것을 부탁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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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1. 유리벽 20.06.01 205 7 5쪽
100 100. Ring! Ring! 20.05.31 206 8 6쪽
99 99. 날개 20.05.31 212 7 4쪽
98 98. 체제 강화 20.05.28 215 6 4쪽
97 97. 예비 사위 20.05.27 220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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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 첫 만남 20.05.23 217 7 4쪽
93 93. 나르시즘 20.05.22 224 6 4쪽
92 92. 절묘한 수습 20.05.20 221 6 5쪽
» 91. 스캔들 20.05.17 221 7 5쪽
90 90. 벼랑에서의 탈출 20.05.16 226 6 4쪽
89 89. 술이 웬수 20.05.15 245 7 4쪽
88 88. 업그레이드 20.05.14 226 8 4쪽
87 87. 권한과 책임과 의무 20.05.12 226 7 4쪽
86 86. 막연한 기대 20.05.11 226 6 4쪽
85 85. 테스트 20.05.09 235 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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