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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스톤 헨지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쉬크한냐옹
작품등록일 :
2018.07.24 23:12
최근연재일 :
2018.08.07 11:03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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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30

작성
18.07.2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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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No.004. 비참하지 않니? 소속이 없다는 것.

문스톤헨지 - 한양 롯지의 부활 -




DUMMY

단비가 내리고 있다. 이글거리던 폭염의 열기를 잠시나마 가라앉히는 달콤한 비의 세례이다. 그러나 현재 S양은 다소 우울한 심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참한 황홀감이다. 왠지 모르게 오늘 S양은, 자신의 앞날에 대한 암울함을, 강철로 된 무지개처럼 느끼고 있다.


'내가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비가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 것이었던가. 어쩌면 이것은, 등단 이후 밀려드는 허탈함 같아. 사실 등단을 정식으로 해 본 적도 없지만.' S양이 생각했다.


물론 알고 있다. 자신의 지금 생각이 얼마나 옹졸하고 편협하고 오만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눈물이 나온다. 열사의 더위 속에서, 강우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잘난 척을 하려고 해도, 별로 내세울만한 자랑거리가 없는 자신에 대한 회의감 탓일까.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도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항상 그랬었다.

지금까지 S양은,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헌신해온 자신의 삶에, 다소 우월한 자부심을 소지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면에서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공헌해왔는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 삶 자체가, 나름대로 거기에 해당될 것인가. 그러나 현재 그 자부심은, 공허한 우활함으로 변모해버린 상태이다.


조금 딱딱한 학생용 의자에 등을 기대고, S양은 고개를 푸욱 떨어트린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기억 몇 개가, 오래된 옛 영화가 스크린 영사기에서 재생되는 것처럼, 자신의 눈앞을 휘익 스치고 지나간다.


10여 년도 더 이전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S양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자기 한 몸 간수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국가를 구하고 민족을 구하고 세계를 구해?! 확실한 것은, 너는 미친 것이 분명해.” 이것이 그들이 S양에게 종종 하던 소리였다.

“... ...” S양은 그저 침묵할 뿐이다. 그러나 S양의 눈은 불길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가끔 그들 중에 호기심 많은 이들 몇은, 진지하게 S양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세계를 구하겠다는 망상이 아니라, 사업 기회나 투자 기회를 잡고 싶다는 이야기이지?!” 그들이 S양에게 물었다.


“내가 남들보다 아주 착하다고는 말 못해. 하지만 가능한 조금 더 이타적으로 살아가려고 매사 노력을 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 은근히 많아.” S양이 대답했다.

“이타적이라. 설마 난민들이나 해외 시민들까지도 다 구할 생각이야?” 그들이 S양에게 물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야?!” S양이 말했다.

“제정신이야? 난민과 해외 시민들까지 다 구하겠다고? 그러려면 희생이 당연할 텐데?” 그들이 물었다.


“나도 알아. 내가 희생하게 되겠지. 신데렐라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야. 남을 도와줬다고 내가 더 큰 이익을 취하게 되는 허접한 스토리는, 3류 판타지 소설의 설정일 뿐이야. 실제로 그 따위 결말은, 이 망할 놈의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워.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되겠지.


소방관들은 인간을 구하다가 숯불통구이가 되어서 타 죽는 현실. 그리고 그러한 소방관들의 희생을 더욱 더 독려하기 위해서, 기가 차는 어이없는 양산 형 드라마를 마구잡이로 제작하는 현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지랄하네. 그따위 보은은 현실에서는 네버, 네버, 네버야!


그렇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서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자동적으로, 소돔과 고모라로 변하게 되어 있지. 이상 기온 열섬 현상 등등은 언젠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한 때 대한민국의 악몽이었던 IMF 위기는 다시 또 도래하겠지. 그래, 설령 나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응답하는 신이 계시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이제는 내가 스스로 들고 일어나서, 손수 노아의 방주를 제작해야 될 시점.” S양이 말했다.


“하아, 기가 막혀. 이제는 성경까지 등장하네. 안 되겠어. 역시 넌 미친 것이 분명해. S양, 지금이라도 당장 언덕 위의 하얀 집에 가서 진지하게 상담 받아 볼 것을 추천해. 오, 이것은 다 S양 너를 위해서야. 우리로서는 도저히 너의 정신 상태를 그대로 두고 보기가 어렵구나.” 그들이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면서 가버렸다.


한참동안 S양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서서히 S양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알아. 내가 미쳤고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나는 해낼 거야. 대한민국을 구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왜냐하면 정말로 이 길 밖에 없는걸!” S양이 스스로에게 힘주어서 말했다.


그러한 S양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검은 옷을 길게 차려입은 그 존재들은 뭔가를 나직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어두운 먹구름이 사방팔방에서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이후, 이상하고 기이하고 기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 이후, S양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S양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했다. S양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그 날은, 비가 매우 많이 내렸다고 한다.


세월은 유수같이 지나간다. 10여 년이 지나서 환골탈태를 했다거나, 금의환향을 했다거나 하는 것은, 하나의 개인 입장에서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민족과 국가와 세계의 차원으로 접어들면, 문제 양상은 확연히 달라진다. 그 동안 지구의 금수강산은 변화하고 또 변화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1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개인의 입장에서는 큰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들 대체로 10여 년간 근근이 밥이나 먹고 사는 정도인 것이다. 기껏해야 패망하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이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연예인이나 공인이 되지 않는 한, 10년 안에 큰돈을 만지기란 어렵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연예인이나 공인이 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설령 되더라도 그 중에 탑 오브 탑만이 돈을 버는, 승자 독식 게임 구조인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이단의 루트는,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루트 중의 하나가 바로, 국가 운영 시나리오 작가 루트, 일명 고스트라이터 루트이다.


국가 운영 시나리오를 쓰는 자, 고스트라이터들, 그들은 P1, L, M대통령 및 그들의 측근들과 국민들, 그리고 세계 시민들을 경제 위기에서 구해낼 방도를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그래서 대안 마련을 위해서 고군분투 노력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각자 성공할 기회를 조금씩 발견하고 찾아내게 된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본격적인 고뇌와 갈등이 시작된다.


그냥 지금이라도 발을 빼고 쓰윽 모른 체 물러나버리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계속 정치 현안과 민생 돌보기에 주력하면, 모처럼 얻은 부자 될 기회가 다 엉뚱한 사람들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서커스 단장이 챙긴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는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들 난감해한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고 예측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그들 중 상당수가 대열을 이탈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들 중 몇몇은 끝까지 소신을 지키며 앞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들은 알고 있다. 운이 나쁘면 동물농장의 복서 꼴이다.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면 까삐딴 리처럼 온갖 욕을 다 들어 먹는 신세가 된다. 가식적이고 위선적이고 추하고 비열하다는 욕들은 오히려 양반 소리에 가깝다. 진실로 썩은 계란 세례나 안 받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성장과 성숙과 초월을 넘어서서, 인간의 삼라만상을 지지하는 세계수, 즉, 위그드라실 거목이 되어서 일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곳곳을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10대부터 80대 나이에 이르는 여러 사람들이, 위그드라실 거목으로서 일하고 있다. 한 때는, 헝거 게임의 플레이어로서도, 직접 참여했던 경력이 있는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헝거 게임 시나리오의 속박과 굴레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오늘날이 되었다. 이번에는 그들 중 몇몇이, 헝거 게임 시나리오 연출을 맡게 된다. 그렇지만 막상 연출 작업에 들어가게 되자, 다들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도대체 어떤 형식의 헝거 게임이 진행되어야, 인류 중에서 삼분의 일이라도 실질적인 구원이 가능하단 말인가.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그들은, 메카와 성당 등등에서 예배를 드린다. 깊은 고뇌 이후에 그들은, ‘문스톤헨지’ 시나리오를 진행하기로 잠정적인 합의를 본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언제라도 변경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다만, 시나리오를 제대로 수정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말이다. 적어도 이 단계의 경지까지 올라올 정도의 재원들이, 의외로 이 사회에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이러하다. 고스트라이터 작가 루트는 다른 이단성 루트들과 달리, 만인에게 어느 정도 폭넓게 개방되어 있다. 그럼에도 고스트라이터는, 막중한 책임과 대가가 수반되는 루트이다. 다시 말해서 지구를 짊어진 거인, 아틀라스의 사명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글을 집필하는 오늘날에도, 몇몇 고스트라이터 작가 자리는, 번번이 공석을 기록하고 있다. 소속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게 화난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은 투덜거린다. 그러나 볼멘소리를 하는 그들 젊은이들에게, 나름 선임인 고스트라이터 작가 중 하나는 이렇게 말을 건넨다.

“비참하지 않니? 소속이 없다는 것.”


“... ...” 젊은이들은 그저, 그 작가의 면상을, 정면으로 마주 응시할 뿐이다. 어쩌면 멱살을 잡고 한 대 갈겨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노려본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있을법하다.

‘시끄러워. 네가 88만원 세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뭘 알아?!’ 이것이 젊은이들의 진정한 속마음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그들 중에 조금 나이가 어린 자가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는 해도 어느덧 34세이다. 그리스도 예수님은 33세에 부활하셨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35세에 득도하셨다. 34세는 뭔가 약간 애매하고 어정쩡한 나이이다. 특히 아직 시집을 못간 노처녀라면 결혼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나이이다. 이 34세의 여자가 바로 S양이다. 향후 정치 상황에 대해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S양이, 조용히 업무에서 물러나온다. 그리고 몇 달 이후, S양은 다시 업무에 착수하고 있다. 그러나 S양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은, 이 공허한 우활함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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