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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부터 문피아 공모전에 참가...할지도

문 스톤 헨지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쉬크한냐옹
작품등록일 :
2018.07.24 23:12
최근연재일 :
2018.08.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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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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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30

작성
18.07.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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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No.002. 창업 경진 대회 준비와, 비밀의 서적.

문스톤헨지 - 한양 롯지의 부활 -




DUMMY

다시 시작할 의지를 잃어버렸다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다. 그들이 만일 도시에 산다면, 인근의 병원에 탐방을 가 볼 것을 권한다. 만일 시골에 산다면 도시의 병원 중 가장 가까운 곳 탐방을 추천 드린다. 병원에는 아예 절망할 기력마저 없는 사람들이 퀭한 눈을 깜박이고 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지금 S양은 모 대형병원의 암 환자 병동 내부의 반 개방형 테라스에 앉아 있다. 물론 S양은 암 환자가 아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러하다. 그러나 먼 훗날 S양이 나이가 많이 들었을 경우에는 어떨까. 그 경우에도 현재처럼 S양이, 암이라는 병에서 무사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감히 장담을 하거나 보장할 수 없다.


"흠. 내 앙숙들은 내가 하루바삐 암이라도 걸리라고 온갖 지랄 발광 푸닥거리 굿과 저주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맞아. 그것이 현실이지. 세상은 넓고 승자는 적이 많은 법. 물론 패자는 적이 생긴다기보다 아예 병 먹음 또는 개 무시를 당하게 되지. 그래서 강해야 돼. 내가 업무이던 공부이던 열심히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이지. 이 거친 세상에서!" S양이 스스로에게 힘주어 말했다.


그나저나 피곤하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정말로 피곤하고 졸립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집안 청소를 하고 간단하게 브런치를 먹고, 원고지 10장 분량도 안 되는 짤막한 글을 쓴 것뿐인데.


'가만있자. 내가 오늘 여기에 뭐 하러 왔었지? 나도 슬슬 치매 기가 생기는 듯. 아. 맞다. 창업 경진대회 준비나 해볼까 해서 왔었지! 뭔가 지금 다니는 독서실은, 창업 경진대회를 준비하기에는, 눈치가 조금 보여서.' S양이 생각했다.


슬슬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는 S양이다. 시들시들한 시금치처럼 표정을 잃어버린 환자들과, 절인 단무지마냥 지치고 피곤하고 노래진 모습의 의료진들이, 병원 복도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병실 매트리스마냥 큼직한 스팸 햄 조각도 떡 하니 버티고 있을 법하다. 문득 S양은 푸욱 한숨을 내쉰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러한, 인간 김밥 대열에 휘말리고자, 꾹꾹 나 자신을 말아가며,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는 입시공부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지?!' S양이 생각한다.


스올이다. 세상은 헬이고 스올이다. 이것은 환자냐 의료진이냐 관찰자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도 기력도 죄다 상실해버린 사람들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넋이 나간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그들 중 상당수가 매일매일 직장과 학교를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맴돈다는 것이다. 아니, 반 자발적이고 타의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서 그곳들에 얽매여서, 의미도 목적도 없는 일상을 꾸역꾸역 영위하는 것일까. 회복하기 위해서 강제로,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환자식을 먹어야하는 것과, 자유의지라는 허울 좋은 이름하에, 먹고 살기 위해서 좀비의 삶을 섭취하는 것. 어느 쪽이 더 비참하고 역겹고 괴로운 인생일까.


문득 알 수 없는 욱한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뭔가 속이 답답하고 메슥거린다. 암 환자도 아닌데 속이 울렁거린다. 지금이라도 가장 가까운 화장실 변기로 달려가서, 먹은 것을 다 게워내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S양은 허공에 대고서, 다음과 같이 소리쳐 외치고 싶었다.


'다시 시작할 의지를 회복하는 것?! 말이 쉽지. 그것이 그리도 쉬운 일이라면 진작 해냈다고! 물론 나도 알아. 이런 나의 변명이, 초라하다 못해서 찌질한, 패자의 변명이라는 사실을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창업 경진대회? 실제로는 국가를 위해서 다시 일해달라는 뜻이지. 난 못 해. 못 하겠다고! 물론 언젠가는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공부로 도피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도저히 못 하겠어. 그래.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P 대통령과 L 대통령,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감옥에 수감된 것이라고. 그런 나에게, 다시 국가 업무를 지원 사격해달라고? 세상에, 도대체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이것이 S양의 생각이었다.


저도 모르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몇 개를 쥐어뜯는 S양이다. 문득 독서실이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머리를 텅 비우고, 산더미같이 쌓인 문제집 더미와 씨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방을 움켜쥐었다가 제풀에 지쳐서, 풀썩 다시 가방을 놓아둔다. 가방 안에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뭔가가 보인다. 창업 경진대회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 겸 출력해둔 프린터 인쇄물 더미이다. 뽑아만 두고 정작 내용 확인은 안 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인쇄물을 꺼내서 쓰윽 훑어본다.


꽤 큼직한 타이틀이 이내 S양의 두 눈에 들어온다. 창업 바우처 지원 혜택이다. 도합 400팀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것도 각 팀마다, 무려 01억 원이나 되는 금액의 창업 바우처를 지원해준다고 한다. 게다가 최종 선발이 되면, 일등 상금 05억 원에 기술 보증 지원금 20억 원이 추가로 더 생긴단다.


‘세상에, 01억 원이라. 그건 그렇고 과연 창업 공모전에 400팀이나 응모하기는 할까. 이것, 어쩌면 여기에 지원만 하면, 바로 통과될 것 같기도 한데. 국가 보조 업무 차원이고 뭐고 그냥 눈 딱 감고 도전해볼까.’ S양이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무려 01억 원짜리 창업 바우처 지원 혜택이, 의외로 쉽게 주어질 가능성이 있는데도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일등 상금 05억 원과 기술 보증 지원금 20억 원이라는 글자도 왠지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너무 금액이 비현실적인가 보다. 사실 이 정도라면 로또 당첨 일등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대되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만한 게임이 아니던가.

‘역시 내가 미쳤나 봐. 아니, 그 정도로 다시 일하기가, 지긋지긋한 것일지도 모르지.’ S양이 생각했다.


테라스 한 편에 작은 책장 두서너 개가 구색을 갖추고 있다. S양은 책장을 둘러본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다. 이미 예전에 한 번 읽어본 책이다. 그 책의 여주인공 오은수가 그나마, 현재의 자기보다 낫다고 S양은 생각한다. 순전히 기억나는 구절은, 에메랄드 빛 아이쉐도우와 루비 슈가 립스틱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물론 그 부분도 맞는 기억인지는 심히 의문이다. 이것저것 책의 내용을 떠올려보다가 뜬금없게도, 자신의 카카오톡이 생각나는 S양이다. S양은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카카오톡 프로필들을 보기가 두렵다.


카카오스토리의 정보에 의거하면, 최근에 만난 기억이 전무한 S양의 지인들은, 이미 대부분 다 결혼에 골인한 듯하다. 갖가지 스캔들과 풍문들이, 웬만한 드라마는 저리가라고 할 정도이던 지인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러한 인생들은 정상인의 삶이라고 인정받고 널리 공인받는다.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 사회이다.


순간 부르르 몸을 떨면서 다른 책들을 바라본다. ‘압구정 다이어리’, ‘스타일’,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 ‘열정 같은 소리하네.’ 별별 책들이 눈에 뜨인다. 평소 같으면 취미로 즐겨 읽는 책들이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뭔가 다른 종류의 책은 없을까 눈을 부릅뜬다. 그래, 예를 들면 ‘솔로몬의 열쇠’나, ‘그림자 정부’,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같은 책들!


그러다가 ‘문스톤헨지’라는 책을 발견한다. 조심스럽게 그 책을 집어 드는 S양이다. 검은 표지의 책 위에는, 뭔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문양들이 금박 인쇄가 되어 있다. 책을 펼쳐 보면서 S양은 갸우뚱한 표정을 짓는다.

‘이상하네. 이런 종류의 책이 일반 병원에 반입이 되기는 하던가?’ S양이 속으로 생각한다. 그 때였다. 어디선가 메아리가 들려온다.


“나를 가져가.” 누군가가 S양에게 말하고 있다.

‘또 환청인가.’ S양이 생각한다.

“글쎄, 과연 환청일까.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을 빼돌릴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지.” 누군가가 S양에게 말한다.

순간 S양은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을 바라본다. 이윽고 S양은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책을 자신의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짐짓 태연하게 S양은 병원 테라스 및 병원을 스르륵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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