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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딸깍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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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광별
그림/삽화
애증이
작품등록일 :
2024.05.24 17:30
최근연재일 :
2024.07.03 19:0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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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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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5
글자수 :
225,022

작성
24.06.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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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글자
11쪽

36화 4만홀은 더 치고 가라

DUMMY

딱! 딱!


"아이고, 일이다. 일."


나는 본가 뒷편 공터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맡고 텐트를 치고 있었다.

강원도에 있는 무인도를 창고로 쓰고, 이곳을 당분간 지휘통제실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마음 같아선 애착소대를 소환해서 다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너무 딸깍만 하느라, 체력이 떨어진 상태.

운동도 할 겸 일부러 혼자서 텐트를 치고 있었다.


딱!


"후. 장난 아니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공터 옆에 만들어둔 울타리로 걸어갔다.


빼애액!


무인도에서 빼온 초소형 레드 리자드들이 마구 달려왔다.


"어이구, 예쁘다. 잘한다, 잘한다."


초소형 레드 리자드들은 똑똑했다.

나를 주인으로 여겼고 말도 잘 들었다.

처음에는 라이터처럼 불꽃을 마구 뿜었다만.

내가 '위험하니까 뿜지 말라'고 하자 불꽃 뿜는 것을 멈추기까지 했다.

정말 기특한 녀석들이랄까.


슥슥.


턱을 긁어주자 초소형 레드 리자드들이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그르렁 거렸다.

들킬까봐 걱정은 안 됐냐고?

이 녀석들을 데려온 날, 지나가던 옆집 할아버지가 '쌈닭이여? 신기하게 생겼네'라고 칭찬을 해주셔서 안심했다.

하긴 얼핏 보면 그냥 닭 같이 생기긴 했다.

조만간 애보관을 시켜서 인식 장애 스킬 이런 걸 쓸 예정이었다.


띠리링.


오랜만에 삼영그룹 주용호 사장으로부터 받은 휴대폰이 울렸다.


"네, 여보세요."


스피커 너머에서 여전히 밝은 주용호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예의 바른 말투.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삼영그룹 주용호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항상 선생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골프공 맞는 소리가 안 들리네요?"


-앗··· 하하하··· 선생님을 위한 회사 설립이 막바지에 다다라서요. 이것저것 처리하고 있습니다.


아, 맞다.

이번 주 중에 나를 위한 회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앞으로 이 회사를 통해서 삼영그룹과 거래를 이어나가면 법인세 부분 등에서 큰 혜택이 있을 거라나 뭐라나.


명의 부분도 잘 처리 중이라고 했다.

내 이름이 들키면 안 되니까 말이지.

확실히 주용호 사장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강했다.

덕분에 나는 마음 편히 아이템만 발굴하면 되는 입장이었다.


회사 이름은 'AC그룹'으로 지어둔 상태였다.

AC가 뭐냐고?

당연히 애착(AeChak)이지.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아이고, 아닙니다. 다 제 일인데요.


"그런데 이번엔 무슨 일이세요?"


주용호 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그···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아버지도 고쳐주시고··· 심지어 얼마 전에 저희 실장의 탈모···까지 고쳐주셨다고 하셔서··· 감히 연락을 드리게 됐습니다.


"듣고 있어요. 말씀하세요."


-예··· 그 저희 삼영그룹에서 운영하는 삼영병원이 있습니다··· 그곳에 제가 아는 지인이 입원을 했는데··· 치료가 가능하실까 해서··· 몬스터에게 다친 건 아니고요... 당연히 대가는 넘치게 지불하겠습니다.


"아휴, 저희 사이에 무슨 넘치는 대가입니까. 서비스 해드릴게요."


주용호 사장이 놀란 듯 되물었다.


-어엇, 저, 정말이십니까?


"네, 당연하죠. 서비스로 5% 할인해 드릴게요."


-예···? 무, 무료가 아니라요···?


예? 무료? 무료오오오?

나는 혀를 찼다.


쯧.


이 아저씨, 잘 나가더니 오늘 왜 이래?

대가를 잘 챙기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바로 이 척박한 힐러계를 대표하는 S급 힐러이기 때문.


내 몸값이 앞으로 힐러들의 표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스스로 몸값을 후려치면, 내 몸값뿐 아니라 다른 힐러들의 몸값까지 후려치는 셈인 것이다.

절대로 후려칠 수 없었다.


받으면 더 받았지.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왜 이러세요. 프로끼리."


-아···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저도 당연히 대가를 지불하려고 했었습니다··· 다만, 서비스를 해주신다고 하셔서 잠시 본분을 잊었네요. 죄송하고, 오늘도 배워갑니다. 선생님.


이쯤되니 그냥 봐주자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도 상대는 재계 3위의 재벌가 후계자다.

쩔쩔 맬 정도로 내가 중요한 사람인 건 맞다만.


사람은 밀어냈으면 당기기도 필요한 법.

또 법인세 등등 디테일까지 챙겨주는 것에 대해서 한번쯤 보상해줄 필요가 있었다.

사람이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그래야 오래 가는 법이다.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죠. 주소 불러주세요."


-아, 예. 저, 정말 감사합니다···! 주소는 서울시···


나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주소를 적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10분 후에 갈게요."


주용호 사장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예? 시, 십분이요? 거기서 말씀이십니까?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주용호 사장은 내가 강원도 옆 무인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이내 주용호 사장은 모든 걸 깨달았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아··· 하긴··· 그때 작은 비행기라면··· 가능하겠군요. 그럼 곧 뵙겠습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주환기 회장을 치료했을 때 봤던 애버릭의 미니 전투기를 말하는 모양.

예? 미니 전투기요?

그런 느려터진(애버릭 미안) 미니 전투기를 누구 코에 붙이나요?


"구급헬기 소환!"


허공에서 하얀 구급헬기가 뚝 떨어졌다.

슬쩍 본가를 살펴봤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애증이와 잘 놀고 있었다.

애증이 녀석, 슬슬 진급시켜줘야겠군.

철의 훈장도 좀 모아야겠다.


스윽.


나는 구급헬기 위에 몸을 구겨넣었다.

그리고 헬기 조종기 옆에 놓인 빨간 버튼을 눌렀다.


꾹.


구급헬기 뒷편의 트렁크에서 프로펠러가 위로 튀어나왔다.


우우우웅, 철컥!


후두두두두두두두두!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더니 위로 부웅 떠올랐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시작합니다>

<자동 조종 기능을 실행합니다>


앞으로 살짝 기우뚱한 구급헬기가 미친 듯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후두두두두두두두!


"으아아아아아아!"


...서울 도착하면 고글 꼭 사야지.


***


"흠."


나는 인근의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있었다.

평일 오후인 것도 그렇고.

89도짜리 한증막이라 아무도 없어서 편히 딸깍질, 아니 이젠 스마트폰이라 톡톡질을 할 수 있었다.

음, 톡톡질은 역시 어감이 잘 안 살긴 하네.


"흐허, 좋다아아아."


주용호 사장의 주문은 간단했다.

자신의 아버지 친구를 낫게 해달라는 것.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지만, 여튼 최근 골프 치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일주일에 4번씩 치던 양반이 이젠 1번씩 친다고.


"...오히려 비정상에서 정상이 된 거 아냐?"


아버지라면 주환기 회장일 테고.

나이가 팔십이 넘는데?

역시 아무나 재벌가 회장 친구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어휴, 뜨거워. 좀 쉬어볼까."


현재 애버릭이 병원 쪽으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일부러 병원 인근이 아니라,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

언제든 보안이 중요한 법이니까!

그동안 미리 시켜둔 삶은 달걀이랑 식혜 좀 흡입해야지.


터벅터벅.


나는 칸막이가 있는 매트에 앉아서 맥반석 달걀이 담긴 바구니를 내려놨다.


탁.


"병장 애증이···예요··· 달걀··· 까요···"


몰래 데려온 작은 애증이가 달걀을 집고는 자신의 머리에 후려쳤다.


빡!


"아파···요···"


작은 애증이는 ㅇ_ㅜ 표정으로 달걀을 까기 시작했다.

조막만 한 손으로 어찌나 잘 까는지.

어이구, 잘한다. 잘한다.


스윽.


"먹어···요···"


"어이구, 고마워. 애증아."


"별 말씀···이에요···"


나는 매끈한 달걀을 한 입 깨물었다.


오물.


"...미쳤다."


역시 찜질로 땀을 한 바가지 빼고 먹는 맥반석 달걀의 맛은 그 어느 것도 따라올 수 없다.

이번엔 얼음이 동동 떠있는 식혜를 들이켰다.


꿀꺽꿀꺽.


식혜 특유의 단맛이 입안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달걀로 답답해진 목구멍을 고속도로처럼 뚫어줬다.


"크으으으···!"


이게 천국이지.

또 다른 천국이 필요할까.

땀을 빼고 뜨끈한 달걀 먹고 시원한 식혜까지 마시자 온몸이 나른해졌다.


스윽.


나는 슬그머니 매트에 누우며 베개에 머리를 올려놨다.

잠이 솔솔 와서 마음 같아선 2시간 넘게 자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프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2시간이나 잘 순 없지.

프로답게! 딱 10분 자고 일어나야지.

어차피 애버릭이 도착하는 데 10분쯤 걸리니 딱이다.


스윽.


나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힐러 채고다.


***


삼영병원 VIP실.


"이 미친 놈아! 골프 치러 간대매!"


재계 2위 도화그룹 추지용 회장이 침대 위에서 바동거렸다.

하지만 이미 팔다리는 묶여있는 상태.

누가 감히 재계 2위 그룹 회장을 묶어놓을 수 있을까 하지만···


"골프 치러 갈 거야. 다 하고."


재계 3위 삼영그룹 주환기 회장은 귀찮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들이켰다.


"야아아아아! 도화그룹 회장이 도화병원이 아니라 삼영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 들리면, 우리 도화병원 망한다고오오오! 주가 떨어진다고오오!"


주환기 회장은 벌떡 일어나더니 지팡이로 추지용 회장 머리를 내리쳤다.


딱!


"악! 왜 때려!"


"이눔시키가. 형한테 '야'가 뭐냐 '야'가."


"형이고 뭐고! 얼른 이거 놓으라고오!"


"지용아. 아니, 추 회장."


갑작스러운 진지한 말투에 추지용 회장이 움찔했다.


"왜, 왜 갑자기 분위기 잡고 그러냐···"


"그때 기억나냐. 우리 국민들에게 찰진 밥 먹이고 싶다면서, 밥솥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겠다고 일본에 가서 밥솥 수십대씩 사서 분해했던 시절."


"뭔 갑자기 수십년 전 얘기를 하고 있냐···"


"독일에 가서는 정비소에서 일하며 자동차들 하나씩 뜯어보고 그랬지. 제대로 된 자동차 만들어서 국민들 타게 해주자고."


"뭐야, 갑자기 노망이라도 들었어? 뭔 구닥다리 시절 얘기를 하고 있어."


추지용 회장은 투덜거렸지만, 내심 추억에 잠긴 표정이었다.

주환기 회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추지용 회장의 가슴쪽을 가리켰다.


"너. 곧 죽는다며. 그런 구닥다리 추억도 못하는 게 죽는다는 의미야."


"..."


"왜 말 안 했냐."


"경쟁자한테 지 약점 말하는 바보도 있나."


"미친 놈. 몇 기야?"


"몇 기긴. 폐암 말기다."


"담배도 안 피우는 놈이?"


"담배 안 해도 폐암 걸린다. 이 무식한 형님아. 솔직히 말했으니까 됐지? 이제 골프 치러 가자."


"야. 지용아."


"아, 왜."


"말기면··· 골프 몇 홀 더 돌 수 있는 거냐?"


추지용 회장은 어깨를 들썩거렸다.


"의사가 반년 정도 살 수 있다고 했으니까. 400홀쯤은 돌지 않겠냐. 일주일에 18홀 도니까···"


"400홀이라··· 이러면 어떠냐."


"뭘 어때?"


그때 창문 쪽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추지용 회장은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곳은 20층이다. 비둘기인가.


"엥···? 저게 뭐야···?"


새하얀 인형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요즘 손녀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말··· 총? 그 인형 같았다.

인형은 주황빛이 감도는 고글을 쓰고 있었다.

그걸 본 주환기 회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4만홀은 더 치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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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이게 뭔 맛이야 +9 24.06.30 3,503 136 13쪽
37 37화 애 선생님이라니까! +14 24.06.29 3,678 144 11쪽
» 36화 4만홀은 더 치고 가라 +10 24.06.28 3,821 124 11쪽
35 35화 우리 사업 파트너니까 +5 24.06.27 4,091 1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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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이건 폐쇄시켜 +15 24.06.17 5,825 1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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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부하가 생긴 줄 알았더니 +7 24.06.15 6,228 14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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