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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딸깍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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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광별
그림/삽화
애증이
작품등록일 :
2024.05.24 17:30
최근연재일 :
2024.07.03 19:0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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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814
추천수 :
6,846
글자수 :
225,022

작성
24.06.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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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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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글자
10쪽

14화 팬티!

DUMMY

"뭐야? 저거 설마···"


나는 혹시 몰라 힐러용 노트북 화면을 입고있던 옷으로 슥슥 닦았다.

먼지는 없었고, 화질은 깨끗했다.

애버릭의 눈에라도 무언가 들어갔나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의 사람은 진짜였다.


"...왜 재벌 3세가 여기까지 온 거야?"


브론즈 등급에서 실버 등급까지 오른 우수고객 오시환 헌터.

그의 간절함이 가득 담긴 쪽지를 보고 흔쾌히 만남을 수락했다.


"오시환 헌터 덕분에 100명 정도 고객이 생겼으니까. 이 정도쯤이야."


물론 비즈니스 파트너가 한 명 온다는 얘기는 들었다만.

그게 국내 재계 서열 3위 삼영그룹의 후계자라니?


"재벌이라면 레드 드래곤 가죽도 갖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스스로를 주용호 사장이라고 소개한 재벌 3세는 레드 리자드의 가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러 뻥카를 위해 최대한 많이 들고간 것이 통한 모양이다.

애버릭 단답 컨셉을 유지해야 했기에 일부러 단답으로 키보드를 쳤다.


"레드 리자드! 가죽! 많음!"


잘한다, 애버릭.

주용호 사장의 눈동자에 담긴 열망이 더욱더 뜨거워지는 게 보였다.


"뭔가 사정이 있군."


나는 컨트롤러로 애버릭의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물끄러미 오시환 헌터를 바라보게 했다.

애버릭은 ㅇ_ㅇ 표정에서 ㅡ_ㅡ 표정, 이젠 ㅡ_ㅡ^ 표정까지 진화한 상태였다.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대충 세상사 불만 가득한 병장 특유의 표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주인인 나마저 부담스러운 표정이란 소리.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오시환 헌터가 사정을 말하려는 찰나.

주용호 사장이 손을 척 들더니 대신 입을 열었다.

주용호 사장의 진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아니, 내가 도움을 구했으니. 내가 말할게. 안녕하십니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삼영그룹의 주용호 사장입니다. 선생님께서 매우 대단하신 분이라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레드 리자드의 가죽이 필요한 이유는···"


나는 조용히 주용호 사장의 말을 들으며 메모를 썼다.

대충 요약하자면,


-레드 리자드의 둥지가 더이상 나오지 않음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동일 현상

-레드 리자드의 가죽과 심장 등 수급이 어려워짐

-수급을 하더라도 비용이 대폭 증가함

-대체품을 쓸 생각 없음. 대체품 사용시 사업 계획 전면 수정 불가피.

-큰 사건인 만큼 해결하면 후계자 싸움에서 매우 유리해질 확률이 높아짐

-친구인 오시환이 '내게 찾아가면 어떻게든 해결해줄 거'라고 함

-제발 도와주세요


"오케이, 간단하게 정리하면 내가 '갑'이란 거지?"


내 입꼬리가 꿈틀꿈틀 움직였다.

당연히 하늘도 꿰뚫을 정도로 위로.

내가 '레드 리자드의 별'을 얻은 이후로 사태가 벌어진 것쯤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내가 레드 리자드 아이템계의 큰 손인 셈.

한이슬은 최대한 레드 리자드의 가죽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라고 했다.

무서운 헌터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무섭다고? 누가?"


우리집 앞에 최주혁이 산다.

S급 헌터 중에서도 최강이다.

미래 처남으로서의 가능성도 있었다.


"한이슬 성격을 고려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 뭐 가족으로 들어온다면 웰컴이지만···"


'어어, 내 처남 최주혁이야. S급 헌터 알지? 어어어, 별 거 아냐. 하하'라고 거들먹거리는 건 상상만 해도 항상 웃음이 나는 일이다.

거기다가 S급 헌터 중 가장 성격이 더러운 구라온에게 참교육까지 시킨 게 나다.

뭐? 참교육 아니고 그냥 쪼잔한 복수라고? 아, 뭐, 어쩌라고.

여튼 나도 S급 헌터인 걸?


"그 누가 감히 본좌를 해칠 수 있단 말인가. 흐흐흐."


나는 거만해진 얼굴을 꽉 잡아당겨 평범한 표정으로 만들었다.

거래의 기본은 포커페이스다.

내 감정을 들켜서는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

최대한 신중하게 키보드 자판을 두드렸다.


타타탁.


동시에 애버릭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반말.


"선제시!"


크, 방금 좋았다.

상대방을 순식간에 을로 끌어내려버리는 무적의 단어.

마음에 들지 않는 제시를 하면 거절하면 그만이고, 마음에 드는 제시를 해도 거절하면 그만.


"계속 고점 갱신인 거지."


상대방은 내 진짜 마음을 모르니, 눈치만 보면서 제시 조건을 계속 올릴 수밖에 없었다.

주용호 사장 역시 움찔하는 게 보였다.


"그, 그 어느정도 생각하고 계신지 조금이라도 알려주시면···"


"선제시!"


"아···"


뭐야, 애버릭 이 녀석.

키보드 타자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대답했다.

한지우화가 돼 버린 것인가.

어쨌든 훌륭한 대응이었다.

주용호 사장이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거든.


조금만 망설였으면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다.

상대방은 무려 재벌 3세다.

이런 거래가 익숙할 것이다.

반면 나는 에어컨 풀로 틀어놓고 이불 덮은 채 마우스질만 딸깍딸깍하고 있는 헌터.

물론 헌터가 나타난 이후 재벌이라는 가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주용호 사장이 마음을 다잡은 듯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좋습니다. 대단하신 분이라니까, 지금 레드 리자드의 가죽과 심장의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잘 알고 계시겠지요. 허세와 블러핑은 다 내려놓고, 진지하게 거래에 임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말씀드리죠."


나는 콜라캔을 들이키며 주용호 사장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땅을 내려봤던 주용호 사장이 고개를 들고 애버릭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우선, 선생님은 재물에도 관심이 없으시고 명예에도 관심이 없으실 거라 확신합니다."


어, 아닌데···

나 한우더블불고기버거 세트 먹고 마음이 달라졌는데···

재물 최고인데···

아이패드도 7년쓴 구형 아이패드 팔고 최신형 프로 12.9인치짜리 배송오는 중인데···


하지만 주용호 사장은 내 반응을 볼 수 없으니 연신 말을 이어나갔다.


"재물에 욕심이 있으시다면, 이미 레드 리자드의 가죽을 아이템 경매 시장에 올리셨을 겁니다. 굳이 귀찮게 이런 만남을 하실 필요도 없으시겠죠."


어, 아닌데···

오늘은 깜빡 했고, 내일부터 올려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귀찮은 거였는데···


주용호 사장은 이내 살짝 감탄한 기색으로 말을 이어갔다.


"명예에도 관심이 없으시다고 생각한 이유는, 제 친구인 오시환 헌터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입니다. 아주 소액으로 헌터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계시다고요."


주용호 사장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기까지.


"심지어 모든 정체를 숨기신 채로 말이죠. 숭고한 희생 정신을 봤을 때 역시 명예에도 관심이 없으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그게 소액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그냥 생명보험 기본 플랜 참고해서 짠 건데···

소액이었구나···?

헌터들 돈 많이 버네.

가격 좀 인상해야겠군. 고맙소. 이 은혜 잊지 않겠소.

내일부터 당장 200% 인상이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재물과 명예, 그런 하찮은 것에는 관심이 없으신 고인高人께 어떤 보상을 드려야 할지! 그래서 생각한 건 바로 이겁니다"


주용호 사장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스윽.


그것은 스마트폰이었다.


"이건 삼영그룹에서 딱 3명만 가지고 있는 휴대폰입니다. 저와 제 동생, 그리고 아버지입니다."


주용호 사장은 스마트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안에 깔려있는 문자 앱을 열고, 궁금한 것을 작성하십시오. 그럼 끝입니다. 빠르면 30분, 늦어도 하루 안에는 답장이 올 겁니다."


"옆집 아저씨가 오늘 입은 팬티는 무엇인지, 아래층 할머니의 손주가 결혼하는 여성은 뭐하는 사람인지. 그런 사소한 정보부터."


"내일 정부에서 발표할 경제 정책은 무엇인지, 미국 FBI가 추적 중인 범죄자는 누구인지 같은 기밀 정보까지 대부분 아실 수 있습니다. 정말 불가능한 것도 몇몇 있지만요. 보안은 당연히 완벽합니다. 전 S급 헌터로 추정되는 분께 감히 해킹이나 위치 추적 같은 시덥잖은 것을 시도할 간 큰 놈이 아닙니다."


주용호 사장은 말을 끝내고 스마트폰을 계속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나는 컨트롤러를 눌러서 애버릭이 스마트폰을 줍게 했다.


스윽.


일반 스마트폰과 다를 게 없었다.

평범 그 자체였다.

애버릭이 화면을 톡톡 두드리자, 배경화면에 떠있는 '정보'라는 이름의 앱이 설치돼 있는 게 보였다.


꾸욱.


애버릭이 앱을 누르자 평범한 메모장 같은 화면이 떠올랐다.

나는 애버릭을 조종해서 스마트폰 타자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눌렀다.


수웅!


나는 기다렸다.

애버릭이 움직이지 않자, 주용호 사장과 오시환 헌터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시환 헌터는 애버릭이 스마트폰에 뭘 적었는지 궁금한 모양인지 계속 시선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정확히 30분 후.


우우웅.


스마트폰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문자 메시지를 읽은 나는 컨트롤러를 조종했다.

애버릭이 끼익 움직이더니 오시환 헌터의 바지를 가리켰다.


"팬티!"


오시환 헌터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 제 팬티 말씀이십니까? 설마 진짜 제 팬티 색깔을 물어보신 겁니까? 많고 많은 질문 중에 하필 그걸요···?"


"팬티!"


애버릭이 큰 소리로 외치자 나는 박수를 쳤다.

잘한다, 애버릭. 시키지 않아도 잘하는구나.


부들부들.


수치심에 부들거리며 떨던 오시환 헌터는 애버릭의 무심한 ㅡ_ㅡ^ 표정과 주용호 사장의 열기 가득한 눈빛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오시환 헌터가 마지못해 바지춤을 잡고 살짝 내렸다.

나는 화면 앞에 떠오른 무늬를 보며 감탄했다.


"캬."


문자 메시지가 말한 대로,

진짜 표범 무늬였다.

취향 확실하시네.


오케이, 가계약 갑시다!



작가의말

유입이 적어서 제목 변경을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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