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집구석 딸깍 힐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광별
그림/삽화
애증이
작품등록일 :
2024.05.24 17:30
최근연재일 :
2024.07.03 19: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96,990
추천수 :
6,835
글자수 :
225,022

작성
24.05.25 22:05
조회
13,463
추천
289
글자
11쪽

2화 레벨이 올랐습니다

DUMMY

최주혁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방금 헛것을 들었나?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환청을 듣거나 환각을 본다던데.


'이게 뭐지···?'


최주혁의 눈앞에는 반투명한 상태창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익명'님으로부터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확인하겠습니까? Y/N>


'아··· 쪽지 시스템··· 그런 게 있다고 했었지.'


지원 특성인 헌터들이 쪽지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었다.

분명 쪽지 기능은 차단해놨을 텐데?

하도 스카우트 제안이나 이상한 내용이 담긴 쪽지가 오는 바람에 차단을 해둔 상태였다.


'죽을 때가 되니까 차단이 풀렸나.'


모든 것을 포기했던 최주혁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돌아왔다.


'살 수 있을까.'


새까만 우물 속으로 밧줄이 내려왔다.

금줄일지 썩은 동아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망 직전의 자신이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쪽지 확인.'


<'최주혁'님과 '익명'님과의 1:1 쪽지 대화창이 열렸습니다>


최주혁은 눈앞에 뜬 대화창을 보자마자 학창 시절에 썼던 네이트온 같다고 생각했다.

죽기 직전에서도 이런 생각이 날 정도라니.

네이트온을 운영하던 회사가 고소를 걸어도 할 말 없을 것 같았다.


'진짜 네이트온 같군.'


쪽지 대화창이 열리자마자, '익명'의 닉네임으로부터 쪽지가 도착했다.


<익명님: 최주혁님 맞으죠? 죽기 직전이조? 얼른 파티 갸입하새요. 그럼 살 수 있슴니다. 우션 퍄티 초청 수락해쥬세요. 얼른!!>


최주혁은 눈을 꿈뻑였다.

묘하게 기분이 나쁘면서도 궁금함이 생기는 내용의 쪽지였다.

쪽지 말투가 왜인지 모르게 뚝딱거리고 온통 오타 투성이였다.


'외국인 헌터인가?'


그럴 수 있었다.

A급 게이트 공략에 실패하면, 반경 15km에 달하는 대지가 폭발한다.

게이트 등급마다 반경 범위가 달라지긴 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도시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국가를 잃게 된 외국인 헌터들이 다른 나라로 이민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파티 수락? 그것만 하면 날 살려줄 수 있다고?'


최주혁은 피식 웃었다.

이제 남은 체력은 겨우 15.

차 한 잔 홀짝일 시간이면 이제 죽는다.


'그래, 한번 해보지.'


평상시라면 쪽지를 꺼버렸을 것이다.

쪽지 하나에 목숨을 거는 게 바보 같았고 모욕마저 당하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A급 게이트를 혼자 공략에 성공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S급 게이트 공략 가능성에 살짝이나마 발을 내밀었다는 사실.

살아돌아가면 S급 게이트 공략에 나서 그 S급 보스놈을 찾아서 동생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미한 희망이 생겨버렸다.


'파티 수락.'


<파티 초청에 수락하셨습니다>

<파티원끼리 실시간 쪽지 채팅(무료)이 가능합니다>

<사냥시 파티원끼리 레벨 비율 및 공적에 따라 경험치가 공유됩니다>

<사냥시 얻는 아이템은 파티원 모두 습득할 수 있습니다>


+


<파티창>


익명(파티장)

최주혁(파티원)


+


'나도 익명으로 들어올 걸 그랬나. 아니지, 상대방은 내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으니.'


최주혁은 힘겹게 손을 들어올리며 허공에 있는 타자를 두드렸다.

엔터까지 쳤을 때 최주혁은 힘이 다했다.

손이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쿵.


모든 것은 끝났다.

이 행동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멍청한 짓이 될지, 정말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지는 하늘에 달린 일이었다.

최주혁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


-쪽지왔숑!


<최주혁님: 파티 수락했습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잘했다.

최주혁이! 아주 잘했어.

너무 급하게 쓰느라 오타투성이였지만, 역시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게 S급 헌터의 위엄이다.

심지어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맞춤법이 완벽하다.

오타 하나 없고 정중한 존댓말까지.

나였다면 그냥 '얼른살려주새효'라고 썼을 지도.

역시 국내 최고의 헌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


===================


◆이름: 최주혁

◆레벨: Lv74

◆특성: 공격

◆직업: 검투사(근거리 딜러)

◆등급: S

◆상태: 임종 임박

◆체력: 1/4423

◆마력: 1/2354

◆위치: A급 게이트 #2354

◆좌표: 37° 34′ 17.93″ N, 126° 58′ 34.94″ E


===================


체력이 겨우 1 남았다.

나도 솔직히 쫄렸다.

만약 파티 초청까지 해서 원격 치료를 했는데 <서비스 장애입니다. 다시 시도해주세요> 뭐 이딴 메세지가 뜨면, 모든 게 망하는 거다.


'현재 위치랑 좌표까지 보이네. 완전 GPS네, 이거.'


그런데 임종 임박이라니!

뭐 이렇게 상태창은 무섭고 어려운 단어를 쓰고 그러냐.

나는 떨리는 가슴을 다잡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마우스를 클릭하며 외쳤다.


"원격 치료! 최주혁에게!"


딸깍! 딸깍!


<스킬 '원격 치료'를 파티원 '최주혁'님에게 사용하겠습니까?>


"어! 빨리, 빨리!"


딸깍! 딸깍!


<스킬 '원격 치료'를 파티원 '최주혁'님에게 사용하였습니다>


<스킬 '원격 치료'가 성공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떠올라있던 최주혁의 상태창 내역이 바뀌었다.


===================


◆이름: 최주혁

◆레벨: Lv74

◆특성: 공격

◆직업: 검투사(근거리 딜러)

◆등급: S

◆상태: 빈사

◆체력: 21/4423

◆마력: 1/2354

◆위치: A급 게이트 #2354

◆좌표: 37° 34′ 17.93″ N, 126° 58′ 34.94″ E


===================


"돼, 됐다!"


나도 모르게 책상을 쾅 내리쳤다.

임종 임박에서 다시 빈사 상태로 돌아왔다.

빈사 상태도 좋은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임종이라는 화끈한 단어를 보자 빈사 상태라는 말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또 사용! 원격 치료!"


딸깍! 딸깍!


<스킬 '원격 치료'를 파티원 '최주혁'님에게 사용하였습니다>


<스킬 '원격 치료'가 성공하였습니다>


"또 사용! 또 사용! 아씨, 이건 자동 없냐고!"


<파티원 '최주혁'님에게 스킬 '원격 치료' AUTO 모드를 켜놓겠습니까?>


뭐야, AUTO 모드가 있어?

이런 게임계의 수치이자, 생명의 은인 같으니라고.


"오토 모드 켜! 당장 켜!"


딸깍! 딸깍!


삐.


<파티원 '최주혁'님과의 호감지수가 낮습니다. AUTO 모드에 실패했습니다>


아니, 상태창 이 새끼가···?

애초에 그럴 거면 물어보지를 마, 인마!

그새 21까지 올랐던 최주혁 체력이 다시 11로 떨어졌다.


"얼른 원격 치료오오오오!"


딸깍! 딸깍! 딸깍!


<스킬 '원격 치료'를 파티원 '최주혁'님에게 사용하였습니다>


<스킬 '원격 치료'가 성공하였습니다>


"원겨겨거어어어어어 치료오오오오!"


딸깍! 딸깍! 딸깍!


<스킬 '원격 치료'를 파티원 '최주혁'님에게 사용하였습니다>


<스킬 '원격 치료'가 성공하였습니다>


===================


◆이름: 최주혁

◆레벨: Lv74

◆특성: 공격

◆직업: 검투사(근거리 딜러)

◆등급: S

◆상태: 중상

◆체력: 240/4423

◆마력: 1/2354

◆위치: A급 게이트 #2354

◆좌표: 37° 34′ 17.93″ N, 126° 58′ 34.94″ E


===================


해냈다, 중상! 중상!

임종 임박과 빈사를 거쳐서, 드디어 중상까지 다다랐다.

중상이라고! 중상!

심하게 다친 상처라는 뜻이니까, 말하다보니 좀 거시기하긴 한데.

빈사랑 임종 임박보단 낫잖아?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상태창.


<파티원 '최주혁'님의 잔여 체력이 스킬 '원격 치료' 적용이 가능한 최소치를 상회합니다>


<스킬 '원격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스킬 '원격 치료' 레벨을 올리십시오>


역시 문제는 레벨이었다.

전체적인 레벨을 올려야 그 최소치를 더더욱 높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원격 치료 레벨은 고작 1에 불과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성공이다.

일부러 시간을 두고, 최주혁의 잔여 체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행히 체력은 이제 더이상 깎이지 않았다.

하긴 아까도 입은 상처로 인해 체력이 깎이는 속도였지, 몬스터에게 공격 당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더 이상 최주혁의 체력이 깎일 일은 없을 것이다.


줄줄.


내 손바닥과 마우스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후··· 마우스 클릭질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다행이라는 감정과 동시에 희열이 차올랐다.

내가 S급 헌터 최주혁을 살렸다!

이건 헌터계에서도 길이 남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어쩌라고.

S급 헌터 최주혁의 가치는 다른 S급 헌터 박태우와 구라온을 합친 것보다 높았다.

같은 S급이어도 급이 다르다는 소리.

그리고 내가 그런 위대한 최주혁을 살린 것이고.


"내가 살렸다고! 그 최주혁을! 하하하하하하."


그때였다.

방문이 벌컥 열리며 20대 중반의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는 내 동생 한이슬이었다.

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가신 이후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기특한···

한이슬이 들고 있던 신문을 던지며 짜증을 냈다.


"야! 한지우! 미친 놈아. 조용히 좀 해! 내가 힘든 헌터일 끝내자마자 네 돼지멱따는 소리를 들어야겠냐!"


···방금 말은 취소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방문을 쾅 닫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웬 고릴라가 감히 인간의 방문을 함부로 열고 지랄인지···"


그때 다시 방문이 벌컥 열렸다.

한이슬이 씩씩거리며 내 의자를 옆으로 홱 돌렸다.


"야! 사람 면전 앞에서 문 닫지 말라고 했지! 그거 상처라고! 되게 상처야! 그리고 나 고릴라 아니야! 인중이 조금 길 뿐이야!"


"네, 다음 고릴라."


"야! 한지우! 너 진짜 죽을래!"


나는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볐다.

최주혁을 살린 직후여서 몸이 매우 피로하기도 했고, S급 헌터의 생명의 은인이 됐으니 눈앞 '고작' A급 헌터 따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참, 나도 이제 S급 헌터지?


"동생아."


한이슬이 당황했다.


"뭐, 뭐야. 그 나긋한 말투는···"


"너 헌스헌 하지?"


한이슬은 묘한 눈빛으로 내게 다가오더니, 내 이마에 손바닥을 댔다.


"쓰읍, 열은 없는데··· 뭐지, 취업 준비 스트레스로 드디어 돌아버렸나. "


"아, 헌스헌 하냐고."


"헌터 커뮤니티? 어, 가입돼 있지. 그런데 그건 왜? 뭐 재밌는 내용이라도 올라왔대?"


"어어, 아니야."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우쭐한 표정으로 한이슬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어차피 S급 이상들은 저절로 알려지게 돼 있다.

한국헌터협회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드높이기 위해 홍보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 오후나 내일 오전쯤 엠바고가 풀려서 기사가 쏟아질 거다.

나는 그때 자연스럽게 한이슬 앞에서 'S'가 박힌 헌터라이센스증을 보여주며 'A급? 아아, '일반' 헌터 말인가?'라고 말해주면 끝!


"...드디어 미쳤나."


한이슬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방문을 닫았다.


쿵.


그와 동시에 상태창이 마구 떠올랐다.


<A급 게이트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파티 경험치를 나눠 받습니다>

<파티장의 역할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집구석 딸깍 힐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매일 19:05 / 애착기지 증축 후원자 +1 24.07.01 677 0 -
41 41화 아픈 청년이구만 NEW +11 13시간 전 1,461 84 12쪽
40 40화 레벨을 올리십시오 +11 24.07.02 2,642 106 13쪽
39 39화 호러! 호러! +10 24.07.01 3,099 119 12쪽
38 38화 이게 뭔 맛이야 +9 24.06.30 3,489 136 13쪽
37 37화 애 선생님이라니까! +14 24.06.29 3,663 144 11쪽
36 36화 4만홀은 더 치고 가라 +10 24.06.28 3,806 124 11쪽
35 35화 우리 사업 파트너니까 +5 24.06.27 4,076 112 11쪽
34 34화 치킹치킹 +10 24.06.26 4,283 138 13쪽
33 33화 캬캬캬캬캬캬캬캬 +17 24.06.25 4,465 148 12쪽
32 32화 대자아아아아아앙 +11 24.06.24 4,692 148 14쪽
31 31화 공식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8 24.06.23 4,891 132 13쪽
30 30화 사인하면 풀어줌 +5 24.06.22 4,884 137 12쪽
29 29화 이것이 남자의 싸움 +7 24.06.21 5,044 141 12쪽
28 28화 악플러 혼내 주자고 +4 24.06.20 5,227 130 12쪽
27 27화 숨이 차요 +6 24.06.19 5,408 152 12쪽
26 26화 어셈블 +6 24.06.18 5,569 132 12쪽
25 25화 이건 폐쇄시켜 +15 24.06.17 5,812 161 12쪽
24 24화 오돌토돌한 새싹이 +7 24.06.16 6,010 157 11쪽
23 23화 부하가 생긴 줄 알았더니 +7 24.06.15 6,215 142 10쪽
22 22화 일광건조 할 분 계심? +17 24.06.14 6,711 176 12쪽
21 21화 오늘 다 준비해 주세요 +5 24.06.13 6,994 157 12쪽
20 20화 번개배송이여? +4 24.06.12 7,126 161 10쪽
19 19화 회장! 주목! +9 24.06.11 7,121 172 15쪽
18 18화 커마는 못 참지 +9 24.06.10 7,277 150 10쪽
17 17화 쿠웅! +8 24.06.09 7,628 170 11쪽
16 16화 개쩐다 +9 24.06.08 7,846 157 11쪽
15 15화 아휴, 사업가님들 +6 24.06.07 8,010 178 15쪽
14 14화 팬티! +11 24.06.06 8,179 175 10쪽
13 13화 힐뽕은 못 참지 +7 24.06.05 8,421 182 13쪽
12 12화 헌터 최고 +10 24.06.04 8,509 179 9쪽
11 11화 이게 다 뭐여? +12 24.06.03 8,851 182 13쪽
10 10화 제발 천사 답게 굴어 +10 24.06.02 9,299 161 14쪽
9 9화 난 열심히 딸깍할게! +9 24.06.01 9,840 190 15쪽
8 8화 내 몸이 둥둥 +5 24.05.31 10,171 179 11쪽
7 7화 쟤 왜 저기로 가냐? +7 24.05.30 11,337 198 13쪽
6 6화 드디어 때가 되었나 +9 24.05.29 12,045 206 13쪽
5 5화 가라아아아앗! +7 24.05.28 12,248 247 13쪽
4 4화 헌터 생활 고난하시죠? +11 24.05.27 12,862 258 13쪽
3 3화 완전 개사기군 +3 24.05.26 13,258 245 13쪽
» 2화 레벨이 올랐습니다 +12 24.05.25 13,464 289 11쪽
1 1화 힐러 어떰? +35 24.05.25 15,029 28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