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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광별
그림/삽화
애증이
작품등록일 :
2024.05.24 17:30
최근연재일 :
2024.07.03 19: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97,597
추천수 :
6,840
글자수 :
225,022

작성
24.06.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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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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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글자
11쪽

24화 오돌토돌한 새싹이

DUMMY

"흐읍."


박형진 실장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로 조심히 짐칸에서 내려왔다.


스윽.


이래봬도 한때 특전사 출신이다.

비록 부상들이 쌓여서 전역을 하고 말았지만.

아직 몸속에 특전사의 피가 흐른다는 소리.


스윽스윽.


박형진 실장은 최대한 몸을 낮춘 채로 접근했다.

만약 이게 몬스터라면, 제보만 하더라도 수백만원은 받을 수 있을것 같았다.

아직 게이트 밖으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포복 자세로 전환한 박형진 실장.


스윽, 탓.


드디어 인형들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지금··· 이 녀석들이 떠드는 건가?'


파도 소리와 함께 사람 말소리가 들렸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

추정 가능한 사실은 저 인형들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라는 것.

하긴 걸어서 움직이고 바다에서 헤엄도 치는 판에 당연히 말도 할 수 있겠지.


'헌터협회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더라···'


박형진 실장은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그런데 그때 인형들의 말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하사 애버릭!"


"병장··· 애증이예요···"


"보급은 생명임."


박형진 실장은 저도 모르게 귓구멍을 후볐다.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들이 들려왔던 것이다.

뭐? 하사? 병장? 보급은 생명? 이거 완전 군대잖아?


'서, 설마··· 사장님께서 군대를 만들고 계신 건가···?'


원래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게이트가 생기고 헌터가 생긴 세상이다.

재벌이 군대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게 하나 없었다.


'어, 그런데 1개가 어디 갔지.'


분명 인형은 3개였다.

잠시 귓구멍을 후빈 사이에 인형 1개가 없어져 있었다.


스윽.


박형진 실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차가운 쇠 느낌이 관자놀이에서 느껴졌다.

이건 분명··· 총구의 느낌.

어떤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뒤를 점했다고?

특전사 중에서도 엘리트였던 자신의 뒤를?


"..."


박형진 실장은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조심스럽게 두 손을 위로 들었다.

그러자 관자놀이에 닿아있던 총구의 차가운 느낌이 사라졌다.


데구르르.


박형진 실장이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어···"


그곳에는 진짜 인형이 서있었다.

자신의 허벅지 정도에 닿을 법한 작은 인형.

조카가 요즘 가장 좋아한다는 애착인형 같은 모습이랄까.

그런데 표정이 ~_~ 이랬다.


'저 표정···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데.'


이제 보니 그냥 하얀 게 아니다.

어느새 입었는지 모를 옷까지 입고 있었다.

위아래로 깔끔한 것이 이건 마치...


"군복?"


군복에는 계급장도 달려 있었다.

무려 V가 3개다. 상사라고···?

V 2개, 즉 중사로 전역했던 자신으로서는 감히 똑바로 쳐다도 못 보던 선배들의 계급장.

군복 인형이 ~_~ 표정으로 물었다.


"스파이임?"


말투가 짧다.

그리고 무슨 게임에서 초등학생쯤 되는 유저들이 쓸 법한 말투.

하지만 인형의 손에는 권총으로 보이는 쇳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그늘에 가려져 있어서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무조건 권총일 것 같았다.

박형진 실장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스파이가 아닙니다. 주용호 사장님의 지시로 저것들을 가져왔습니다!"


"긍정임?"


"그, 긍정 말씀이십니까? 아···! 진짜냐고요? 예! 진짜입니다. 이 문자를 보십시오!"


박형진 실장은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주용호 사장의 지시가 담겨있는 문자 메시지였다.

군복 인형은 물끄러미 휴대폰 화면을 보더니 쇳덩어리를 다시 뒷주머니에 넣었다.


스윽.


"휴우···"


박형진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때 군복 인형이 난데없이 밧줄을 내밀었다.


"물자 보급 도와줄 사람?"


"...예?"


"물자 보급 도와줄 사람?"


군복 인형의 ~_~ 표정에서 알지못할 압박감이 느껴졌다.

박형진 실장은 눈을 질끈 감으며 밧줄을 건네받았다.


"...돕겠습니다."


***


나는 간이로 구축한 지휘통제실 안에 앉아서 콧잔등을 긁고 있었다.

힐러용 노트북은 다행히 배터리 충전할 필요가 없었거든.

나는 마우스를 딸깍딸깍 눌렀다.


"뭐야, 이 아저씨는?"


주용호 사장이 말해준 좌표로 애착소대를 보냈다.

미니 전투기가 고장난 바람에, 헤엄을 치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다만.

여튼 애착소대는 무사히 좌표에 도착했다.

문제는 저 구석에 트럭에 세워져 있었다는 점.


"다른 사람이라면 몰랐겠지."


하지만 나는 애착소대가 있는 곳에서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날 못 보고 말이지.

그래서 공사장 뒷편에 숨겨져 있던 트럭을 발견했고.

더 나아가 주용호 사장의 부하라고 주장하는 남자도 발견했다.


"문자 메시지를 보니 진짜긴 하네."


문자 메시지에 찍힌 전화번호가 주용호 사장이 따로 알려준 공식 번호와 동일했다.

일꾼을 구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바로 남자를 일꾼으로 고용, 이라고 쓰고 납치라고 읽는다, 했다.


덕분에 일처리가 금방 끝났다.

자신을 박형진 실장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꼼꼼했다.

애착소대들이 플라스틱을 얇게 펴서 간이뗏목을 만들었고, 박형진 실장은 방수포를 잘라서 물자들이 물에 젖지 않게 잘 감쌌다.


"아, 다 됐습니다!"


박형진 실장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신나게 말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렀던 박형진 실장이었는데, 지금은 맑은 눈의 광인처럼 해맑게 변해있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노동을 하고나면 정신이 개운해지지."


노동하면 육체는 피로하지만, 정신만큼은 맑아지기 마련이었다.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지.

애착소대는 간이로 만든 노를 각각 손에 쥐고는 간이뗏목 위에 올라탔다.

다행히 무겁지 않아서 바다 위에 떠올랐다.


후다닥.


그때 박형진 실장이 손수 나섰다.

난데없이 바닷가로 뛰어든 것이다.


첨벙!


박형진 실장이 해맑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제가 밀어드리겠습니다. 파도 때문에 밖으로 밀려나거든요."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간이뗏목을 바다쪽으로 밀어내는 박형진 실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름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흠."


쓰읍, 은혜를 입었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지 않겠어?

앞으로 자주 써먹으려면, 아차차, 협업하려면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법이다.

나는 마우스를 눌렀다.


딸깍.


<서브 스킬 'CT'를 발동하였습니다>

<이상 부위를 찾았습니다>


"음?"


박형진 실장은 대충 보아도 몸이 좋았다.

물에 와이셔츠가 흠뻑 젖자, 몸에 달라붙어 근육이 선명히 보일 정도였다.

평상시에도 건강을 챙기며 운동을 따로 하는 모양.

그래서 온몸이 건강하다는 뜻인 파란색에 가까웠다.

그런데···


반짝반짝.


주환기 회장처럼 머리 쪽에서 빨간색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뇌... 종양?"


나는 침음성을 삼켰다.

한창인 나이에 뇌종양이라니.

만약 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넓은 면적이었다.


"응?"


자세히 보니 뇌 중심부 쪽이 아니다.

주환기 회장은 뇌의 가운데 부분이 빨간색이었다면, 이건 살짝 다르다.

뇌가 아니라 정수리 쪽을 중심으로 머리 윗면 전체가 빨갛다.


"...이건 뭐야?"


문득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


<병명: 강한 충격 후 신경세포 마비로 인한 전두 탈모증>


아아...

내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


애버릭은 뗏목 뒤로 걸어갔다.


터벅터벅.


"주목!"


뗏목을 밀어내던 박형진 실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 왜 그러십니까?"


애버릭이 박형진 실장의 머리를 가리켰다.


"소중! 고통! 치료! 필요!"


"예···?"


박형진 실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애버릭은 집요할 정도로 그곳을 바라봤다.


"상처! 탈모! 치료! 당장! 가능!"


박형진 실장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수백만원을 주고 직접 제작한 가발이었다.

먼저 말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울 텐데...?


"...가발인지 알고 계셨습니까?"


"긍정!"


박형진 실장은 혼란스러웠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상대방은 주용호 사장이 따로 챙길 정도의 사람이다.

즉 보통 사람이 아니란 소리.

그렇다면 정말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긴 가발도 한 눈에 알아보는데...

박형진 실장의 마음 속에서 작은 희망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치료가 가능하시다고요...? 탈모를...? 이건 그냥 유전적 탈모가 아니라 머리 충격으로 인한..."


"긍정! 긍정!"


하긴 게이트도 생기고 헌터도 생기는 세상이다.

당장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들어줄 인형이 있다는 사실쯤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애버릭이 갑자기 양손을 내뻗었다.


<서브 스킬 '원격 회복'을 발동하였습니다>

<원격 회복에 성공하였습니다>


<원격 회복 레벨이 낮아 완치에 실패하였습니다>

<완치율 30%>


"...?"


박형진 실장은 눈을 꿈뻑거렸다.

애버릭이 손을 내뻗는 순간, 하얀 빛 같은 거라도 쏟아져 나올 줄 알았다.

원래 판타지 영화 같은 걸 보면, 손에서 하얀 빛이 나와서 온몸을 감싸고 막 후우우웅 같은 효과음도 들리지 않던가.

그런데 아무 것도 없었다.

애버릭은 ㅡ_ㅡ 표정으로 손을 다시 내렸다.

살짝은 거만한 듯한 표정.

잠시 망설이던 박형진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설마 치료하신 겁니까?"


박형진 실장의 물음에 애버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성공!"


박형진 실장이 화들짝 놀랐다.


"예?"


평생을 따라다니던 상처였다.

국내에서 유명한 의사란 의사는 모두 찾아갔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냥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평생 고칠 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

자칫 잘못 심었다가는 다친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다고 하여, 모발 이식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치료에 성공했다니? 당연히 믿기지 않았다.


"치, 치료에 성공하셨다고요?"


"완치! 불가!"


"아... 역시..."


박형진 실장은 시무룩해졌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작은 희망이 샘솟았던 지금 다시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런데 그때 그 작은 희망이 다시 타올랐다.


"재방문! 필요!"


"...재방문이요?"


"완치율! 30%!"


"예···?"


"70%! 치료! 필요! 재방문!"


박형진 실장은 멍한 표정으로 눈을 꿈뻑거렸다.

워낙 많은 정보가 머리로 들어와서 정신이 없었다.

박형진 실장은 지금 자신이 이해한 바를 차근차근 정리했다.


-치료에 차도가 있었고 현재 완치율은 30%다.

-나머지 70%를 치료하고 싶다면, 다음에 또 찾아와라.


정리를 끝낸 박형진 실장이 천천히 물었다.


"...다시 찾아오면 완치가 가능합니까?"


애버릭이 당당하게 외쳤다.


"재방문! 완치!"


박형진 실장이 뭐라고 하려던 찰나.


움찔.


"...어?"


박형진 실장은 저도 모르게 가발을 들어 올렸다.


또각.


모습을 드러낸 부드러운 민머리가 석양에 비쳤다.

박형진 실장은 떨리는 손을 뻗어 정수리를 만졌다.


바스락.


"어...!"


느껴졌다.

방금 세차한 자동차 본네트보다도 반짝거리던 그곳에서.

메마른 사막처럼 아무 것도 없던 그곳에서.

아주 작고 오돌토돌한 새싹이 자라난 것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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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어셈블 +6 24.06.18 5,581 133 12쪽
25 25화 이건 폐쇄시켜 +15 24.06.17 5,824 161 12쪽
» 24화 오돌토돌한 새싹이 +7 24.06.16 6,021 157 11쪽
23 23화 부하가 생긴 줄 알았더니 +7 24.06.15 6,226 14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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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아휴, 사업가님들 +6 24.06.07 8,019 178 15쪽
14 14화 팬티! +11 24.06.06 8,191 17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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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쟤 왜 저기로 가냐? +7 24.05.30 11,355 198 13쪽
6 6화 드디어 때가 되었나 +9 24.05.29 12,066 206 13쪽
5 5화 가라아아아앗! +7 24.05.28 12,270 247 13쪽
4 4화 헌터 생활 고난하시죠? +11 24.05.27 12,885 25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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