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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딸깍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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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광별
그림/삽화
애증이
작품등록일 :
2024.05.24 17:30
최근연재일 :
2024.07.03 19: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97,119
추천수 :
6,837
글자수 :
225,022

작성
24.06.12 19:05
조회
7,129
추천
161
글자
10쪽

20화 번개배송이여?

DUMMY

"어어, 회장님 어디 가십니까!"


삼영병원 김영덕 부원장이 다급히 한 노인의 뒤를 쫓았다.

분명 병실에 누워있어야 할 주환기 회장이 복도를 돌아다니니 그럴 만도.

곧 일어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다.

심지어 뇌출혈 수술 후에 이렇게 걸어다닌다고?

삼영병원 VVIP가 깨어나 복도를 돌아다니는 데도 자신이 몰랐다는 점도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회장님! 아니, 사장님까지?"


주환기 회장 뒤에는 주용호 사장이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들켰다, 튀자."


그렇게 외친 주환기 회장이 재빨리 걸었다.

주용호 사장 역시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까닥이고는 그 뒤를 쫓았다.

김영덕 부원장이 다급히 주 회장과 주 사장을 붙잡았다.


"회장님! 어디 가십니까! 사장님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보호자로써 회장님에게 안정을 취하시게 해야···"


"에잉!"


주환기 회장이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훙!


"헉!"


하마터면 옷자락을 잡고있던 김영덕 부원장이 나가떨어질 뻔 했다.

막 수술을 끝내고 일어난 80대 환자가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무슨 20대 청년처럼 엄청난 힘.


"회, 회장님!"


"에잉, 김 부원장. 나 좀 나가게 해주게. 나 쌩쌩해."


"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일어나셨으면 추가 검사를 하고 가셔야죠! 뇌출혈로 쓰러지셨던 분이 무슨!"


"추가 검사? 그거 얼마나 걸리는데?"


"1시간 정도 걸립니다."


"30분. 그 이상은 못 주네."


주환기 회장의 황소 고집을 아는 김영덕 부원장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40분까지 줄이겠습니다."


***


김영덕 부원장은 안경을 잠시 벗었다가 다시 썼다.

눈을 비비고 또 비벼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신경외과만 30년, 뇌종양 제거의 전문가로 불리던 자신이다.

당연히 잘 못 볼 리가 없었다.


"어···"


왼쪽은 주환기 회장이 막 입원했을 때 찍은 머리 MRI 사진.

당연히 악성 뇌종양이 보였다.

오른쪽은 주환기 회장이 방금 찍은 머리 MRI 사진.

당연히 있어야 할 악성 뇌종양이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뇌종양은커녕 노인 뇌 특유의 노화 현상마저 없어져 있었다.

원래 나이가 들면 해마가 작아진다.

해마가 작아지면서 전전두엽이 축소되고 집중력과 기억력 등이 저하된다.

이건 모든 노인이 겪는 현상이다.


"그런데···"


주환기 회장은 분명 전형적인 80대 노인의 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사진에는 50대 초반의 뇌가 있었다.


흔히들 50대는 은퇴할 시기라고 본다.

하지만 사실 뇌는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이 전성기다.

즉, 주환기 회장의 뇌 속에 586 컴퓨터가 아니라 최신형 프로세서가 박혀있다는 얘기.

다른 기계로 해봐도 똑같은 결과였다.


툭.


주환기 회장은 멍하니 사진만 바라보던 김영덕 부원장을 쳤다.


"부원장, 언제까지 사진만 보고 있을 거야? 40분 만에 해 준다더니 벌써 1시간이 넘었어. 내가 부원장이니까 참는 걸세. 내가 3시에 예약을 잡아놨거든? 얼른 끝내줘."


"예약이요···? 뭔 예약이요?"


"뭐긴. 볼 좀 치러 가는 거지."


주환기 회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막대기를 쥐고 빈 허공에 스윙을 했다.

어찌나 깔끔했는지 김영덕 부원장마저 박수를 쳤다가 곧바로 손을 내렸다.


"나, 나이스샷··· 아, 아니 이게 아니지··· 수술을 하자마자 골프를 치러 가신다고요···? 뭐 다른 곳들이 다 멀쩡하시는 것으로 보이긴 한데요···"


수술 경과도 좋았다.

이상할 정도로 혈압도 정상, 요단백도 정상.

분명 당뇨가 있으셨었는데···?


"그렇지.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상쾌해. 상쾌하다는 느낌 뭔지 알지?"


"...알죠."


"지금 내 뇌가 딱 그래. 마치 비유하자면 40년 전 올림픽을 보던 시절 같은 느낌이야. 그땐 진짜 계산기가 필요 없었지. 모든 걸 암산으로 했으니까."


주환기 회장이 해맑게 웃었다.

표정에서 80대 환자가 가질 수 없는 활기가 느껴졌다.

주환기 회장이 김영덕 부원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에헤이, 걱정마. 쓰러지면 당연히 내 책임이니까. 삼영병원에게 책임을 물진 않을 거야."


주환기 회장이 직접 보증까지 했고, 옆에 주용호 사장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삼영그룹 서열 1위와 2위 혹은 3위가 괜찮다는데 받아야지 어쩌겠나.


"그러시다면야 어쩔 수···"


우당탕탕!


김영덕 부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환기 회장과 주용호 사장은 없어져 있었다.

홀로 남은 김영덕 부원장이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김영덕 부원장은 이번엔 날카로운 표정으로 MRI 사진을 다시 내려봤다.

갑자기 뇌종양이 없어졌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처음부터 없었는데 기계 설정 오류로 생겼다면 모든 게 말이 된다.

회장님 상태를 보니 젊은이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활력도 넘쳤고, 건강검진표도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국내 1위 병원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선 이런 오류를 줄여야 한다.


덜컥.


김영덕 부원장이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어, 나 부원장인데. VIP 담당자들 모두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 당장."


채찍질이 필요한 날도 있는 법이다.


***


꼬르륵.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하긴 회장님 종양도 없애드렸는데.

이 정도면 나름 오늘 하루치 일과를 끝낸 셈이다.


"오늘은 좀 다른 걸 먹어볼까."


3주 동안 한우더블불고기 버거 세트만 먹었더니.

입에서 불고기 소스 냄새가 날 지경이었다.

배달앱을 켜자 눈에 띄는 메뉴가 있었다.


"오늘은 치킨이 좀 땡기는데."


치킨 메뉴를 슥슥 내렸다.

예전이라면 '최저가순' 정렬을 눌렀겠지만.


꾸욱.


이젠 당당히 '주문 많은 순' 정렬을 눌렀다.

저렴해서 자주 먹었던 브랜드들은 아예 흔적도 없이 저 아래로 사라지고.


"헉··· 미쳤나. 치킨이 3만원?"


2만5000원이면 치킨하고 피자를 시키고도 남는데.

이 조그만한 치킨이 3만원···?

그동안 브랜드 치킨을 먹지 않다 보니까 이렇게나 인상이 된 줄도 몰랐다.


파르르.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통장에는 어느새 5000만원이 쌓여있었다.

사실 3만원짜리 치킨으로 한 달 내내 먹어도 괜찮은 수준.

어차피 헌터생명 덕분에 마우스 딸깍질 몇 번으로 주기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돈 쓰는 것도 써본 사람들이나 잘 쓰는 법.


"...어차피 배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나는 다시 '최저가순' 정렬을 누르고는 자주 시켜먹던 집에서 주문을 하려 했다.

원래 있을 때 더더욱 아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울리는 현관문 벨소리.


띵동.


"엥? 번개배송이여? 아닌데, 아직 주문도 안 했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관문 인터폰으로 걸어갔다.

인터폰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있었다.

잘생기고 맑게 생겼지만, 어딘가 은은하게 광기가 도는 눈빛.

S급 헌터 최주혁이었다.


"...또 최주혁이야?"


요즘 매일 나갈 때마다 최주혁이 달라붙는 바람에 아예 외출을 하지 않았다.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갑자기 나와서 말을 걸었다.

대화 내용은 진짜 별 것 없었다.

그냥 요즘 날씨가 덥다느니 하는 그런 시시콜콜한 내용.

문제는 딱 그것뿐이었다는 것이다.


"보통 대화를 하려면 관심사도 묻고 그래야지."


그냥 날씨 묻고 목적지 묻고 그게 끝.

그리고 내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내가 다시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러니 내가 밖을 나갈 수가 없다고!


"이 사람 S급 맞냐고. 뭔 S급이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


아무도 없는 척을 할까 했지만, 최주혁은 S급 헌터.

내가 집에 있다는 것쯤은 소리로 알고 있을 터였다.


"...아! 최 헌터님! 무슨 일이세요?"


최주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무언가를 카메라 앞에 들이댔다.


스윽.


치킨이었다.

내가 아까 시킬까 말까 고민했던 3만원짜리 브랜드 치킨.


띠이익.


나도 모르게 현관문 오픈 버튼을 눌렀다.


"당장 들어오세요!"


끼이익.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최주혁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한이슬 오빠분. 많이 배가 고프셨나 봅니다."


"예? 그게 무슨··· 헉!"


내 손에 치킨이 들려 있었다.

나도 모르게 최주혁 헌터가 들고있던 치킨 봉지를 낚아챘던 것이다.

최주혁이 가볍게 웃었다.


"우선 드시죠."


"어엇, 그래도 됩니까?"


"예, 드시면서 해도 될 얘기입니다."


"그렇다면야···"


나는 재빠르게 거실에 치킨을 세팅하고 고개를 숙였다.


"잘 먹겠습니다!"


"저도 잘 먹겠습니다."


그래도 나는 치킨 매너가 있는 편.

먼저 최주혁이 어떤 부위를 잡는지 파악하고 그의 선호도를 분석할 예정이었다.

퍽퍽살파인지, 바삭바삭살파인지.


'최 헌터님이 사오셨으니 선호 부위를 드려야지.'


그런데 최주혁은 치킨에 손을 뻗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모락모락 김이 나는 치킨만을 보다가, 문뜩 최주혁의 시선을 느꼈다.

치킨이 날 불렀지만, 어쩌겠는가.

물주님에게 첫입의 권한이 있는 법.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보죠?"


"예, 있습니다. 근데 별일은 아니라서. 드시면서 하시죠."


"아··· 먼저 드셔야 제가···"


"그렇습니까?"


최주혁은 가장 가까이 있던 부위를 집고는 입에 넣었다.

그건 치킨 목이었다.


'아··· 이건 무슨 취향이지···'


모든 시그널이 말하고 있었다.

최주혁이 진지하게 할 말이 있으니까 치킨 따위는 뒤로 제쳐두라고.

휴, 배고파서 손이 떨리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치킨 대신에 치킨무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그래야 대화하기가 원활하니까.


와삭.


"하실 말씀이 뭘까요?"


내가 치킨무를 우물거리는 것을 지켜보던 최주혁이 입을 열었다.


"부탁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부탁이요?"


최주혁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치킨 박스 옆에 내려놨다.


탁.


날이 서퍼런 단검이었다.


"절 죽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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