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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 딸깍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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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광별
그림/삽화
애증이
작품등록일 :
2024.05.24 17:30
최근연재일 :
2024.07.06 19: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69,986
추천수 :
8,383
글자수 :
240,658

작성
24.06.08 19:05
조회
9,404
추천
182
글자
11쪽

16화 개쩐다

DUMMY

휘잉.


주환기 회장은 알지못할 상쾌함이 전신을 휘감고 있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자신의 어깨를 매만졌다.

원래라면 살짝 만지기만 해도 찌릿했던 곳이 물렁해져 있었다.

주치의가 바위보다도 딱딱해졌다며 '스트레스 좀 내려놓으라'고 하기까지 했는데···

이번엔 종아리를 만져봤다.

역시나 물렁살이다.

아주 말랑말랑해 갓난아기의 뺨을 꼬집고 있는 기분.


"어어어?"


주환기 회장은 셀프 마사지라도 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온몸을 만지작거렸다.

정신을 차린 주용호 사장이 다급히 달려왔다.


"회,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주용호 사장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주환기 회장을 살폈다.

주환기 회장 나이가 팔순을 넘긴지 꽤 됐다.

내일모레 갑자기 돌아가셔도 호상이라고 할 판.

그러던 차 갑자기 온몸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


"그게···"


주환기 회장이 황당한 눈빛으로 주용호 사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막상 이걸 말로 설명하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

주환기 회장은 말하는 대신, 난데없이 구석으로 걸어갔다.


터벅터벅.


주환기 회장이 도착한 곳은 골프백 앞.

젊었을 때부터 골프광이었다.

하지만 지병에다가 노환까지 겹치면서 채를 잡지 못한 게 벌써 수년째.

스윙을 하는 꿈을 꿀 정도로 골프가 그리웠다.


덥썩.


주환기 회장은 평상시 들고 다니는 지팡이를 옆에 기대어 놨다.

대신, 골프백에서 가장 긴 드라이버채를 들었다.

얼마나 평상시에 닦아댔는지 헤드가 거울처럼 반짝거렸다.

필드에 나가진 못하지만, 골프채만큼은 현역 때 못지않게 관리를 해왔던 것이다.


"회장님! 위험합니다!"


주용호 사장이 달려들었지만, 주환기 회장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는 뒤로 물러서라는 듯 손짓을 했다.

원래라면 힘없이 나풀거리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마치 지휘관이 '돌격하라!'고 외치며 손을 내뻗는 느낌.

저도 모르게 압박감을 느낀 주용호 사장이 뒤로 물러섰다.


탁.


주환기 회장은 꿋꿋하게 중심을 잡고 서있었다.


"아, 아버지!"


주용호 사장은 저도 모르게 회장님 대신 아버지라고 불렀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 외쳐보는 아버지라는 호칭이었다.


스윽.


주환기 회장은 드라이버채를 뒤로 천천히 올렸다.

잠시 허공에 멈췄던 드라이버채가 호쾌하게 앞으로 뻗어나가며 공기를 가로질렀다.


후웅!


프로 골프 대회에서나 볼 법한 깔끔한 호선.

주용호 사장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본심이 튀어나왔다.


짝짝짝.


"나이스샷! 아버··· 아니, 회장님···"


"흐흐흐..."


주환기 회장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막히는 곳 하나 없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윙.

현역 때나 느끼던 그 기분이 온몸에서 용솟음치고 있었다.

주환기 회장은 최근 손주가 알려준 '기분이 가장 좋을 때 쓰는 문장'을 조용히 읊조렸다.


"...개쩐다."


***


주환기 회장은 골프를 치러 가고, 주용호 사장도 그 뒤를 쫓아갔다.

원래 잡아놨던 임원회의고 뭐고 다 취소했다나, 뭐라나.

주환기 회장은 너무 감사하다며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고 했다.

애버릭의 두 손을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으려고 해서 고생했을 정도.

둘 다 행복한 표정을 보니 아까와는 달리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까는 무슨 세상 잃은 표정을 짓더니만."


여튼,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 거다.


"할아버지, 장난 아니시네."


골프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저 회장님이 그렸던 호쾌한 스윙이 대단한 것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빨간색이 확연히 줄었긴 했는데, 이 정도로 건강해지실 줄이야."


처음에 주환기 회장의 몸을 들여다봤을 때 깜짝 놀랐다.

온몸이 빨간색, 빨간색, 빨간색이었다.

스킬 '원격 회복'을 수십번 정도 사용했다.


"그제야 옅은 파란색으로 바뀌었지."


마력이 몽땅 닳아서 살짝 숨이 벅차긴 했지만, 상태창이 떠오른 순간.

모든 근심 걱정이 날아갔다.

힐러라는 특성상 사람을 치료해도 경험치를 얻기 때문.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원격 치료'의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서브 스킬 '원격 제거', 서브 스킬 'CT', 서브 스킬 'MRI'를 얻었습니다>

<스킬 '원격 진료' 휘하 서브 스킬 사용시 새로운 색을 볼 수 있게 됩니다>


===================


<스킬창>


◆원격 치료(LV4)

┗서브 스킬: 원격 강화(LV2)

┗서브 스킬: 원격 회복(LV2)

┗서브 스킬: 원격 제거(LV1) *New

◆원격 진료(LV3)

┗서브 스킬: 투시 진료(LV2)

┗서브 스킬: CT(LV1) *New

┗서브 스킬: MRI(LV1) *New

◆원격 재생(LV3)

◆원격 천사(LV3)


===================


CT? MRI?

나 힐러가 아니고 그냥 의사 아닌지?

투시 진료와 CT, MRI 모두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싶었지만.

소요되는 마력량을 보니 다른 것이 분명해 보였다.

MRI 1번 쓸 마력이면 투시 진료 100번을 쓸 수 있었다.

인터넷에 투시 진료(엑스레이)와 CT, MRI의 장단점을 찾아보니까 소요 마력량이 다를 만도 했다.


-엑스레이: 검사 시간 매우 빠름. 몸의 대략적인 정보만 알 수 있음. 방사능 있음.

-CT: 검사 시간 빠른 편. 방사능 있음.

-MRI: 오래 걸림. 방사능 없음.


대충 이정도랄까.

뭐 초음파니 뭐니 어쩌구도 설명돼 있지만.


"아, 모르겠고. 난 딸깍하면 되는데. 뭐."


그런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 손가락 근육의 양.

얼마나 빨리 자주 딸깍할 수 있는지만이 중요할 뿐.

여튼, 긴급하지 않고 위급해 보이지 않으면 투시 진료를 쓰면 되는 거고.

아주 긴급할 때는 CT, 분명 증상은 있는데 뭐가 뭔지 잘 나오지 않으면 MRI를 쓰란 소리 아닌가.


"오케이, 파악 완료."


이름이 직관적이어서 무엇인지 바로 깨달은 서브 스킬들과는 달리.


<스킬 '원격 진료' 휘하 서브 스킬 사용시 새로운 색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색?"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그럼 당장 써봐야지.

모르면 외워.


"어디 보자. 남은 게이트가 있나."


드르륵, 드르륵.


게이트 예약 채널에 들어가 마우스를 쭉쭉 내렸다.

그런데 F급이고 D급이고 뭐고 게이트가 모두 꽉 차 있었다.

아무래도 낮 시간이라 그런지 풀방인 상태.


"딱 하나 남았네."


문제는 이게 C급 게이트라는 것.

위치가 구석진 산속에 있어서 모두들 꺼려한 모양이었다.

딸깍하면 게이트 앞에 파티원을 보낼 수 있는 나와는 달리, 직접 몸을 이끌고 가야 하니까 그럴 만도.

C급 게이트는 B급 헌터들 5명 이상이 모여도 공략할 수 있을까 말까한 곳이다.

힐러 특성상 나는 아직 전투 스킬이 없다.

애착소대에 의존하는 바람에 아직 D급 게이트도 혼자서 공략하지 못하는 판에 C급 게이트?


"오히려 좋지."


아, 왜, 뭐.

공략할 것도 아니고 테스트만 해볼 건데.

들어갔다가 도망치면 그만이다.

위기상황시 애버릭과 애증이는 소환해제 해버리면 된다.

그게 딸깍의 장점인데?


"자, 파티 열고 신청해볼까."


딸깍, 딸깍.


파티를 열고 애버릭과 애증이를 좌표 소환했다.

노트북 화면을 보니, 강원도 어디쯤인듯 맑은 바닷가가 보였다.


"어후, 풍경 좋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애버릭을 모래사장에서 왔다갔다 하게 했다.

동해 특유의 푸른 바다색에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

뭐? 직접 가면 더 좋은 거 아니냐고?

에헤이, 직접 가면 소금짠내 나지, 비린내 나지, 신발에 모래 다 들어가지.

푹신한 게이밍 의자에 앉아서 바다 소리를 듣는 게 최고다.

하지만 역시나 애버릭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니까 멀미 나는 건 어쩔 수 없달까.


"쓰읍, 이거 VR 같은 걸로 안··· 어?"


중얼거렸을 뿐인데, 상태창이 떠올랐다.


<일반 컨트롤러를 'VR 컨트롤러'로 변경합니다>


콘솔 컨트롤러 대신에 놓인 건 VR 기기였다.

머리에 쓸 수 있는 본체와 양쪽 손에 낄 수 있는 장갑 같은 컨트롤러.

그런데 본체가 그냥 평범한 본체가 아니었다.


"엄청 작네?"


원래 VR의 가장 큰 단점은 무게다.

앞으로 툭 튀어나온 VR 기기를 쓰면 머리도 앞으로 쏠린다.

밴드 역시 두껍기 때문에 땀도 뻘뻘 나기 마련.


"이건 그냥 안경 수준인데?"


안경인데 일반 안경과는 달리 코에 걸치는 부분이 모두 막혀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키 고글 같은 느낌인데 더 얇고 가벼웠다.

그냥 쓰고 돌아다녀도 '미친 놈이다!'가 아니라 '취향 별나네' 정도로 보일 수 있는 정도랄까.


스윽.



<후각과 미각, 촉각 기능을 켤 수 있습니다>


순간 눈앞에 바다 그 자체가 펼쳐졌다.


"오!"


애버릭의 시야를 온전히 공유하는 기분.


"후각, 미각, 촉각 기능 온!"


<후각과 미각 촉각 기능이 켜집니다>


동시에 코끝을 간질이는 짠내!

심지어 손을 앞으로 휘젓자 바람의 저항력이 느껴졌다.


"...미쳤네. 이거 그냥 가상현···"


퍽!


"악···!"


이곳이 방안인 걸 깜빡하고 손으로 기둥을 쳐버렸다.

나는 얼얼한 손을 만지면서 침대 위에 앉았다.


푹신.


이제 방해되는 것은 없었다.


"애버릭 앞으로 가봐."


애버릭이 짧은 다리로 쫄래쫄래 걸어갔다.


포삭포삭.


화면으로 볼 때는 위아래로 움직여서 멀미가 났지만, VR 기기를 쓰니까 훨씬 나았다.


"아직 살짝 있긴 하다만··· 멀미약이라도 먹든가 해야지."


내가 이래봬도 S급 헌터인데 멀미가 왜 나냐고?

어이,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천하장사도 졸린 눈꺼풀은 들어올리지 못한다!

이와 같은 거다.

S급 헌터도 멀미는 이겨내지 못한다!

모르면 외우라고!


"쓰읍, 그런데 걸을 때마다 말을 해야하나."


예전에는 마우스로 딸깍 하거나 컨트롤러 버튼만 딸깍 하면 애버릭이 알아서 움직였다.

검지만 움직이면 됐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무려 손을 휘저어야 했다.


"...이거 좀 귀찮은데."


불평불만을 던지자마자 바로 시스템이 접수해줬다.

피드백이 엄청 빠른 시스템, 훌륭해.


<현재 애버릭이 서있는 위치와 동기화합니다>


"어? 동기화?"


갑자기 애버릭의 시야가 없어졌다.


<동기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자, 눈앞에는 바다와 모래 사장 위에 서있는 애버릭이 보였다.

나는 분명 내 방 침대 위에 있었는데?


"어?"


나는 바다 한가운데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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