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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검은 빛 마력의 소년, 마법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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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이작가
작품등록일 :
2022.12.16 21:50
최근연재일 :
2023.07.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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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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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성에서의 일이 있었던 후, 이동 중 마물을 상대하게 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다행히 버겁다는 생각이 드는 상대는 아니어서 다친 마법사는 없었다.

디오는 오늘 저녁 식사를 만드는 당번인 조프리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하다가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디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몽환의 숲에 혼자 있었던 이전 검은빛 마력의 소유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원정을 함께하는 마법사들이 있는 자신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활하고 삭막한 풍경 속에 마법으로 2층 집을 지어두고 야외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식사 당번을 돌아가면서 맡는 것처럼 집을 구현화 해내는 것도 마법사들끼리 돌아가면서 맡았다. 어제 이벨린이 집을 마법으로 구현화 했는데 안에 있던 침대의 강도가 약해서 레오가 누웠다가 아래로 푹 꺼지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터커는 그 일을 두고 지금까지도 놀리고 있었다.

디오는 빙긋 웃음을 짓다가 근처 언덕 위에서 띄엄띄엄 번쩍이는 마력빛을 보게 되었다. 디오는 언덕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니키타가 판판한 돌 위에 앉아서 웅크리고 있었다.

“니키타. 뭐해요?”

니키타가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려 디오를 살짝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바로했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기록 중이에요.”

니키타는 종이에 무언가를 표시하고 있었다. 니키타의 옆에는 책 한 권과 수첩이 놓여있었다. 디오는 니키타가 손에 쥐고 있는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지도를 그리고 있구나. 우리가 지나온 길도 표시되어 있고.”

니키타는 동그란 표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종이는 특수한 종이죠. 애초에 만들어질 때 한 쌍으로 만들어져요. 여기에 제가 쓰고 그리는 것이 휴고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또 하나의 종이에 그대로 쓰여지고요. 학교와 마법협회 측이 우리의 행방을 파악하실 수 있어요.”

디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니키타 옆의 책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 책이랑 수첩은 원정을 기록해 둔 건가요?”

“맞아요. 도서관에서 보셨죠. 그런 책을 만들어두려고요. 원정하면서 발생한 사건들을 매일 기록해두었어요. 수첩에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적어두어서 일기 비슷한 거고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해서 이 책 쟁탈전이 벌어지겠네요.”

니키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복사본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요.”

“니키타. 우리 쉬어요. 저녁 식사 다 준비되어서 알려주려고 왔어요.”

“오늘 당번은 조프리이죠? 기대되는 날이네요.”

“네. 항상 맛있어요. 조프리의 요리는.”

니키타와 디오는 저녁 식사를 시작한 마법사들 사이에 앉았다. 조프리는 자신이 끓인 수프를 그릇에 담아서 니키타와 디오에게 내밀었다. 디오는 수프를 먹자마자 말했다.

“맛있어요. 조프리. 나 감자랑 밀가루 반죽 음식 좋아하는데!”

조프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항상 맛있게 먹어주어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터커가 그릇을 들어올려 거의 마시듯이 먹다가 말했다.

“나처럼 요리에 소질이 있군그래. 조프리.”

이 말을 들은 아그니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만든 음식 먹어놓고도 깨닫지 못한 건가. 당신 요리는 삼키기 힘든 맛이나.”

터커는 눈썹을 높이 치켜뜨고 아그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라고!”

“자신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프리한테 요리를 배우라는 말이지.”

“내가 한 음식 맛있었어. 그렇지 디오?”

디오는 감자를 씹어 삼키다가 터커의 기습 질문에 감자가 도로 튀어나올뻔 했다. 디오는 터커를 향해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아그니스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아침이 되어서 마법사들은 마법으로 만든 집에서 나와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원정을 시작한지 반년 정도가 지나가고 있었지만 몽환의 숲 핵심부로 여겨지는 곳에는 조금도 가까워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원정 초반의 풍경과는 많이 다른 지역에 들어섰다. 층층히 쌓인 평평하고 커다란 바위나 기이한 모양으로 솟은 바위 등을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제법 걷고 있었는데 마법사들이 있는 쪽으로 멀리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좀 더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그 생김새가 늑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몸집이 일반 늑대보다는 두 배는 큰 마물이었다.

터커가 말했다.

“이쯤이야.”

손에 마력을 모으고 있을 때였다. 눈앞의 마물 뒤로 여러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에서 내뿜는 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쯧.

니키타가 아랫입술을 물었다.

시간은 흐르고 마법사들은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마물들에 대응하는데에 점점 지쳐갔다. 조프리는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면서 뛰어드는 마물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마력빛이 터지면서 마물 다섯 마리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헉헉헉.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지금 몇 마리째이지?’

땀이 전신을 적시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무거워지는 다리에 힘을 다시 주기 시작했다. 턱으로 떨어지는 땀을 닦을 시간도 없었다. 근방에 있는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카이는 기다란 봉을 빙그르르 휘두르다가 마물 두 마리를 내려쳤다.

텅.

봉에 제대로 맞은 마물들은 그대로 땅에 내리꽂혔고 곧바로 축 늘어졌다. 카이는 재빨리 바닥에 몇 개의 선을 그렸고 고대어를 읊조렸다. 보라색 마력빛이 한 번 일렁이다가 사라졌다.

크르르.

그새 또 다른 마물들이 발을 박차면서 카이에게 달려왔다. 카이가 조금 전 그린 선을 마물들이 지나자 순식간에 그것들은 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여섯 마리가 사라졌다.

흐읍 후우우.

카이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뱉었다. 뒤쪽에서 다가오는 마물의 기운을 느끼면서 카이는 생각했다.

‘더 길게 가면 안 좋은 상황이야. 디오가 우리에게 마력 공급을 하고 있어서 이 정도를 유지하지. 아니었으면 진즉에 마력이 바닥났겠지.’

카이가 뒤를 돌면서 마주친 마물을 처리했다. 그리고 디오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디오. 내 말 들리지.”

순간 디오는 머리에서 울리는 카이의 목소리를 듣고 대답했다.

“네.”

“너한테 미안하지만 하나 시도해봤으면 하는게 있어. 너한테 시간을 잠깐 벌어줄테니 너는 마력을 농축시켰다가 증폭시켜서 일순간에 이 마물들을 박살내줘.”

“네?”

“우리 대련할 때, 너가 곧잘 주변을 싹쓸이한 적이 있잖아. 그때는 농축하는 시간도 적었고 발산단계에서 너가 스스로 무의식중에 제동을 걸었겠지만 이번엔 그러지말고 전부 몸 밖으로 마력을 발산해. 이거저거 잴수 없어. 시도해본다. 지금 바로.”

카이는 디오 옆으로 달려왔다. 동시에 정령 ‘시수’를 불러냈다.

“시수. 디오를 보호해줘.”

땅에서 솟아난 정령은 곧바로 디오 주변으로 몰려드는 마물쪽으로 날아갔다. 디오는 심장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마력을 농축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는데 아수라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풍경이 한눈에 담겼다. 디오는 되뇌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눈을 질끈 감고 마력에 집중했다. 순간 다른 마법사들에게 흘려보내고 있는 마력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디오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것도 포함해서 해낼 수 있어. 아니 해내야 해.”

디오는 팔다리에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수준의 마력의 떨림을 느꼈다. 몽환의 숲의 마력을 쉴새없이 흡수해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카이의 외침이 들렸다.

“디오! 지금!”

디오는 눈을 번쩍 떴다.

‘제약이란 없어. 지금은 한번에 처리해야할 마물 뿐이야!’

디오는 무제한으로 일순 마력을 폭발시켰다. 동시에 빛이 번쩍이더니 땅이 푸욱 꺼졌다.

빛이 마물들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아그니스는 순간적으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어서 거센 바람과 흙먼지가 발생하고 주위가 보이지 않았다. 아그니스는 기침하면서 흙먼지를 손으로 휘저었다. 마물이 달려들까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로 기력을 짜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근데 순간 휘청거렸다.

‘디오에게 공급받고 있던 마력에 문제가 생긴 건가.’

주위를 주의깊게 살폈다. 흙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곳곳에 쓰러져 있는 마물이 무더기로 보였다.

‘세상에. 일순간에 다 밀어버렸어.’

멀지 않은 곳에 터커와 조프리가 땅에 주저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레오는?’

두리번거리던 아그니스는 디오 옆에 서 있는 레오와 카이를 발견했다.

휴우.

‘다행이다.’

긴장이 풀린 나머지 아그니스도 땅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


“괜찮나요?”

조프리는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럭저럭요. 아무래도 디오군이겠지요. 이 쑥대밭 만든 사람. 덕분에 살았다.”

흙먼지가 날려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로 보건데 이벨린이겠다고 짐작했다. 그런데 남자의 얼굴이 선명히 보이자 조프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곤 외쳤다.

“누구시죠?”

“아...마법이 풀렸군요. 저 이벨린이에요. 이게 제 본래 얼굴이에요.”

터커가 카이쪽으로 향하다가 이벨린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보는 얼굴이라 자리에 멈춰서 물었다.

“누구쇼?”

이벨린의 본래 얼굴에는 뭔가가 할퀴고 지나가 큰 흉이 져 있었다. 이벨린이 입을 뗐다.

“정신없이 마물에 대응하다보니까 마법이 풀린 것도 몰랐네요. 지금도 힘이 별로 없어서 미남의 모습으로는 못 변하겠어요.”

“...... .”

씁쓸한 미소를 지은 이벨린은 뒷머리를 손으로 쓸면서 말을 더했다.

“어렸을 때 마물에 습격을 당해 얼굴을 다쳤어요. 사람들이 꺼리는 흉이 진 이 얼굴을 고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마법을 시작했어요.”

조프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씨익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저랑 비슷하네요. 저는 다른 아이들보다 왜소해서 많이 얻어맞곤 했죠. 나를 지킬 수 있는게 마법이지 않을까해서 배우기 시작했고. 행복해지고 싶었어. 괴롭고 싶지 않았어.”

조프리가 땅에서 일어나 얼굴과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법에 꽤 재능이 있다는 것도 알았죠. 큭큭.”

웬일로 조용히 옆에서 대화를 듣던 터커는 카이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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