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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검은 빛 마력의 소년, 마법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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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이작가
작품등록일 :
2022.12.16 21:50
최근연재일 :
2023.07.17 19: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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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60

작성
23.04.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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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화

DUMMY

오전부터 에녹과 디오는 시장을 걸으면서 환상을 보게 한다는 약을 파는 곳을 찾아보았다. 판매자가 언제 어디서 약을 공개할지 모르니 막막함을 느꼈다. 디오와 에녹은 일단 뭔가를 먹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며 음식을 파는 가게로 들어섰다. 디오는 자리에 앉자마자 에녹에게 말했다.

“루칸에게 알렌을 지켜봐달라고 했었어요. 루칸을 불러서 얘기해 볼게요.”

에녹은 고개를 끄덕였다. 디오는 자그맣게 읊조렸다.

“루칸”

어디선가 중저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응?”

“지켜보면서 뭔가 이상한 점 있었어?”

“알렌 동생이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일어서면 쓰러지고 잘 먹지도 못하네. 음... 알렌은 손님 응대하거나 약 제조하거나 그러면서 지내.”

“... ... .”

“아. 오늘 새벽에 좀 특이한 일이 있긴 했지.”

“뭔데?”

“알렌이 가방에 뭔 약병들 주워 담아다가 산으로 들어갔었지. 어떤 바위 밑 틈새에 가방을 밀어 넣더니 나뭇잎이랑 나뭇가지로다가 안 보이게 하려는지 꼼꼼히 덮더라고.”

디오는 에녹을 향해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곤 루칸에게 말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 알려줄 수 있어?”

“어.”

디오는 에녹에게 루칸이 한 말을 알려주었고 디오와 에녹은 곧바로 일어나 가게를 나갔다. 루칸이 알려주는대로 걷다가 산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루칸이 본 것처럼 바위 밑에서 가방이 발견되었다. 그 안에는 물 같은 액체가 담긴 약병이 몇 개 들어있었다. 디오는 마개를 열고 향을 맡아보았다. 디오가 말했다.

“시원한 향이 나요.”

디오는 에녹에게 약병을 건넸다. 향을 맡으면서 에녹이 말했다.

“누군가가 이것을 찾으러 올 거 같네요. 근처에서 지켜보죠.”

“네.”

에녹과 디오는 가방을 원래대로 묻어두고 큰 나무 뒤에서 덩굴과 나뭇가지 속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뒤 나뭇잎을 밟는 발소리가 들려와서 에녹과 디오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어떤 키 작은 중년의 남자가 숨을 몰아쉬면서 걷고 있었다. 바위 앞에서 멈춰 서더니 사방을 둘러보면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남자는 쪼그려 앉아서 바위 밑 가방을 꺼내 들고 안을 확인했다.

에녹은 남자를 향해 휘저으면서 뭔가를 읊조렸다. 에녹이 디오에게 속삭였다.

“혹시나 해서 추적마법을 걸었어요.”

디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을 짊어지고 돌아선 남자는 작게 뭔가를 흥얼거리면서 서둘러 왔던 길을 돌아갔다. 에녹과 디오는 남자가 보이지 않을 때즈음 일어나서 뒤따라 걸었다.


가방을 짊어진 남자는 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가게 옆에 비어있는 작은 공간으로 천으로 덮인 자신의 손수레를 끌고 와서 자리 잡았다. 천을 걷어낸 수레 안에는 여러 약재를 종이에 싸 동여맨 것들이 놓여있었다. 남자는 가방 안에서 꺼낸 약병들을 수레 안에 진열해 두었다.

어딘가서 키가 큰 남자가 수레 쪽으로 걸어오더니 진열에 힘쓰고 있던 남자 귓속에 대고 뭔가 말하였다. 서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키 큰 남자는 왔던 길을 되돌아서 뛰어갔다.

에녹과 디오는 계속 수레 쪽을 지켜보았다. 에녹이 뭔가를 보고 디오에게 말했다.

“손님이 오네요.”

디오도 에녹이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손님은 수레 앞에 서서 약병을 손으로 가리켰고 결국에는 사서 사라졌다. 에녹이 말했다.

“저희도 가보죠.”

에녹은 수레 앞에 서서 남자에게 물었다.

“환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약이 있다지요?”

남자는 에녹과 디오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말했다.

“예... ... .”

에녹은 약병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이건가요?”

남자는 조금 떨리는 눈으로 대답했다.

“예... ... .”

“이걸 만든 분을 뵙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판매하는 사람일 뿐이고. 만드는 분을 모릅니다.”

“마법협회에서 왔습니다. 협조해주시면 여러모로 득일 겁니다.”

남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남자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오...오늘 밤에 이 약을 만드는 사람이 어디 나타날지는 알고 있어요.”

“어떻게?”

“오늘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서로 아는 장소에 두고 가면 이 약 만드는 사람이 가지러 올 거거든요. 오늘 밤에 올 거예요. 아마도.”

“그럼 나중에 같이 그 장소로 이동하죠. 혹시라도 도망가셔도 소용없어요. 어디 계신지 마법으로 알 수 있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녹과 디오는 그 남자 근처에서 환상을 보게 하는 약을 구매하는 이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에녹은 그들에게 추적 마법을 걸어두었다. 저녁이 되어 남자는 수레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에녹과 디오를 데리고 종탑 아래로 향했다. 그늘져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 공간에 가까이 가던 남자는 벽을 더듬다가 벽에 있는 돌 하나를 빼냈다. 그 안에 종이봉투를 집어넣고 다시 돌을 끼워 넣었다. 남자는 돌아서서 에녹을 향해 말했다.

“항상 이렇게만 했어요.”

에녹은 디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분을 데리고 카이에게 잠시 다녀올게요. 금방 올게요.”

디오는 눈앞에서 일렁이다가 사라진 푸른빛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가 종이봉투가 들어간 벽 쪽을 노려보았다.

‘알렌이 오겠지. 우리가 전말을 다 목격하였으니 알렌은 마법협회에 잡혀서 벌을 받게 될 거야. 그러면 동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디오는 벽이 잘 보이지만 자신은 잘 보이지 않을 장소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드물게 오고 가는 사람들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디오는 침침해진 눈을 비볐다. 그때 긴 검은 망토를 입고 입는 사람이 벽에 손을 대고 돌을 빼는 것을 보았다.

‘일단 추적마법을 걸어두자. 도망칠 수 있으니.’

손가락에서 검은빛 마력이 휘몰아치더니 망토를 입은 사람에게 향했다. 동시에 최대한 조용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인기척을 느낀 남자는 힐끗 뒤를 보다가 뛰기 시작했다. 디오는 외쳤다.

“멈추세요! 마법을 걸어두었으니 도망은 소용없습니다.”

남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디오는 멈추어서 오른손에 마력을 담아 힘껏 내뻗었다. 아무것도 없던 손에서 긴 줄이 나타났고 디오는 이 줄을 도망치는 남자의 다리를 향해 휘둘렀다. 줄에 다리가 휘감긴 남자는 크게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그는 멈추어 서서 뒤를 휙 돌아보았다. 별안간 남자는 왼손을 입 앞으로 가져가더니 뭔가를 훅하고 입으로 불었다. 초록색 빛이 일렁임과 동시에 눈앞으로 반짝이는 가루가 드문드문 보였다. 그때 날 선 목소리가 들렸다.

“디오. 숨을 멈추세요.”

디오는 순간 팔을 들어 숨을 막았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이지만 들이마신 것 때문인지 몸에 이상 반응이 느껴졌다. 디오는 몸에 힘이 빠지더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어느 틈에 나타난 에녹 또한 왼팔을 들어 숨을 막은 상태에서 앞의 남자를 쏘아보았다. 앞에 선 남자는 다리에 걸린 줄을 풀어내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단순히 잠드는 가루가 아니에요. 독도 있으니 일행분을 해독하러 빨리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말을 마친 남자는 바로 돌아서서 뛰어가더니 에녹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에녹은 곧장 디오에게 다가갔고 둘을 감싸는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그 자리에서 없어졌다.


***


디오의 팔목에서 손을 뗀 의사가 에녹을 돌아보면서 말을 했다.

“애초에 독이 미미한 양이었던지 아니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거 같은데요.”

에녹은 기대고 서있던 벽에서 상체를 떼고 디오와 의사 쪽으로 다가왔다. 의사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잠든 것뿐이니까 곧 깨어날 거에요.”

에녹은 의사에게 인사를 한 뒤 누워있는 디오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카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이런. 디오는 좀 어때?”

에녹이 말했다.

“잠이 들었어요. 곧 일어날 거 같아요. 도망간 사람한테는 아마 디오가 추적마법을 걸어두었을 거에요. 저희는 이미 누군지는 알고 있지만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거죠.”

카이는 방의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말했다.

“디오가 일어나면 그 사람한테 같이 가보자고.”

“의외로 금방 찾아졌네요. 다행이에요.”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너도 눈 좀 붙여라. 내가 깨울게.”

“괜찮아요.”

에녹은 창밖을 내다보면서 디오의 호흡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호흡 소리가 돌연 멈추더니 쿨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녹이 디오 쪽으로 돌아보니 디오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에녹은 컵에 물을 부어서 디오에게 내밀었다.

“괜찮나요? 이 물 좀 마셔요.”

디오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디오가 물었다.

“알렌이었나요?”

“놓쳤어요. 알렌이겠지요. 목소리는 디오가 말한 것처럼 젊은 남성이었으니까요.”

“추적마법을 걸어두었어요. 찾아서 확인이 필요해요.”

“카이도 같이 갈 거에요.”

어느 순간 옆에 서 있던 카이가 손을 슬쩍 들어 보이며 말했다.

“오랜만.”

그리고는 디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디오는 카이의 뒤쪽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페페는요?”

“여긴 같이 안 왔어. 내가 맡긴 일 하느라고 바빠.”


***


추적마법의 흔적을 따라 셋은 곧 도망친 남자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디오는 이전에 온 적 있는 알렌의 가게 앞에서 잠시 목덜미를 쓸었다.

‘알렌이구나... ... .’

디오는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과 나이도 비슷한 알렌이 그런 약을 만들면서까지 불안한 생활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알렌의 가게 문을 두드린 디오는 잠시 기다렸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뒤 문이 열리고 긴 앞머리 사이로 불안한 눈빛을 한 알렌의 얼굴이 보였다. 알렌이 물었다.

“누구시죠?”

알렌의 표정은 어느 정도 짐작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디오의 뒤에 서 있던 카이가 문 쪽으로 다가서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마법협회에서 왔어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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