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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검은 빛 마력의 소년, 마법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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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이작가
작품등록일 :
2022.12.16 21:50
최근연재일 :
2023.07.17 19: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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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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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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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고대언어를 배우는 기간이 지나고 정령과의 계약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 왔다. 학생들은 정령과의 만남에 기대가 큰 듯하였다. 디오는 문득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기예르모 선생님이 교실에 오셨다.

“비가 오는군.”

선생님의 손짓에 열려있던 창문들이 닫히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학생 쪽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정령과의 계약에 관해서 말하겠다. 정령을 마주치면 순간 자신과 인연이 있는 정령인지 아닌지를 느낄 수 있다. 인연이 있는 정령이라면 서로를 가늠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무엇을 가늠하나요?”

기예르모 선생님은 답했다.

“정령은 마주한 마법사의 마력을 파악하고 마법사는 정령의 이름을 알아내야 한다.”

선생님은 전신에 마력을 드러내면서 말을 이어갔다.

“정령과 마주하는 시간 동안 마법사는 체내에 마력을 순환시키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정령과 마법사 자신의 마력이 공명하는데에 성공하면 마법사의 무의식중에 한 이름이 떠오르게 될 거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는 모두 다 달라 특정할 수 없다. 도중에 마법사가 포기하거나 정령이 자리를 벗어나면 계약에 실패한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하는 말은 기록해둔 후 암기하도록 당부한 뒤 말했다.

“인연으로 한 자리에 섰다. 서로의 이름을 묶어 이 자리에서 계약을 선언한다. 정령의 이름을 먼저 말하고 이어서 마법사 자신의 이름을 말한 후, 고대어 ‘라소피무스’! 이렇게 말하면 계약이 성사되는 것이니 기억해두도록.”

디오는 수업을 통해 마법사와 계약을 맺지 않은 정령은 마력의 공급이 일정치 못해 성장이 늦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법사와 정령의 계약을 통해 마법사는 정령을 소환할 수 있게 되고 정령은 마력을 공급받는 형태인 것이다.

선생님은 손을 한 번 휘저었고 노란빛에 휘감긴 앞줄의 책상과 의자들은 벽 쪽으로 밀려났다. 선생님이 말했다.

“나와 계약을 맺은 정령 중 한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생님은 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읊조렸다.

“볼타”

노란빛이 일렁이더니 고릴라와 흡사한 외형의 정령이 나타났다. 길고 뾰족한 어금니가 인상적이었다. 성인 남성의 세 배 정도의 크기였다. 학생들은 웅성거렸다. 선생님은 정령에게 말했다.

“정령과의 계약 수업이야. 학생들에게 너를 소개하고 싶었어.”

정령은 기예르모 선생님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 시기이군요.”

정령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학생들을 둘러보던 정령은 디오와 눈이 마주쳤을 때 흠칫 놀라는듯했다. 정령은 기예르모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아이가 전에 말씀하신 그 아이인가 보네요.”

선생님은 정령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다음 수업부터는 바니르에 머물면서 이어가게 될 거다. 공간이동마법을 통해 바니르로 가서 정령의 숲을 오고 갈 테니 기숙사에서 준비하도록.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


학생들과 기예르모 선생님은 정령의 숲과 바니르 경계 지역에 있는 한 마을의 숙박시설에 도착했다. 숙박시설에 짐을 푼 뒤 선생님과 학생들은 로비에서 다시 모였다. 선생님이 말했다.

“정령의 숲을 오고 가면서 정령과의 계약을 하면 된다. 마법으로 만든 띠를 손목에 둘러줄 테니 위급상황 발생 때에는 띠를 끊도록. 일단 오늘은 같이 정령의 숲을 가보고 그다음부터는 학생 각자가 판단해서 정령의 숲에 갔다가 돌아오면 된다.”

디오 옆에 있던 페페가 말했다.

“기대되는걸. 어떤 정령과 만나게 될까?”

디오가 말했다.

“계약에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 미리 걱정해봐야 소용없지. 하하.”

“맞아.”

학생들은 정령의 숲에 들어서자 흩어져서 정령을 찾기로 했다. 디오도 부지런히 숲을 걸었다. 루시아 선생님 수업 이후로 다시 보게 된 엄청난 길이의 나무들은 여전히 경이롭게 느껴졌다.

잠시 정령의 숲의 서늘함에 몸을 떨었다. 디오는 가져온 가방에서 두툼한 윗옷을 꺼내 입었다. 나무들 사이를 걷다가 동굴을 발견했다.

‘들어가 볼까?’

동굴 방향에서는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고민 끝에 그냥 계속 걷는 것을 선택했다.

‘정령은 어디에서 만나게 될까?’

디오는 긴장 반 설렘 반의 감정을 안고 걸었다. 갈림길에서는 좀 더 경사가 있는 곳을 택했다. 나무를 잡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미끄러져서 살짝 무릎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렇게 걸어가던 중.

으악.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발을 헛디뎌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굴러떨어진 곳이 나뭇가지와 덩굴이 많은 곳이어서 죽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잃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사박사박.

한 정령이 지나다가 사람 냄새와 마력을 느끼고 디오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정령은 디오를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참 나약하게도 생긴 인간이군.’

정령은 디오가 쓰러진 곳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참 운도 좋아. 저렇게 높은 데서 굴러떨어졌는데 죽진 않았군.’

정령은 디오를 조심스럽게 들쳐업고 물가로 갔다. 정령은 땅을 발로 꽈악 꽈악 밟아 평평하게 만들고는 커다란 잎사귀들을 떼어다가 그 위에 얹었다. 그리고는 디오를 거기에 눕혔다. 강가에서 물을 손으로 퍼다가 디오 입에 떨어뜨려 주었다. 디오의 상태를 내려다보다가 나지막하게 혼잣말했다.

“추운가?”

정령은 나뭇가지를 모아다가 디오 옆에 앉아 불을 피웠다. 디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빨리 눈 떠야 할 거다. 해가 지고 있잖아.”


***


으윽.

디오는 머리를 손으로 짚으면서 일어났다.

‘어떻게 된 거지? 밤이 되었네.’

올려다본 하늘에 있는 달이 무척 가깝고 크게 느껴졌다. 옆에서 타고 있는 모닥불과 더불어 달빛 덕분에 주변이 밝게 보였다. 디오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자신이 커다란 잎사귀들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나를 도와준 것 같아.’

허리와 다리가 아팠다. 바지를 걷어 올리니 왼쪽 다리에 시꺼멓게 멍이 들어있었다.

‘참을 만해. 마석을 챙겨왔으니 금방 낫겠지.’

그때였다. 별안간 하늘에서 무언가 퍽하고 떨어졌다. 동시에 그 무언가가 디오에게 말을 건넸다.

“괜찮냐?”

디오는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서서 전신을 마력으로 휘감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어둠 속에 가려진 그 무언가가 다가오자 디오는 말했다.

“넌 누구지?”

“너무 놀라지 말라고. 내가 다 놀랬네. 난 정령이라고.”

어둠 속에서 나와 가까이 다가온 정령의 모습에 디오는 놀랐다. 페페처럼 날개가 있었고 외형은 사람에 가깝지만 얼굴과 팔다리는 치타와 유사했다. 하지만 체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앞에 선 정령이 말했다.

“너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길래. 걱정 좀 돼서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다.”

정령은 그 말을 마치자 손에 쥐고 있던 열매를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꿀꺽 삼켰다. 그러더니 디오에게 열매 몇 개를 던져 주었다. 정령은 디오에게 건넨 열매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거 달고 맛있어. 먹어봐.”

디오는 긴장을 조금 풀고 열매를 입에 넣어 씹어보았다. 디오는 작게 읊조렸다.

“맛있어.”

“그지?”

정령은 큭큭 웃으면서 디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문득 디오는 정령의 눈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디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령이 낯설지 않아. 왜지? 혹시 이 정령이 내가 계약하게 될 정령이라서 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디오는 수업 시간에 배웠던 대로 체내의 마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정령도 진지해진 디오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거두어드렸다. 디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크기는 생각 이상이었다. 정령은 생각했다.

‘이 녀석. 마력의 크기가 엄청나구만. 아까 보니 검은빛의 마력을 소유하고 있던데. 아니다. 알 게 뭐야. 이 녀석도 다른 마법사들처럼 내 이름을 알아내지 못하고 곧 이곳을 떠날 텐데. 기대는 무슨.’

하지만 디오와 눈을 마주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령은 생각이 달라져 갔다.

‘이 녀석은 다를지도.’

디오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제 즈음 정령의 이름이 생각나게 될까 조급할 법도 한데 그러기보다는 옛 추억을 되짚어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어.

불현듯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있었다.

‘루칸.’

디오는 서서히 입을 열어 한 글자씩 소리 내었다.

“‘루칸’. 너의 이름은 ‘루칸’.”

순간 정령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디오는 정령에게 물었다.

“나는 디오. 나와 계약하지 않을래?”

정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디오는 미소를 지었고 이어서 말했다.

“인연으로 한 자리에 섰다. 서로의 이름을 묶어 이 자리에서 계약을 선언한다. 루칸. 디오. ‘라소피무스’.”

그 말이 끝나자 정령의 전신에서 검은빛 마력이 일렁였다. 정령은 자신의 손과 발을 쳐다보면서 눈을 껌벅였다.

‘내가 마법사와 계약을 하게 되다니.’

하하하.

정령은 소리내어 웃으며 날개를 퍼덕였다. 그러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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