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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검은 빛 마력의 소년, 마법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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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이작가
작품등록일 :
2022.12.16 21:50
최근연재일 :
2023.07.17 19: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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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60

작성
23.05.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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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8화

DUMMY

디오와 카이, 에녹은 알렌의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알렌은 체념한 듯한 얼굴이었다. 카이가 말했다.

“저희가 온 이유는 암암리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환상을 보게 하는 약’을 제조하신 분이 알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에요. 마법협회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약이고 중독성도 있어서 마법협회 측은 이 상황을 두고 볼 순 없었지요. 이 약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알렌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필요했어요. 동생 몸이 많이 안 좋아졌는데 치료를 도울 약의 재료가 비쌌어요.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알려주신 약의 제조법이었어요. 환상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약.”

카이가 물었다.

“그 약을 필요로하는 손님이 있었나 보네요?”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자제분이 있는 손님이 계셨어요. 자제분이 우울감에 힘들어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꿈에서나마 달리면서 세상 구경도 마음껏 하고 원하는 것을 다 하면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 속마음을 이야기하셨어요. 그때 그 약이 떠올랐어요.”

“직접 그분에게 팔지는 못하셨죠?”

“마법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약이었고 그걸 팔면 안 된다는 건 알았어요.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주의를 기울여서 신분은 숨기고 판매자 몇 명과 서면으로 거래를 해보았어요. 약을 만들어서 공급하고 돈을 받고. 앞에서 얘기한 그 손님에게는 환상을 보게 하는 약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만 말씀드렸어요.”

“이 약을 찾는 손님이 점점 늘어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다행이다’라는 생각. 동생이 곧 나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

에녹이 불쑥 말했다.

“환상을 보여준다는 약에 중독성이 있다는 것은 모르셨나요?”

알렌은 두 손으로 두 눈을 감싸면서 말을 이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그 약은 약을 마신 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증폭시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약에 일상생활이 지장을 겪을 정도로 중독 현상을 보일 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카이는 팔짱을 풀고 알렌에게 다가왔다.

“일단 저와 협회로 가셔야 할 거 같아요.”

알렌은 카이를 바라보면서 다급하게 물었다.

“제가 없으면 제 동생을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요. 얼마나 떠나 있어야 하죠?”

쓰윽.

뭔가가 땅을 쓰는 소리가 나서 네명 모두 한 곳을 쳐다보았다.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이 말했다.

“형. 나 괜찮아. 혼자...혼자 있을 수 있어.”

소년의 볼은 열로 인해 빨갛게 부어있었다. 하지만 눈에서는 총기가 엿보였다. 디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자주 방문할게요.”

알렌이 디오를 바라보았고 디오는 말을 이었다.

“동생분을 잘 살펴볼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정말요?”

디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렌은 동생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너에게 남기는 말들을 적은 종이가 있어. 약 짓는 법이나 집에 관련된 내용들이야. 마음 단단히 먹고. 알았지?”

알렌의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디오는 알렌의 동생에게 다가가 손목에 마법으로 팔찌를 둘러주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 팔찌를 끊으세요. 그럼 제가 바로 올게요.”

알렌과 카이, 에녹, 디오는 보라색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


디오는 에녹과 함께 1년의 수련 기간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 앞 공터에는 1학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몇몇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가끔 학교에 방문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기숙사에 방문하니 기숙사 방이 작게 느껴졌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보았다. 천장을 보고 눈을 껌뻑였다.

휴우.

지난 4년간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제 졸업만 남았구나.’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학생들이 기숙사에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디오는 부산스러운 문밖 소리를 듣다가 곧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디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니 페페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디오는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켰다.

“페페.”

“깼어? 미안. 좀 더 자.”

“아니. 충분히 잤어. 그나저나 오랜만이다.”

페페의 머리는 길어서 줄로 묶고 있었다. 페페가 디오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너 좀 얼굴이 탔네. 예전보다 건강해 보여.”

“야외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봐.”

페페는 옷을 갈아입는다고 윗옷을 벗었다. 날개는 이전보다 더 튼튼해 보였다. 드문드문 등이 보였는데 상처가 군데군데 보였다. 디오도 옷을 갈아입으면서 말했다.

“너도 많이 다쳤네.”

“아. 이거. 마물 상대하다가 다친 것도 있고. 별 희한한 마법사들 잡으러 다니다가 다친 것도 있고.”

“이젠 괜찮아?”

“응. 카이가 도움을 많이 주었어. 재밌는 시간이었지. 너는?”

“나도.”

“내일 모레면 우리도 졸업이네. 넌 진로 정했어?”

“아마 난 마법협회에 지원하게 될 거 같아. 페페 너는? 카이랑 지냈으니 너도 마법협회에 지원할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 생각도 안 한건 아닌데. 고민해봤어. 난 한동안 이곳저곳 다녀보고 싶어. 마법사로서의 일감도 그때그때 얻으면서 다니겠지.”

둘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고 정적이 흘렀다. 이내 디오는 페페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아. 맞다. 휴고 선생님이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에게 상담하러 잠깐 방문하라고 하셨어. 들었지?”

“응.”

“나 휴고 선생님 뵙고 올게. 상담 끝나면 저녁 식사하러 가자.”

“알았어.”

디오는 휴고 선생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연구실 앞에는 먼저 온 학생 두 명이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디오는 학생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기다리다가 차례가 오자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휴고 선생님은 빙긋 미소를 지으면 디오를 반겨주었다.

“디오구나. 반갑다.”

“안녕하세요.”

휴고 선생님 바로 옆에 새 한 마리가 새장에 앉아있었는데 디오와 눈이 마주쳤다. 새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물통으로 향하더니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휴고 선생님이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새가 쿨럭거렸다.

쿨럭 쿨럭.

휴고 선생님이 새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괜찮으세요?”

“쿨럭 쿨럭. 어. 괜찮어. 그냥 좀... 사레들렸어. 쿨럭 쿨럭.”

디오는 내심 놀랐다. 말을 할 줄 아는 새구나.

휴고 선생님은 다시 디오 쪽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린 종이를 읽으면서 말했다.

“그래. 에녹이랑 다녔구나... 진로라고 해야할까? 앞으로 어떤 마법사로서 지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있을까?”

“마법협회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휴고 선생님은 손으로 턱을 쓸다가 말을 이었다.

“졸업식 후에 교장 선생님과 마법협회 사람과 만나줄 수 있겠니?”

“네?”

“마법사로서 디오에게 부탁을 하게 될 건데. 몽환의 숲에 들어갈 사람들이 필요해. 이와 관련해서 논의하게 될거야. 디오 너가 필요하다.”


***


졸업식은 학교 앞 공터에서 진행되었다. 훌쩍 자란 20명의 학생들이 이야기 나누면서 서 있었다. 린과 대화를 나누던 디오는 이그나시오 선생님, 루시아 선생님, 기예르모 선생님, 휴고 선생님이 학생들쪽으로 다가오자 고개를 앞으로 했다. 디오는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제 친구들, 선생님들, 이 학교와 작별인가?’

순간 괜히 마음이 아렸다.

‘아니야. 마법사로 살아가는 동안 이 인연들은 이어지는 거야. 에녹과 카이와의 인연처럼.’

마음을 다독이면서 이그나시오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들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마법사로서의 여정에 축복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저희와 옆의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를 바랍니다. 이름을 부르면 앞으로 나오셔서 졸업장과 졸업선물을 받으시면 됩니다. 그럼 시작하지요.”

학생들의 이름이 들려왔다. 디오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페페가 디오를 흘깃 쳐다보고 말했다.

“너 긴장했어? 얼굴이 빨갛네?”

순간 누군가가 디오의 어깨에 팔을 두르는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그 누군가가 말했다.

“나도 이해해. 키르바르 마법학교의 그 유명한 졸업 선물을 받는다니! 벅찬 일이지. 그치?”

어깨에 팔을 두른 이는 이안이었다. 디오는 슬며시 웃어보였다. 이안이 말했다.

“4년동안 고생 많았다. 디오.”

“너야말로. 이안.”

이안은 페페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페페 너도!”

페페는 날개를 살며시 펄럭이면서 웃어보였다. 그 때 디오는 자신을 부르는 이그나시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디오는 앞으로 걸어나가 선생님 네 분과 악수를 하였다. 휴고 선생님은 디오에게 졸업장과 작은 상자를 건네주었다. 휴고 선생님이 말했다.

“졸업 축하해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휴고 선생님이 한쪽 눈을 찡긋해보이면서 말했다.

“졸업식 끝나고 만나는거 잊지 말고요.”

디오는 꾸벅 인사를 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디오는 작은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 들어있던 반지를 꺼냈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반지를 검지에 끼워보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졸업식은 끝이 났다. 입학식이 그랬듯 단촐한 졸업식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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