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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6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6.26 05:22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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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평양시 송화1동

DUMMY

2022년 8월 15일. 북한 평양시 송화거리.



"이표야, 집주소가 송화1동 맞니?



7인승 카니발을 운전하던 회숙(중권의 큰누나)은 룸미러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이표를 힐끔 쳐다보았다.



"네? 잠시만요."



이표는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장에 입력되어 있는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네, 맞아요. 송화1동 6단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이표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사중이었던 이곳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완전히 달라져 있다.


그가 대성구역에 살던 가족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석 달 전이다.


남북 종전선언이 이루어진 후 평양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으면서 처음으로 접한 소식이었는데 여동생은 이사한 곳이 80층짜리 아파트 건물의 1층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자랑을 늘어놓았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필요도 없고 수압도 높아서 예전에 살던 곳보다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이표가 남파된 직후 당에서 그의 가족들을 송화지구 아파트로 이사를 시킨 것은 일종의 영전이다.


또한 그가 다시 북으로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 그의 목숨에 대한 위험수당이기도 하다.



"와, 여기 북한 맞냐? 두바이 아냐?"



왕복 8차선 도로에 들어서면서부터 창밖으로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자 조수석에 앉은 중권은 크게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제니와 현진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부지런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졌지만 아직은 통일을 위한 준비단계이고 완전히 통일이 된 것은 아니기에 일반 국민들의 북한 출입은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6월에 이루어진 '남북 종전선언'에 따라 북한에 수감되어있던 국군포로들과 남한에 있던 비전향 장기수들이 1차적으로 완전 자유의 몸이 되었고 남한에 있는 4만7천여명의 이산가족들이 70년만에 가족들과 극적인 상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표는 통일부의 특별 허가를 받은 케이스인데 그의 신분이 남파공작원에서 이산가족으로 바뀐 것은 북한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


석 달 전.


그가 북한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내려온 '남파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밝혀지자 대한고등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그와 가장 친했던 중권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며칠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고 보건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현진과 제니와 함께 정신과 심리치료까지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표가 기자회견에서 주변 사람들을 속인 것을 사과하고 친구들과의 우정은 거짓이 아니라고 눈물을 흘리자 친구들은 그의 진정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당초 계획은 종전선언이 이루어진 후 이표가 스위스로 다시 돌아가야 할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조용히 평양으로 복귀하는 것이었지만 대통령 집무실 건물 청사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의 폭로로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그녀가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김정철의 극비 방문때 대한고등학교의 한 남학생이 그와 동행했다는 말을 꺼낸 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김정철의 비밀경호를 맡은 사람이 서울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남학생이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표는 학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이표는 기자회견에서 교장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는데 그의 정체까지 드러나면 '그동안 대한민국의 안보에 구멍이 뚫렸었다'는 여론이 생길 것을 우려한 국정원이 비밀리에 직원을 보내 이표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이표는 그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이 당분간 평양을 왕래할 때 지인들도 동행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국정원장은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표와 국정원 사이의 딜이 이루어진 셈이다.


지금 이 차량에 탑승한 민간인 4명은 정부관계자, 기업인을 제외하고는 민간인 중 최초로 평양땅을 밟을 사람들이다.



"와, 이제 1킬로도 안남았다."



조수석에 앉아 네비게이션을 힐끔 쳐다본 중권이 크게 소리치자 한동안 조용하던 차안은 갑자기 활기를 띠었다.



"이표야, 너희 엄마 안무섭지?"


"여기서는 북한말 써야하는거 아니야?"


"야, 누가 아오지 탄광에 끌려왔냐? 그냥 친구집에 놀러가는거야. 쫄기는...참 나."



중권은 애써 담담한 척 말했지만 자신도 이제 북한땅을 밟을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하여 말끝을 흐렸다.


이표는 6월에 기자회견을 한 날, 저녁에 스터디조 친구들과 따로 만나서 처음으로 속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데 결국 그 시간은 서로의 우정을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 자리에서 이표는 여름방학때 그들을 평양에 있는 자신의 집에 꼭 초대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지금은 그 약속이 지켜지는 순간이다.



잠시 후.


차에서 내린 5명이 송화아파트 6단지 근처에서 몇몇 주민들과 마주쳤을때 그들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지나가자 이표는 빠른 걸음으로 네 사람을 106동 건물로 안내했다.


1층 1106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곧 현관문이 열렸다.



"벌써 왔구나. 어서들 들어와. 먼 길 오느라 고생들 했지?"



이표의 어머니가 부리나케 뛰어나오며 다정하게 그들을 맞이하자 현진과 제니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밝은 표정으로 현관안으로 들어섰다.



"배 많이 고프지? 이쪽으로 와. 국이 아직 안 식었을거야."



온갖 종류의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는 식탁을 본 그들은 깜짝 놀라며 제각기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은 총 7명.


이표와 그의 어머니, 여동생, 중권, 그의 누나, 현진, 제니다.



"어이쿠, 그나저나 우리 이표 친구들은 어쩜 이렇게 전부 다 미남미녀들이니?"


"아, 어머니. 이분은 제 친구 누나에요. 운전 때문에..."


"아 그렇습네까? 정말 많이 고맙습니다."


"아...아니에요. 어머님. 말씀 낮추세요."



중권의 누나는 처음부터 이 낯선 자리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지만 이표 어머니의 소탈하고 친절한 태도에 점점 마음이 편해져감을 느꼈다.


불청객인 자신은 차 안에서 기다리겠다는 것을 이표가 굳이 집안으로까지 끌고 온 것이다.



"와, 그런데 오빠. 이 언니들 너무 고와서 영화배우인줄 알갔시오."



이표의 여동생이 현진과 제니를 번갈아 보며 말하자 중권은 손으로 제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언니는 나중에 가수가 될 사람이야. 지금 잘 봐 둬."


"기래요? 어쩐지 난 이 언니 보자마자 남조선 련속극에 나오는 배우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누구?"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제니는 그녀가 자신을 영화배우 같다고 하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원더우먼에 나오는 배우 있시요. 이하늬라고."


"헐, 진짜 그런 드라마 있어?"



중권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자 현진이 재빨리 대답했다.



"맞어. 얼마전에 SBS에서 했던 드라마야."


"대박이네. 어떻게 우리보다 더 잘 알지?"


"아버지가 이제는 남조선 련속극 봐도 안 잡혀간댔시요."


"그래?"


"미제 영화나 노래만 안들으면 괜찮아요."


"그렇구나. 너 정말 똑똑하구나."



중권이 신기한 듯 계속 여동생에게 질문을 던지자 꼬박꼬박 대답하던 그녀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이표를 쳐다보았다.



"아 참. 그런데 오빠. 이 언니들 중 누가 오빠 애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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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청년의 꿈 (최종회) 22.07.06 29 0 11쪽
» 평양시 송화1동 22.06.26 26 0 8쪽
22 Tears in Heaven 22.06.20 28 0 10쪽
21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 22.06.14 27 0 8쪽
20 여동생의 비밀, 접선 22.06.10 28 0 9쪽
19 비상사태 22.06.06 27 0 8쪽
18 박카스 한 병 22.05.27 27 0 8쪽
17 VX 스프레이 22.05.24 25 0 7쪽
16 남조선식 성교육 22.05.18 31 0 8쪽
15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22.05.13 30 0 7쪽
14 괴물 22.05.11 38 0 8쪽
13 유자차 22.05.04 38 0 7쪽
12 안재욱의 '친구' 22.04.29 44 0 7쪽
11 교장을 바른 여학생 22.04.22 40 0 8쪽
10 조건만남의 미끼 22.04.20 44 0 9쪽
9 이은해 22.04.16 45 0 6쪽
8 침묵하는 아이들 22.04.13 43 0 8쪽
7 일진 22.04.09 44 0 6쪽
6 반장선거 22.04.06 48 0 9쪽
5 몸이 기억하는 것 22.03.30 52 0 7쪽
4 동무 여러분 22.03.25 47 0 6쪽
3 네임펜 22.03.23 54 0 7쪽
2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5 0 7쪽
1 자본주의 냄새 22.03.18 6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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