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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6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4.29 06:28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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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안재욱의 '친구'

DUMMY

3월 첫째주 금요일 7교시 한국사 수업시간.



"이번 시간에는 수업을 하지않고 우리반 스터디 조를 짜보려고 해요. 네 명에서 여섯 명까지 한 조를 만들어서 다음주부터 1년동안 같이 공부도하고...또 과목별로 수행평가도 같이 하는 그런 모임이에요."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이번 시간에 스터디조를 짜겠다는 말을 하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다음주부터 당장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각 과목별 수업이 진행되면 학생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내신성적은 과목별로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겨 등급을 나누는데 학생들은 자신의 등급에 따라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구조다.


이표는 북에서 사상교육을 받을 때 조선은 일제시대가 시작되면서 신분제도가 폐지되었지만 남조선은 아직까지 자본주의로 인한 계급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배웠던 것을 떠올렸다.


학생들은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가 매겨져 차례대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배정받는데 돈이 없는 집안의 학생들은 그 경쟁에서 밀려나 다시 가난을 대물림 받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아직 남조선에 온 지 한 달 밖에 안되었지만 곳곳에서 그런 징후들을 보았던 이표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 큰일났네, 야 너 누구랑 할거야?"



중권은 갑자기 스터디조를 만들라고 하는 것에 크게 불만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옆자리의 이표를 바라보았다.



"어? 나?...글쎄...난 아직 애들을 잘 모르는데..."


"아니, 무슨 예고도 없이 갑자기 조를 만들라고 하냐?"



작년에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에 왕따학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신입생들을 무작위로 나누어 스터디그룹을 만들게 하였는데 이 방침은 오히려 아싸(아웃사이더)를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이표는 그래도 중권과 친해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런거 꼭 만들어야..."


"야, 까라면 까야지. 담임이 만들라는데 너혼자 안만들거야? 일단 우리 두 명에 두 명만 더 만들어 보자."



이표는 그가 일방적으로 자신을 같은 조원으로 만들어버리자 당황했지만 모두가 아직 서로 누가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는 입장이기에 그냥 운에 맡겨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조원들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면 자신은 무조건 국어와 한국사, 사회과목을 잘하는 팀원을 만나야 하는 셈인데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이다.



"야, 너 중학교때 몇 등 했냐?"


"어? 난..스위스에서 학점받을때 수학이랑 과학만 조금..."


"그래? 아, 난 사회말고는 다 꽝인데 그럼 수학, 과학은 너만 믿을게."



이표는 그가 스스로 사회를 잘한다는 말을 하자 귀가 번쩍 뜨였는데 며칠동안 그와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그는 자신이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긴 했다.



"너 한국사도 잘 해?"


"한국사? 난 딴 애들 미드 볼 때 부모님하고 사극 보면서 자란 놈이야. 대하드라마 이런 거."



이표는 '미드'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가 한국사를 잘하는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에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그래? 난 그쪽은 하나도 몰라."


"야, 그럼 우리 이제 국어랑 영어만 영입하면 되는 거야?"



이표는 교실을 쭉 둘러보고 있는 중권을 보며 그가 요즘 프리미어리그에 빠져서 스카우터가 축구선수를 영입하는 기분으로 아이들을 물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야 현진이 어때? 너 현진이 좋아한댔잖아."


"뭐? 내가 언제?"



이표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지만 반장선거때 현진이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여 아나운서가되는게 꿈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더이상의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야 저기 제니랑 같이 있는데 둘이 친해졌나 봐."



이표는 그가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마침 현진과 제니가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제니는 이표와 눈이 마주치자 웃어보였는데 어제 일진사건 이후로 그녀는 이표를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이표야, 너 조 정했어?"



제니가 현진을 끌고 다가오며 말하자 옆에 있던 중권이 크게 반기는 듯한 표정으로 대신 대답했다.



"너네 아직 조 못 정했어?"


"응, 아직."


"야 우리랑 같이 조하자. 이표가 수학, 과학 천재야."


"뭐?"



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표를 쳐다봤는데 이표는 그들이 자신이 북에서 신동으로 뽑혀 남한으로 차출되었다는 것을 알면 기절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난 그냥 보통이고.. 중권이 한국사를 엄청 잘한대."



중권은 이표가 갑자기 자신을 언급하자 화들짝 놀라며 이표를 바라봤는데 그도 이 둘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눈치다.



"그런데 난 실용음악과 갈 거여서 국영수 이런거는 많이 안할거야. 괜찮지?"


"당연하지. 넌 그냥 우리한테 음악 악보보는 법만 가르쳐주면 돼."



중권은 필사적으로 그들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나오는 대로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제니 옆에 서있던 현진이 정색을 하며 중권을 쳐다봤다.



"야, 제니 뉴질랜드에서 살다 온 거 알지? 영어도 잘 해. 원어민 수준일걸."


"아, 그렇지? 와, 난 영어 알파벳밖에 모르는데 좀 배워야겠다."



중권이 능청스럽게 말하자 그들은 깔깔거리며 소리내어 웃었다.


이표는 속으로 이제 거의 다 성사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교실을 한번 둘러보았는데 아직 조를 만들지 못한 학생들 몇몇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조원을 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래. 우리 넷이서 조 만들자."



그들이 수락을 하자 중권은 벌떡 일어나 이표를 보며 손을 들었는데 그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제니와 현진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손바닥을 펴보였다.


현진과 제니가 차례대로 중권과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을 보고 이표가 깜짝 놀라자 중권이 그를 보며 혀를 찼다.



"야 넌 유럽에서 살다온 애가 왜 이리 센스가 없냐? 한 팀이 되었는데...하이파이브도 몰라?"



그러자 현진과 제니가 웃으며 이표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주었고 이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학생들과 손바닥을 부딪혔다.



"야, 오늘 금요일이지? 오늘 단합대회 어때? 끝나고 노래방 콜?"



순간 제니와 현진은 급히 고개를 숙였는데 그가 들뜬 마음에 너무 큰 소리로 말해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다.


이표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는데 평양에서 남조선 문화교육시간에 '노래방'이라는 오락시설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안재욱의 '친구'라는 노래를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들으며 외워 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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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평양시 송화1동 22.06.26 2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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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동생의 비밀, 접선 22.06.10 27 0 9쪽
19 비상사태 22.06.06 27 0 8쪽
18 박카스 한 병 22.05.27 26 0 8쪽
17 VX 스프레이 22.05.24 25 0 7쪽
16 남조선식 성교육 22.05.18 30 0 8쪽
15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22.05.13 29 0 7쪽
14 괴물 22.05.11 37 0 8쪽
13 유자차 22.05.04 38 0 7쪽
» 안재욱의 '친구' 22.04.29 44 0 7쪽
11 교장을 바른 여학생 22.04.22 40 0 8쪽
10 조건만남의 미끼 22.04.20 43 0 9쪽
9 이은해 22.04.16 45 0 6쪽
8 침묵하는 아이들 22.04.13 43 0 8쪽
7 일진 22.04.09 44 0 6쪽
6 반장선거 22.04.06 48 0 9쪽
5 몸이 기억하는 것 22.03.30 51 0 7쪽
4 동무 여러분 22.03.25 47 0 6쪽
3 네임펜 22.03.23 54 0 7쪽
2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4 0 7쪽
1 자본주의 냄새 22.03.18 6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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