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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3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4.06 04:08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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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반장선거

DUMMY

이표가 뒷문으로 교실에 막 들어섰을때 담임선생님도 동시에 앞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학생들로 꽉 찬 교실에서 들어선 이표는 두리번거리며 빈 자리를 찾았는데 누가 옆에서 팔을 툭 쳤다.


복도쪽 맨 뒷자리에 앉은 중권이다.


이표가 반가운 표정으로 눈인사를 하자 그는 손가락으로 창가쪽을 가리켰는데 그가 가리킨 자리가 마지막 남은 한 빈 자리인 듯했다.


고맙다는 말을 한 이표는 얼른 그 자리로 뛰어가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서서 학생들을 한번 휙 둘러보고 앞쪽을 바라봤다.



"바른 자세!"



학생들이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교실이 조용해지자 그가 다시 외쳤다.



"다 함께 인사!"



그러자 학생들은 일제히 '사랑합니다'를 외쳤는데 담임선생님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들을 쭉 훓어봤다.



"남학생, 여학생들이 다 따로 앉았네?"



이표는 고개를 돌려 교실을 둘러보았는데 남녀가 같이 앉아 있는 자리는 단 한 자리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옆자리에는 제니가 앉아 있었는데 남녀가 각각 15명이기때문에 남녀가 모두 따로 앉으려해도 결국 마지막에는 무조건 남녀 한 쌍은 같이 앉을 수 밖에 없다.


그녀도 늦게 온 듯 가방을 아직도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늦게 왔네?"



그녀가 책상위의 가방을 내리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이표에게 처음 건네는 말이었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응? 어...너도..."


"응. 나도 방금 왔어."



입학한지 이틀밖에 안된 학생들은 서로가 눈치를 보며 남녀가 모두 따로 앉아 있었는데 가장 늦게 교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늦은 죄로 어쩔 수 없이 같이 앉게 된 셈이다.


그녀도 교실을 한번 휙 둘러보더니 아무 말 없이 앞쪽을 바라봤는데 별로 개의치않는 분위기다.


담임선생님은 교탁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오늘의 일정을 말해 주었는데 1,2 교시에는 반장선거를 하고 3,4교시에는 1학년들만 대강당에 모여서 오리엔테이션을 할 예정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에는 7교시까지 수업을 한다.



"임시반장!"



앞쪽 빔 프로젝터 스크린에 보이는 시간표를 보던 이표는 주체사상 교육시간이 없는 것이 낯설었지만 국어, 한국사, 사회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임시반장!"



제니가 옆에서 툭 치자 그제서야 그는 담임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네! 선생님."


"시간표를 왜 그렇게 열심히 쳐다보고있어? 수업이 너무 많아?"


"아..아닙니다."



주위에서 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자 그는 자세를 고쳐 앉았는데 담임이 계속 자신을 쳐다보자 그도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빤히 그를 쳐다봤다.



"반장선거 안할거야?"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그는 벌떡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나갔는데 이번에는 제니가 시치미를 떼고 말을 안 해 주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선거'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그는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는데 북에서는 당에 대한 충성심을 각자가 발표하고 선생이 웅변을 제일 잘한 학생을 지목하면 그가 반장이 된다.


머릿속이 텅 비고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무심결에 교탁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는데 천만다행으로 진행 순서가 큰 글씨로 적혀있는 흰색 A4용지가 눈에 들어왔다.


단 이틀간이었지만 임시반장을 했던 그가 스스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고 싶은 담임의 배려였다.


고개를 숙인채 재빠르게 내용을 훓어 본 그는 마치 준비를 해 온 것처럼 자신있게 학생들을 바라봤다.



"그러면 지금부터 반장선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후보 신청을 받겠습니다.


지금부터 손을 들어 자신이 추천하고 싶은 학생의 이름을 말해주십시오. 스스로를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딱 5명까지만 받겠습니다."



그는 검정색 보드마커를 들고 후보의 이름을 적기위해 화이트보드 앞으로 다가갔다.



"유영하 추천합니다!"


"오세훈 추천하겠습니다!"


"배현진 추천합니다!"


"박지현 추천이요!"


"홍이표를 추천합니다!."



복도쪽 맨 뒷자리에서 중권이 자신을 추천하는 소리가 들리자 이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는데 자신은 추호도 반장이 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저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되었고 부족한게 많아서 지금 반장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후보 추천받겠습니다."



그가 사회자 권한으로 자신을 후보에서 제외시키자 학생들이 "우~"하며 야유를 보냈는데 난감해진 그는 슬쩍 옆쪽에 앉아 있던 담임을 바라보았다.


담임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암묵적으로 사회자의 권한을 인정해 준 것이다.



"자 그럼, 한 명만 더 추천받고 신청을 마감하겠습니다."


"저 강용석을 추천합니다."



뒤쪽에서 누군가가 크게 외치자 학생들은 일제히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창가쪽 맨 뒷자리에서 얼굴이 좀 크고 각진 턱을 가지고 있는 한 남학생이 손을 들고 빙긋 웃고 있었다.


이표는 재빨리 화이트보드에 '5번 강용석' 이라고 적었는데 하마터면 자신도 후보가 될 뻔한 것을 그가 도와준 셈이다.


화이트보드에 다섯 명의 이름을 다 적은 이표는 교탁으로 돌아와 아래쪽의 A4용지를 슬쩍 보았다.



"그러면 후보들이 차례로 나와서 후보연설을 하겠습니다. 첫번째 순서는 '유영하' 입니다."



복도쪽에 앉아 있던 한 남학생이 조용히 일어나 앞으로 걸어나오자 교실은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는데 어제 자기소개 시간에 자신의 고향이 대구이고 고향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에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던 특이한 학생이다.



"또 다시 앞에 나와서 여러분을 볼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고향 대구 달성중학교에서..."



투박하지만 진지했던 그의 연설이 끝나자 모든 학생들은 큰 박수를 보내줬는데 이표는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이제 다음으로 2번 오세훈입니다."



창가쪽 앞에 앉아있던 키카 큰 남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있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왔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강남구 중동중학교에서 작년 한 해 동안 학생회장을 맡았었습니다. 이 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어릴때부터 연설을 많이 해 본 듯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는데 5분 동안의 긴 연설이 끝나자 학생들은 감탄한 듯 역시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표도 내심 감탄했는데 과업을 위해서 정계에 진출하려면 자신도 저렇게 긴 연설을 즉석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같이 박수를 쳐주었다.



"다음으로 3번 배현진 입니다."



그녀의 이름이 낯익었던 이표는 자신이 이 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그녀를 속으로 응원해 주었는데 그녀는 아나운서 지망생답게 역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앞에서 세훈이 카리스마있는 연설로 좌중을 압도한 것에 대해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다.



"안녕하세요. 배현진입니다. 우선 이 자리에서 훌륭하신 후보들과 같이 경쟁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그녀도 세훈 못지않게 조리있게 말을 이어나갔는데 한 번도 엉키지않고 깔끔하게 연설을 마무리했다.



"...1학년 1반을 위해 충정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녀가 연설을 마무리하자 일부 남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는데, 이표는 속으로 그녀가 말한 '충정'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중에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크게 박수를 쳤다.



"다음으로 4번 박지현 입니다."



교탁 바로 앞에서 한 여학생이 벌떡 일어나자 이표는 깜짝 놀랐는데 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더니 크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 여학생 청소년 인권단체 '추적단 불꽃' 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박지현입니다."



그녀의 말에 학생들이 크게 술렁거렸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담임선생님도 깜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표는 모두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이 단체가 무언가 남조선의 큰 사건과 연관이 있을거라고 짐작했는데 작은 체구의 이 여학생이 엄청난 일을 해낸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여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는데 그녀의 짧고 강한 연설은 반장선거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학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이제 마지막으로 5번 강용석 입니다."



하마터면 후보가 될 뻔한 이표를 구해주었던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다짜고짜 교실 뒤쪽을 가리켰다.



"여러분 저 뒤를 보십시오."



지현의 연설로 무거워진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모두 뒤를 돌아다보았다.



"저기 보이는 건 사물함입니다."



"......"



다시 앞으로 봐주십시오."



잠시후 학생들이 모두 앞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자 그가 말했다.



"여기 보이는 건 1학년 1반 반장입니다."



침묵에 빠져있던 교실은 한 여학생이 작은 소리로 "헐" 이라고 말할때까지 정적에 휩싸여 있었는데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이 떠나갈 듯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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