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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41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5.24 05:18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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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VX 스프레이

DUMMY

그날 방과 후 대한고등학교 교장실.


이표가 교장실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교장은 업무용 책상에서 일어나며 그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아, 어서 들어 와."


"네."



이표가 교장실안으로 들어서자 교장은 이표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옆쪽 소파를 가리켰다.



"어서 앉게. 자네 이름이 이표라고 했지?"


"네."


"오늘 정말 큰 일을 했어. 어디 다친데는 없고?"



교장은 이표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얼굴과 몸을 살펴보았다.



"바닥에 넘어지면서 팔꿈치를 조금 다쳤는데 보건실에서 치료해서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래, 그 정도로 끝난게 다행이야.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아 참. 우리 주스 한 잔씩 마실까? 학생이니 커피는 못마실테고..."



그가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와 통화를 하자 3분도 안되어 앳된 여직원 한 명이 들어와 테이블위에 조용히 커피와 주스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빈 쟁반을 들고 나가려 할 때 이표는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감사합니다."


여직원은 이표가 갑자기 일어나서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자 놀라며 쟁반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교장의 잔심부름을 하는 자신에게 감

사하다는 말을 한 사람은 처음이다.



"하하, 자네 뭐하나? 어서 앉게. 학생만 아니었으면 밖에서 같이 술이라도 한잔 하는건데."



여직원이 얼굴을 붉히며 주춤거리다가 황급히 교장실을 나가자 이표는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의 주스잔을 바라보았다.



"유선생 말로는 스위스에서 공부하다가 올해 한국에 왔다던데?"


"네."


"부모님중에 외국분이 계신가?


"아닙니다. 두 분 다 조...아니 한국 분들이십니다."



자신도 모르게 '조선'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뻔한 그는 순간 당황하여 교장의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다행히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하, 아직도 우리말이 서투르나보군."


"......"


"부모님이 정말 훌륭한 아들을 두셨어. 인물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데다 올바른 인성까지 가졌으니 말이야."


"아,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남조선 말을 조금 더 익혀야겠어."



이표는 순간 머리에 망치를 크게 얻어맞은듯 움직이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교장이 정색을 하며 무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이표는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지금부터 놀라지 말고 내 말 잘 듣게. 나도 동무와 같은 공화국 인민이야."


"......"


"올해에도 조국에서 누군가가 빨래 내려와 주길 기다렸어."


"그..그럼?"


"맞아. 몇 해 전부터 일 년에 한 명씩 내려와 과업을 수행하고 있네."


이표는 평양에서 일년동안 교육을 받고 남파된 학생이 자신외에 더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난 5년전에 이미 여기에 와 있었어. 내 가족들도 평양에 있어."


"그..그 동무들은 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과업을 수행하다 중도에 포기하고 모두 북으로 돌아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네."


"그럼 저도 북으로 돌아갈 수 있는겁니까?"


"물론이지. 하지만 실패해서 돌아가면 남은 인생을 '15호 관리소'에서 보내야 하네. 가족들과 함께."



그의 입에서 '15호 관리소'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끼며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15호 관리소.


'요덕 수용소'라고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 곳은 가족단위로 수감되는 마을 형태의 집단감옥으로 수감실의 벽은 진흙으로 되어있고 천장은 벽과 나무 널판지를 올려놓아 지푸라기로 빈틈을 막아놓는다.


온갖 벌레들과 쥐가 기어다니는 15평 정도의 작은 방에 수용자 30~40명이 거주하는데 일년에 4일(김씨 3대의 생일과 신정)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에 4시간씩 자며 하루종일 고된 일을 한다.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각종 전염병이 걸리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겨울에는 영하 20도의 혹한을 못견뎌 동사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 수용소들의 존재를 잘 모르는데 그곳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이 그 곳의 이야기를 발설했다간 재수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이표는 평양의 부모님과 여동생이 수용소에서 누더기 옷을 입고 손으로 죽을 떠먹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뭐 하는 짓인가? 이 방에 CCTV가 있다는 것을 모르나?"



그의 호통에 번쩍 정신이 든 이표는 갑자기 심한 갈증을 느끼며 유리잔에 남아있는 주스를 한 번에 다 들이켰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동무는 잘 해내고 있으니 걱정말게."


"그럼 혹시 오늘 그 선배..."



이표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의 이름을 외치며 자살소동을 일으킨 그 선배를 순간 떠올렸다.



"맞네. 작년에 내려온 자인데 학업성적이 안좋은데다 남조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결국 당에서 지시가 내려왔어."



그가 옥상에서 절규하며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온라인상에서 퍼질 것을 기대한 당의 전략이었는데 그를 폐기처분하면서 자본주의의 어두운 모습을 들추어 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작전이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은 추후에 북에서 사상교육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만약 동영상이 없다고 해도 자신들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위해 학생들의 사건사고들을 은폐하려는 학교와 이에 협조해주는 언론사들의 관행을 깨고 교장이 배후에서 교묘하게 이번 사건을 이슈화시키면 대한민국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그 선배는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당의 지시를 따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표로 인해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나서지 말게."


"그럼 그 선배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며칠전 보위부에 포착된 탈북자 브로커가 하나 있는데 그를 제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지금 서울에 있어."



이표는 5년전 김정은 수령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두 명의 외국 여성에 의해 VX 독극물이 든 스프레이 공격으로 살해된 사건을 떠올렸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을 느낀 이표는 긴 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동무는 지금까지 잘 하고 있어."


"......"


"그런데 신경쓰이는 일이 하나 생겼다."


"뭡니까?"


"동무의 반 유선생이 냄새를 맡은 것 같다."


"네?"


"체력평가 날부터 계속 동무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 하고 있어. 며칠전에는 직접 나를 찾아왔었다."


"아니 왜?"


"동무의 신원조회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군.


"......"


"물론 내가 허락하지않았지만..."


"......"


"만약 계속 의심을 하게 되면..."



이표는 크게 놀란 눈으로 굳어진 표정의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브로커 대신 그를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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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동생의 비밀, 접선 22.06.10 28 0 9쪽
19 비상사태 22.06.06 2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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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X 스프레이 22.05.24 26 0 7쪽
16 남조선식 성교육 22.05.18 31 0 8쪽
15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22.05.13 30 0 7쪽
14 괴물 22.05.11 38 0 8쪽
13 유자차 22.05.04 39 0 7쪽
12 안재욱의 '친구' 22.04.29 44 0 7쪽
11 교장을 바른 여학생 22.04.22 40 0 8쪽
10 조건만남의 미끼 22.04.20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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