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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2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6.14 06:31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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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

DUMMY

엘리베이터가 2층에 멈추자 중년남성은 먼저 내리며 김정철을 바라보았다.



"여깁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이표가 그를 따라 내리려하자 청사직원 한 명이 이표를 손으로 막았다.



"학생은 잠시 다른 곳에서 기다려야 해."



순간 뒤를 힐끔 돌아본 김정철은 이표와 청사직원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나중에 보자. 이표."



두 사람 내리고 엘리베이터문이 닫히자 청사직원 한 명이 재빨리 3층 버튼을 눌렀다.


잠시후 3층에서 내린 이표가 직원의 안내를 받아 한 사무실로 들어가자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있던 젊은 여직원 한 명이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너가 그 학생이구나. 여기서 잠시 기다리면 돼."



그녀기 창가쪽 소파를 가리키자 이표는 그쪽으로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뭐 마실거 한잔 줄까? 아이스티? 주스?"



땀을 많이 흘려 심한 갈증을 느낀 그는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병째로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녀가 제시한 메뉴중 생수는 없었다.



"그냥 시원한 거 아무거나 좀 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그래, 덥나 보네. 왜 그렇게 땀을 흘리니? 에어컨 틀어줄게. 잠시만."



그녀는 리모컨으로 천장에 있는 에어컨을 켜고 밖으로 나가면서 사무실 문을 닫았다.


그리 넓지 않은 사무실에는 세 개의 책상이 있었지만 직원은 그녀밖에 없다.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가자 사무실 천장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공기를 타고 내려왔다.


혼자 남겨진 그는 교복재킷을 벗고 싶었지만 권총이 안주머니에 들어있어 잠깐 고민하다 소파에서 일어나 에어컨 바로 아래쪽으로 몸을 옮겼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얼굴에 닿자 눈이 저절로 감겼다.


하지만 곧 사무실 문이 열리며 여직원이 들어오자 그는 눈을 떠 얼른 소파로 돌아갔다.



"어머, 너 뭐하는 거니? 그렇게 더우면 교복을 벗으면 되잖아. 바보같이."



그녀는 미소를 띤 채 걸어와 그의 앞에 아이스티 한 잔을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그가 단숨에 잔을 비우자 그녀는 자리로 돌아가려다 멈춰서서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어머, 한잔 더 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데 너 혹시 며칠전에 뉴스에 나왔던 그 고등학생...?"


"......"


"폐지 줍는 할머니 도와준...그 학생이지?"


"네? 아, 네."



그는 갈증이 해소되자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실제로 보니까 너 진짜 잘 생겼다. 어느 학교야?"


"대한고등학교..."


"어? 우리 사촌 동생도 거기 다니는데 너 몇 학년이야?"


"1학년이에요."


"아, 걔는 2학년인데...잘 모르겠구나."


"....."



똑똑하고 야무지게 생긴 그 여직원은 이표를 만난게 신기한 듯 계속 말을 걸어왔다.



"너, 여자친구 있어?"


"......"


"니네 남녀공학이잖아."


"아뇨. 아직..."


그녀는 마침 잘되었다는 듯 기뻐하며 두 손으로 박수를 치는 시늉을 했다.


"그래? 우리 사촌 동생 소개시켜 줄까? 엄청 예쁜데."


이표는 그녀가 자꾸 말을 걸어오자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 바로 아래층에서 대통령과 김정철이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 방금 너랑 같이 온 사람이 누군 줄 아니?"


그녀가 갑자기 화제를 돌리자 말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표는 순간 긴장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엄청난 비밀을 알려준다는 듯 소리를 작게 낮추었다.



"북한에서 온 사람이야. 엄청 높은 간부래."


"......"


"너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왔구나. 저 사람 북한에서 몰래 건너 온 사람이야. 여기 출입 기자들도 몰라."


이표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자 그녀는 무안한 듯 말을 멈추었다.


"그래, 넌 아직 학생이라 잘 모를거야. 조만간 뉴스에 나올거야. 나중에 놀라지 마."


이표는 자신이 남파간첩이고 지금 아래층에 와 있는 사람이 김정일 수령의 친형인 김정철이라는 것을 알면 그녀가 까무칠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한참동안 말이 없자 이표는 교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마카로프 권총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걸려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


두 시간 후.


용산 국방부 신청사를 출발한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는 통일대교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달렸다.



"고향에 가고 싶지 않아?"



차창 밖을 바라보던 이표는 김정철이 정적을 깨고 불쑥 말을 꺼내자 고개를 돌려 앞쪽 룸미러를 쳐다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의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보였지만 이표는 이들이 이미 자신과 김정철의 정체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조국의 과업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정말? 여기에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순간 머리끝이 쭈뼛 곤두서는 기분이 든 이표는 마른 침을 삼키며 재빨리 대답했다.


"아닙니다. 절대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습니다."


"가족이 어떻게 되지?"


"어머니, 아버지와 여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던 김정철은 가죽점퍼 주머니에서 빨간색의 플라스틱 조각을 하나 꺼냈다.



"자, 이거 선물이야."



이표는 그가 꺼낸 작은 삼각형 플라스틱 조각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그것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이게 뭔지 알어?"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에는 누군가의 싸인이 검정색 작은 글씨로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기타칠 때 쓰는 피크라는거야. 나는 몇 개 더 있으니까 이건 너 가져. 기념선물이다."


"영광입니다.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기타 피크를 교복 주머니에 넣은 이표는 이 플라스틱 조각의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아끼는 무엇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 제1보병사단 차량검문소에 멈춘 승용차 옆으로 검문병 한 명이 뛰어오더니 거수경례를 했다.


뒷좌석 문이 열리며 김정철이 차에서 내리자 이표와 앞좌석 사내들도 모두 차에서 내렸다.


검문소 북쪽 몇 미터 앞에는 짙게 썬팅이 된 검정색 벤츠 승용차 한 대가 시동이 걸린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고생했다. 이표."


"만나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조심히 올라가십시오."



이표에게 악수를 청한 그가 몇 걸음 걸어 검문소를 통과하자 벤츠 승용차 조수석에서 인민복을 입은 한 사내가 내리더니 그에게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부터 한마디 말도 하지 않던 검문병들은 벤츠 승용차가 점점 멀어져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이표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따라와. 역까지 데려다 줄게."



검문병중 한 명이 검문소 뒤쪽에 주차돼 있는 군용지프차를 가리키자 이표는 그를 따라가서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임진강역까지 가는 동안 말없이 운전만 하던 그는 역에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여기야."


"감사합니다."



이표가 차에서 내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차를 출발시켜 유턴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역에서 멀어지는 지프차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이표는 문득 생각난 듯 교복주머니에 손을 넣어 김정철이 주고 간 기타 피크를 꺼내보았다.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에는 검정색 작은 글씨로 에릭 클랩튼의 사인이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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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괴물 22.05.11 3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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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은해 22.04.16 4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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