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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0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5.18 04:59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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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남조선식 성교육

DUMMY

대한고등학교 1-1반 교실.



"중간고사 일정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이번 시험은 첫시험이니까 열심히 준비하세요. 그리고 오늘 1교시는 신입생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시간 이니까 지금 바로 중강당으로 이동합시다."



아침조회를 끝낸 담임이 교실밖으로 나가자 중권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옆자리 이표를 쳐다보았다.



"오케이! 성교육 시간!"



스마트폰으로 학교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시험일정을 확인하던 이표는 중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자 스마트폰을 끄고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등학교는 뭔가 다르겠지? 야 스위스에도 성교육 시간있냐?"



학생들 틈에 끼어 교실밖으로 나오던 이표는 뒤따라오는 중권을 힐끔 쳐다봤다.



"어..당연히 있지."


"거긴 어때? 유럽은 왠지 성교육도 화끈할거 같은데..."


"그냥 다 똑같아."



태어나서 한번도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이표는 스위스의 성교육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 대충 얼버무리며 말끝을 흐렸다.



"야, 난 중학교때 성교육 받다가 개빡쳐서 보건한테 욕할 뻔했잖아."



중권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는 듯 인상을 쓰며 이표의 뒤를 따라 교실밖으로 나왔다



"왜?"



"아니 이건 성교육이 아니라 무슨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같잖아. 성범죄자들 감방가서 듣는 교육있지?"



그가 하는 말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표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그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표 옆으로 따라붙었다.



"마지막에는 무슨 영상 틀어주는데...나 참, 개어이가 없어서..."


"왜?"


"결론은 남자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는거야. 암튼 보건쌤 나가고 나서 애들 전부 빡쳐서 욕하고 난리났지."


"그랬어?"


"이 학교도 그런 영상 틀어주면 나 강당 뛰쳐나온다. 말리지 마라."



강당입구에 도착한 그들은 학생들이 가득 들어찬 찬 강당의 앞쪽에 제니와 현진이 여학생들 틈에서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쟤들은 뭐냐? 성교육도 수업인데 왜 저기 있는거야?"


"우리반 여학생들 다 같이 있네. 그냥 아무데나 앉자."


"그럼 여기 앉자."


중권이 출입문 바로 앞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자 이표는 그가 정말로 강당을 뛰쳐나갈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옆에 앉았다.



"야, 근데 스위스는 16세도 성매매할 수 있다는데 너도 해 봤어?"



중권이 불쑥 성매매 이야기를 꺼내자 이표는 속으로 크게 당황했는데 북에서 남조선 문화교육을 받을때 성매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게다가 그는 지금 스위스의 성매매 제도를 묻는 것인데 각 분야로 잡학다식한 그가 알고 있는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뭐? 난 나이가..."


"아, 그거 만으로 따지는 건가?"


"그래. 당연하지."


"그래? 잠깐만, 그럼 나도 올해 생일만 지나면 할 수 있는 거잖아?"


"뭐...그렇게 되겠지."


"야 여름 방학때 나 스위스에 초청 좀 하면 안되냐?"



그가 혼자 킥킥거리며 웃자 이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강당 앞 대형 스크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한 시간 후.


전교생들중 맨 먼저 강당을 빠져나온 중권은 화가 난 표정으로 뒤따라 나오는 이표를 쳐다봤다.



"아, 젠장 결국 그 개떡같은 영상을 다 봤네. 소리까지 존나 커서 잠도 못자고 이게 뭐야?"



성교육 영상은 '성매매의 오해와 편견'이라는 주제의 지루하고 딱딱한 내용이었는데 학교측에서는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것을 막기위해 볼륨을 크게 키우고 마지막에 모든 학생들이 감상문을 적어서 제출하도록 만들었다.


성교육을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보는 이표는 그 영상을 끝까지 집중해서 보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엎드려자거나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표는 대한민국 성인남성의 50% 이상이 성매매 경험이 있고 청소년의 5%이상이 평균13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성경험을 한다는 내용을 보며 충격을 받았는데 북에서 남조선문화교육시간에는 배운 적이 없는 내용이다.


북에서는 성에 관해 아직도 보수적이기 때문에 성교육은 물론이고 대학생까지도 이성교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학생들이 비밀리에 교제하는 사실이 알려지면 매주 있는 생활총화시간에 혹독하게 비판을 받게 된다.


또한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되면 나이를 불문하고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노동교화소로 끌려간다.


뒤를 힐끔 보며 여학생들과 거리가 많이 떨어져있는 것을 확인한 중권은 이표옆으로 바짝 붙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그거 알아?"


"뭐?"


"얼마전에 퇴학당해서 소년원 들어간 일진들 있지?"


"어."



이표는 학기 초에 제니와 함께 그들에게 불려가 SNS 계정을 털릴 뻔한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쳐다봤다.



"내가 얼마전에 우연히 들은 얘긴데 말이야..."


"......"


"와, 나 이거 말해도 되나?"



그 순간 이표의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말하려던 중권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무심코 학교 건물쪽을 쳐다본 이표는 심장이 멎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굳혔다.


남학생 한 명이 건물옥상 난간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무언가를 소리치고 있었는데 그 아래쪽 건물입구에 학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난간에 서 있는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때마다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교사들 몇몇이 그 학생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소리쳤지만 학생들의 비명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야 저..저거 뭐야? 왜 저기에 서 있어?"



중권이 재빨리 건물쪽으로 뛰어가자 이표도 그의 뒤를 따라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걷다가 점점 속력을 내더니 결국 중권보다 먼저 건물입구에 도착했다.



"야! 너 어디가?"



이표가 건물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본 중권은 놀라서 그에게 외쳤지만 이미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옥상 난간에 서있는 그가 크게 무언가를 외치자 건물입구에 몰려 있던 학생들은 숨죽이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야 이 개자식들아, 그래 난 부모도 없고 가난해서 우리 할머니가 폐지나 줍고 다닌다. 그게 니네들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 병신들아"



그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쩌렁쩌렁 울리자 학생들은 술렁였는데 중권은 뒤에서 어떤 여학생이 다급하게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듣고고개를 돌렸다.


같은 반 지현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여기 서울 대한고등학교인데요. 지금 누가 건물옥상에서 올라가서 뛰어내리려 해요. 얼른 와 주세요."



그녀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119에 신고했지만 건물앞에 모여든 학생들 모두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쥐죽은듯이 고요한 건물앞에서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울음 섞인 절규가 다시 운동장에 메아리쳤다.



"김지철! "


"성광진! "


"김병우! "


"내가 죽어서도 니들을 잊지 않을거야. 지옥까지 따라와 봐. 이 새끼들아."



그는 몸을 휘청거리며 한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학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고 일부 여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다가 지쳐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그의 뒤에서 나타나 그의 허리를 한 손으로 휘감더니 번개처럼 들어올려 옥상 바닥쪽으로 넘어뜨렸다.


그가 뒤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본 학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잠시후 누군가가 난간에서 모습을 보이며 팔을 좌우로 흔들어보였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은 한동안 넋을 잃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다가 한 학생이 천천히 박수를 치자 잠시후 하나둘씩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운동장 하늘로 울려퍼지자 그제서야 학생들과 섞여 있던 남교사 몇몇이 건물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후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학교 정문으로 119 구조대 차량이 들어왔고 학생들 틈에 끼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중권이 작은 소리로 내뱉었다.



"와, 이 미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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